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언트] 40
씬1. 한강건설 공사 현장 (밤)
(골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세워져 있다. 수상한 그림자들...
트럭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출발하면 소태와 현장 인부 한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트럭들을 보고 있다.
인부가 소태에게 조그만 가방을 건넨다.
소태, 그 안을 살펴보면 돈다발이 여러 개 있고... 소태, 그중 한 다발을 인부에게 건네며)
소태 : 애들 입단속 잘 시키고 있지?
인부 : 그러문입쇼.
(소태, 휘파람을 불며 간다. 인부, 인사를 꾸뻑하고는 돈을 보고 좋아서...)
씬2. 어느 하우스 안
(소태와 사내 세 명이 카드를 하고 있다. 칩들이 쌓여 있고..
한쪽 구석에서 부철이 소태를 보고 있다. 돈을 다 잃은 정식이 구경하고 있고...
소태, 열심히 패를 쪼이는데.. 정식이 궁금해서 힐끔 보는데...)
소태 : (얼른 가리며) 뭘 봐, 재수 없게?
정식 : 뭐, 어때, 임마? 난 끝났는데.
소태 : 하고 싶으면 돈 갖구 와. 남 카드 보면서 침 흘리지 말고.
정식 : 에이, 더러운 자식...
사내 1 : (칩을 한줄 놓고) 스무 개 더.
소태 : .. (갈등하다가, 칩 놓고) 콜... 트리플.
사내 1 : 미안합니다.
(사내 1, 카드를 내려놓으면 백스트레이트... 칩들을 가져온다)
소태 : (카드 던지며) 염병 맞을.. 여기서 하우스가 안 뜨구 지랄이네.
정식 : 에이, 자식... 그 머리로 뭘 한다구.. (부철에게 다가간다) 돈 좀 더 없냐?
부철 : (소태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누구에요?
정식 : 꼴에는 한강건설 이산데, 별 볼일 없는 놈이야.
부철 : 한강건설? 그럼, 이강모 잘 알겠네요?
정식 : (소태를 힐끔 보며) 잘 알다 뿐이냐? 한강건설 창업 맴번데.
부철 : ... (소태를 본다)
정식 : 돈 좀 더 꿔 달라니까?
씬3. 만보건설 전경 (낮)
필연 : (E) 이강모가 보일러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씬4. 동, 회장실 안
(조필연이 와 있다. 고재춘과 부철이 있고..)
필연 : 그 놈이, 대체 무슨 돈이 있어서?
민우 : 백파의 지원을 받는 것 같아요.
필연 : 백파..? (이를 갈듯) 항상 그 늙은이가 문제구만.
민우 : 백파의 자금력이면, 가격 경쟁에서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어요.
필연 : (잠시 생각하다가, 부철에게) 황정연을 설득해서... 이강모와 공동 인수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겠나?
민우 : ...!! (본다)
부철 : .. ? 이강모를, 우리 쪽으로 끌어드리란 말씀이십니까?
필연 :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게 일사천리가 될 거야.
부철 : 아시다시피, 제 일차 목표는 황정연을 쓰러뜨리는 겁니다.
필연 : 그 계획엔 변함이 없어. (본다) 니가 이강모와 공동 인수를 추진해서 우리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내는 거야.
그리고, 입찰이 확정되면.. 그 계약금을 들고 사라지는 거지.
부철 : ..!! (놀란다)
민우 : 그럼, 이강모 쪽 계약이 파기되고... 이순위인 우리 만보건설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겠군요.
필연 : 바로 그거지... 우린, 보일러 회사를 인수하게 되는 거고.. (부철에게) 넌, 황정연을 파멸시키는 거고..
민우 : 거기다가, 이강모가 천정부지로 가격을 올리는 것도 막을 수가 있겠고요.
필연 : 어때?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게 아닌가?
부철 :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필연 : (하하 웃는다)
민우 : .. (생각하는 눈빛)
씬5. 헬스클럽 안
(정연과 지나가 열심히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부철이 곁에 있고...
