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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글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꿈이든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중편동화 당선작입니다.
조금 지난 작품인 것 같은데 저는 오늘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 설정, 이야기 전개, 비유 등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아직 공부를 한참이나 더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부럽기도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져서 우리 아이들이
좋은 동화를 많이 읽고
무럭무럭 잘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 글을 컴퓨터로
필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저는 언제쯤 이런 맛깔나는
동화다운 동화를 쓰게 될까요? ^^;
아랫글은 푸르니 닷컴에서
퍼왔습니다.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
오 민 영
1. 고등어
졸업을 몇 달 남겨 두고 전학이라니.
초등학교 졸업은 하고 할머니 집으로 옮기고 싶었다. 아빠는 안 된다고 했다. 더 이상 형과 나를 고생시킬 수 없다고 했다. 엄마는 아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서. 이젠 기다리지 않을 거라면서.
어제 비가 와선지 학교 운동장 바닥이 질척질척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자전거가 지나갔는지 등뼈 모양의 바큇자국이 화석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운동장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이제 신발에 흙을 묻혀 가도 잔소리할 사람은 없으니까.
흙바닥에 운동화 밑창 무늬가 찍혔다. 밑창이 닳아선지 무늬가 잘 나오질 않았다. 엄마가 2학기 때는 새 운동화를 사 준다고 했었는데……. 나는 도장을 찍듯 발을 꾹 눌렀다.
철벅철벅. 나 말고 운동장 안으로 들어온 애가 있나 보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나를 추월했다. 웅덩이에 있던 흙탕물이 내 운동화를 덮쳤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내달리던 아이가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하얀 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빼빼 마른 남자아이였다. 젤을 발랐는지 빗이 지나간 자국이 밭고랑처럼 선명했다. 안경알 속의 커다란 눈이 어리둥절한 듯 끔뻑거렸다.
“한쪼옥 발만 젖었네.”
말의 높낮이가 별로 없었다. 귀를 쫑긋거리고 들어야만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단 소리 안 하냐?”
6학년이 좋을 때는 이럴 때다. 나와 같은 학년이거나 나보다 낮은 학년, 둘 중에 하나일 테니까.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기대했지만 그 아이는 웃었다. 계속 내 운동화만 쳐다보면서.
그 아이가 뭐라고 말을 했다. 말하는 속도가 빨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무슨 말 하는 거야? 뭐라고?”
“킁킁. 이, 이건 무슨 냄새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는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작은 수첩과 연필을 꺼내 휘갈겨 썼다. 흘러내린 안경을 연필 꽁무니로 밀어 올렸다. 나를 위에서 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자기가 무슨 탐정이라도 되는 듯이.
정말 이상한 아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냥 무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성큼 발을 내딛자 아이는 잽싸게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그 아이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아이의 바짓단은 흙탕물이 튀어 얼룩덜룩했다.
그 아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손바닥이 나를 향해 있는 게 아니라 분명 그 아이 자신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새 학교에서의 첫날. 예감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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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은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내 이름과 사는 곳을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왜 전학을 왔느냐 어디에서 왔느냐 등등 질문 공세를 퍼 부었지만 그럴 때마다 난 선생님을 쳐다보았고 선생님은 눈치껏 잘 설명해 주었다. 교실 뒤편 짝꿍 없이 혼자 앉아 있는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눈이 왕방울처럼 컸다. 앙다문 입이 꽤 고집 있어 보였다.
“저기 나영이 옆에 앉아라. 나영이가 우리 반 반장이니까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고.”
예상대로 나는 그 여자아이와 짝이 되었다. 자리에 막 앉으려는데 누군가 내 옷소매를 붙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나는 흠칫 놀라 팔을 뿌리쳤다. 운동장에서 만난 그 아이! 괴짜 아이였다.
“어? 우, 우리 다시 만났네. 그래. 이게 바로 너의 냄새야.”
그 아이는 나에게 코를 바짝 들이대며 킁킁거렸다. 나는 고양이가 쥐를 노려보듯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날 보며 웃었다. 무사태평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내 앞자리다. 하필이면.
“또 생선 구이야?”
형이 밥상 앞에 다가앉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반찬을 이리저리 옮기며 나에게 물었다.
“생선이 얼마나 몸에 좋은 건데. 기표야 안 그러냐?”
형처럼 반찬 투정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생선을 판다. 시장에서 팔다 남은 생선은 당연히 우리 차지다. 며칠 동안 계속 먹었더니 냄새만 맡아도 질린다.
“기표야. 밥 좀 푹푹 떠먹어라.”
“네.”
“먹을 게 없어서 그러냐?”
할머니는 생선 대가리를 집어 들었다. 시커먼 대가리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왔다.
“요것에서도 살이 제법 나온다니까.”
할머니는 발라낸 거무튀튀한 살점을 형과 내 밥 위에 올려 주었다.
“할머니. 징그러. 그만 버려.”
생선 대가리를 이리저리 후비고 빠는 할머니를 보고 형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두절미라고 했어. 대가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어두절미가 아니라 어두육미거든. 조금만 기다려, 할머니! 내가 돈 많이 벌면 1년 365일 고기반찬 해 줄게.”
형은 나처럼 할머니한테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돼서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도 형처럼 말하면 할머니와 더 친해질 수 있을까?
