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이(시츄/여/17살 추정/3.5kg)
2017.12.23.~ 2021. 8. 9. 18:15
오지 않을 거 같은 그날이 왔어요.
우리 포근이는 평온하게 잠들었습니다.
전신디스크에 심장약을 먹고 있었고
막판엔 방광염과 쿠싱이 있었지만
가는 날까지 폐수종이라던가 기침 한번 없었고 몸은(특히 목은) 뒤로 젖힌채 굳어갔지만
호흡수도 안정적이었어요.
제 느낌으로는 명이 다해
정말 서서히 죽어간 거 같았어요..
포근이가 떠나고
감정 요동치는 게 너무 버거울때마다
이렇게 생각하곤 했어요.
내가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떻게 했어도
포근이는 그날 그 시간에 떠났을 거라고.
내가 더 잘해주거나 더 못해줬어도
그날 그렇게 떠났을 거라고요.
그리고 예전 임보일기를 쭉 보았어요.
너무 많은 걸 까먹었더군요..
포근이랑 빛나가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포근이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같이 엉덩이 븥이고 자고
마리랑도 단짝이었더라구요.
포근이가 까칠하다고 느낀 건
포근이가 아파서 예민해져서 그랬던 거지
포근이 자체가 그런 성격이 아니었던 건데..
아팠던 시간이 길어지니
제 생각도 이렇게 굳어버린 거 있죠..?
신랑 목도 베고 자고 제 다리에도 붙어 자고...
그런 애교스러운 모습들이 사진으로만 남아 있고
제 기억에선 다 사라졌더군요...
제가 이 아래에 구구절절이 그때의 상황을 남긴 건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함도 있고
곧 다 까먹을 거 같아서...
정말 제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 마냥
잊혀지는 게 너무 많아서
그게 무섭고 두려워서 기록해 두었습니다.
길기도 길고 중언부언 한 것도 있어
읽으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우리 포근이 이쁜 사진 보시면서
잘지내고 있으라고 인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늦었지만 포근이 보내는 날 쓴 글에 위로주신 분들 감사드리구요. 포근이를 만나게 해준 해레에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사랑하는 울 아가♡
언니가 포근이 빛나랑 사이좋았던 거 기억했으니까, 빛나가 우리 포근이 마중나와 줬다고 기대해도 되겠지?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때는 좀 더 일찍 만나자
사랑해 우리 아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그곳에선 예쁜 세상 많이 보고
건강한 다리로 신나게 뛰어놀고 있으렴
1. 아무리 곱씹어봐도 정말 완벽한 하루였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렇게 행동했을 거 같은 그런 날이었다.
빛나가 병원에서 거의 숨이 멎은 채 떠나 보낸 이후 나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포근이가 떠날 때 같이 있어줄 수 있을까.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너 떠나보낸 사람들의 글을 통해 알게 된 눈알이 뒤집힌다던가, 주저앉는다던가, 부르르 떤다던가, 갑자기 짖는다거나 하는 등등의 싸인들.
포근이는 성대수술이 되어 있어 짖는 소리가 쇳소리처럼 들렸는데 그마저도 힘이 빠지면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포근이와 다른 공간에 있을 때는 귀가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다.
눈은 나에게 오기전 적출 된 상태였고.
포근이는 어떤 식으로 나에게 싸인을 보낼까.
그게 늘 걱정되고 궁금했는데 그날은 조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기름진 걸 먹이지 말라고 했지만
며칠째 입을 꽉 다문 포근이었기에
나는 무엇이라도 먹여야 했고
오후에 주사기로 사골국물을 좀 주었는데
잇몸이 좀 하얘져 있는 걸 발견했다.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잇몸이 하해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막 깨닫던 참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골 국물을 주사기로 한 번 주었지만 그것도 토해내고 점점 기운이 없어지는 포근이를 느낄 수 있었다. 7개월된 우리 딸 지효가 낮잠을 되게 짧게 자는 편인데 이날 따라 한번에 3시간 가까이 낮잠을 잤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포근이를 계속 쓰다듬어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효가 다른 강아지들이랑 찍은 사진은 많은데 포근이는 아무래도 움직이지 않다 보니 같이 찍은 사진을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같이 사진 찍어야지 하고 우리 이불로 옮겨주니 끙끙대는 것도 좀 가라앉고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애기 이유식 먹이고 분유 먹이고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강아지들 밥을 다 주었다.
그리고나서 지효 옆에 눕혀 놓은 포근이를 보고 그냥 우리 이불에 눕혀서 재워야지 하고 기저귀를 채우려고 하는데 뭔가 느낌이 싸했다.
그때가 딱 여섯시였고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퇴근 했냐고 조금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포근이가 좀 이상한 거 같다고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그러고 포근이를 꼭 안아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지가 따뜻해졌다...
조금만 버티라고 오빠보고 가야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몇 번의 숨이 넘어가는 듯한 호흡을 하고는 멈춰버렸다. 한 5분? 10분?
갑자기 그렇게 떠나버린 것 같다.
심장은 여전히 콩닥콩닥 뛰고 있었지만
호흡은 멈췄고 몸은 서서히 굳어갔다.