일각에서 강모가 열심히 샌드백을 치고 있다. 시덕이 잡아 주고 있고...
정연, 러닝머신에서 내리고... 수건으로 땀 닦으며)
정연 : 무슨 말이에요? 이강모 사장하고 같이 삼자 인수를 하잔 말이에요?
부철 : 해외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까 아예 이강모 사장을 끌어들이는 게..
정연 : 이강모 사장이 우리하고 손을 잡을 이유가 없잖아요.
부철 :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내가 얘기를 꺼낼 테니, 황사장께서 설득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연 : .. (강모를 본다)
(강모, 땀을 흘리며 능숙하게 샌드백을 치는데..)
씬6. 동, 라커룸
(샤워를 마친 강모가 거울을 보며 옷을 입고 있다. 그 옆에 부철이 있고..)
강모 : 공동인수라... (피식 웃으며) 우리 쪽 입장에선 아무런 득이 안 된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부철 : (사업계획서를 건넨다) 하지만, 이걸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 겁니다.
강모 : ..? (펼쳐본다) 사업계획서가 아닙니까?
부철 : 보떼 가스보일러는 라지에터 형식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온돌 문화엔 적합하지 않죠.
강모 : ...! (관심 있게, 계획서를 본다)
부철 : 몇 년 전부터 온돌 문화에 적합한 한국식 가스보일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었습니다. 근데 번번이 벽에 부닥치더군요.
강모 : 그러니까.. 보떼가 가지고 있는 가스보일러의 핵심 기술이 필요하단 말씀이시군요.
부철 : 그렇습니다.
강모 : 꽤 구체적인 계획이네요.
부철 : 오랫동안 준비했으니까요. 그동안 연구한 내용은 인수가 끝나면 한강건설과 공유하겠습니다.
강모 : ... (생각) 흥미롭긴 하지만.. 쉽게 결정할 문젠 아닙니다. (나간다)
부철 : .. (보는데)
씬7. 동 밖, 엘리베이터 앞
(헬스클럽이 있는 건물 내... 강모와 부철, 시덕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샤워를 끝낸 정연과 지나가 다가오고.. 정연, 부철과 시선 마주치더니..)
정연 : 이사장님,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실래요?
강모 : ..? (보는데)
정연 : 잠깐이면 돼요. 요 앞에 커피숍이 하나 있던데..
강모 : 그러죠.
부철 : .. (눈빛 번뜩이며)
씬8. 만보건설, 회장실 안
(부철이 와 있다)
민우 : 이강모가 걸려 들것 같나?
부철 : 지금 황정연이 설득하고 있을 겁니다.
민우 : 황정연 부탁이라면.. 이강모가 거절만은 할 수 없을 거야.
(이때, 노크소리.. 부하 1이 들어선다. 인사하더니 부철에게...)
부하 1 : 이강모가 만나자는 연락입니다.
부철 : ..!! (민우를 본다) 놈이 물었습니다.
민우 : ..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차갑게 미소)
씬9. 한강건설 사장실
(정연과 부철이 와 있다. 강모와 시덕이 있고...)
부철 : 계약금은 저와 황정연 사장이 마련하겠습니다.
강모 : 황사장님, 삼억 정도 투자하신다고 하셨죠?
정연 : 네.
강모 : (부철에게) 총 인수액에서 금액만큼 지분을 갖게 될 겁니다. 두 분께는 각각 이사 직함이 부여될 거구요.
부철 : 그럼, 이번 입찰을 한강건설 명의로 하는 겁니까?
강모 : 삼자 인수를 먼저 제안하셨으니까, 한사장님 소유의 태양 무역 명의로 하죠.
부철 : 전 상관없습니다.
시덕 : (서류를 내놓는다) 여기, 공동 투자 합의서에 서명 하세요.
(정연과 부철이 차례로 서명한다)
강모 : 처음에 약속했듯이, 이번 입찰에 필요한 모든 서류는 제가 작성하겠습니다.
