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 보름
천지인 삼자가 합일하고
백의민족 하늘 뜻 따라 화합 하는
한 해를 시작 하는 새달의 한 가운데
정월 대 보름
대들보에 명태 달고 안택을 하여
사람 짐승 무탈 기원 소지 올리고
풍년을 기원하며 오곡밥 먹고
깡통에 관솔불 담아 망우리 돌리고
짚더미에 불을 붙여 달집 태우고
잠이 들면 눈썹 센다 밤을 새우고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 부럼 깨물고
“아무개야”
“왜”
“내 더위 사게”
해뜨기 전 친구에게 더위를 팔던
일 년 중 제일 큰 달
정월 대보름 초상이 났네.
임진왜란, 병자호란, 육이오 동란에도
언제나 그 자리서 굳건히 버티어왔던
육백 년 이어져 온 민족의 자존심
민족혼 남대문 새해 맞은 정월 초에
뜨거운 화마(火魔)가 삼켜 버려
기나긴 육백년을 다섯 시간 만에
시꺼먼 숯덩이로 토해놓았네.
오호 통재라,
국보 1호 남대문이
쥐불놀이하는 불씨이던가?
짚더미 쌓아 놓은 달집이던가?
민족혼 숭례문을
가는 정권 어두워 불을 밝혔나?
새 정권 잘되라고 소지 올렸나?
육백년을 받치고 있던 천년 묵은 나무
한이 맺혀 억울하여 뿜어대는 연기가
미친 여인 풀어 헤친 머리칼 같아
가슴이 찢어지며 심장 터지네.
일 년 중 가장 큰달 정월 대보름
국보 1호 초상난 정초시작에
어떻게 부럼 깨물고 찰밥 먹으며
무슨 염치로 쥐불놀이 달집 태우나?
휘영청 밝은 보름달 밑에
불에 타 까맣게 까슬은 심장
불탄 고추 바지 밖에 내 놓은 것 같아
부끄럽고 염치없어 얼굴 뜨겁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