정신없이 울다 문득 쉬는 했는데 응가는 안했나 싶어 확인해보니 엄지손가락만한 황금 변이 붙어있었다.
한 4일 전부터 곡기를 끊은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니가 목구멍을 닫아도 그건 니 마음이고 우리는 무조건 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렇게 힘든 애한테 강급을 했었다.
근데 그렇게 변을 보니깐 그래도 너무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떠난 거 같아서... 그게 뭐라고 그렇게 위안이 되었다.
2. 떠나기 열흘 전 병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았다.
그리고나서 떠났으니 내가 또 무리하게 병원에 데리고 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극소량이지만 혈뇨를 보았기에 병원을 안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고 심장초음파 본지도 오래돼서 봐야 했고 그러는 김에 정기검진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방광염이랑 쿠싱 진단을 받았다. 그 외에 다른 장기들은 다 괜찮았다. 신장, 간도 괜찮고 심장초음파 결과도 피검수치도.
쿠싱 수치는 꽤 높게 나왔지만 약은 최소 용량으로 시작하였는데 먹은 첫날부터 정말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밤에 깨지 않고 푹 자는 포근이를 보고 검사하는 게 고생스러웠겠지만 그래도 너무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동안 다음다뇨로 시간마다 깨곤 했는데 쉬하면 치워 달라고 짖고 쉬를 많이 하다 보니 목마르다고 짖고...
혹시 그동안 몸이 너무 힘들어 다른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약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편하니 죽을 준비를 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괜히 약을 먹여서 빨리 보낸 거 아닌가 싶다가도 또 그렇게 괴로워하는 거보다는 이렇게 가는 게 더 나은 건지도 모르겠네..
3. 포근이가 떠나던 그날. 나는 그날 아침 처음으로 좀 버겁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까. 내 능력 밖의 일이 아니었나.
맞벌이하면서 강아지 다섯 키울 때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급 저하돼서 그런 건지 아기 때문에 그런 건지..... 혹시 그걸 포근이가 안 걸까? 후...
올해만 벌써 두 번째 헤어짐.
너무 내가 생각했던 것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나에겐 그런 공포가 있었다. 내가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아이들이 죽어 있으면 어떡하지? 홈캠으로 응급상황인 걸 발견했는데 제때 조치를 못해서 그렇게 죽으면 어떡하지?
그래서 적당한 때에 육아휴직을 하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믿었다.
내 품에서 보내야지 보내야지...
그런데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내가 마치 떠나기만을 바랬던 것 마냥 어떻게 그렇게 가버리는 지...
어제 가나 오늘 가나 내일 가나 한 달 후에 가나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건 안다. 시간을 끌어 봤자 아픈 네가 힘들고 병수발 하는 내가 힘들고... 그렇게 다 아는데도 그립다.
몸이 힘든 건 이리도 금방 잊혀지네.
4. 언니가 그때 새벽에 빛나 떠나고 아침에 바로 보내줬거든.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 거야.
충분히 아파하고 힘들어할 시간을 가져야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았거든.
그래서 이번에는 포근이랑 하룻밤 같이 자기로 했어. 언니랑 오빠 사이에 포근이 두고 밤새 만지면서 잠드는 데 중간에 깨서 보니까 마리가 그 가운데 껴 있는 거 있지? 마리가 작별 인사를 한 걸까?
아니면 언니도 그냥 다 두고 떠나버리고 싶었는데 그거 붙잡아 준 걸까...?
우리 아가 얼마나 깨끗한 모습으로 떠난 건지 언니가 아무 손도 될 게 없더라. 여전히 너무 보드랍고 냄새도 하나도 안나던 걸. 이미 오후에 두 차례 토를 해서 그런지 입에서 나오는 건 하나도 없었어.
언니도 나중에 떠날 때 그렇게 깨끗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빛나는 떠나고 나서 밥그릇 하나 달랑 하나 남겼는데 우리 포근이는 더 미니멀리스트인 거 있지? 유동식을 줬던 터라 주사기 그거 하나 남겼어. 그래서 언니는 포근이가 떠났지만 정리할 게 하나도 없더라. 고마운 내 새끼.
5. 포근이 정말로 떠나보내는 날 언니가 뭐 때문에 많이 울었는지 알아? 우리 포근이는 앞도 안 보이고 걷지도 못하는데 무지개 다리 잘 건널 수 있을까?
성격도 그렇게 좋진 않은데 친구들 잘 따라가려나? 소외당하진 않으려나? 이런 걱정들.
근데 사람들이 그랬어. 무지개 다리 진작 도착했다고 말야. 무지개 다리는 엄청 건강할 때 예쁜 모습으로 건너는 거래. 너무 다행이더라..
포근아, 언니 하늘만 보면 포근이 생각이 나네.
언니가 애기 잘 키울 수 있게 많이 응원해줘. 우리 포근이천사와 늘 함께한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주의⚠️ 동영상은 포근이 가던 날 찍은 거예요. 정말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심약하신 분들에겐 권하지 않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포근이도 안녕
첫댓글 포근이가 빛나가 있는 곳으로 소풍을 떠났군요...
