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암담하고 까마득한 참담함.. 이 상식 밖과 수준 밖의 인간군상들이 국회의원이라는 현실에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학벌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사람을 한 인물을 검증해 내는데 있어서 얼마나 허술하고 빈약한 체계를 갖추었는가 하는 점이다. 한 명은 학생운동을 대표하는 투사의 이미지를 또 다른 한 명은 제법 똑똑하고 잘 나가는(?) 방송인의 이미지로 세간에 인식되어졌는데, 그것을 밑천 삼아 입법권의 권한을 가지는 국회의원직에 올랐다고 해도 거의 무방할 것이다.
사실 헌법을 근간으로 돌아가는 공화국에서 법은 그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행사하는 이상 방송인이든 또 다른 전문영역이든 원칙과 상식을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 있고 역량 있는 인사들이 입법기관인 국회에 진출함을 적극 권장하며 바라는 것이지만, 허울뿐인 껍데기의 이미지만을 간직한 채 수구적인 정당들에 의해 물고기처럼 낚시질되는 이 땅의 정치현실이 낳은 비극적인 한 단면을 바로 이런 자들이 적나라하게 선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면 흔히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곳에 사는 유권자들의 수준이다"라고 단정짓기 쉬운데, 돈으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허수아비 종이당원이 무차별적으로 동원되어지고 이러한 질서와 관행 속에서 일반인(유권자)들이 정치결사체(정당)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력이 직접적으로 발휘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본다면 어차피 기득권 정치조직이 제비뽑기 식으로 나열한 인물군 중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투표권을 행사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고로 단순히 유권자 운운해가며 대중들을 질타하기에는 엄청난 괴리와 함께 무리함이 따른다고 본다. 이래서 정당에 당원(기간당원)으로 가입을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그러한 체계와 탄탄한 기반 속에서 진짜 정치인을 키우고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며 정치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정치조직(정당)에 얼마나 많은 시민 유권자들이 정당원으로 가입해 있느냐가 결정짓는다."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임종석이라는 한 여당의원은 수많은 시민네티즌들의 따가운 질타와 비판에도 굴하지 않은 채 패러디로 유명한 한 웹사이트에서 결코 동의 받지 않은 자신의 고유영역(?)을 개설해놓고 버티다가 급기야 불특정 대중을 상대로 '찌질이'라고 외쳐가며 개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한때나마 젊은 나이와 잘 포장되고 가꾸어져온 그간의 이미지로 장래가 촉망된 듯 보였던 그의 실체를 숨김없이 드러내놓은 꼴이다.
썩어빠진 매스컴의 집중견제나 그 어떤 공격 없이 지엽적이고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로 자기 자신을 망가뜨렸는데 불굴의 무대뽀 정신과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이 가져온 할말 없는몰골에 경의를 표한다. 80년대 군사독재시절 전대협 의장출신으로 학생운동을 진두지휘해가며 마치 시대정신을 담보하고 대표하는 자처럼 인식하던 일반인의 생각과 보유해온 이미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그 시절에 독재권력이 휘두른 공권력에 죽어간 사람들과 거리에서 광장에서 피땀 흘리던 자들을 욕보이고 의미 없게 만들 수도 있는 작금의 작태를 개탄한다. 분명히 할 것은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선봉에 임종석이 섰던 것(과연 서기나 했나?)은 사실일지 모르나 그자의 이름 석자가 그 모든 것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당시로서는 인터넷 시대를 예상하지도 못했겠지만, 시민네티즌들과 말장난을 하기 위해 민주화를 부르짖고 군사독재에 항거하지는 않았을 터이기에 더욱 그렇다.
초라하게 보잘것없이 망가져 가는 과거의 학생운동의 기수를 보고 있노라면 착잡한 심정이지만 감춰진 허상과 진면목을 유감 없이 드러냄을 다행으로 여기고, 민주화에 기여한 그 시대를 살아 내린 불특정 다수의 주인공들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감안한다면 그리 슬퍼할 것도 노여워할 것도 없다. 더러운 언론플레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심부름꾼과 진정한 일꾼을 뽑고자 하는 각오와 마음가짐을 단단히 다지게 된다면 차라리 임종석은 자신을 버려가며 기존의 일반인의 인식의 틀에 바람직한 균열을 내준 이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패러디 사이트에서 열심히 삽질중인 임종석말고도 방송인 출신으로 까마득한 같은 후배방송인의 몇 가지 멘트에 발끈하며 주책없이 나서는 이가 있으니 동물의 세계를 주제로 퀴즈프로를 진행하다 차떼기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역임중인 이계진이다.
의원신분으로서 자신이 한 달에 얼마의 돈을 국가로부터 지급 받고있는지(유류비, 기름 값)도 모르고, 국회의사당내에 비치된 현금지급기에 수수료가 없음을 금융조직의 영업전략에 빗대가며 당치도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초라함을 보여줬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 금융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눈에 봐도 특혜가 분명해 보이는 사안을 놓고 일일이 꼬투리를 잡아가는 모습에서 평소 피해의식에 단단히 시달리는 모양새다.
한 방송리포터의 멘트에 발끈해가며 해당방송사의 대표를 국회에 불러다놓고 추궁할 생각을 미련스럽게도 밝히고 말았는데, 알아야 할 것은 공영방송의 대표는 국회의원 체면 지켜주고 보호해주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관계가 틀린 것도 아니고 매체를 통한 따끔한 비판과 질타를 국민의 심복으로서 겸손히 수용하기보다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변명과 대책 없이 나대는 일관성 있는 졸렬함에 다시 한번 차떼기다움을 느끼는 바다.
아나운서출신으로 대한민국 언론계가 가진 구제불능수준의 문제점과 단단히 썩어들어 간 그네들의 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의제에 집중해가며 세월을 보내는 이 너절한 의원군상들의 앞날에 무한한 시련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