“우리 경표는 성격이 서근서근하니 어디 가서도 예쁨 받을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형을 더 좋아한다. 내가 엄마를 닮아서일 거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엄마는 나처럼 키가 크고 얼굴이 네모졌다. 할머니는 말이 없는 엄마를 늘 답답해 했다.
“엄마 집 나갔다.”
지난여름. 아빠가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벌써 다섯 번째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침밥을 먹었다.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새벽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는 걸.
2년 전 친척에게 돈을 빌려 시작한 엄마의 미용실. 그게 문제였다.
“장사를 하려면 알랑방귀도 좀 뀌고 나불나불 말을 걸어야지. 너 같은 무뚝뚝이한테 누가 머리 자르러 온다니? 아이고 답답해라.”
할머니 말대로 엄마에게 미용실 일은 맞지 않는 옷 같은 것이었다.
1년 만에 빚을 잔뜩 진 채 미용실을 접은 엄마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논바닥이 바싹바싹 마르듯 엄마는 하루하루 야위어 갔다. 그러다 집을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그게 습관이 돼 버렸다. 엄마를 찾으러 일도 팽개치고 다니던 아빠도 횟수가 거듭될수록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형과 나는 이렇게 할머니 집에 오게 된 것이다.
엄마가 나에게 유일하게 남긴 건(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그냥 두고 간 거지만) 수첩이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나는 엄마의 수첩을 가장 안전한 내 가방 속에 넣었다. 그렇게 엄마 수첩은 내 것이 되었다.
학교 가는 길. 가방에서 엄마 수첩을 꺼내 들었다. 엄마에게 나던 향긋한 냄새가 났다. 나는 수첩에 코를 대고 엄마 냄새를 맡았다. 엄마 냄새가 나는 향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뿌릴 수 있게.
아침 자습 시간. 네댓 명의 아이들이 괴짜 아이에게 몰려 있었다.
“지훈아. 난? 나는 뭐야?”
이름이 지훈이었구나.
지훈이는 손바닥만 한 네모난 종이를 들고 있었다. 연필을 꼭 쥐고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지훈이 얼굴은 진지했다.
“오영지 당, 당신의 ‘후각 신분증’은…… ‘비누’입니다. 상큼한 비누!”
후각 신분증? 이 괴상한 단어는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걸까?
“왜?”
“넌 착해. 친절해. 귀여워. 그리고 늘 너한테서는 비누 냄새가 몽실몽실 나니까.”
지훈이는 카드 한 장을 영지에게 건넸다.
“비누? 음. 좋은데.”
영지가 카드를 손바닥 안에 넣고 기도하듯 손을 모으며 뒤돌아섰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안한 듯 얼굴이 빨개져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과 지훈이 말이 뒤섞였다. 계속 같은 자리만 읽고 있다. 도대체 그 따위 것이 뭐가 궁금하단 건지? 나는 책 읽는 것을 그만두고 지훈이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아이가 지훈이에게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지훈이는 책상에 놓은 여러 개의 카드를 한참 뒤지더니 말했다.
“박영규, 당신의 ‘후각 신분증’은 ‘땀에 푹 절은 시곗줄’입니다.”
영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뭐라고?”
“영규 넌 방귀를 자주 뀌어. 걸을 때도 오징어처럼 흐물흐물거리지. 넌 땀이 아주 많아. 너한테는 땀에 전 시곗줄 냄새가 나.”
영규는 지훈이가 건넨 카드를 힐끗 쳐다보더니 지훈이 책상 위로 던져 버렸다.
“에이 짜증 나. 물어본 내가 바보지. 이 또라이 자식.”
덩치도 큰 녀석이 팽 토라지는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박영규. 지훈이한테 왜 화내니? 지훈이가 널 제대로 파악한 것 같은데.”
버럭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영규는 아무 말 못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얼굴이 점점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졌다. 영규도 나영이를 짝사랑하는 남자아이들 중 한 명인가 보다. 앵커 지망생 나영이는 우리 반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쉬는 시간에 나영이를 보러 오는 남자 아이들이 많았다.
지훈이가 갑자기 홱 뒤로 돌았다. 늘 나를 놀라게 하는 이 아이!
오늘도 지훈이의 머리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기표야. 네 것도 있어. 이게 너의 ‘후각 신분증’이야.”
지훈이는 내 책상 위에 카드 한 장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고유의 체취가 있지. 냄새가 바로 그 사람이지. 냄새는 바로 그 사람의 후각 신분증.”
얼떨결에 카드를 읽게 되었다.
박기표, 당신의 <후각 신분증>은 ‘고등어’입니다.
고등어?
생각해 보니 지훈이를 만난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었었다. 그때를 아직도 기억하는 건가?
지훈이는 아예 몸을 돌려 뒤돌아 앉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등 아등 아등 아 등푸른 생선, 아똥 아똥 아똥 아 동그란 눈알, 그대만을 위한 디에이치에이(DHA) 나는 고등어여라……푸른 꿈과 푸른 등, 푸른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 올라. 새우등을 터트린 고래처럼, 힘이라면 킹왕짱 물개처럼, 굳은 심지 굳은 깡 굳은 의지로 거친 파도 헤쳐 헤쳐.”
음치에다 박치까지.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써야만 했다.
“하아. 멋지다. 노라조의 <고등어>라는 노래야. 너, 너무 멋진 표현이잖아? 너 살아 있는 고등어 본 적이 있니? 살아 있는 고등어는 어떤 냄샐까?”
