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손님 배웅하고, 어질러진 방 고양이 세수하듯 대충 치워 놓고, 오디오에 시디 한 장 올려놓고 베란다 창 앞에 앉았습니다. 해바라기 할 요량으로요. 노루꼬리 만큼 짧은 겨울 햇살 한움큼 붙들고 내려다 본 추운 겨울 한낮의 바깥 풍경은 한가롭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합니다.
손님이 사들고 온 치즈 케익 한 조각과 뜨거운 커피 한 잔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기막힌 삶과 고통이 묻어나는 듯해서 묘하게 슬프고 애잔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한참 노래에 취해 있는데 어느새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왜 눈물이 났는지는 저 자신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녀의 목소리, 특히 <사랑의 찬가>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너무도 절절하지 않나요?
가수로서 전대미문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늘 허허롭고 외로웠던 그녀는 끊임없이 남자들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이용하거나 희롱한 후 떠나 버렸습니다. 그런 그녀 앞에 권투 미들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마르셀 세르당이 나타났고, 그들은 애틋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랑이 한창 무르익던 1949년 가을, 뉴욕에서 공연 중이던 피아프는 파리에 있던 세르당이 너무 보고 싶어서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 졸랐습니다. 원래 배를 타고 갈 예정이었던 그는 피아프의 재촉에 비행기를 탔고, 그 비행기는 대서양 중부 어느 산봉우리에 추락해 버렸습니다.
피아프는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울부짖었습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모든 공연을 연기했습니다. 세르당의 영혼이라도 보겠다며 강령술에 집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듯 폐인처럼 살던 그녀는 방 안에 사흘을 처박혀 있더니 돌연 삭발을 하고 악보를 한 장 들고 나타났습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길에 죽은 연인, 그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해, 그녀는 곡을 썼고, 그 노래가 바로 <사랑의 찬가> 였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일생을 소재로 만든 영화 ‘La Mome(어린 꼬마), 영어제목(La Vie En Rose 장미빛 인생) ’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역시 게으름 탓에 놓친 영화입니다.
한때는 누가 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 극장에서 놓치면, 비디오테이프로 꼭 챙겨봤고, 가끔은 밀린 영화를 보려고 두문불출하며 밥 먹는 일 외엔 비디오테이프만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누가 “영화 좋아하세요?”하고 물어온다면 선뜻 ‘그럼요’하며 대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근래 몇 년 동안 본 영화는 대충 헤아려도 열 손가락 겨우 넘어 발가락 몇 개 더 빌릴 뿐이고, 비디오테이프도 언제 빌려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누가 영화보자고 해도 공짜 영화표가 생겨도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다음에 가자’하면서 슬그머니 뒤꽁무니 뺍니다. 나이와 비례해서 게으름도 함께 늘어가고 매사는 왜 이렇게 시큰둥하고 귀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남아도 멍~청하게 있거나 잠을 자는데 소비하면서‘저 영화 봐야 하는데’하는 괜한 의무감에 묵직한 눈꺼풀만큼 마음만 무거울 따름입니다.
다른 영화광들처럼 많은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공인된 걸작이나 감독들을 줄줄이 꿰지도 못하고, 크고 작은 영화제 하나 제대로 챙겨본 적도 없고, 외화 원제목 하나 똑 부러지게 외우지도 못하고, 외국배우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무식하고 무심하고 게으른 관객인 제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좀 뻔뻔한 것 아니냐고 질책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전 영화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좀 게으르면 어떻고 지식이 부족하면 또 어떻습니까.
죽기 직전 공연에서 노래하다 쓰러지자 사람들이 무대에서 그녀를 끌어내리려 했지만 그녀는 피아노 다리를 잡고 버티며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는, 그녀의 노래에 대한 신념을 생각하며, 주섬주섬 외투를 껴입고 머플러를 둘렀습니다. 집 앞 비디오 가게에 다녀오려고요….
거리에서 부랑자같은 삶을 사는 소녀 에디트...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대에 가야 하는 아버지는 에디트를 할머니에게 맡긴다.
14살 때 유랑곡예사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닌다. 그때 에디트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부른 노래는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였다. 이는 그녀 앞에 닥칠 험한 인생의 파도를 강한 투지로 헤쳐
나감을 암시한다. 곧 그녀는 아버지와 결별하고 파리의 한 호텔에 머물며 거리의 가수로 그녀의 길을 간다.
