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은 이렇게 말하곤 먼저 1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지아였다…
“이쁘니깐 그만하고 내려와…”
이번엔 민재가 지아를 재촉했다..
“정말 여자들은 새벽에 일어나야지 제 시간에 출근하겠꾼..”
민준은 지아를 보며 말했다..
“첫날이니깐 그런거야..휴..나도 이런거 안 익숙해..”
“하긴 항상 칠칠맞은 강지아였으니..”
“그만해..오빠 자꾸하면 재미없어..”
민준의 계속대는 말에 지아는 오늘은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민준에게
장난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잘해..첫날부터 떨지 말고..”
“알았어..가봐~끝나고 전화할게…아니 틈틈히 할게…”
“그래..알았어…”
병원 입구에서 인사를 마친 뒤 서둘러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지아였다..
“인사는 대충 다 했고..이제 본격적으로 일해야겠지?!”
“ 고맙다…”
“뭐가?”
은혁의 말에 지아는 의아한듯 물었다..
“내 곁에 있어줘서…”
“오빠 때문에 그냥하기로 한거 아니야..다시 레지부터 할 생각에 소름이 돋은거지..”
지아는 이렇게 말하고 이제부터 병원의 유일한 자신의 휴식처가 될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까 자신과 인사를 한 동료 의사들이 있었다..
신경외과에 여자선생이 생겼다고 좋아하던 동료들은..은혁과 지아 사이가 평범해 보이지 않자 금새 포기들 하는 눈치였다..
“신경외과에 배치된 레지는 몇몇이나 되죠?!”
어느새 경어로 은혁에게 묻는 지아였다..
“레지 1년차가 둘 2,3년차가 각각 하나 그리고 4년차 하나..”
“다섯이라..적당하네요..그리고 나를 비롯한 선생들이 셋..흠..근데 레지에 여선생도 있어요?!”
“그건 왜?”
“장과장님한테 관심가지고 있는 여 선생이 있나 해서요..”
“1년차에 하나있어..어제 나이트여서 집에 있을 꺼야..”
“흠..한국은 좋네..레지가 집에도 가고..”
“휴가야 휴가..몸이 안 좋아서..”
은혁은 지아의 질문에 기분이 좋아졌다…그녀의 질투인 것일까…?!
지아는 먼저 병원 지리부터 익히기 시작했다..큰 종합병원이라 그런지..규모가 컸다..
하나둘씩..익히던 도중…..
“아.!”
뛰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지아의 어깨를 치고 간 여자는 뭐가 그리 급한지 허겁지겁 뛰어갔다..
그런데…지아의 발밑에..
‘신경외과 레지던트 신혜란..’
신경외과 레지라..훗..오빠가 말하던…
지아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 걸까..혜란의 병원 신분증을 가운 주머니속에 넣었다..
12편
“장과장님이랑 강선생이랑 무슨 사이입니까?! 너무 다정해보이는데…”
퇴근 후 어렵게 만든 지아의 환영 회식자리에서 의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그런 질문이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김부장님이 그러시는데..두 분 미국에서 커플이셨다면서요..”
어느새 의사들의 귀까지 들어간걸까…지아는 의아해 하면 은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박선생은 어디서 들으셨어요?!”
은혁의 질문에 질문한 남자는..몰랐냐는 듯..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써 소문이 쫙 퍼졌던데요 뭘~!”
은혁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걸까..
“맞아요..장과장님이랑 사귄진 5년 정도 됐어요..뭐 그 사이 3년은 떨어져 있었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하는 지아의 모습에..은혁은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은혁과 다르게..지아의 말에..혜란의 얼굴은 굳어만 갔다…
자신보다 어린 지아….그리고..은혁과 동갑인 혜란은..인턴시절부터 속으로 은혁을 좋아하고 있었다…
자기들보다 나이가 어린 지아지만..그들은 그녀의 실력을 익히 들은 바라..그녀를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여주었다..
하지만..그렇지도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레지던트들이었다..
어느정도 병원 생활에 익숙해진 지아는 요즘 은혁을 구박하기 바뻤다..
“뭐가 제때 퇴근을 하고..뭐?!”
오늘도 은혁의 진료실에서 은혁을 구박하는 지아였다..
“미안 미안..그만해라..오빠 병원에서 이미지도 생각해줘..그리고 니 이미지도..”
가운을 벗으면서 말하는 은혁의 얼굴에서는 미안한 기색보다는 즐겁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 병원에 떠도는 소문 알어?!”
지아는 그새 포기한듯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경쓰지마 니가 언제 그런거 신경썼어…”
“아니..신경이야 안쓰지….”
