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
평소 그 같지 않게 굳은 표정으로 꺼낸 한마디. 그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사랑한다면 응당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저는 늘 그에게 불만이 많았고...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센 타입이라 자주 다투기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엔
그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고, 제가 홧김에 헤어지자고 해도 늘 먼저 손 내밀어 주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왜냐고
물었어요...
"솔직히 널 향한 내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은 거 같아. 너도 솔직히 그렇지 않니? 당장 헤어지자는 건 아냐. 하지만 그보다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한동안 연락도 하지 말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자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렇게 헤어지는구나 싶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렇게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저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그리고 벌써 2주째 정말 그에게서 연락이 없습니다. 전 아직도 그에게 연락하고 싶고 궁금하긴 한데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던 그의 냉정한
표정이 자꾸 떠올라 저도 모르게 전화기로 가던 손이 계속 망설여지네요.
이거 헤어진 거나 마찬가지인 걸까요? 아님 그도 혹시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혹시 그가 먼저 돌아올 확률은 없을까요? 하루 종일
그만 생각하고,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 슬퍼요.
헤어지자는 말도 아니요, 그렇다고 잘해보자는 말도 아니다. 둘 사이에 문제가 있음을 말하지만... '함께' 뭔가 노력 해보자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그의 '생각할 시간'이란건 어떤 의미인 걸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남자친구의 속마음은?
1. 남자의 시간, 여자의 시간...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말... 여자의 경우와 남자의 경우가 조금씩 다르다.
여자의 경우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말은... 사랑받고 있지 못한 거 같다.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 나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잘 다독여달라... 이렇게 아직까진 '계속'을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 생각할 시간을 가지잔 말은... 이제 더는 아닌 것 같다.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떨어져서 생각해보고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헤어질 결심까지 할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끝'을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헷갈린다. 심지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은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생각이 흐르기 쉽다. 혹시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연인
사이와 부부 사이가 같을 순 없겠지만...
그만큼 얼굴 맞대고 살다 보면 죽을 만큼 싸워도 결국 사소한 계기로도 쉽게 풀어지는 게 남녀간의 관계란 것이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진다면?
마음까지 멀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그의 결심이 섰을지라도... 그래도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붙잡아
보고싶다면... 최소한 미련만은 남기지 않고 싶다면...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보단 차라리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 그를 잡아라.
2. 이별 선언의 또 다른 말
그는 어쩌면 이미 당신과의 이별을 결심한 건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당신과의 사랑이 끝났다 생각해서였던... 당신에게 실망해서였던, 최악의
경우 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던간에...
직접적으로 이별을 선언하기엔 당신이 충격을 받을까 봐, 욕먹을까 봐... 미안하기도 하고 겁나기도 해서 말을 못하는 것... 떨어져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까지 멀어지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다시 만나면 더 잘해줘야지... 앞으론 그가
흔들리지않게 내가 더 잘해야지... 그런 생각들로 그의 의도와 전혀 다른 마음의 준비(?)를 하던 당신에겐 큰 충격이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라. 어쩌면 오랜 잠수 끝에 수면 위로 올라온 그는 이별이란 단어 하나만을 툭 던져놓은 채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이제, 당신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그 남자의 심리는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당신에게 또한 그 '생각할 시간'이란게
주어졌다. 당신 또한 잘 생각해봐야 하는 건... 정말 그 사람이 과연 맞는 건지... 아니란 걸 알고있음에도 그저 미련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서로를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그를 정말 사랑하고, 그를 놓치고 싶지않다면... 그의 연락만 기다리기보다. 먼저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고
그를 만나라. 그에게 '헤어질 생각'을 하는 시간을 주지 말고,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 오히려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라.
지금껏 그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고, 헤어지자는 말에도 당신 손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당신 또한 그에게 먼저 사과하고, 그의 손을 꼭
잡아주어라. 이미 그의 마음이 굳어졌을지언정, 최악의 경우 그의 마음을 돌이키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당신 마음에, 사랑에 후회만은 남기지
말아야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