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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huv.kr/fear80785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하면 천국가고 나쁜짓을 많이하면 지옥 간다고?
살아서 무슨 짓을 했든 죽으면 다 똑같이 지옥으로 온다.
물론,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것 처럼, 1000도씨의 끓는 용암에 목욕하고 유황불 가스에 고통받으며 물 한방울 없어 헥헥대는 그런 지옥은 아니다.
단지 전생에 지은 죄의 무게에 따라 지옥에서의 취급이 다를 뿐이다.
생전 주위에서 손가락질 받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남의 물건에 손대는 등 죄질이 무거운 사람들은 지옥사회에서 가장 낮고 지저분한 일을 맡게 된다.
지옥도 어차피 죽은 사람들 사는 곳이라 그들이 먹고, 싸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은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이 곳은 그 어떤 과학기술도 통용되지 않아 맨손으로 돌을 캐고, 주먹으로 나무를 깎고 맨몸으로 날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만약 본인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게으름을 피우거나 요령을 피우다가 사방에 깔려있는 지옥의 눈에 띄게 되면 더 깊은 지하로 끌려간다고 한다.
한번 끌려간 자들을 다시 본 사람은 없었기에 후기를 들을 순 없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팔다리는 모두 잘려 거름으로 사용되고 혓바닥이 잘린 채로 머리와 몸뚱아리만 남아 지하오물들에 담겨서 영겁의 세월을 눈물로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낮고 지저분한 일을 하는 지옥바닥층 사람들은 '지옥로또'를 구매할수도, 설령 당첨이 되더라도 당첨사실을 밝힐 수 없다.
지옥에서 감귤농사를 지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초보 농부 김씨는 지옥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나 정식지옥인 허가를 받게 되었다.
정식지옥인 허가를 받게되면 독립 거주가능, 초기부여직업변경, 계좌개설 등 지옥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다.
"어이 김씨, 그렇게 좋아?"
정식지옥인 허가를 받은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싱글싱글 웃으며 나무를 다듬은 김씨에게 허씨가 다가와 물었다.
"아무렴요."
김씨가 이렇게 즐거운 것은 정식지옥인 허가를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식지옥인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 그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지옥로또'가 구입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옥로또를 살 수 없는 하층민들과 일부 현세에 가족이 없는 지옥인들은 지옥의 지옥로또 문화에 대해 대부분 비관적이다.
현실 로또와는 다르게 오직 1등에게만 보상이 주어질 뿐 아니라, 그 보상 또한 실질적으로 본인의 지옥의 삶에 도움이 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전 가정적이었고 화목한 집안에서 자라 가족들의 품안에서 지옥으로 입성한 정식지옥인들 중에 지옥로또를 매주 구매하지 않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김씨가 정식지옥인이 된지 5년이 지난 시점.
매일 열심히 일하며 매주 꼬박꼬박 지옥로또를 구입하던 김씨에게도 드디어 1등 당첨이라는 지옥생 최대의 이벤트가 발생했다.
누구는 몇십년, 몇백년을 노력해도 한번 되기 힘들다던 지옥로또 1등을, 지옥새내기 김씨가 해낸 것이다.
지옥인들 사이에서 유난히 성실하기로 유명한 그 인데다가 주위사람들을 돕는데에도 전혀 인색하지 않았고, 매일 잠들기 전 지상에 놓고 온 부인과 아들, 딸의 사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먼저 떠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그들의 삶이 더이상 힘들지 않기를 기도하던 김씨였다.
지옥의 최고 행정기관인 지옥청, 그 중에서도 가장 경비가 삼엄하다는 맨 옥상층에 김씨가 들어섰다.
지옥청 관리자, 지상에는 염라대왕으로 잘 알려진 최고 권력자 앞에 김씨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1등 당첨 사실을 알렸다.
"그래, 보상은 너도 잘 알겠지."
"예. 그렇습니다."
"너도 알겠지만, 지금 현세의 사람, 그 중에서도 단 한명만 적용 가능하다. 이것도 알고 있느냐?"
"예. 알고있습니다."
수십명의 지옥청 경호원들이 2열로 쭉 늘어서있고, 그 끝의 황금옥좌에 앉아 내려다보던 지옥청관리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김씨에게로 다가갔다.
김씨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낮추고 희열반, 두려움반으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어깨위에 조심스럽게 양 손을 얹은 지옥청 관리자는 천천히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 문으로 들어서면 현세에 내려가 네 소원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한다. 지상세계 기준으로 정확히 10분, 그 이상을 남게되면 강제로 끌고 올 수 밖에 없으니 늦기 전에 돌아오라."
"네. 알겠습니다."
"네 손목에 지옥사로 꼬은 실을 묶어두었다. 이 실의 매듭 끝이 다 타들어가면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니, 끝이 다 타서 없어지기 전에 이 실을 두번 짧게 잡아당겨 돌아올 수 있도록 하라."
김씨는 자신의 왼쪽 손목에 묶인 반투명한 검은 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늦기전에 가거라.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 여자가 공원 시계탑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 몰래 훔쳐보는 한 남자도 있다.