쉬지 않고 다다다다. 마치 원맨쇼를 보는 것 같았다. 지훈이는 다시 돌아 앉아 연필을 들고 휘갈겼다.
한때는 나도 무척이나 별명을 갖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별명은 스스로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별명을 지어 주고 불러 줄 친구가 없었다. 선생님도 애들 이름은 다 외워도 내 이름은 늘 헷갈려 했다. 그저 조용한 아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 난 그런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받아 본 별명. 기분이 이상했다.
“고등어? 나 고등어구이 좋아하는데. 맛도 좋고 영양도 좋잖아.”
나영이가 카드를 넘겨보며 싱긋 웃었다.
카드를 돌려줄까 하다가 그냥 책상 서랍 안에 넣었다. 받은 걸 돌려주는 건 좀 야박한 일인 것 같았다.
냄새로 별명을 지어 주는 아이 지훈이. 몸을 구부려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지훈이의 뒷모습은 너무나 진지했다. 마치 영감이 떠올라 오선지에 음표를 열정적으로 그려 넣는 모차르트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할머니가 생선을 파는 시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할머니가 꼭 들르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난 이 동네가 낯설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지붕 낮은 집들, 좁은 골목, 시끌벅적한 동네 사람들. 나만 빼고 다 친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골목을 빠져나와 공터를 지나는데 웅성웅성 아이들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스레 걷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영규였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어디 가냐?”
“시장에…….”
“아! 할머니한테?”
영규는 할머니를 어떻게 알았을까?
“나 너희 할머니 알아. 형이랑 할머니랑 같이 산다는 것도. 우리 엄마가 너희 가게 단골이거든.”
영규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영규는 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른다. 영규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나 빨리 가 봐야 해. 할머니가 기다리셔.”
영규는 공터에 있는 아이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오늘은 그만 가 봐. 다음에 이야기하자.”
할머니 좌판이 가까워 올수록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났다.
“할머니. 저 왔어요.”
“경표 그 자식은 왜 안 왔냐.”
“형, 학교 끝나고 시장으로 바로 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
할머니는 대답 대신 생선 배를 쓰윽 갈랐다. 내장을 들어내고 두툼한 칼을 위에서 아래로 탕! 하고 내리치자 생선이 두 동강 났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할머니는 나를 칼국수 가게로 데려갔다. 주인아줌마가 오랜만이라고 말을 건넸지만 할머니는 자리에 풀썩 앉으며 주문부터 했다.
“소주 한 병이랑 칼국수 두 그릇.”
말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던 할머니가 나지막이 말했다.
“너, 엄마 보고 싶냐?”
할머니 입에서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내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제 엄마가 시장으로 찾아왔었다고 한다. 형이랑 나랑 하룻밤만 같이 자고 보내면 안 되겠냐고 허락을 받으러 왔다고 한다.
“애들한테 미안해서 직접 전화는 못 해? 그러면서 찾아오긴 왜 찾아와?”
할머니가 소주잔을 탁 소리 나게 놓았다.
“할머니. 우리 엄마 어디에 산대요? 어디요? 여기서 가까워요?”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할머니와 나를 쳐다봤다.
“기표야. 불쌍한 내 새끼. 그 독한 것이 지 사는 곳은 안 가르쳐 주더라. 아범이 알면 안 된다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너무나 밉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새끼들 두고 나간 네 에미가 진짜로 밉다. 그래서 안 된다고 딱 잘라 모질게 말해 버렸다. 몇 시간을 빌다가 갔다. 할머니가 미안하다. 너희 둘 생각도 했어야 했는데.”
할머니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엄마가 준 편지다.”
편지를 건네주던 할머니 눈에서는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나는 식당을 뛰쳐나왔다. 어수선한 시장을 빠져나오자 한적한 골목이 나왔다. 벽에 기대 앉아 편지를 꺼냈다. 수첩에서 나던 것과 같은 냄새가 편지에서도 났다. 엄마의 편지에는 ‘미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여섯 번이나. 난 미안이라는 말을 원했던 게 아닌데. 곧 우릴 데리러 오겠다, 우리를 사랑한다는 말을 원하는데. 엄마는 그걸 아직 모르는 것 같다. 할머니 집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것 같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눈물이 양 옆으로 흘러내렸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맷자락으로 눈을 쓰윽 닦았다. 어떤 아줌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맺혀 있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처음 보는 아줌마였다. ‘누구세요?’라고 묻자 아줌마는 손가락으로 골목을 뛰어다니고 있는 한 아이를 가리켰다. 지훈이었다. 지훈이가 내게 달려왔다. 나는 얼른 편지를 윗주머니에 넣었다.
“엄마. 얘가 전학 온 기표. 내가 ‘고등어’라는 후각 신분증 지어 줬어.”
말을 마친 지훈이가 갑자기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고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푸하하하 웃어 댔다. 분위기 파악 정말 못하는 지훈이. 나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외면해 버렸다.
“시장에 뭐 사러 온 거니?”
지훈이 엄마가 물었다.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기표가 말이 없구나.”
지훈이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이상하게 마음이 스르르 가라앉았다.
“엄마. 기표 우리 집에 같이 가요. 같이, 같이 가요. 응?”
지훈이가 장난감 사달라는 어린애처럼 엄마에게 칭얼댔다. 지훈이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표야. 시간 되면 우리 집에서 놀다 갈래?”
