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걸리는 소리에 삽으로 열심히 파던 윤영과 수위 아저씨를 말리던
은서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아저씨도 이상한 소리에 버둥거리던 몸을
삭히고 윤영이 판 구덩이로 눈을 돌렸다. 윤영이 손으로 흙을 쓸어 내고, 후후 불기도
하며 커다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나무 재질의 상자는 단단해 보이진 않았지만 꼴에 자물쇠가 달려 있어 부수지 않는
이상 열릴 것 같진 았았다. 아저씨는 이곳에 그런게 있었냐라며 눈을 둥그렇게 뜨고
상자를 보았다.
"어떡할꺼야? 열쇠도 없잖아. 태울꺼야?"
"…"
태워 없애라고 부탁한 현겸.
은서는 자신에게 책임을 맡겼고, 결정만이 남아 있었다.
.
..
....
'이거 너 먹을래?'
'……'
'친구주려고 만든건데… 그 새끼가 구라치고 토껴… 아니, 뭐. 어찌됐든. 너 먹어.
점심도 안먹은 것 같은데.'
'나 알어? 비켜. 빛가려.'
'……'
'…'
'마음에 든다!'
'…?'
'진이랑 같이 다니다 보니 선배고 후배고 할것없이 피하던데.
쿡- 이름이 뭐냐?'
시끄러운 매미 소리.
운동장엔 농구나 축구 따위를 하는 남자 아이들.
수다 소리로 가득한 교정.
다른 학교와 다를 것 없는 뜨거운 한낮 명옥고등학교의 점심풍경.
윤영이 건넨 울트라 파워 최강의 3단 도시락을 멀뚱하게 보던 옅은 갈색머리의 소년의
이마는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기로 했는지 나른한 기분을 채우러
소년은 눈을 감았다. 오늘같은 날에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느티나무는 어느것보다
소년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다. 윤영은 두세개 풀어진 교복 와이셔츠 삐뚤게라도
달려 있는 명찰을 읽었다.
'주 현 겸'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결국 그대로 집에 상자를 들고 왔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부수지도 못했고 버리지도 못했고. 그녀는 망설였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일이기에.
"미트소스 스파게티."
"지겹지도 않냐?"
"해주기 싫단 말이야?"
"됐어. 만들어줄테니까 너나 다 먹어. 난 이제 스파게티의 '스'자만 들어도 쏠리니까."
"흥. 얼른 만들기나 하셔."
지겹게 먹은 스파게티를, 그것도 종류가 수십가지인데 왜 하필 미트소스
스파게티인지 은서는 오늘도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고집했다.
윤영은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은서가 원한다니 어쩔수 없는 일이지.
변함없이 짧은 머리를 핀으로 대충 꽂고 프라이팬을 집어 드는 윤영.
은서는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어도 보고 tv도 이것저것 돌려 보다 결국 지쳤는지
서랍이란 서랍은 다 뒤져 보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에 땀을 뻘뻘 흘리는데
오히려 은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는둥 지겹다는둥 볼멘 소리를 해
윤영이 눈을 흘겼다.
"그렇게 어지르면 니가 다 치워줄꺼냐?"
"몰라몰라, 앨범 어따 뒀어?"
"앨범? 큰집에 있지 싶은데… 찾아 보려면 찾아보던지."
윤영이 대충 말을 하자 은서의 볼이 함지막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쿵쾅쿵쾅 소리를 발을 구르며 은서는 이미 열어 놓은 옷장의 문도 닫지 않은채
다른 서랍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손을 대지 않은 서랍이라면…
침대 옆 서랍.
부루퉁한 얼굴로 첫 번째 서랍문을 연 은서.
나름대로 보석함인지 칸을 나눠 각각의 목걸이며 반지며 악세사리가 즐비하다.
깔끔한 성격대로 칸마다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패션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은서가 그냥 지나칠리 없다.
별 생각없이 뒤적거리던 은서의 눈이 한 목걸이를 보더니 점점 커졌다.
그녀는 보석 감정사마냥 목걸이를 이리저리 흝어 보았다.
