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 설치고 (유로전 그리스 러시아 보다가 그런거 절대 아니라는..)
지각이다, 싶어 반바지에 티 한 장 달랑 걸치고 헐레벌떡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아, 점심... 마침 지하철 역 앞에서 떡하고 귤을 팔더군요,
그거 배낭에 챙기고.... 많이 늦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양재역에 내리는 순간 등산복, 등산화, 지팡이... 복장 지대 착용하신 어르신들의 물결을 보는 순간 불길함이 엄습...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버스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줄. 졸라 많이 늦어지겠다 싶어 지요님께
문자날렸더니 지금 양재역으로 오고 계신다는 지요님의 답문자.
이쿵 벙개장이 지각이니.. 일단 안심!
청계산 입구에서 오늘걷지 않으면님 (튼실한 근육과 가공할 입담의 소유자. 좌중을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하셔슴다.) 과 처음 인사를 나누고...
먼저 도착해 있던 이소룡따라잡기님 (오늘님에 버금가는 입담, 초딩4년에 핸드볼을 인연으로 태권도, 축구로 운동인생유전을 거듭해오신 스포츠맨) 과 학교 선배분 (매너남에 그날 산행과 뒤풀이 장소에서 지대한 공헌을 해주신) 을 만나고
뒤어어 엉뚱한 효정씨 (중학교 2학년 6차원 소녀 효정이, 난 니가 무섭다.) 와 지요님 (이날 엄청 고생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그대의 희생정신에 소주 일잔!) 이 합류하면서 뻘쭘한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청계산행.
초면의 뻘쭘함으로 말없는 산행.... 이 되리라던 예상은 무참히 깨졌음다.
오늘님과 이소룡 이 두 분. 만나자마자 산 타자마자 즉석 만담콤비 결성.
두분의 머리 위에서 플랭카드가 나부끼는 듯 합니다.
‘발걸음은 무겁게! 입놀림은 가볍게!’ ㅋㅋㅋ
두분의 쉴새없는 개그에 웃다보니 산중턱 약수터에 도착. 다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 수분보충의 간절한 마음으로 약수터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남성분들.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지요님 목격!
크헉, 뭐지 저 강철체력은... 우째 땀 한방울... 왠지 모르게 쑥쓰러워진 남성회원들.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요님은 원래 땀 안 나는 체질이라고... 미확인 가설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데...
6차원의 사고관을 보여주는 우리 효정양, 백속에 덤벨 넣어 왔답니다.
별로 땀 안 흘립니다.
남성회원님들 조용히 약수물 받으시고 기로로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씨... 담배 끄느까......
중턱을 넘어가면서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더군요.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 상의들 하시는데.. 매봉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가 뒤쳐져 도착한 제 귀에 들립니다.
매봉 55분, 옥녀봉 25분.
허거덕,
‘옥녀봉, 이름 좋네’ 하면서 바로 옥녀봉을 향해 힘차게 누구보다 먼저 발걸음을 성큼 내딪는 기로로였슴다.
가다보니 효정이 정신을 깜박깜박 놓치는게 보이길래 지나가는 말로 툭 던졌습니다.
가방 줘~ 했더니 바로 주는 우리의 깜찍한 효정이. ㅜ.ㅜ
아훙, 지나가는 말은 그냥 지나가게 둬야지.. 왼쪽귀에서 오른쪽으로... 그걸 새겨들으면 안되지~~~~
어쨌든 공포의 백은 이미 제 손에... 제 눈에 어린 공포를 봤는지 어디서 감미로운 소리가 들리네요.
‘가방 저 주세요’
이소룡님 선배분께서 맘씨 좋은 눈으로 절 보고 말씀하시더군요. 절대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는 게 그 눈빛 속에서 진실하게 느껴졌다는.... 쿨럭...
그 와중에 지요님 탈 나시어... 등산로에 한켠 벗어난 벤치 주변의 나무 붙잡고 오바이트 해주시고
아, 이걸 어째... 그 옆에서 걱정의 한 마디를 툭 던진 우리들.
벤치에 모여서 물도 마시고 귤도 까먹고 ... 아픈 사람은 안타깝지만서도 에, 또 산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겟냐는 의견에 만장일치.