신경을 안쓴다고는 하지만…약간 걱정이 되는 지아였다…
병원장 아들인 은혁과 김부장..지아의 담당 교수의 백으로 병원에 들어왔다는 소문..
실력도 없으면서 병원에 들어왔다는…
은혁과 김부장의 도움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 할뻔한 지아였지만..지아를 데려갈려고 한 병원은 많았다..
그녀의 실력을 알기에..하지만..자신의 실력을 가지고 도마 위에 올려진 기분은..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아니..안 좋을 것이다..
나란히 병원을 나서는 두 사람이었다..그런데..
“장은혁! “
로비를 병원 입구에 승현이 서있었다..
“어? 왠일이야..이 시간에..”
“너랑 술한잔 할려고..현우도 같이 왔어..”
어느샌가 차에서 내리는 현우..지아는 조용히 고개만 숙여 인사를 했다..
“지아씨도 같이가죠?!”
승현의 물음에..지아는 흥쾌히 허락을 했다..은혁의 속도 모른체..
“지아씨는 좋겠어요..일하면서도 보고..퇴근도 같이하고..휴..난 언제 그런 사람하나 나타날까..”
하지만 그런 승현의 질문에 은혁은 약간 불안했다..미국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듯..대하는 지아의 모습에..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대로 고맙기도한 그지만..왠지 모를 불안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지아는 오히려 아니라며 은혁의 말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게 4사람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친해졌고..
그 뒤..은혁과 현우은 승현이 없어도 자연스레 만나면서 더욱 친분을 유지해나갔다..
13편
“…강지아..향수가 바뀐 것 같다…올간자가 아니네..”
“아..응….”
앙드레 끄레쥬….이기적이면서 차가운 얼음 같은 여자.
지아가 킬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부터..사용한 향수다..은혁은 지아가 이 향수를 뿌리는 날이면..
그녀가 작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방해가 될까 봐..자신이 신경쓰면 오히려 싫어하는 그녀이기에..
향수 애용가인 그녀는 자주 향수가 바뀐다..하지만…앙드레 끄레쥬는…
일을 할 때만 쓴다..아마..향수의 뜻이..그때의 그녀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은혁의 예상이 맞은 걸까..지아는 병원에서 나와 서둘러 차를 몰았다..
그리곤 집 앞에 차를 주차만 시킨체 택시를 타고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택시에 내려 지아가 도착한 곳은 한 호텔이었다..
지아는 먼저 로비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을 고쳤다…
그녀인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짙은 화장..그리고 긴 생머리 대신 언제부턴가
굵게 웨이브진 머리..그리고 좀 전의 정장차림이 아닌 속옷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야한 원피스에 숄을 걸친 그녀…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점검한뒤..백안에 숨겨둔 자신의 분신인 아나콘다를 점검했다..
그리고..미리 소음기를 장착시켜 두었다..
그녀는 호텔의 최고층에 위치한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두명의 남자가 그녀를 막았다..
“전화받고 왔는데요…”
그녀의 말에 남자들은 알겠다는 듯..그녀를 놓아주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둘..현관에..하나…’
객실안으로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그녀를 반긴다..
“후훗..한국도 꽤 괜찮아졌단 말야..”
그녀를 창녀로 안 그 중년의 남자는 그녀가 들어오기 무섭게 침대로 이끌었다..
지아는 핸드백을 남자가 보기 전에 머리맡에 두었다..
그리고 남자는 지아의 원피스끈을 내리고 그녀의 몸을 탐하려 들고 있었다..하지만..
어느새 남자 모르게 그녀의 손엔 아나콘다가 들려있었고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지아의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지아는 조심스레 남자의 몸을 들어..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밖에 있는 3명이었다..
지아는 먼저 현관에 있는 남자를 헤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머리를 헝크리고 어깨의 끈도 살짝 내렸다..그리고
숨이찬 목소리로..
“하..하…잠깐만여…회장님이..”
그녀의 부름에 남자는 그녀에게 다가갔고..지아는 조용히 남자의 복부쪽을 노렸다..
이제 남은 것은 엘리베이터의 둘…지아는 구두를 벗고 한 쪽 손으로 들었다..핸드백 또한 그 쪽 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오른속에서는 은색의 아나콘다가 빛나고 있었다...
방심하고 있었던 탓일까..아무것도 모르던 두 사람은 그녀의 무차별 공격에 무조건 당하고만 있었다..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리고 서둘러 호텔을 빠져 나왔다…
’30분…예상외로 일찍 끝났 군..훗..능구렁이 같은 자식..’
지아는 섬 뜻할 정도의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14편
‘일본의 야쿠자인 가와우치 기노즈라가..어제밤..**호텔에서 살해된 체 발견됐다..