부철 : (떠보듯) 입찰가를 얼마쯤으로 생각하시고 계신 겁니까?
강모 :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부철 : ..!! (놀란다)
정연 : ..! 우리한테까지 비밀로 하겠단 말인가요?
강모 : 만보건설 쪽에서 우리쪽 입찰가를 알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두 분이 양해해 주십시오.
부철 : 그렇다고 우리한테까지 입찰가를 숨긴다는 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강모 : 저, 아직 이 합의서에 서명 안했습니다.
정연, 부철 : ..!!
강모 : 제 방식이 맘에 안 든다면.. 이번 공동 인수건, 없던 걸로 하죠.
정연 : .. (부철을 본다)
부철 : .. (화를 참으며) 좋습니다. 어차피, 이사장한테 일임했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강모 : 고맙습니다, 한사장님.
정연 : ... (강모를 보는데)
씬10. 동, 복도
(정연과 부철이 나오면서...)
정연 : 이강모사장이 저렇게 나올 줄 몰랐어요.
부철 : ... (걸음 멈춘다) 황사장께서, 입찰가를 좀 알아내실 수 있겠습니까?
정연 : .. (본다)
부철 : 저도 대략적인 건 알아놔야 자금을 준비할 거 아닙니까?
정연 : 이강모 사장, 내가 잘 알아요. 절대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부철 : .. (낭패스럽고)
씬11. 어느 강가
(승용차가 서 있고.. 고재춘이 강가 쪽을 살핀다. 그곳 강가... 백파와 강모가 나란히 낚시 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백파 : 자네, 고기를 낚으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낚으러 온 거구만.
강모 : 어떻게 아셨어요?
백파 : 저 뒤쪽에 이상한 녀석이 있어, 자네가 달고 온 거 아닌가?
강모 : (피식 웃으며) 조필연 부하에요.
백파 : 조필연이라.. 제대로 낚으면 그런 월척도 없지. (허허 웃는다)
(그 일각, 승용차 안... 재춘이 보는데 백파가 강모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재춘, 시동 걸고 출발하는데...)
씬12. 요정집 전경 (밤)
씬13. 요정집 방안
(부철이 와 있다. 조필연과 민우, 재춘이 있고..)
필연 : ..!! (술상을 내리치며) 그래서? 입찰가를 못 알아냈단 말이냐?
부철 : (엎드린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놈이 워낙 용의주도한 바람에..
재춘 : 이강모가 오늘 낮에도 백파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 관계가 지나치게 좋아 보였습니다.
필연 : 놈이 분명 만만치 않게 배팅을 할 거야.
민우 : 자금이라면 우리도 밀릴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일 순위가 아니라 이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재춘 : 결국은 이강모쪽 입찰가를 알아내는 수밖에는 없질 않습니까?
부철 : 제가 묘안이 하나 있습니다만..
필연 : ..! (본다) 말해 봐.
부철 : 한강건설에 박소태라는 놈이 있습니다.
필연 : 박소태?
부철 : 그 놈이 자재를 팔아먹고, 그 돈으로 노름을 하고 있습니다.
필연 : 그 놈을 이용하자는 건가?
부철 :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강건설의 핵심인물입니다. 충분히 입찰가를 알아낼 겁니다.
필연 : (민우에게) 니 생각은 어떠냐?
민우 : 박소태 그 놈,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강모와의 관계가 워낙 돈독해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요.
부철 :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코를 꿰는 건 제 전공이니까요.
필연 : 그 놈의 약점을 잡겠다?
부철 : 노름에 미친놈들 치고, 돈 앞에서 안 무너지는 놈 없습니다.
민우 : 이런 일은 신중해야 돼. (필연에게) 제가 먼저 확인을 해 보죠.
필연 : ... (생각하는 눈빛)
씬14. 다른 방안
(강모와 성모가 술자리에 앉아 있고..)