굶주리지 않기 위해 처음으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각성하던 날
소녀 에디트는 가슴에 노래에 대한 열정을 틔웠다.
레몽 아소와 손잡은 그녀. 아소는 그녀의 예명을 에디트 피아프로 바꾸고 올바른 발성법을 훈련시킨다.
예술적 감각과 매너를 교육시키고 후에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은 드레스를 입게 한다.
프랑스 최고의 가수가 된 피아프,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유럽과 미국 등 순회 공연을 하였다.
그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매일 수차례 진통제를 맞다가 그만 모르핀과 술에 중독되고 만다.
남편 자크 필스는 그녀를 재활원에 입원시키나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혼하고 만다.
피아프가 사랑했던 연인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
1963년 10월 10일 간암으로 세상을 뜬 에디트 피아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 Hymne a L'amour (사랑의 찬가) -
하늘이 무너져 버리고 땅이 꺼져 버린다 해도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두려울 것 없으리.
캄캄한 어둠에 싸이며 세상이 뒤바뀐다 해도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리오.
그대가 원한다면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어요.
하늘의 달이라도 눈부신 해라도 따다 바치겠어요.
그대가 원한다면 아끼던 나의 것 모두 버리겠어요.
비록 모든 사람이 비웃는다 해도 오직 당신만을 따르겠어요.
그러다가 운명의 신이 당신을 뺏아간다 해도
그대만 날 사랑한다면 영원에라도 가리.
그러다가 운명의 신이 당신을 뺏아간다 해도
그대만 날 사랑한다면 영원에라도 따라가리다.
Le ciel bleu sur nous peut s'effrondrer
Et la terre peut bien s'écrouler.
Peu m'import!e si tu m'aimes.
Je me fous du monde entier.
Tant que l'amour inondera mes matins,
Tant que mon corps frémira sous tes mains,
Peu m'import!ent les grands problèmes,
Mon amour, puisque tu m'aimes...
J'irais jusqu'au bout du monde.
Je me ferais teindre en blonde
Si tu me le demandais...
J'irais décrocher la lune.
J'irais voler la fortune
Si tu me le demandais...
Je renierais ma patrie.
Je renierais mes amis
Si tu me le demandais...
On peut bien rire de moi,
Je ferais n'import!e quoi
Si tu me le demandais
......
첫댓글 영락없이 올해는 산타할배 못가겠네요. 내가 대신 갈까요? 할배 배불뚝이 옷은 사이즈 걱정안해도 될것같은디.....댓글을 꽉꽉채워 두번이나 등록했는데 다 지워 버렸어요. 둘째 대입 원서쓰는데 많이 싸우네요.남의 아이라면 니말이 맞다하면서 맞장구쳐주고 인심이나 후하게 얻을텐데 현실을 직시해야먄 하기에..... 두런두런 다 털어놓으니 조금 시원해져서... 수위가 아슬아슬해서 지웟죠. 때가 때이니만큼 ......
엄마와 딸이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시는구나... 예민한 시점이지요? 좋은 소식 있기를 빌게요. 산타할배 몬 와도 되염... 대신 날쌘님께서 오신다면.... 날쌘님의 힘든 시간이 얼렁 후다닥 지나갔음 좋겠어요. *^^* ...
저는 슈렉을 보고 좋아라 했는디이^^ 고시랑님은 멋진 여인 같아유^^
멋진 여인 하 ... (지나가던 강아지가 뭔소리여 하고 물어봄) ... 행복한, 충만한 성탄 지내세용
젊으신(?^^) 분이 이런 고전스런 노랠 좋아하시네요..저도 에디뜨의 노래와 열정을 사랑하지요. 고시랑님~ 행복한 성탄 되시길 바래요~~
ㅎㅎ 장도 묵은 거이 맛나고...노래도 묵은 노래가 들을 수록 감칠맛 나는 것 같아요. 정말 맘껏 기쁜 성탄 맞으세요~~ 한 해도 수고 많으셨구요...
나두 이 노래들으면 눈물이 푹...나던데...이상하다...
저 노래 가사...불어로, 토박이 발음으로...코 평수 팍팍 넓혀서 함 읽어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