그는 한국에 마약 거래차 온 걸로 추정되며….’
신문을 읽던 민준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보이더니..신문을 내려놓았다…
“어?! 오빠 일찍 일어났네?”
“수고했다..뭐 니 덕에..우리만 좋게 생겼어...그렇지 않아도 일본지사에서 계속
문제가 생겼었는데…”
일을 끝내면..지아는 버릇 처럼 새 향수를 하나씩 사오곤 한다..
그리고..향기로 더러움을 씻어내려고 했다..
“잘했어..어서 밥 먹고 출근해라…”
무사히 돌아온 지아가 고맙기도 하고..대견하기도 한 민준이다..
어렸을때부터..자신의 몸은 자기가 지킬 줄 알아야 한다면서 혼독하게 무술을 가르치신 아버지..
민준은 그런 지아의 모습이 안스러웠지만..오히려 지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어젯밤 살해사건에 대해 쑥덕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선생 신문봤어?!”
“아니요..늦어서..왜요?!”
“어제밤에 살인사건 났었데..일본 야쿠자라는데..휴..무서워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혀를 차며 기겁하는 박선생을 보며 지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가운을 걸치고 나오는 지아를 은혁이 자신의 진료실로 끌고 갔다..
“오빠?! 왜 그래..아퍼…”
“…걱정했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은혁은 조용히 지아를 안았다…
“이러다가 우리 둘다 병원에서 쫓겨난다..분명히..진료는 안하고 연애질이라고..”
오히려 웃으며 농담하는 지아..그리고..그런 모습에..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은혁이었다..
언제가부터 현우는 일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녀를 보고 난 후 부터일까..뭔가에 집중을 해야만 그녀를 잊을 수 있었다..
평소에도 열씨미 일하는 현우이지만..요즘은 지나칠 정도로 밤샘까지 하며 일을 하는 현우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인가..오늘은..지아에 대한 생각 때문에 좀 처럼 일을 진행 할 수 없었다..
현우가 즐겨찾는 바..현우는 그곳의 음악과 그리고 분위기를 좋아했다…
자신이 원하면 언제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와..재즈 가수의 목소리..
그리고..진토닉 한잔..그 곳에서 누릴 수 있는 현우의 작은 행복이었다..하지만..
오늘 그는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만쳐?!”
현우의 옆에 한 남자가 앉으며 묻는다..
“지훈이 너..짝사랑 해본적 있냐?!”
“짝사랑..아마 없지..왜?”
“..흣…내가 지금 그걸 한다…”
“뭐? 형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현우을 바라보는 지훈이였다..
“어떤 여잔데…”
“친구애인….훗..한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걸까..
좀 처럼 머리속에서 사라지질 않아…”
“얼마나 된거야….”
“글쎄…한 달 넘었지…”
“많이 좋아하는구나..형이 이러는거 보면..”
“..그런가봐…근데..친구랑 그녀..너무나 어울려서..”
말을 잇지 못하는 현우였다..한참을 말이 없던 현우를..지훈은
종업원의 부름에 자리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저..현우씨 맞으시죠?!”
너무나 익숙한..아니 그리운 목소리에..현우는 뒤를 돌아 보았다..
“어..맞네?!..난 뒷모습만 보고서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오랜만이예요..”
현우는 너무나 그리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혼자 마시는 거예요?! 승현씨도 없고..”
“아예..그냥..근데 여긴…”
“아…오빠랑 약속하고 먼저 왔는데..응급환자가 생겨서 수술들어갔데요..
바람 맞은거죠 뭐..”
너무나 예쁘게 미소짓는 그녀..
“제가 같이 있어도 상관없으시죠?!”
자신의 마음을 안 걸까?! 지아의 말에..현우는 조용히 고갤 끄덕였다..
“블루 하와이 한잔이여..”
어느새 지아는 주문을 하고 있었다…
“많이 드셨나봐요…”
“..글쎄요..진토닉 두잔 정도 밖에 안한 것 같은데..”
아까까지 우울하던 현우의 얼굴에서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블루 하와이 좋아하나봐요..”
“아..은혁이 오빨 닮아서요..파란색과 차가운 샤베트 얼음..그리고 바다..”
환하던 현우의 얼굴에 약간의 그늘이 다시 지고 있었다..
“현우씨는 좋아하는 칵테일 있어요?! 뭐 진토닉도 칵테일이지만…”
“ 글쎄요..지아씨는 요..블루 하와이 말고..”
“보치볼도 좋아하고..기분에 따라 틀려요…”
어느새 그녀의 앞에 블루 하와이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도 길어지고 있었다..
“현우씨도 여자친구 하나 만드세요..제가 한국에 친구가 있으면 소개 시켜 드리고 싶은데 없네요…”
“…대신 해주심 안될까요?!”