성모 : 다른 방에, 조필연이 와 있어.
강모 : 알고 있어, 형.
성모 : 니네 쪽 입찰가를 알아내려고 전전긍긍하는 거 같더라.
강모 : .. (미소 지으며, 술을 마신다)
성모 : 너, 만보건설 입찰가 알아내달라는 말을 왜 안하는 거냐?
강모 : 저 놈들, 우리쪽 입찰가를 알아내지 못하면, 쉽게 정할 수 없을 거야.
성모 : .. 내가 조필연 쪽에 역정보를 흘려줄 수도 있는데.
강모 : 예전처럼 형이 위험할 수도 있어.
성모 : 니 계획이 뭐든, 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강모 : .. (웃는다, 이내 번뜩이는 눈빛으로)
씬15. 한강건설 공사 현장 (밤)
(골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출발한다. 소태와 인부 한명이 다가오고.. 인부, 신문지에 둘둘 만 돈다발을 건넨다)
소태 : (대충 돈을 빼주며) 어디 가서 목욕이나 해.
(이때, 소태의 얼굴에 후래쉬 불빛이 비친다. 남영출이 그 앞을 막아서고... 인부, 영출을 보자 화들짝 놀라서 도망치고..)
소태 : 혀, 형님?
영출 : 뭐, 형님? 너, 그 돈 이래 내.. (빼앗으려는데)
소태 : (밀어내며) 왜 이래요?
영출 : 너나 나나 누구 덕에 사람대접 받고 사는지 잊었어? 강모한테 이러면 천벌 받어, 이눔아.
소태 : 강모가 뭔데요? 그 놈이나 우리나 뭐가 다르다구 하늘처럼 떠바치구 사냐구요.
영출 : 이런, 배은망덕한 놈..! (뺨을 후려친다)
소태 : ..! (얻어맞고)
영출 : (눈물 고이고) 난 그래두.. 너 친동생처럼 여겼어, 이눔아.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피붙이처럼 생각하구
떳떳하게 살고 싶었다. 근데.. 너 겨우 이런 놈이었어?
소태 : 난 원래 이런 놈이니까 상관말구 형님이나 잘 살아요. 예? (간다)
영출 : (잡는다) 못가, 임마.. 가서 강모한테 용서 빌어. 용서 빌구, 새 출발 해, 이눔아.
소태 : 에이씨, 증말..!
(소태, 영출을 밀어젖힌다. 영출, 넘어지고.. 소태, 급히 도망치듯 가는데..)
영출 : 야, 이눔아.. 너 거기 안서? 야, 소태야...
(그 일각의 승용차 안... 부철과 민우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부철 : 어떠세요? 저 정도면 확실 한 거 아닙니까?
민우 : .. (차갑게 웃는다)
씬16. 하우스 안 (몽타주)
(소태와 정식, 사내 1, 사내 2가 카드를 하고 있다. 연신 돈을 잃는 소태,.. 쌓여있던 칩들이 점점 줄어가고.. 정식도 돈을 잃는다.
일각의 부철이 게임을 보면서 사내 1과 시선 마주치고.. 끝장내라는 신호..
사내 1, 능숙한 솜씨로 패를 섞고 카드를 돌리는데..
소태, 에이스 세장 출발... 배팅이 시작되고.. 가지고 있던 칩을 올인 하는데.. 에이스 하우스와 2포카드...
다 잃고 마는 소태.. 절망스럽게..)
씬17. 동, 다른 방
(부철이 소태에게 돈을 한 다발 건넨다. 부하 1이 있고...)
부철 : 오늘만 선이자 떼고 천만 원입니다.
소태 : ... (비장하게)
부철 : 기간 내에 갚을 수 있는 거죠?
소태 : 걱정 마쇼. 오늘 내로 다 따서 갚을 거니까. (돈 들고 나간다)
부철 : (부하 1에게) 넙치한테, 초장부터 바짝 쪼이라고 전해.