“기표야.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온 친구야.”
지훈이의 들뜬 목소리. 정신을 차려 보니 지훈이 집 앞이었다. 내가 어쩌다 지훈이 집에 오게 됐는지 모르겠다. 지훈이 엄마가 집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좋아서 방방 뛰던 지훈이의 모습도 생각이 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집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 나는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지훈아, 나도 친구 집에 초대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야.’
뻘쭘하게 서 있는데 지훈이가 나를 자기 방으로 잡아끌었다. 지훈이 방은 책으로 가득했다. 책상 정면에는 영화 포스터와 책 표지가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주로 ‘셜록 홈즈’, ‘괴도 루팡’에 관한 것이었다. 액자도 걸려 있었는데 콧수염이 ‘ㅅ’자로 뻗은 외국인 아저씨, 안경을 낀 외국인 할머니 사진이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내가 묻자 지훈이가 말했다.
“아서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내가 좋아하는 탐정 소설 작, 작가들이야. 멋있지?”
지훈이가 책상 서랍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탐정 동화 시리즈-명탐정 코비: 미로를 찾아서 / 작가 명지훈
나는 놀란 표정으로 지훈이를 쳐다보았다. 지훈이는 싱긋 웃었다.
“내, 내가 쓴 작품이야. 이거 말고도 많아. 서랍에 햄버거처럼 쌓여 있어. 난 탐정 동화 작가가 될 거야. 꼭 되고야 말 거야.”
원고를 넘겨보았다. ‘후각 신분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있었다.
“이건 무슨 이야기야?”
“응. 냄새를 잘 맡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냄새에 민감하지.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잘해. 하지만 보통의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야.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에 서툴지. 친구들하고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야. 그래서 아이들이 잘 놀아 주려고 하지 않지. 어느 날 사건이 벌어져.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아이는 머리를 써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지. 반전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야.”
말하는 내내 지훈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빠르지도 않고 적당한 속도로 말을 끝맺었다. 내가 알던 지훈이가 아닌 다른 아이 같았다.
“킁킁. 킁킁.”
지훈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내 가슴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 윗주머니에 있는 편지를 쏙 꺼내 들더니 냄새를 맡았다.
“킁킁, 이건 무슨 냄새지?”
“그거 이리 줘.” 하며 나는 재빨리 편지를 낚아챘다. 지훈이가 잡고 있던 편지 귀퉁이가 찌익 잘려 나갔다. 지훈이는 종이를 코에 갖다 대며 계속 냄새를 맡았다.
“이건 어디서 많이 맡았던 냄샌데. 뭐지? 뭐지? 하! 뭘까?”
지훈이가 답답한 듯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나도 편지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 보았다. 내심 지훈이가 무슨 냄새인지 알아냈으면 했다. 가방에 있는 엄마 수첩이 생각났다.
“이거 우리 엄마 수첩이야. 여기에서도 같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맡아 볼래?”
지훈이가 엄마 수첩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하아!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다. 예전에 분명히 맡았던 냄새야.”
지훈이라면 그 냄새가 뭔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엄마 물건에서 나는 냄새가 뭔지 더욱 궁금해졌다.
“지훈아. 생각나면 꼭 말해 줘. 알겠지?”
“냄새는 알, 알아서 뭐하게?”
“어? 어…… 우리 집에 사정이 있어서 엄마랑 잠시 헤어져 살고 있거든. 엄마 보고 싶을 때 그 냄새를 맡으면 좋을 것 같아서. 네가 그랬잖아. 냄새는 그 사람이라고.”
누군가에게 우리 집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 왠지 지훈이에게는 털어 놓아도 좋을 것 같았다. 지훈이는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꼭 알아내겠다며 뜯어진 편지 귀퉁이를 핀셋으로 조심스레 잡아 지퍼가 달린 비닐봉지에 넣었다.
저녁 무렵. 지훈이 집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콧노래도 저절로 나왔다. 가슴이 꽉 찬 게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전자 대리점 앞을 지나는데 뭔가가 눈길을 확 끌었다. 전시용으로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서 물고기가 힘차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푸른 등에 청흑색 줄무늬가 선명한 고등어가 분명했다. 살아 있는 고등어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거친 파도를 헤쳐 가는 고등어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지훈이 말대로 살아 있는 고등어에는 어떤 냄새가 날까? 할머니는 오늘도 자반고등어를 구어 주실까? 그런데 자반은 무슨 뜻이지? 엉뚱한 생각을 계속하며 걷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2. 해결사
며칠 후 체육 시간이었다.
“교내 줄넘기 왕중왕전이 삼 주 후야. 오늘은 개인전에 나갈 반 대표 뽑을 거다. 연습은 많이 해 왔지?”
나는 줄넘기를 잘한다. 다섯 살 때부터 집 앞 공터에서 매일같이 아빠랑 줄넘기를 했었다. 한때 권투 선수였다는 아빠의 특별 훈련 덕에 줄넘기 방법을 금세 터득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중 뛰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개인전 대표로 나간다.”
내 앞줄에 선 지훈이는 몇 번 뛰지도 못하고 바로 넘어졌다. 이제 막 줄넘기를 배우는 유치원생처럼 동작이 엉성했다. 지훈이가 가장 먼저 탈락했다. 그러고는 뒤돌아 나를 바라보고 앉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기표야. 네, 네가 제일 잘한다. 끝까지 잘해.”