“..네?!”
갑작스런 현우의 질문에 놀란 지아였다..하지만…
“농담도 지나치시네요..그러다가 저 은혁오빠한테 혼나요…”
“….농담이 아닌..진심이라면요…”
현우는 잔을 내려 놓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굳어버린 얼굴..좀전의 미소는 사라진지 오래다..
“..취..하셨나봐요…그만 일어나죠…”
지아는 핸드백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현우는 좀 처럼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먼저..가볼께요..지금 그 말..못….읍…”
강하게 밀려오는 향기..
로샤스 맨이 아닌 현우의 향기..
구치 노빌레…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현우..
지아의 힘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현우의 곁에서 발버둥 치지만..결국..포기할 수 밖에 없는 지아였다..
어느덧 현우의 손이 느슨해지며..그의 입술이..지아의 입술을 떠나가고 있었다..
지아는 현우가 자신의 손을 놓자 서둘러 바를 나왔다….
‘내가..왜 거부하지 않았지..아니…거부했어..하지만..하지만…’
자신의 입술에 베어버린..현우의 향기에..지아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러면 안돼는 데…은혁 하나로도 벅찬 지아인데..
15편
언제나 똑같은 일상에..작은 파란이 일어났다..
그녀의 행복 속에 들어오려는 한 사람…
그리고..그로 인한…불안함….
“뭘 그렇게 생각해?!”
은혁은 멍하니 앉아 있는 지아의 곁에 앉았다..
“아..응..그냥…”
“휴..얼굴에 고민이라고 써있는데 뭐…”
“아니야..수술 끝나고 온건가보네…”
지아는 은혁의 초록색 수술복을 보며 말했다…
“응..응급환자..너 이렇게 멍하고 있어도 되는거야?!”
“….오빠 수술할동안 회진돌고..좀 쉬는거다 뭐…”
언제나 변함없는 지아의 모습에..좀 전의 모습은 잊어가는 은혁이었다…
“나 가볼게..가서 얼릉 옷갈아 입어…”
“그래..알았어…”
먼저 일어서는 지아를 은혁은 지아의 모습이 안 보일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감미롭게 그를 끌어당긴..그녀의 모던퀴츠…
그리고..그녀를 점령해버린 구치 노빌레….
현우는 한참을 그동안 밀린 서류에 싸인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지난번 부탁하신 강지아씨에 대한 서류입니다..”
정신 없이 싸인을 하던 현우앞에 여비서가 서류화일을 하나 내밀었다…
“고마워요..그리고..이번일은..알죠?!”
씽긋 웃는 현우…여비서는 간단히 목례를 하고 사장실을 나섰다…
펜을 내려놓으며 비서가 준 파일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지난 22년동안의 지아의 일생이 모두 적혀있는 듯 했다..
하지만..그녀가 킬러라는 사실은 빼 놓은 체로..
한참을 보던 서류를 내려놓은 현우의 얼굴에선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현우의 책상위에 놓여졌다…
“이게 단가?!”
민재의 보고를 듣고 있는 민준의 입가엔 약간의 미소가 번졌다…
“예…일본쪽은 지금 혼수상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기와우치 기즈노라의 영향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지사에서는 오히려 활력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역시..마지막이 였던건가..그 뒤로 나서는 인물은 없고?!”
“..자식이 없던 탓에..그의 오른팔이었던..츠카노가 이어서…”
“흠..드디더 츠카노가 빛을 바라는건가..후후…뭐..츠카노라면..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지…”
“그런데…”
“………”
“기와우치일로..ALLY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지아의 일이…”
“애들을 붙여..뭐 지아 일은 지가 알아서 하겠지만…”
민재가 나가자 민준는 가만히 창 밖만 바라보았다…아버지가 없는 지금…그녀 곁에는 자신밖에 없다..
그리고..민준의 곁에도 그녀 밖에 없다…
“차 대기시켜줘요..”
민준은 차를 대기시켰다는 비서의 말에 회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다…
“생각외로 장기의 손상은 별로 없었습니다..오늘까지 상태를 지켜본 후 내과 김현태 선생과
같이 수술 하기로 했습니다..”
“..흠..그래요…”
은혁을 선두로..그리고 지아..그리고..나머지..두 선생..그리고 레지던트 순으로
회진을 돌고 있었다…
“신혜란 선생..이 환자 봉합 상태가 왜 이럽니까?!”
은혁은 옆 침대 환자의 수술 부위를 보고는 혜란을 불렀다.