부하 1 : 알겠습니다, 형님. (나간다)
부철 : 오늘내로 갚아? (픽, 웃는데)
씬18. 선술집 안
(영출과 강모가 술자리를 하고 있다. 영출, 침울하고..)
강모 : 저한테 할말 있으시다면서요?
영출 : 강모야.. 앞으로 나한테 나오는 월급.. 회사에 반납 할란다.
강모 : 무슨 말씀이세요?
영출 : 화내지 말구 들어. 소태 그눔이.. 허이구, 미련 곰팅이 같은 놈..
강모 : .. (본다)
영출 : 그 눔이.. 골재를 팔아먹구 있어.
강모 : .. (술 마신다) 그럼 절도죄네요. 횡령인가?
영출 : 그러니까 내가 월급 반납한다잖어. 그냥 내 돈으로 그 골재들 샀다구 생각해.
강모 : .. (소주를 마신다)
영출 : 강모야.. 내가 부탁 헐게. 소태 그눔 자르지 말어. 그러다가 정신 차릴 거여. 내가 책임질게, 강모야.
강모 : 앞으로 자재 관리는 형님이 하세요. 소태는 내근으로 돌릴 거예요.
영출 : 그럼.. 지금까지 일은 용서해 주는 거여?
강모 : 그 놈이 팔아먹은 골재.. 제 돈으로 살게요, 그럼 되죠?
영출 : 고맙다, 강모야.. 고마워...
강모 : (미소) 한잔 하세요. (술 따라준다)
씬19. 로열클럽 전경 (밤)
씬20. 동, 룸 안
(한껏 멋을 낸 옷차림의 미주와 매니저가 있다.
맞은편에 30대 중 후반의 라디오 PD가 앉아 있고... 거만한 스타일이다.
매니저가 음반 테입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매니저 : 이번에 새로 나온 음반입니다.
손피디 : (집어 들고 본다)
미주 : ... (잔뜩 기대하며 보는데)
손피디 : 이름이..? 어, 여기 있군. 차수정?
미주 : 예, 피디 선생님.
손피디 : 일어나 봐.
미주 : (냉큼 일어난다) 노래 한번 불러 볼까요?
손피디 : 돌아 봐.
미주 : 네?
손피디 : 귀 어둡냐? 제자리에서 돌아보라구.
(미주, 한바퀴 빙그르 돈다.
손피디, 몸매를 훑어보며.. 나쁘지 않은 듯이 고개 끄덕이고는, 옆자리 가리키며)
손피디 : 이쪽으로 와?
미주 : 네?
매니저 : 뭐해, 얼른 가서 옆자리에 앉아.
미주 : (손피디 옆자리에 앉는다)
손피디 : (어깨에 손 올리며) 너, 초짜 신인이 라디오 방송 한번 타기 쉬운 거 아니다?
미주 : (당혹)
손피디 :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 위에 이런 테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무슨 뜻인지 알아?
미주 : ... (불편하고)
손피디 : 술 한잔 따라 봐.
미주 : 네?
손피디 : 술 따르라구. 너, 술 못 따라?
미주 : .. (주저하는데)
손피디 : 너, 가수 하기 싫어?
지배인 : 야, 수정아.. 뭐해, 얼른 따라 드려.
(미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집어든다. 손피디, 미주의 어깨를 꽉 움켜쥐며 술잔을 대는데...
천천히 술을 따르는 미주.. 눈물이 고여 온다. 흐뭇하게 웃는 손피디..
미주, 술 따르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잔에 넘치며 손피디의 바지 위로 쏟아지는 술... 손피디, 화들짝 놀라서 미주를 밀쳐내며)
손피디 : 뭐야, 너?
지배인 : 수정아?
미주 : (지배인에게, 눈물 흘리며) 죄송해요. (밖으로 나간다)
손피디 : 뭐, 저 따위 기집애가 다 있어.
지배인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피디님.