지훈이가 응원해 준 덕분이었는지 내가 가장 오래 뛰었다. 나영이가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였다. 내가 개인전 대표로 뽑히다니! 반 대표가 돼 보기는 처음이다. 올림픽 대회에 나가는 선수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선생님이 단체 줄넘기 연습에 대해 이야기하자 영규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다른 반은 정말 운동 잘하는 애들로만 팀 만들었대요. 상 타려고 완전 눈이 뒤집혔어요. 우리도 그렇게 해요. 단체 줄넘기 1등 반은 5천 원 문화상품권, 2등 반은 3천 원짜리 샤프예요.”
영규의 한 마디에 아이들 눈이 더욱 반짝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번호 순서대로 조를 나눈다. 1번부터 13번까지는 1조. 14번부터 26번까지는 2조. 매일 아침 여덟 시에 만나서 연습하기. 알겠지?”
아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상가상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선생님이 번호 순서대로 조를 나누는 바람에 지훈이와 나 그리고 영규가 한 조에 속하게 됐다.
“지훈이 저 자식이 다 망쳐 놓을 거야.”
영규가 지훈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끝종이 울리자 1조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로 뛰어갔다. 영규가 2조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지훈이랑 나도 남으려고 하자 영규가 눈짓으로 오지 말라고 했다.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수도꼭지를 잠가 버렸다.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다시 수도꼭지를 돌리려는데 우락부락한 손이 체포하듯 내 손을 덮쳤다. 영규였다.
“너 저 자식이랑 친하다면서?”
영규가 턱으로 건너편에서 손을 씻고 있는 지훈이를 가리켰다. 무슨 의도로 말하는 건지 몰라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리 조는 연습 안 하기로 결정했다. 누구 때문인지 알지? 하나 마나 한 연습을 왜 하냐. 너도 그렇게 알고 있어. 지훈이한테도 잘 말하고. 지훈이 그 자식 선생님한테 고자질 안 하게 잘 말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은 애라서 말이야.”
말을 마친 영규가 물을 틀고 자기 손을 씻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바보 같은 박기표.
다음 날 등교 시간. 운동장은 단체 줄넘기 연습을 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에 혼자 줄넘기 연습을 하고 있는 지훈이를 본 순간 아차 싶었다. 어제 지훈이에게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어서 계속 미루다가 깜빡하고 말았다.
“기. 기표야. 2조 애들이 아직 안 나왔어.”
지훈이가 나를 발견하고는 뛰어왔다. 사실대로 말해야겠지? 나는 가방에서 줄넘기를 꺼내며 말했다.
“2조 애들은 연습 안 하고 대회 나가기로 했대. 나랑 연습하자. 내가 가르쳐 줄게.”
지훈이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왜? 내가 못하니까 그런 거지?”
“그러니까 연습해서 잘하면 되잖아.”
줄넘기를 하는 지훈이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2조 아이들이 우리 곁을 지나가면서 낄낄거렸다.
“박기표, 명지훈. 연습 많이 해라.”
“얘들아 우리 내기할까? 지훈이가 몇 번 만에 걸리는지?”
“난 한 개.”
“나도.”
아이들이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뒤늦게 나타난 영규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만들며 말했다.
“난 빵 개. 으하하하.”
아이들이 배를 움켜쥐며 웃어 댔다. 지훈이가 줄넘기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 기표야. 아직까지 냄새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어. 조, 조금만 기다려 줘.”
“냄새의 정체라니?”
줄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냄새 이야기를 꺼낸 탓에 무슨 뜻인지 몰랐다.
“너희 엄마 냄새 말이야.”
교실을 향해 걸어가는 지훈이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6교시 수업이 끝난 후.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영규가 나를 불렀다. 영규는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하더니 날 운동장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나무 그늘 때문에 더 춥게 느껴졌다.
운동장에 침을 뱉으며 영규가 말했다.
“너 사차원이랑 친구 먹기로 했냐?”
나는 입에 남아 있는 침을 꼴깍 삼켰다.
“사차원이 누구야?”
“누구긴. 지훈이 말이야. 걔 아스퍼거 증후군이야. 발달 장애. 지금 많이 사람 된 거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말도 마라. 말 안 통하지. 어찌나 희한한 행동을 하던지. 오죽하면 선생님이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지어 줬겠냐? 지금은 사냥개처럼 냄새 맡고 다니면서 뭐? 작가가 된다고?”
영규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랑 사차원은 안 어울려. 나처럼 강한 친구가 필요해. 그래야 애들이 우습게 안 보거든. 우리 멤버로 들어와라. 너희 형 그룹이랑 뭉치면 우린 무서울 게 없어. 안 그래?”
영규가 자꾸 내게 접근해 온 이유는 형 때문이었다. 할머니 말대로 서근서근한 성격의 형은 이 동네 불량 서클의 멤버가 됐다. 영규는 그런 나를 이용하고 싶었던 거다.
“싫, 싫어.”
내 대답이 의외였다는 듯 영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쭈? 좋아. 시간을 좀 더 주지. 언젠가는 나한테 항복할 테니까.”
영규가 팔을 들어 내 어깨를 감싸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영규의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영규의 시선을 외면해 버렸다.