혜란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은혁의 앞에 섰다…
“죄송합니다..제 책임입니다…”
그때 지아가 혜란의 곁으로 나왔다…
은혁은 지아를 한번 보더니…
“강선생 어떻게 가르친 겁니까?! 이래가지고 신성생 나중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실밥 풀고 다시하세요…”
“네…”
은혁의 말에..다른 의사들은 놀라고 말았다..일에 만큼은 언제나 철저한 은혁이지만..
자신의 연인에게 까지 그럴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하지만..공과 사는 분명한 두 사람이기에..오히려..둘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회진을 다 돌고 지아와 혜란은 응급 처치실로 향했다…
“신혜란씨 수술실 들어가면 긴장 하나봐요..뭐..긴장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하지만..”
“..저..죄송합니다..선생님한텐…”
“괜찮아요..내가 혜란씨 한테 맡긴 거니깐…나도 책임이 있는 거니깐..
혜란씨 여성스러워 보여서 바느질 잘 할 줄 알았지..하긴..사람과 옷은 다르니깐..
여기서 연습 좀 하다 나와요..혜란씨 일은..하지석 선생한테 맡길 테니…”
“..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혜란..왠지 모르게..지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괜찮아요..레지던트 과정이 왜 있는 건데... 과장님은 당당한 여자를 좋아하니깐..
다음부터 혼나더라도..나한테 말고 장과장님께 죄송하다고 해요..”
혜란의 마음을 안 것일까..지아는 알고 있다는 듯..그렇게 말하곤 처치실을 나갔다.
그리고..지아의 말에..놀란 혜란은..당황스러울 뿐이다…
뭐가 지아의 기분을 상하게 한지 모르겠다..
지아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불안한 듯 손가락으로 책상만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어느새..지아의 손에 쥐어진..혜란의 병원 신분증…
지아가 혜란을 신경쓰는 건가….
“뭐해?!”
“..여긴 왠일이야?!”
“내가 못 올때 왔나..신선생은..?”
“왜? 신경쓰여?!”
“..아무래도..”
“잘 할꺼야….근데 벌써 퇴근하게 옷 갈아입었네?!”
“아…오늘 현우 생일이래..가자..파티한다고 하더라…”
“….현우씨 생일?..나 꼭 가야하나…”
“어차피 급한 환자도 없잖아..아까 그 환자 내과로 넘겼다며…”
“그렇긴 하지만…휴..알았어…”
지아는 가운을 벗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근데..너 차는 어쩌지?”
“두고가지 뭐…”
어제부터 계속 주차장에 서있는 차를 보며..지아는 그냥 지나쳤다…
현우의 생일이 그렇게 대단한 걸까…
현우와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는 그 바를 모두 빌린듯 하다…
그리고 온통 그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 뿐이었다…
바쁜 듯 인사를 하고있는 현우와..여유롭게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승현…
그리고 조용히 두 사람을 기다리는 지아와 은혁이었다..
“지난번에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응…”
조용히 대답만 하는 지아였다..너무나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던 탓일까..
“이거..지훈이라고 아는 동생이 운영하는 거야…”
“지훈?!”
“어..지난번에 현우랑 승현한테 소개 받았지…나보다 한살 아래…
저기 승현이 옆에 있는 애….”
“..그래…”
조용히 유리잔만 바라보고 있는 지아..그리고..한참을 둘러보던 은혁은..지아에게
인사를 하고 온다며..잠시 지아의 곁을 떠났다…
자신보다 먼저 한국에 귀국하고 자리를 잡은 탓일까..
은혁은 아는 사람이 많은 듯했다…현우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까지 알 정도면..
당연한 것일까..은혁 또한 권위있는 집안의 아들이니..현우와 승현만이 그런 건 아닌건가…
‘나만 혼자인걸까….’
왠지 모르게 혼자라고 생각하는 지아였다….
18편
누가 그를 저렇게 만들었던 걸까..??
아니..언제부터 저랬던 걸까….?
은혁은 사람들과 잘 교재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오늘 지아의 눈에 비친 그에 모습은..
바 안에 있던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애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지난 3년의 공백이 너무 컸던 것만 같던 지아였다…
언제나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던 눈길도…다른 여자에게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건 왜 일까…
지아는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아무래도…오늘은 기분이 많이 안 좋은 것만 같다…
이렇게 쓸데 없는 생각만 하니 말이다…
“..와줘서 고마워요…”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은혁의 자리에 현우가 앉아 있었다…
“생일..축하해요…”
어렵게 입을 연 지아였다..하지만..현우는 그것도 고마운 듯..환하게 웃고 있었다…
“뭣 좀 먹었어요?! 병원에서 바로 왔다던데…”
“생각이 없네요….아..그리고 이거…”
지아는 핸드백에서 포장지로 싸여진 상자하나를 꺼냈다..