점심시간마다 공원에서 산책하던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 우연히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책을 읽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 후로 매일같이 그녀가 오는 시간엔 어김없이 그 또한 같은 자리에서 몰래 그녀를 훔쳐보곤 했다.
그녀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던 어느 날. 며칠을 멀리서 바라만 보던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책을 덮고 일어나려던 여자의 머리 위로 잔뜩 긴장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정장 안주머니 속에 숨긴 그녀를 만나면 할말과 할행동을 적어둔 쪽지가 있었고 이 순간을 위해 몇날 몇일을 연습했던 남자였지만, 막상 직접 해보려고 하니 목 뒤로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은 긴장감을 숨기지 못해 잔뜩 일그러졌다.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쓸어넘기는 여자에게 드디어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기요..."
그리고 몇분이나 지났을까.
여자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공원 분수대 물줄기처럼 시원하게 퍼져나갔다.
남편을 떠나보낸지 6년이 지났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이 죽은 뒤, 먼저 떠난 그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원망하고 그리워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난 남자의 모습에 그녀는 굳어버렸다.
그러나 놀란것도 잠시, 이 모든 상황이 꿈인 것을 인지한 그녀의 놀란 얼굴은 다시 슬픈 얼굴이 되었다.
"...여보, 거긴 지낼만 해요?"
"응...많이 보고싶었어."
"이렇게 먼저 가면 남겨진 우리들은 어떡하라고 그랬어요."
"...미안해."
여자의 원망섞인 울음소리를 신호로, 남자와 여자는 6년만에 다시 서로를 끌어안았다.
"...나 너무 힘들어요. 나도 거기서 같이 지내면 안돼요?"
"여보까지 떠나버리면 우리 애들은 어떡해. 난 항상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께. 끝까지 살아."
남자는 지옥에서 흘렸던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여보 여기 마지막 날. 내가 꼭 데리러 올게. 그러니까 그때까진 제발 살아있어줘. 알겠지?"
전에 같이 살던 집, 침대가 놓여있던 방이 어느새 그와 그녀가 처음 만났던 공원 분수대로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왼쪽 손목의 타들어가는 실의 심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곳."
"내가 어떻게 잊겠어요. 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준 곳인데."
"...여보 나 이제 다시 돌아가야돼. 그러니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
"안돼.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어느새 그때의 그 모습으로 돌아간 남자는 그 날 입고있던 정장의 안주머니에서 꼬깃하게 접긴 쪽지를 꺼냈다.
"...여보한테 이걸 전해 주고 싶었어. 나가거든 꼭 읽어봐. 약속이야. 알겠지?"
"...네 알겠어요 여보.."
여자의 손에 쪽지를 꼭 쥐어주고 남자는 힘겹게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나중에 다시올게.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마. 하고싶은거 하고 먹고 싶은거 먹고 가고싶은데 가고..."
"..."
"내가 살아있을때 못해줘서 미안해. 그래도 이렇게라도 전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
"...나 이제 갈게.."
"..자..잠깐만ㅇ.."
여자의 마지막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심지가 거의 다 타 없어져가는 실을 두번 잡아당겼다.
곧바로 그는 다시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고, 혼자 남은 여자의 배경은 아까의 그 공원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바뀌어있었다.
눈물, 콧물자국으로 얼룩진 베개에서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창 밖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었고, 이제 막 어둠이 걷히려하는 이른 아침이었다.
어제와 별 다를일 없는 오늘이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생각을 달리하여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그녀의 손에 꼭 쥐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했을 때였다.
[(책 다 읽고 덮을 때 가기)]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전 김진웅이라고 하고 여기 근처에서 일해요.]
[(더듬지말고 천천히 그리고 웃으면서 얘기하기)]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얘기해도 괜찮을까요?]
[.....]
처음, 그가 그녀를 만나기 전에 할 말과 행동들을 쭉 써내려놓은 쪽지였다.
첫 만남때를 생각하며 한참을 울면서 읽어 내려가던 그녀는 마지막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그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여보, 시간이 없어 이렇게 편지로 내 마음을 전할 수 밖에 없었어. 미안해요. 내가 죽기 전에 더 잘해줬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더 미안해요. 난 항상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기 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아야되요.]
그녀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쉰 뒤에 다시 읽어 내려갔다.
[뒷장에 내가 도움이 될만한걸 적어놨어요. 이거면 아들 딸, 학비는 물론 입고싶은 옷, 먹고싶은 음식, 하고싶은 모든걸 다 하고 살 수 있을거에요. 이것 밖에 못해주는 못난 나지만,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 한편으론 감사해요. 지금까지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해요.]
쪽지를 뒤집어보니, 앞전엔 없던 작은 숫자들이 보였다.
[6, 16, 24, 31, 34, 41]
토요일 아침, 간밤에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인 거리를 걸으며 오랜만에 외출하는 그녀의 뒤로 신문 가판대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주 로또추첨, 역대급 당첨금 450억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눈물자국을 지우려 눌러쓴 모자와 선글라스 아래로 떨어지는 눈물은 차마 숨길 수 없었지만, 코트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입가엔 그래도 미소가 조금은 걸려있었다.
첫댓글 찐사랑이네요..
저런남편좋다
죽어서 돈주는..
와 개훈훈해
이게 찐개비지 해피엔딩 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