벤치를 테이블삼아 도시락을 펼칩니다. 김밥도 나오고 몽쉘 통통도 나오고 떡도 나오고 케밥도 나옵니다.
먹을 거에 눈 먼 우리들. 아파서 골골 대며 커튼재활용돗자리에 누워있는 지요님의 가방까지 습격해설라므네 가방 안에 케익이랑 훈제 닭가슴살이랑 방울 토마토랑 모조리 끄집이내다가....
언뜻 불어 온 청량한 산들바람에 제정신이 돌아옵니다.
아니,...뭐 그냥.. 뭐가 있나 본거지..뭐... 먹겟다는게 아니고... 주섬주섬 다시 챙겨넣고 우리들 꺼만 냠냠했슴다.
냠냠하는 동안 다시 이소룡따라잡기님과 오늘걷지않으면님의 만담 포스 작렬.
하하 호호 웃다가
스윽 시체처럼 누워있는 지요님을 봅니다.
괞찮아요? 미안한 마음에 괞찬다고 힘들게 사인을 보내는 지요님.
다시 하하 호호. 그러다 청량한 바람이 다시 불고.... 또 다시 지요님을 보게 되고... 어, 괞찬대.
다시 하하 호호.
아주 아픈 사람 옆에 뉘여놓고 염장질 지대로 질러주시는 우리들이였슴다.
웃다가 웃다가 안면근육이 지쳐서 누군가 외쳤습니다. 내려가자!
아픈 사람 잡아 끌고 하산했습니다.
친절한 혹은 엉뚱한 누군가가 헬기 부르자고 했습니다만 ‘거, 한 번 부르는데 이백마넌이야’ 하는 소리에 다 죽어가는 지요님 데불고 기어이 걸어서 하산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에 냉장고에 있던 일주일 된 케익이 잘못된 거 같다고 자가진단을 내리시는 지요님 옆에서 저와 이소룡님...
개장국은 국물이 끝내줘야 제맛이라는 둥 수육이 짱이라는 둥 성탄절 이브에 개장국 데이트 코스가 아삼삼하다는 둥... 이미 뒤집어진 속을 할라둥 발라둥 뒤집어대는 의견들을 심도있게 토론하였지요.
하산한 뒤엔 다행히 이소룡님 선배분이 차량을 가져오셔서 그 차량으로 지요님을 곧 바로 병원....
.
..... 에 데려다 줄 의도였다고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 행선지가 한강으로 변했습니다.
왜 변했을까요? 지금도 불가사의합니다.
차 안에서 깡통맥주를 홀짝거리고 있는데 옆 좌석에서 축 늘어져있던 지요님이 맥주 가리키며 달라합니다.
맥주 건네는 제 머리 속에서 불길한 상상이 스쳐 지나갑니다.
타는 목마름에 맥주를 마신 지요님. 위액만 남아있을 그 위장 속에서 맥주가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식도를 타고 넘어와 승용차 바닥에 촤아악 시원하게 깔아주시는 게 아닐까...
뭐 이런 상상을 하는 사이에 한모금 들이키신 지요님이 말합니다,
‘씨언하다~’
어머나, 뭐 이런 불가사의한 걸이... 다 있누.
글구보니 지요님은 전체적으로 예상외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십니다.
차가운 듯 깔끔한 인상이라 저처럼 간땡이가 밴댕이 싸이즈는 말 붙이기가 쉽지않아 보이는데 이거 뭐 무쟈게 털털하고 잘 웃고 (하긴 이소룡님과 오늘님의 만담에 안 웃는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깊어 보입니다. 게다가 사진으로 많이 봤지만 실제로 뵈니 간지 작살입니다.
(지요님아 저 잘했죠? 낙성대 초밥 사주세요~~~~)
그렇게 몰려간 한강에서 돌연변이 괴물이 출몰하던 원효대교 아래 그늘에 자리잡고는 아주 술판 지대로 벌려주시고....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은 남자, 진솔남군 합류하고 팬들의 열화같은 성화에 고수부지 놀이터에서 그 유명한 가로본능 보여주시사 놀이터에 있던 아주머니가 감탄사를 연발케하시고..