씬21. 동 밖, 복도
(눈물을 흘리며 룸에서 나오는 미주... 문 앞에 경옥이 굳어진 표정으로 서 있다.
미주, 눈물을 훔치며 인사 꾸뻑 하고..)
미주 : 죄송해요, 사장님. 저 못하겠어요.
경옥 : 못해?
미주 : 네, 안할래요. 그만 둘게요.
(경옥, 미주의 뺨을 후려친다. 이때, 한명석이 나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미주 : (놀라서, 뺨을 만지며) 사장님..?
경옥 : 다시 들어가... 들어가서, 니가 왜 싫은 지, 저 사람이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따져. 알았어?
미주 : ...
경옥 : 니가 싫어서 그만 두는 거, 말릴 생각 없어. 그렇지만, 죄 지은 것처럼 도망치는 건 못 참아.
너, 가수 만들려는 거, 나한테도 당당한 일이야. 니가 뭔데 나까지 수치스럽게 해?
미주 : ..
경옥 : 가서 니 손으로 그 음반 테입 찾아 와. 버려두 내가 버려.
(미주, 고개 숙인 채... 명석, 그런, 미주를 보는데)
씬22. 동, 룸 안
(들어서는 미주..)
손피디 : 뭐야? 이제 와서 사과하려고?
미주 : 제 노래 테입 주세요.
손피디 : 뭐?
미주 : (탁자 위에 있는 테입을 집어든다) 이거, 피디님 들을 자격 없어요.
여기 가수 만나러 온거 아니에요? 그 동안 노래 한번 안 들어보구 이딴 걸루 가수 뽑았나요?
손피디 : 이게.. 미쳤나?
미주 : 피디님은 가수 뽑을 권한이 있겠지만, 저두 제 노래 아무한테나 안 들려줘요. 저한테두 그럴 권한 있다구요.
손피디 : 이 기집애가 보자보자 하니까..! (벌떡 일어선다)
(이때, 경옥이 들어선다)
손피디 : 이 봐요, 유사장? 고작 이런 애 소개시켜주려고 나 부른 거요?
경옥 : 고작 이런 애라뇨? 그렇게 보는 안목이 없어요?
손피디 : 뭐요?
경옥 : 잘 봐두세요. 앞으로 일년 안에, 차수정이란 이름이 어떻게 뜨는지..
옥석도 못 가리는 사람한테, 우리 아이 맡길 생각, 나도 없어요. (미주에게) 가자.
미주 : .. (나가려는데)
손피디 : 야, 차수정..
미주 : (본다)
손피디 : 너 앞으로.. 가수 꿈도 꾸지 마. 알겠냐?
(경옥, 나간다. 미주 따라 나가는데...)
씬23. 동 밖, 복도
(나오는 경옥과 미주...)
경옥 : 겸손하면서도 자존심 잃지 마. 크게 되려면 이런 일에 담대해야 돼.
미주 : (힐끔 보며, 미소 띠고) 네, 사장님...
(한명석이 다가온다. 미주를 보는 눈빛에서..)
씬24. 방송국, 국장실 (낮)
(명석이 와 있다. 50대의 국장과 차를 마시며.. 탁자 위에 미주의 테입이 놓여있고... 두 사람, 웃으면서 담소중인데...
노크소리.. 국장, 네, 하면 손피디가 들어선다)
손피디 : 부르셨습니까, 국장님.
국장 : 너, 대체 뭐하는 놈이야..!!
손피디 : 네? (영문을 모르고 명석을 한번 본다)
국장 : (화 참으며) 아무튼.. (테입 건네며) 오늘 니 방송에, 이 노래, 틀어.
손피디 : ..! (테입을 보더니 크게 놀란다)
국장 : 그리구, 일 끝나고 다시 내 방으로 와, 알았어?
손피디 : (쩔쩔매며) 아, 알겠습니다, 국장님.. (인사하고 나간다)
국장 : 죄송합니다, 부시장님. 다는 아닌데, 가끔, 저런 놈들이 있어요.