사진과 리오님 글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리는데 제 마음도 너무 아프네요.
리오님이 마리에 이어 영주 아이들 셋을 입양할때 솔직히 걱정이 많았어요. 나중에 힘들어하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제가 괜히 걱정했네할정도로 너무 잘하셨어요..
아이들도 알거예요. 그리고 엄청 행복한 시간이었을거예요.
영주아이들이 하나 둘 갈때마다 참으로 많이 속상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많은 회원님들의 도움이 있어서 그 아이들이 구출되고 해레에 들어올수 있었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알기에 슬픔보단 따뜻한 가정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냄에 감사하네요...
포근이 잘 보내주시고 많이 슬퍼해주시고 남은 아이들위해 또 힘을 내주세요..
포근이랑 빛나, 둘이 잘 지낼거예요..
리오님 글 꼼꼼히 다 읽었습니다.
동물 호스피스는 동물에게
"그때가 오면 내가 널 위해 곁에 머무르고, 삶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너와 함께 춤을 출께"
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리와 리오님 가족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며칠전에 그런생각을 했어요 우리 달님이를보며 저 조그만 머릿속에는 무슨 기억들이 있을까 그저 엄마아빠랑 산책다니는 동네와 가끔씩 나가는 강변과 공원 아빠랑 타는 오토바이 그리고..우리가 사는 이 집이 달님이 기억의 전부이겠구나..그러다가 문득 이 집에서 봄여름가를겨울을 보내면서 달님아~하며 불러주는 우리가족 밤이면 소파에 누워서 같이티비보다 잠이들고 그러다 눈뜨면 보이는 저와 남편 아이들의 자는 얼굴들..같이 화내고 웃고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달님이가 사는 세상의 전부이겠구나...행복할까 저 조그만 몸과 기억에 우리가 너무 해주는것이 없지않았나하는..... 리오님, 포근이의 세상에서는 늘 맡아지는 리오님과 남편분의 향기 목소리 웃음소리 자자고 토닥여주는 손길 늘 같이 사는 친구들의 냄새 그리고 태어난 동생아기..그래서 더 커지고 좋아진 집안의 분위기.. 아이가 울때마다 안고 어르는 나지막한 언니 오빠의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들던 포근이의 모든세계를 사랑했을거예요
리오님과 가족들의 평안을 빕니다.
아... 정말.....
마지막숨을 내쉴때 식구들과 함께여서 편안했을꺼예요~그 어떤걸 택해도 우린 택하지 않은 다른 상황을 두고 후회를 하게 될테니 마지막 우리의 선택에 맘아파하지 마세요~~
포근이는 리오님 품에서 가는길 덜무섭고 평온했을거예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포근이 그곳에서 편히쉬렴...
포근이가 리오님 품에서 갔네요. 저도 빛나처럼 병원에 데리구갔다가 금새 보낸 애기가 있어요. 병원에 가야했는지, 가지말았어야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너무 힘들게 보내서 지금도 후회해요. 앞으로 우리 애기들은 집에서 편하게 가길 바랍니다.
힘드셨겠지만 포근이는 가족과 함께여서 덜 무서웠을겁니다.
포근아 안녕. 빛나랑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기다려주렴. 나중에 우리 초롱이랑도 만나줘
포근이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 잊지않으려 하시는 리오님의 그 마음이 너무도 와 닿아요..
얼마 전에야 큰리오의 동물변경신고를 마쳤는데..
명단에서 사라져버린 이름에 다시 또 그때의 이별이 생각나 깊은 슬픔이 몰려오더군요ㅜ
포근이 마지막을 엄마 품에서 보낼수 있었던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그게 시간이 지날수록 큰 위로가 되더군요..
포근이, 빛나 모두 가족들의 넓고 깊은 사랑 다 품고 편히 떠났을거에요.
가족들 깊은 슬픔 잘 이겨내고 평온한 날 맞이하시길 바래요..
포근아..빛나랑 다시만나 잘 지내고 있지?
마리와 깜순이는 좀더 많은 시간이 흐른뒤에 다시 만나자♡♡
리오님...
포근이도..빛나도 리오엄마맘속에서
힘내시라고 하고 있을거예요...ㅠㅠ
늦은 댓글이지만....
기운내시어요...ㅠㅠ
포근이도 엄마아빠 품에서 편안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리라 믿어요.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행복하시길...
저희도 늘10~15 을 유지했던 숫자가 이제 9 애기들남았네요.저도 젊을땐 체력적으로 문제없었기에 충분했지만 애기들과같이 나도 늙어가니 사실 체력이 안독서 애기들에게 미안하고 뭐한다고 약한마음에 애기들입양을 이리했을까 싶을때도있었는데 어느새 그냥일상이되버리더라구요 한아이 갈때마다 애들이 그렇게 만아도 그자리가 정말크게 느껴지고ㅈ그래요.
마지막 애기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려할수있도록 다짐하며 병사말고 그냥 명을ㅈ다해서 떠나길 늘 기도한답니다.
리오님맘이 공감이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