납작하지만 보통의 목걸이 팬던트보다는 크고…
아는 물건인데 생각이 안나는것인지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윤영아. 이 목걸이 어디서 샀어?"
"뭔데?…아………그거…"
"─아아앗!!!!!!"
당황한 윤영이 말못하고 우물쭈물했지만 은서는 목걸이에 신경이 팔려
윤영의 수상쩍은 행동을 살피지 못했다.
생각났는지 계속 우와,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는 거야?"
"어어, 알아. 이거 어떻게 구했어?"
"응?"
"2000년작 독일제 한정수량이라구. 몇 년전에 잡지에서 보고 너무 예뻐서 오려 놨었거든.
신기하다. 우리 나라에도 얼마 없어서 구하기 하늘에 별따기였을텐데…"
은서의 취미는 어울리지 않게 스크랩이다.
생소하게 다가왔다.
독일제니 뭐니 쥬얼리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으니…
그녀가 좋은거라면 좋은거겠지.
윤영이 겉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채로 스파게티 면을 건져냈다.
사실은 속으로 뭔데? 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지만.
"몇년이나 지났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말야.
이게 목걸이긴 한데 되게 특이하거든… 이거 누르면 열려."
은서가 둥근 사각형의 중앙에서 약간 밑으로 떨어진 곳에 박혀 있는 화이트 골드의
큐빅을 가르켰다.
은서가 한번 눌러 보려는걸 윤영이 재빨리 그녀의 손에서 목걸이를 채갔다.
"우- 치사하게. 안본다 안봐."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턱까지 차오른 듯 실로 오랜만에 감정.
두근두근, 불규칙적으로.
침대 밑에 넣어 뒀던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입에서 한숨이 새나왔다.
두 손으로 목걸이를 꽉 쥐고 은서의 말을 떠올려 봤다.
두근, 두근.
윤영의 예상이 맞다면. 자신의 예상이 맞는 거라면.
이제까지 장식용인줄 알았던 큐빅을 눈을 찔끈 감고 누르자 부드럽게 팬던트가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찰랑 거리며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찰랑거리는 소리에 윤영이 살며시 눈을 뜨자 역시- 라며 슬픈 웃음을 지어 보인다.
맞아 떨어졌다.
윤영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더니 어느 선에선 커다란 웃음소리가 멎어들더니 구슬프게 변했다.
별 뜻 없다면서…
목걸이를 열었을 때 원래 용도는 사진이나 조그만 쪽지를 보관했겠지만.
현겸이 윤영에게 건네준 목걸이는 조금은 다른 용도로 쓰였다.
바로 상자의 열쇠였다.
2005.09.10 캔디
갑자기 뒤죽박죽으로 빠른 전개에 놀라지나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이상한점과 어색한점은 말씀해 주십시요, 바로 수정 들어가겠습니다;
꼬릿말 감사합니다. 여전히 잘 읽고 있어요!
첫댓글 안놀랫어요 ^ㅇ^ 현겸군이 별거아니라며 주던목걸이.. 자신이 숨겨놓은 상자 속을 ㅇ_ㅇ,. 윤영양이 봐주길 원한건가봐요 ^ㅇ^;; 하하.. 상자속이 굉장히 궁금해져요 ^^;;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ㅇ^
기다렸어요 >_< 인제 어떻게 나갈지 >_< 히히이잉 궁금해 죽겠어요 엊그제도 어제도 계속 기달렸었는데 이제서야 올리시다니 TㅂT 오늘도 재밌게 읽고 가요 완결편까지 쭈우우욱~~~ 홧~~~~~띵!!!!!!!! ㅋㅋㅋㅋㅋ
목걸이에 이런 의미가ㅜㅜ현겸이랑 빨리 잘됐으면 좋겠어요ㅜㅜ 으~ 잠온다ㅜㅜ
도대체 상자안에 무엇을 넣어논 걸까요? 정말 궁금해요^^// 빨리 다음편
기다렷어요 ! ㅜㅜ 빨리다음편이궁금해지네요 ! ㅜ
ㅠ-ㅠ빨리해피모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