“향수예요..오빠는 따로 준비했다고 해서..생일인거 오늘 알았어요..
그래서..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로 골라봤어요…”
현우는 아주 소중한 것이라도 다루는 듯..조심스레 포장지를 뜯어냈다…
“이티니티에요…현우씨랑 어울릴 것 같아서…”
감각적이고 자유스런 남자..그리고…사랑하고 싶은 남자…
사랑하고 싶은 남자…하지만…
“잘 쓸께요…”
그 뒤 지아도 현우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다만…묵묵히 주위를 둘러볼 뿐..
“오빠..일어나봐…오빠….”
술을 얼마나 마니 마신건지..은혁은 손님이 다간 후에도 그 자리 그대로였다…
“미안..난 은혁이 녀석이 이렇게 약할 줄 몰랐지…”
승현은 연신 지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었다….
승현은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은혁에게 계속 술을 권했고..
은혁은 그걸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옆에서 지아와 현우가 말리긴 했지만…
“어떻게 하지..다행히 내일 오빠 오프여서 괜찮긴 한데..어떻게 집으로…”
지아는 어찌할 바를 몰르고 있자..
“내가 이렇게 만든거니깐..내가 책임질께..어차피 은혁이랑 집 방향도 같고..
지훈이도 있으니깐…”
“그래..뭐하면 지훈이네 집에서 재워도 되고..어차피 근처 오피스텔이니깐…”
걱정말라는 두 사람말에 지아는 알겠다며..먼저 그들을 보냈다..그리고…
“저 먼저 가볼께요..운전 조심하세요…”
지아는 택시를 잡으려는 듯..현우에게 인사를 하고 큰길쪽으로 나갔다…
“타요..데려다 줄께요..”
현우은 천천히 차를 몰고 지아의 옆쪽으로 다가왔다..지아는 괜찮다며 거절을 했지만..
여자 혼자 밤에 택시는 위험하다며 결국 다시한번 차에 태우는 현우였다…
어제 오늘..계속 지아는 현우의 차를 타고 있었다….
지아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그리고…결국 꺼낸 말은..
“감사합니다..조심해서 가세요..”
“지아씨…은혁이 한텐 미안하지만..저 지아씨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아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그저 인사만 하고 바로 집에 들어갔다
현우는 지아가 집에 들어갔어도 떠나지 않고 있었다…
2층 지아의 방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한참 뒤..꺼지는 것 까지 본 후에..
자리를 뜨는 그였다.
차라리..은혁과 친구가 되지 않았다면..그냥 거기서 인사만하고..
안면만 있는 사이로 지냈다면..그랬다면..지아를 뺏을 수 있었을 텐데..
아니..어쩌면..그럼..지아를 사랑 안 했을 지도 모른다..은혁과 만날 때 마다 보는 지아가 없었다면..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에…
그렇게 현우는..집에 가는 길을 후회하며..차를 몰았다…
얼마나 마신 건지..은혁은 지끈 거리는 머리를 누르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차가운 물한 모금을 마신 후..그제서야 은혁은 좀 괜찮아진 듯…방에서 나와..1층 부엌으로 향했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거냐”
식사를 하고 있던 은혁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은혁에게 말했다…
“어제..현우 생일이어서여..좀..과음을..죄송해요…”
“아..어제 문회장님 둘째 아들 생일이었구나..그래..둘이 잘 지낸다니 아비는 좋구나..
하지만..다음부터 적당하게 마셔라..어제 승현이가 너 업고 오느라 고생하더라..”
“네..근데..어머닌…”
“니네 엄마야 새벽같이 나갔지..”
“네…”
은혁의 어머니는 산부인과 의사다..집안 대대로 의사 집안인 은혁이네는..
각 분야에 내 놓으라 하는 권의 있는 의사 집안이다..
“흠..근데 너 아직도 결혼 할 생각 없느게냐?! 병원에서는 지아랑 소문이나 나고..
약혼이라도 하는 게 어떠냐?!”
“아직 저흰 생각없어요,,이제 24,22인걸요..”
“하긴..그러다가 더 좋은 베필이 나올 수 있으니…”
"아니요..전 지아 아니면..결혼 안합니다..하지만..지아에겐 부담 주기 싫어요 아버지…’"
어느새 식사를 마친 은혁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그리고는…
“어..나..미안..어제 어떻게 갔어?!”
[“..아…현우씨가 데려다 줬어…오빠는? 괜찮아?!”]
“어..현우 한테 미안해서 어쩌냐…”
[“그러길래..조금씩 마시지..술도 못하는 사람이..”]
“미안…근데 뭐해?!”
[“뭐..과장님이 안계신 가운데 지금 막 회진 돌고..
