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재활 24-2, 여기서부터 재활이다
지난주 박현진 선생님과 동행 이후 이번 주는 해민 군과 둘이서 가보기로 한다.
양치질과 세안 후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려 한다.
아직 내 손길은 서투르고
해민 군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우선 적응 기간이라는 생각에
그런 고민을 더 소홀히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변명일 때가 많았기에….
박현진 선생님의 도움으로 준비를 마무리하고 집을 나섰다.
자동차라면 가리지 않고 반가워하는 듯한 해민 군이
주차장 이 차 저 차의 문을 찾는다.
이윽고 오늘 타고 갈 차에 올라 출발한다.
집에서는 여유 있게 나왔으나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는데,
사실은 길을 잘못 들었었다.
복지관에 가는 길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헷갈리는 길목에서는 이정표도 확인했기에 잘 가고 있는 줄 알았다.
가야 할 길을 이미 지나치고서야 알 수 있었다.
혹 돌이킬 수 없으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터널 진입 전 당황스러움이 극에 달했고 차분히 길을 검색하여
결과적으로는 꽤 둘러 간 셈이 되었다.
과도한 긴장은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비록 잘못 들어선 길이지만 그 길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며
길은 결국 통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정도를 찾아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라고 생각할 때가 숱하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도 나름의 여정이고
또 어딘가로 통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
다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무사하게 도착하여 계단을 오른다.
“먼저 지나가셔도 됩니다.”
뒤따라오시는 한 어르신의 길을 막는 것 같아 살짝 비켜드리며 말했다.
어르신은 괜찮다며 당신도 천천히 가실 거라며 넉살 좋게 응하신다.
코너를 돌자 반가운,
오늘따라 더 반가운 운동 재활 교실이 보인다.
김미숙 선생님이 문 앞으로 마중 나와 주시고
직원은 해민 군이 신발을 벗는 것을 도우려 한다.
“인사 먼저 해야지!”
아차 싶어서 해민 군과 나란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린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인사는 잊으면 안 되겠다.
계속해서 신발 벗기를 도우려는데,
“여기서부터 재활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신발 벗기도 결국 ‘한 발 들고 서 있기’가
가능하기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와 닿았다.
재활은 결국 일상을 위한 것이고 일상이 결국 재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고 겉옷의 지퍼를 내리고 벗는 것도 해민 군이 한다.
새삼스레 놀라웠다.
그동안은 해민 군이 어떻게 하면 옷을 입고 벗기가 편할지에 치중한 나머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미숙 선생님은 기대하는 만큼 기다리셨다.
오늘 수업에서는 팔과 다리의 협응과
자극이 근육에 해롭다고 생각되어 나타나는 반응을 살폈다.
계속되는 재활 수업이 근육을 용도에 맞게 쓰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척추기립근과 척추 측만/후만 등 척추에 대한 설명과
관절과 발목변형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해민 군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살짝 체중을 가하며 긴장을 더욱 풀어주니
유연성이 극대화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성과 관절의 가동 범위가 커진다면 더욱 올바르게 걷기가 가능할 것이다.
또 경직되어 펴는 근육 이용이 어려운 해민 군에게
무릎 서기가 (체간 유지에)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열정적인 선생님의 수업 덕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벌써 수업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이 해민 군을 위해 준비했을 시간이 얼마일지,
수업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일 테다.
그런 시간이 모여 가능하게 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해민 군의 재활은 여기서부터 계속될 것이다.
2024년 2월 1일 목요일, 서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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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와 집. 해민 군이 달리 행동하네요. 기대하는 만큼 기다린다. 김미숙 선생님,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양해민, 재활 24-1, 복지관 재활 수업 첫 동행: 경험이 자산
첫댓글 공감해요. 잘못된 길이라는 것도 내 생각. 그 길도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