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1960년대 특유의 중저음으로 고향 떠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가요 ‘고향무정’과 ‘아빠의 청춘’ 등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가수 오기택(76·해남출신)씨. 한 때 스타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그러나 20년이 가까워 오도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지난 1997년 정초 추자도 인근에서 혼자 낚시를 하던 중 바닷물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구출됐지만 뇌출혈 등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년을 힘들게 보내고 있는 오 씨를 돕기 위해 향우와 연예인들이 힘을 모았다. 지난 20일 재경 해남군 향우회(회장 오길록)와 한국예술인단체 총연합회는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오기택 후원 ‘영등포의 밤’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송해, 남상규, 태진아, 설운도, 최유나, 박진도 등 국내 유명 연예인과 향우, 각계 인사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해남군 북평면(현 북일면) 월성리에서 태어난 그는 해남중학교를 졸업한 후 외삼촌의 도움으로 상경했다. 성동기계공고를 마치고 1961년 KBS 주최 직장인 노래자랑에서 1등을 한 것이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타고난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1963년 ‘영등포의 밤’으로 데뷔했다. 이어 아직도 중장년이 노래방에서 애창하는 ‘고향무정’, ‘마도로스 박’, ‘아빠의 청춘’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골프 솜씨가 프로급이었던 그는 전국체전 때마다 전남대표 선수로 참가해 금메달을 고향에 선사하곤 했다.
불의의 사고로 그의 모습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명성까지 잊혀진 것은 아니다. 투병생활을 하는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탯자리인 고향 해남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그의 가요정신을 살리기 위한 ‘오기택가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가요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가수지망생들과 관광객 등 1000여명이 몰려 해남 시가지가 북적거린다.
또, 서울시 영등포구는 지난 2010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문화광장에 그의 데뷔곡인 ‘영등포의 밤’ 노래비를 건립한 바 있다. 이번에 후원 콘서트가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것도 이런 인연에서다.
행사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오 씨는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은 채 감회어린 표정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병상에서 일어나 꼭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오길록 재경해남군향우회장은 “원로가수 오기택 돕기에 적극 나서준 영등포구와 송해씨를 비롯한 한국연예인협회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궁핍했던 시절 향수 어린 노래로 마음을 달래주었던 명가수 오기택이 좀 더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고향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오기택 선배님의 여의도 아파트 자택을 방문하여 소장cd를 선물받아 재경향우들과 재경해남중.고동문들에게 나눠준 기억이 새록합니다.
쾌차하셔야 하는 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