“참! 줄넘기 연습은 잘되고 있냐? 너무 애쓰지 마라. 지훈이 걔. 언제 사차원 세계로 떠날지 몰라. 우리 반 지금 내기 열풍인 거 아냐? 사차원이 몇 개에 걸리느냐에 완전 관심 집중이야. 잘 가르쳐 봐라. 다섯 개 넘으면 기적이다. 기적.”
영규가 느글느글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영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뒤돌아섰다.
내내 영규 말을 듣기만 해서 입이 근질거렸을까?
“다섯 개 넘으면 어쩔 건데?”
뜬금없이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리는 영규의 입가에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다섯 개? 좋아. 그럼 너 나랑 내기할래? 2조가 다섯 개 넘으면 내가 너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쫄 할게! 정말로. 아무런 조건 없이. 어때. 내기가 깔끔하지 않냐?”
가슴이 쿵쾅거렸다. 다섯 개?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다섯 개 못 넘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당연히 넌 내 쫄이 되는 거지.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이럴까 저럴까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안 하려면 말고. 나도 아쉬울 거 없으니까. 기표 널 언젠가는 내 쫄로 만들 거야. 꼭!”
나는 내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영규의 잘난 척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더는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내기에 꼭 이겨서 영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영규는 대회 날이 기다려진다며 실실 웃고는 뒤돌아 걸으며 말했다.
“기표야, 네가 내 쫄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푸하하.”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화장실로 뛰어가 찬물로 세수를 했다. 얼굴에 마취 주사를 맞은 듯 얼얼했다. 헤어날 수 없는 미로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다섯 개만 넘으면 골치 아픈 일이 사라진다. 나는 그것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지훈아. 단체 줄넘기는 박자가 중요해.”
다음 날부터 나는 지훈이와 줄넘기 연습을 했다. 주로 박자를 맞추는 연습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에는 줄을 돌리는 연습부터 했다. 지훈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돌렸다.
“하나아아 두우우울 세에에엣 네에에엣.”
줄을 돌리면서 박자 감각을 키웠다. 우리 둘은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지훈이 엄마는 밤새 지훈이랑 줄 돌리느라 손목이 아플 지경이라고 했고, 할머니는 잠꼬대로 하나 둘 숫자를 세는 나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투덜댔다. 지훈이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실력이 늘어갔다.
하루하루는 정말 빨리 흘러갔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 일주일이 하루 같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달력이 달랑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이면 중학생이다. 교복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상상 속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영규 가방을 들고 영규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이제 남은 연습 시간은 오늘 체육 시간 뿐이다. 2조 아이들과 맞춰 보는 마지막 시간.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과 지훈이가 뛰는 속도가 달랐다. 아이들이 빨리 뛰는 바람에 지훈이가 자꾸 걸렸다. 아이들이 지훈이를 노려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훈이는 그것도 모르고 시간이 날 때마다 편지 귀퉁이가 담긴 비닐봉지를 열어 냄새를 맡느라 바빴다.
‘지금 그거 할 때가 아니야. 지훈아.’
영규와 한 내기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켜보던 선생님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2조의 문제는 속도야. 선생님이 보니까 기표가 지훈이가 뛰는 박자에 맞춰 주고 있거든. 나머지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 봐. 줄 돌리는 사람도 마찬가지고. 기표야. 어떻게 박자를 세야 하지?”
“하나 둘 셋 넷 다섯이 아니라요. 하나아아 두우우울 세에에엣 네에에엣. 이렇게 천천히요.”
아이들은 내가 세어 주는 박자에 맞춰 뛰었다. 세상에! 세 개를 뛰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영규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고 나는 야호!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끝종이 울렸다.
“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고 들어가자.”
선생님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줄이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껑충 뛰기 시작했는데. 지훈이가 뛰질 않았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러다 줄이 지훈이 얼굴을 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훈이가 뭐라고 소리를 쳤다. 뭐라는 거지? 지훈이가 위험하다. 지훈이와 함께 줄 밖으로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점프를 하다 착지 중이던 나는 지훈이를 껴안고 운동장 바닥으로 넘어졌다. 발목이 안으로 접히면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억!”
선생님이 달려왔다. 발목을 돌려 보고 만져 보던 선생님이 날 부축해서 양호실로 향했다.
경기장 심판이 영규의 손을 번쩍 드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렇다. 이번 내기의 승자는 영규다. 아! 끝났다. 이제 더 이상 애태우지 않아도 되겠구나. 흙탕물을 휘저어 놓은 듯 뿌옇던 가슴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양호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이랑 지훈이랑 학교 근처 정형외과로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지훈이랑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지훈이와 나를 궁금한 듯 쳐다보는 할머니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선생님이 복도에서 전화 통화를 마치고 대기실로 왔다.
“학교에 급한 일만 마무리하고 바로 올게. 치료 받으면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선생님이 나가자 지훈이는 내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전에 못나가서 어떡하냐고 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그만 하라고 했지만 지훈이는 계속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병원에 온 손님들이 자꾸 나와 지훈이를 쳐다봤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지훈이에게 부탁했다.
“지훈아. 자리에 앉아. 제발!”
내 말이 지훈이 귀에 들릴 리 없다. 지훈이는 몹시 불안한 상태였다.
“하아! 왜 그때 정체를 알게 된 거지? 하필이면 왜 그때야. 에이 바보.”