파주에서 날라오신 봉두띄님 자리해 주시고... 나싶란의 스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여주니 분위기 바로 업 되더군요.
그 탄력을 그대로 받아서 3차 신림동 순대촌 고고씽~
순대촌에서 전설적인 다이어트의 사나이 용이45님이 등장하십니다.
이분 청계산까지 오셨다가 저희를 못만나고 갈림길 이정표에서 어디갈까 상의하는 저희들 곁을 그냥 지나쳐가는 사고를 당하신 분입니다.
용이45님께 심심한 조의를 소주잔으로 표하고 마구 달려 주시는 울님들.
제 맞은편에 자리하신 오늘님 주량 소주19병. 이소룡님 주량 소주4병. 제 옆에 주량마저 비인간적인 솔남군이 자리하신 바람에 소심한 주량의 저 기로로텐트는 만취하여 헤롱대느라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기억나지 않내요. ㅜ.ㅜ
쓰다보니 넘 길어져서 스크롤의 압박을 선사한 점 지송하구요.
한마디만 덧붙이겠슴다.
우리 또 만나요~!
첫댓글 글 무쟈게 잼나게 쓰시네요 사진은 저 밑에 이소룡님 글에다 리플로 남겨놨습니닷, 구경하세요
지요님아 그 사진들 쓱싹 쎄벼와서 이 글에 붙이고 싶은 욕망이 불끈 불끈!! ㅋㅋ
용이45님은 재가 카페에서 쫒아내서 ㅋㅋ 순대타운으로 보냈답니다~~ 잘했찌요?? ㅋㅋ
컹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게로군. 잘햇다 6차원 ㅋㅋㅋ
ㅋㅋㅋ내별명6차원?
내이름 대빵 많내.. 근대 진짜 헬기 한번 부르는대 200만원? 으해핽 ㅋㅋ 타보구싶따 ㅋㅋ
도박으로 일억 따서 헬기 타라...ㅋㅋㅋㅋ
ㅋㅋㅋ 좋아써 ㅋㅋ
형~~~~ ㅋㅋㅋ담엔 좀더 높은 곳으로 가요.. 그래야 술 덜 먹죠..ㅎㅎㅎ
그대가 날 형이라 부르면 날 두번 죽이는 거라니까... ㅜ.ㅜ
형 왜그래 캬 글 잘~~아~~알 쓴다 벙개 참석하고 자리 지키느라 집에서 강퇴 당했소 이름바꿔서 재가입 할수도없고 암튼 글 잘~~아~~알 쓴다.
쪼르륵 다보인다 ㅋㅋ 술ㄷㄷㄷ
두번 죽입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
기로햄! 후기 잘 봤어요~ ㅎㅎ 오케!! 다음엔 꼭 참석하리다 ㅠㅠ
그 저녁에 파주에서 날라온 열의에 감동!!! 다음번에 초장부터 함께 달리자구요~ ^^
ㅋㅋㅋ 그래 보아요 ㅎ
우앙 마치 제가 참석한듯한 느낌이 들어용 만담콤비 담에 뵙고싶네요 글 너무 잘쓰신다는
핑크님께서 소집 한번 하세요..ㅋㅋㅋ
핑크 + 무한운동사랑 vs 오늘.. + 이소룡 팀의 빅매치가 부디 성사되길... 아주 대박날거야요. ㅋㅋㅋ
7월 5일은 피해주세요..ㅎㅎ 수원에서 친구 아들 돌입니다.ㅋㅋㅋㅋ
네 7월 5일은 피해서..찌요랑 상의해서 날짜 올릴게여
후기를 위해서라도 가로로텐트님은 담에 꼭 참석하셔야 할듯
아훙 캼쌰~~~ 칭찬이라면 바로 헤벌레입니다~ ^^;
기로로님 산행가셨구나!! 글 정말 세심히 잘 쓰시네요. 저도 다녀온 거 같아요. ㅋㅋㅋ
선님 담 벙개에 나오세요~ 초면의 뻘쭘함을 느낄 시간을 주지않는 훈훈한 사람들... 천지때까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