명석 : 언제 한번 시청에 올일 있으면 연락해요, 박국장.
국장 : 그러겠습니다. 근데... 차수정이란 그 여가수와는 어떤..?
명석 : 외 조카에요. 촌수보다도 아주 가까운 사이죠.
국장 : 아, 그러세요?
명석 : ... (웃는 얼굴에서)
씬25. 한남동, 집 안
(미주가 우주를 안고 라디오 앞에 앉아 있다. 다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고..
정자가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데..)
정자 : 아직 니 노래 안나왔지?
미주 : 응, 엄마. 금방 나올 거야.
우주 : 여기서 엄마 노래 나와?
정자 : 그래 우주야. 니 엄마, 가수야, 가수..
(미주, 잔뜩 기대하며.. 우주, 미주의 품에 안긴 채 똘망똘망하게..)
씬26. 달리는 승용차 안
(운전기사가 운전중이다. 옆자리에 성중이 있고, 뒷자리에 민우가 앉아 있다)
성중 : 경찰에서도 열심히 찾고는 있지만 주소지가 예전 그대로라 어려운가 봅니다.
민우 : 정 안되면.. 실종자 처리해서 전단지라도 돌리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민우 : .. (한숨)
성중 : 음악 좀 틀을까요?
(민우, 대꾸 없이... 성중이 라디오를 튼다)
여 DJ : (E) 다음 곡은 신인가수 차수정이 부릅니다. 0000 (제목)
(미주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민우, 미주임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씬27. 몽타주
(미주의 노래가 흐르며)
- 녹음실.. 미주가 노래를 부르며 녹음을 하는 모습...
- 로열클럽 사장실... 경옥이 진지하게 노래를 듣고 있다. 만족스러운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 한남동, 집 안... 라디오를 듣는 미주와 정자, 우주... 정자, 감개무량한 듯이 눈물이 고인 채 미주의 손을 꼬옥 잡아 본다.
미주, 눈물 고인 채.. 우주를 안고... 우주, 신기한 듯 듣고...
- 달리는 차 안.. 어느덧 민우가 눈을 감고 노래를 듣고 있다. 그 모습에서..
씬28. 태섭 사무실 안
(펑하고 터지는 샴페인... 황태섭과 주영국, 복자와 재수가 조촐한 개업식을 하고 있다. 떡이며 몇 가지 음식이 보이고...
깔끔한 분위기의 사무실 안이다. 한쪽에 ‘도시개발 연구소, 소장 황태섭’이라는 명패...)
재수 : 축하혀유, 회장님.
태섭 : 회장은 무슨,.. 이제부터 소장이라구 불러.
복자 : 근디, 무슨 소장이에유?
재수 : 이 여편네가.. 밖에 간판 못 봤어? 도시개발 연구소라잖여.
복자 : 아, 도시개발.. 밑에가 복덕방이니께 잘됐네유.
재수 : 쓸데없는 소리 말구, 이제 그만 나와.
복자 : 내려와서 밥두 드시구, 시키실 일 있으면 연락 하세유?
태섭 : .. (미소)
재수, 복자 : .. (나가고 나면)
영국 : 이젠 정연이도 만나 봐야지.
태섭 : 그 전에.. 할 일이 좀 있어. (본다) 백파의 근황을 좀 알아보게.
영국 : 백파?
태섭 : 어디서부터 첫 발을 내딛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 (눈빛) 백파야.. 백파, 그 사람만 날 좀 도와주면..
첫 걸음 치곤 대단히 큰 발자국이 될 거야.
영국 : 알겠네.
태섭 : .. (뭔가 단단히 각오를 다진 눈빛)
씬29. 한강건설 사무실 안
(복사를 하는 경자.. 노래를 하며 흥얼거리듯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다. 미주의 그 노래 멜로디다. 영출이 들어서며..)
영출 : 소태 못 봤냐?
경자 : 오늘 하루 종일 안보이던데요?
