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성적으로 자기중심적 존재일까, 아니면 사회적 존재일까?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자신을 아낀다. 우리는 위험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며 자신을 위해 보다 많은 이익과 재산을 얻으려 한다. 또한 사람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자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에 처한 이웃을 구하려 하기도 하고 불우 이웃을 돕기 도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 두가지 입장이 각기 극단적으로 표현된 적이 있었다. 경험주의자인 영국의 홉스(T. Hobbes,1588-1679)는 인간을 오로지 이기적인 존재라고 규정했던 반면, 계몽주의자이자 낭만주의자인 프랑스의 루소(J. J. Rousseau,1712-1778)는 인간은 그 타고난 본성 속에 이기적인 마음뿐만 아니라 이웃을 위하는 마음도 들어 있다고 보았다.
인간을 오로지 이기적 본성을 지닌 존재로 파악하느냐 또는 사회적 본성을 지닌 존재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도 서로 달라진다. 홉스가 인간의 자연적 욕구와 이기심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로 했던 반면, 루소는 인간이 그의 자연적 욕구와 이기심을 따른다는 것은 욕구에 끌려 다니는 노예의 삶일 뿐 참다운 자유와 인간성을 실현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공동체 속의 삶을 중시하고, 개인은 그 공동체의 목표와 이상의 실현에 참여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근거에서 루소는 근대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사회를 비판하였고, 이것은 사회주의 이론의 효시가 되었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자연을 투쟁의 대상으로 보고, 그로부터 자연권 확보를 위해 사회계약에 의한 리바이어던과 같은 강력한 국가권력이 발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서로 다투던 자연 상태 속의 인민들이 그들 개인의 권리를 양도하여 주권을 창조했다고 보았다. 그는 국가의 이름을 리바이어던이라고 불렀으며, 이는 국가가 사회계약에 의해 창조된 인공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리바이어던은 당시 영국 왕당파의 정치적 프로파간다였다.
이 책은 유럽에 망명 중이던 찰스 2세에게 헌정되었으나 거절당했다. 찰스 2세는 백성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맺은 계약으로 왕이 권력을 얻는다면, 왕의 권력은 아래로부터 형성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홉스의 논리 대신에 왕권은 신이 준 것이라는 왕권신수설을 채택하였다. 홉스의 책에서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은 그의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홉스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입장에 있었던 존 로크에 의해 수용되었고 로크는 홉스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한편 루소는 《사회 계약설, 정치적 권리의 원칙》이라는 논문에서 불가분하고 양도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계약설을 주장하였다. 주권의 불가분하고 양도될 수 없는 특성은 그의 직접민주제에 대한 옹호를 나타낸다. 루소의 이론은 로크의 개인주의적 입장이기보다는 공동체적 입장이다. 그에 의하면 개인은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고, 공동체의 이익을 짓밟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 개인은 일반의지(국민주권)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이기심을 제쳐둔다고 했다. 즉 국민의 주권은 전체로서 사회의 선한 것을 결정하게 되고 따라서, 사람은 자유로워 질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루소의 사회계약사상은 사회계약이라는 용어 자체와 가장 관련이 깊다. 그의 이론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그 후 사회주의 운동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더욱이 그의 《고백》이라는 저서에서 누군가가 주석을 달기를, 루소는 홉스와 로크처럼 주체와 개인에 관한 질문들에 특별히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