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찰’이란 용어의 어원은?
절의 또 다른 명칭인 사찰(寺刹)의 ‘찰‘이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2월 간행된 <건축역사연구> 제32권에 게재한 <사찰 ‘찰(刹)’의 어원 규명과 불교계 통용 오류 검증>이란 제목의 논문이다.
이희봉 중앙대 교수는 이 논문에서 “‘찰(刹)’은 양산 ‘차트라(chattra)’의 음사어 ‘찰다라(刹多羅)’의 대표 글자로, 스투파(탑) 꼭대기에 씌운 존엄의 상징”이라면서 “‘땅(land)’을 의미하는 ‘크쉐트라’가 발음이 맞지 않음에도, ‘찰(刹)’로 중복 표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스크리트어의 중국 한자 번역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산을 뜻하는 ‘차트라’는 <옥스퍼드 사전>에 우산, 양산과 더불어 ‘보호처’로, 한자로는 산(傘), 일산(日傘), 산개(傘蓋), 개(蓋)로 번역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음사어 ‘찰다라’의 ‘찰’을 바퀴 모양을 의미하는 상륜(相輪)이라고 번역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희봉 교수는 “특히 ‘상륜부(相輪部)’라는 용어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라며 “중국에서는 탑 꼭대기를 의미하는 탑정(塔頂) 또는 탑의 양산인 탑찰(塔刹)로 호칭한다”고 강조했다.
탑의 중심 기둥을 찰간(刹竿), 찰주(刹柱)라는 것도 바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찰간이 탑 없이 홀로 설 수 없기에 깃발을 거는 장대는 ‘당간(幢竿)’이라 호칭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찰’을 상륜으로 이해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용어를 따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희봉 교수는 “이로 인해 미술사, 건축사 등 학계 논문은 물론 문화재 안내판에도 오류를 거듭한다”면서 “‘찰’이 ‘불토(佛土)’가 아닌 ‘양산’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봉 교수는 “인도에서 붓다의 사리를 묻은 스투파 꼭대기의 양산 차트라는 존엄의 상징으로, 중국으로 전파되며 찰다라로 음사해 ‘찰’이라고 생략해 지칭한 것”이며 “탑 꼭대기의 양산 찰은 탑찰(塔刹)이라 호칭되고, 5세기까지 탑사(塔寺)로 불리다, 사찰(寺刹)로 변했다는 것이다.
다소 파격적인 이희봉 교수의 주장은 ‘사찰’의 ‘찰’이 지닌 어원을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견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등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불교신문, 학술·문화재 2023.4>中에서
[출처] 사찰의 ‘찰’이란 용어의 어원|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