인제 아침 겸 점심 먹죠…”]
“아침 안 먹고 나갔어?!”
[“응..어제 뭣 좀 생각하다가..늦게 잤어..이따가 12시에..
수술한건 있어서 미리 먹는거야..오빤?”]
“나야 먹었지..근데 어쩌냐..수술이 3일걸려 한번씩 있으니…”
[“뭐 이 잘난 능력 때문이지…오랜만에 오픈데 집에서 좀 쉬어..어차피 나 오늘
바쁘니깐 내일 병원에서 보고…”]
“그래..알았어..그럼 이따가 저녁에 전화할게…”
[“어…끊어…”]
조금이라도 자기 곁에 두려고 신경외과를 고집한 은혁이지만..
이럴 땐..지아에게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서…차라리..다시 공부했다면…
“누구야?! 과장님?”
“네..다 드셨어요..전 이만 일어나 볼께요…수술실 들어가봐야 해서요…”
“그래..”
먼저 식판을 들고 일어서는 지아..그리고..자신의 옆에 앉았던 혜란을 부른다..
“신혜란씨 늦지 않게 수술실로 들어와요..”
혜란은 놀란 듯..겨우 대답을 했다…
요즘 지아는 자주 혜란을 자신의 수술시간에 맞추어 움직이게 한다..
불안감 때문일까…아님…
수술실에 들어간지 4시간째…수술은 좀 처럼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지아 옆에서 시중을 들던 혜란의 다리에서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신혜란 선생..신혜란씨…”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혜란…
옆에 있던 간호사가 혜란을 살짝 흔들자..
“혜란아..~!!”
동료들의 부축에 혜란은 병실로 옮겨졌고..지아는 끝까지 수술을
마치기고 위해 수술실에 있었다…
긴 6시간의 대 수술을 끝내고 지아는 수술실에서 나와 혜란이 누워있는 병실로 갔다..
“열은?!”
“38.5도 입니다..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혜란의 곁에서 그를 간호하던 지석이 지아의 방문에 일어나 답했다..
지아가 묵묵히 누워있는 혜란만 보자…
“몸살에 피로가 쌓인 것 같습니다..링겔 맞고 조금 쉬면…”
“신혜란씨 일어나면..내일 모레까지 오프준다고 집에가서 쉬라고 하세요..
내가 내일 과장님 오시면 잘 말할 테니…”
현관에 두명..그리고..지아의 조사대로라면..1시간마다 교대를 하며..정원에서 2명씩 경비를 서며..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에 하나..지아는 그동안 조사한 이 집의 구조와 경비 상태를 상세히 기억해냈다..
먼저 지아는 담을 넘기위해..세콤과 연결된 전선을 잘라내었다…
그리고..감시용 cctv의 움직임을 읽은 후..천천히..몸을 숙여 담벼락을 넘었다…
‘세콤에 이상이 생겨서 대원이 도착하는 시간…이곳까지 약 5분..’
하지만..이런 어두운 저택에서 그리고..경비가 삼언한…이곳에서..세콤은 폼일 뿐…정작 쓰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자기 자신밖에 믿지 않으니깐…
담을 넘어 지아는 좁은 보폭으로 담벼락에 붙어 집의 뒷 정원까지 이동을 했다..
그리고..2층 발코니까지 올라 갈 수 있는 듯한 큰 나무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운일까..그녀가 나무에 올라가자 마자..아래에서는 경비를 도는 두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지아는 조심스레 2층 발코니로 들어갔다…
그리고..불규칙한 숨소리와 함께..여자의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시각 1시 30분..’
그녀의 조사 한바 와 같이..남자는 여자와 침실에 있었다..
문과 커튼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은 정신이 없는 듯 보였고..지아는 조심스레..
아나콘다를 장전시켰다…
아마 이 방 문 밖쪽에는 또 한 놈이 보초를 서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이니 만큼..그리고..이런 경비 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졸고 있겠지…
지아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리고..그와 동시에..살짝 발코니와 방을 연결하는 문을 열었다..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 조차 모르는 체,두 사람은 그저 즐기고 있었다..
커튼에 잠시 몸을 순긴 체..지아는 몸을 바싹 땅에 붙혔다…
서서히 침대로 다가갔다..
조용히 여자의 몸을 누르고 있던 남자의 등을 노렸다..그리고..아무것도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던 여자의 가슴도 노렸다…
단 10초만에 둘을 해치운 지아는 서둘러 발코니로 나와 나무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그리고..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그 저택을 빠져 나왔다…
‘현재 시각 1시 50분..휴..1시간 좀 안 걸렸군…’
지아는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아마 내일 신문 일면에 보도 될지도 모른다..아니..안 날수도 있지..