지훈이는 알 수 없는 말을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나는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상대하기 싫은 영규랑 같이 어울려야 하는 것도, 개인전에 못 나가게 된 것도 다 지훈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래. 너 때문이다. 너 때문에 다 망쳤다고!”
흥분을 참지 못하고 지훈이에게 말 폭탄을 퍼부어 버렸다. 순간 지훈이의 중얼거림이 멈췄다. 안경 속 지훈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기표 넌. 날, 날 붙잡지 말았어야 해. 아! 나 죽겠어. 어떡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발목에 통증이 전해져 왔다. 기분 나쁜 통증이었다.
“그만 해! 자리에 앉아! 그만 하라고!”
지훈이가 두 손을 불끈 쥐고 날 노려보았다. 분이 난 투우장의 소처럼 씩씩거렸다. 지훈이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지훈이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건 아, 아주 못된 행동이야. 넌 나, 나쁜 놈이야. 너도 다른 친구들이랑 똑같아. 날 무시해. 나를.”
대기실에 앉아 있던 어른들이 참다 못해 야단을 쳤다.
“너희들 조용히 안 해? 어린 것들이 병원에서 뭐하는 짓이야?”
나는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지훈이는 병원 문을 열고 뛰쳐나가 버렸다.
제1회 교내 줄넘기 왕중왕전
교문에 대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운동장은 아침부터 연습하는 아이들로 시끌시끌했다. 중앙 현관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까지 지훈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발은 어때?”
나영이가 반깁스를 한 내 발목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인대가 좀 늘어났대. 좋아지겠지 뭐.”
“개인전 못 나가서 아쉽겠다.”
나영이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너, 지훈이 찾고 있는 거지?”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에게 나영이가 물었다.
“오늘 학교 못 나온다고 전화 왔대.”
가슴이 먹먹했다.
“이십 분간 쉬는 시간을 갖고 오늘 대회의 하이라이트 단체 줄넘기가 있겠습니다.”
마이크에서 체육 부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회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지훈이는 끝내 오지 않았다.
운동장 가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던 나는 교실로 들어가고 싶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계속 앉아서 구경만 했더니 으스스 추웠다. 선생님도 어차피 나는 경기에 못 나가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
교실 창가에 서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단체 줄넘기 연습을 하는 반들이 많아 운동장에 먼지가 폴폴 일었다.
그때 학교 정문으로 지훈이가 걸어 들어왔다.
선생님을 찾아가더니 귓속말로 뭐라고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교실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나팔을 만들어 반 아이들을 모이게 했다. 선생님 말을 듣던 아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견을 나누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나영이가 지훈이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무척 궁금했다. 지훈이와 나영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복도에서 쿵쿵대며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울려댔다. 잠시 후 교실 문이 열렸다. 나영이가 다가왔다.
“기표야. 지훈이가 할 말이 있대.”
지훈이는 게시판을 보는 척하며 교실 뒤쪽에 서 있었다. 나영이가 지훈이를 데리고 왔다. 그러고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 지훈이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바짝 군기 든 군인처럼 늘 세워져 있던 머리가 날개 잃은 새처럼 힘없이 축 쳐져 있었다.
“기, 기표야. 어제 내가 나쁜 놈이라고 해서 미, 미안해. 이거.”
지훈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는데 입이 딱 달라붙은 듯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래서 내가 친구 사귀는 것에 서툰가 보다. 지훈이는 나에게 편지 봉투와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더니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봉투 윗부분을 손으로 뜯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연필로 꼭꼭 눌러 쓴 지훈이의 편지.
기표야. 안녕? 내 친구 기표야. 난 내가 마음에 들었어. 내가 탐정 동화 작가가 될 거라고 했을 때 넌 웃지 않았거든. 깔깔깔. 안 웃었어. 그게 너무 고마웠어. 기표야. 난 좋아. 기표 네가. 기표야. 발은 어떠니? 어제는 극히 미안했어. 하필이면 줄을 넘는데 그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됐지 뭐야. 순간 줄 넘는 걸 깜빡해 버렸어. 그런 나 때문에 기표 네가 다치고 말았어. 미안해. 내 친구 기표야, 너희 엄마 냄새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지? 짜잔.
박기표 엄마의 <후각 신분증>은 ‘라벤더’입니다.
그 냄새는 라벤더 오일 냄새였어. 라벤더 오일은 특히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좋지. 내가 추리해 본 결과 너희 엄마가 마음이 많이 아프셨던 것 같아. 맞니?
맞다. 엄마는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곤 했었다. 우울증 때문에 하루 종일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훈이가 준 종이 상자에서 라벤더 향기, 엄마 향기가 배어 나왔다.
기표야, 난 모든 일에 서투르지만 결코!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작가도! 오늘 줄넘기 대회도! 너 이야기 만드는 기법 중에 ‘반전’ 아니? 뒤집는 거 말이야. 오늘 나랑 이거 한번 해 보지 않을래?
반전? 뭘 뒤집는다는 건지. 발을 다쳤는데 줄넘기 대회에 어떻게 나간다는 건지. 창밖으로 운동장을 내다보니 6학년 2반 아이들이 선생님을 둘러싸고 모여 있었다. 지훈이도 함께. 마치 감독 지휘 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운동선수들 같았다.
“다음 순서는 6학년 2반 순서입니다. 운동장 중앙으로 나와 주세요. 오호! 6학년 2반은 두 팀으로 출전을 했군요.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거군요.”