손 꼽히는 조직이니..뒤에서 손을 쓸 수도…
얼마나 달렸는 지 모르겠다..
차를 새우고 난 뒤 지아는 우선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평소의 지아로 돌아오는 것일까…
백밀러에 비친 지아의 모습은 언제나 도도하고 세련된 지아의 모습이었다..
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하는 시각..2시 30분…
아마 민준이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민준의 귀에는 벌써 들어갔을 수 도 있으니깐….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민준와 민재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끝나면 바로 오지..왜 인제와…”
“아직 자기네들도 모를 텐데 어떻게 알았어?!”
“애들 붙였었다…”
민준을 대신하는 조용한 민재의 말..
“너 우리 빼고 다 죽일 셈이야?!”
민준의 말에 지아는…
“..아니..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할 뿐이야..그리고..그 놈들이 한 짓에 따라..”
“……….”
아무말이 없는 민준이였다..
“원래 오빠 내일에 상관 안했잖아?!..근데 왜..”
“왜 참견하냐고?!..불안해서 그래..혹시라도 너마저 잃을 까봐…
아버지 마저 그렇게 돌아가셨는데…어떻게 다시 되찾은 넌데…”
“걱정마..그때의 강지아가 아니니깐..약속 할께…위험할 땐 꼭 오빠한테 의지한다고..그럼 되는 거지?!”
“그래…”
민준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미국에 있을 땐 몰랐는데..지아가 한국을 들어오고부터는 더욱 걱정만 되는 민준이다..
20편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걸까…
조용히 웃는 은혁과…뭔가를 계속 말하는 혜란…
그리고..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그러길래 쉬엄쉬엄하지 그랬어…그러다가 또 쓰러지면..
그땐 지아한테 그 정도로 안 끝날걸?!”
걱정을 해주는 듯..혜란에게 말하는 은혁의 목소리가 부드럽다..
언제부터..은혁이 혜란에게 저렇게 말했던가…
“내가 잘못 한걸 뭐…이제 괜찮아..집에서 엄마가 보약도 해주고..이제 끝덕 없어…”
혜란의 웃는 얼굴이 참 보기좋다고 생각하는 은혁이었다…
밝은 미소와..맑은 눈동자….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드는 두 사람 뒤로..조용히 뒤돌아서는 사람….
“김간호사 하루이틀 해봐요?! 어떻게 차트가 바뀐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그러다가 주사라도 잘못 놨으면 어쩔뻔했어요?!”
연신 소리치는 지아와..조용히..듣기만 하는 간호사..그리고….아무런 소리도 못하고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
“무슨 일입니까?!”
어느샌가 나타난 은혁이 아까와는 다른 무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그의 말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차트를 던져버리고 뒤돌아서는 지아….
언제부턴가 병원 생활에 짜증을 느끼는 지아였다…왜 그렇게 힘이 든건지…
“강지아!! 강지아 선생!!”
파란하늘..그리고..따스한 햇살..이렇게 따뜻하기 만한 날씨지만..
지아의 마음속은..겨울이었다..
병원 옥상으로 산책나온 많은 환자들과 의사 간호사들..그리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는 지아….
“니가 좀 심했다…”
지아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뭘..내가 발견하지 않았다면..그대로 주사 투여하고 약 지어 줬으면..그 환자
발작 일어나서 죽었을 지도 몰라..”
“김간호사도 정신 없어서…”
“됐어..”
은혁에게 대하는 태도가..갑자기 차가워진 지아…
지아는 은혁을 뒤로한체 옥상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그렇게 차갑워 보이던 지아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자기가 아니고는 그 누구에게도 그렇게 다정하게 말한 적 없던 은혁이었다.
아무리 친분이 두터워도 항상 경어를 쓰고 병원에서도…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그 였는데..
뭐가 그를 그렇게 바꾸어 놓은 것일까..몇일 동안 쌓아두었던..
그녀의 고민은 끝이 없었고..그리고..이렇게…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지아씨..그만 마셔요…”
“괜찮아요…이정도로 안 취해요…”
어느샌가 반쯤 비워져 버린 양주병을 보며..지훈은 계속 그녀를 말리고 있었다..
딱히 생각 나는 곳도..아는 곳도 없었다…
서울에 와서..은혁과 항상 함께 였던 지아는 다른 곳으로 가본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가끔..그가 아닌..현우와는 있었어도…
한잔 한잔 그녀는 계속 술병을 비워내고 있었다…그리고..어느새..술에 취했는지..
팔에 겨우 의지한체..탁자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
얼마남지 않은 양주병을 보며..지아는 다시한번 술을 따랐다…
하지만…술을 따르기 무섭게 사라지는 유리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