개그 끼가 충만한 체육 부장님의 목소리가 마이크에서 흘러나왔다. 우린 동그랗게 모여 ‘6학년 2반 파이팅’을 외쳤다. 기대를 많이 걸었던 1조는 겨우 세 개밖에 넘지 못하고 2조 차례가 돌아왔다.
“6학년 2반 대단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황선홍 선수의 붕대 투혼이 생각납니다. 발목을 다친 선수가 한 명 있군요. 과연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 걸까요?”
체육 부장님의 진지한 목소리에 모든 시선이 내 발로 모아졌다. 아이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운동장에 퍼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훈이가 준 라벤더 오일을 꺼내 향기를 맡았다.
‘엄마, 잘할 수 있게 도와줘.’
선생님은 나와 지훈이 어깨를 감쌌다.
“지훈아, 기표야 호흡이 중요해. 호흡. 알겠지?”
선생님의 양팔에 힘이 팍 들어갔다. 영규와 눈이 마주쳤다. 영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먼 산만 바라봤다. 운동장 가운데 도착하자 지훈이가 손을 흔들면서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아! 바로 이거군요. 발상의 전환. 발이 안 되면 손으로! 안되면 되게 하라! 임전무퇴! 좋습니다. 좋아요.”
체육 부장님의 농담으로 전교생이 함께 웃었다. 지훈이가 생각해 낸 반전은 바로 이것이었다. 줄을 넘는 게 아니라 줄을 잡는 것.
“연습 기회는 두 번 있습니다. 세 번째 기록이 정식으로 인정됩니다. 시작해 주세요!”
첫 연습이 시작됐다. 나는 지훈이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훈아. 돌린다. 자. 시작이야. 하나아아 두우우울…….”
아이들도 지훈이도 나를 따라 숫자를 셌다. 지훈이와 나랑 호흡이 척척 맞자 아이들도 한결 가볍게 줄을 넘었다. 다섯 개 이상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셋에 영규 발이 걸렸다. 영규는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중국 사람들이 인사하듯 두 손을 모아 “쉐쉐.”라고 말했다.
“쉐쉐는 감사하다는 뜻이거든. 잘 좀 해.”
짚을 건 짚고 넘어가는 똑똑한 나영이가 영규를 향해 화를 버럭 냈다.
두 번째 연습. 신기하게도 네 개를 넘겼다. 다섯을 막 넘기려는 순간. 누가 봐도 연기인 듯 보이는 엉성한 자세로 영규가 ‘아이고’ 하면서 넘어졌다. 나는 영규를 노려보았다. 아이들의 야유가 영규에게 쏟아졌다. 앙칼진 나영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영규. 너 자꾸 왜 그래? 열심히 안 할래? 다섯 개 안 넘으면 내가 너 비밀 폭로해 버릴 거야.”
아이들이 모두 영규를 쳐다보았다. 영규는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영규의 비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급비밀임이 분명한 것 같다. 나영이 앞에서 꼼짝 못하는 영규가 쌤통이었다.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짝짝. 선생님이 박수를 두 번 치며 말했다.
“자. 이제 실전이야. 6학년 2반 잘하고 있어. 지훈이랑 기표가 호흡이 잘 맞으니까 너희들도 그 박자에 맞춰 뛰면 돼. 알겠지? 춘향이 널뛰듯이 하면 돼.”
“선생님, 이, 이몽룡들은요?”
지훈이는 그 와중에도 우리들을 웃겨 주었다.
“몽룡이들도 춘향이 따라 뛰어.”
높은 가을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여섯 명의 이몽룡과 다섯 명의 춘향이가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줄도 춤을 추듯 하늘을 날았다.
그날 우리는 인기상을 받았다. 인기상은 체육 부장님이 급조한 것으로 가장 주목을 받은 팀에게 주는 상이었다. 상장은…… 없었다. 상품도 물론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어떤 상보다 값지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내기는 내가 이겼다. 무려 여섯 개를 넘었기 때문이다. 내기한 대로 영규는 내 쫄이 되었다. 이런 걸 보고 뒤집기 한판승이라고 하는 걸까? 이 모든 게 지훈이 덕분이다. (물론 나영이의 도움도 받긴 했지만.) 지훈이가 나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나는 지훈이에게 ‘해결사’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대회가 끝난 후 나영이에게 끈질기게 들러붙는 아이들이 많았다. 영규의 비밀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이었다. 그동안 영규에게 크고 작게 당한 아이들에게 나영이만 알고 있는 영규의 비밀은 치명적인 약점 같은 것이었다. 영규는 그럴 때마다 불쌍한 표정으로 나영이를 바라보며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오늘도 지훈이는 탐정 동화 작가가 되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해 있다. 나는 지훈이 등을 툭툭 쳤다.
“해결사! 이번에 해결해야 할 임무는 ‘영규의 비밀 캐기’로 할까?”
지훈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고등어! 그, 그렇게 시시하고 구리구리한 건 우리에게 맞지 않다네. 음하하.”
하긴 그렇다. 푸른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고등어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물에 붙잡혀 자반고등어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앞만 보고 헤엄쳐야 할 테니까. 역시 해결사다운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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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민 영
1971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KB국민은행 창작동화제’에서 「엄마는 예쁘다」로 장려상을, 「물결 시험지」로 ‘제34회 샘터문학상’ 동화부문 가작을, 「고등어와 해결사」로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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