시덕 : (업무 보다가) 현장에 없어요?
영출 : 아따, 그 놈은 눈에만 안보이면 당최 불안해서 못 살것어.
씬30. 강변, 으슥한 곳 (밤)
(결박당한 소태가 빈 양동이에 발을 담근 채 의자에 앉아 있다.
이때, 험상궂은 어깨들이 양동이에 콘크리트 반죽을 쏟아 붓는데.. 소태, 겁에 질려 발버둥 치면 어깨들이 잡아 누르며...
부철이 후래쉬를 소태의 얼굴에 비취며...)
부철 : 너, 이거 다 굳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소태 : .. (겁에 질린 채) 사, 사, 살려줘.
부철 : 이거 매달고 강물에 들어가면.. 백년 지나도 못나 와.
소태 : 돈 갚을게.. 갚으면 되잖아. 제발 살려 줘.
부철 : 빚이 벌써 일억이야. 니가 그 돈을 어떻게 갚아?
소태 : 이, 일억? 고작 이천만원이... 벌써 일억이라구?
부철 : 얘가 우리 계산법을 아직두 모르네? 아무튼 이거 다 굳을 때까지 돈 안 내놓으면, 너 용왕님 만날 줄 알아라.
민우 : (E) 목숨 값 많이 비싸졌구나, 박소태.
(민우가 다가온다. 부철과 사내들이 인사를 하고.. 소태, 민우를 보자 놀라는데..
민우, 손가락으로 콘크리트 반죽을 찍어보며)
민우 : 야, 박소태.. 아무리 봐도, 니 목숨 구할 사람, 나밖에는 없는 것 같지 않냐?
소태 : 사, 살려주세요.
민우 : 살려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 건데?
소태 : 뭐든.. 시키는 대로 다할게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민우 : .. (노려보다가) 이번에 보일러 회사 인수하는 거 알지? 그 일억, 갚아 줄 테니까.. 니네 쪽 입찰가를 알아내.
소태 : ..! (본다)
민우 : 어때? 할 수 있겠냐?
소태 : ... (갈등하는데)
민우 : (부철에게) 물 속에 쳐 넣어.
소태 : .,.. (보다가) 하, 할게요. 입찰가.. 알아낼게요.
민우 : 입찰이 이번 주 금요일야. 그 전날까지 알아갖고 와, 알겠냐?
소태 : 대신.. 내 빚, 꼭 갚아주는 거죠?
민우 : 입찰가 알아오는 날,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줄게.. 일억.
소태 : ... (두려운 표정에서)
씬31. 한강건설 전경 (이른 아침)
씬32. 동, 사무실 안
(아침이라 경자와 소태만 출근해 있는 사무실...
짧은 스커트에 멋들어진 차림의 경자가 꽃병에 물을 갈아주고 있고... 소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가 골똘 하는데...)
경자 : 뭘 그렇게 쳐다봐요?
소태 : 예? 아니에요, 아무것도.. (심각하게 딴생각)
경자 : .. 오늘 내 스타일 어때요? (맵시를 보이며) 명동 가서 위 아래루 쫙 빼입은 건데.
소태 : ...
경자 : (반응이 없자) 별로에요?
소태 : (아무 생각 없이) 예.
경자 : ..! (충격 받고 자리에 앉는다) 어쩐 일이야? 평소 같으면 벌써 치근덕거리구두 남을 인간이? 어후, 기분 나빠.
(이때, 강모와 시덕, 영출이 들어선다)
강모 : 좋은 아침입니다.
경자 : 사장님 오셨어요?
강모 : 다들 제 방으로 모이세요. 회의합시다. (사장실로 들어간다)
소태 : .. (보는데)
씬33. 동, 사장실 안
(강모와 영출, 소태, 시덕이 있다. 강모, 서류를 보고... 소태, 눈치를 보며..)
강모 : 이번에 인수할 보떼 보일러.. 우리 쪽 최종입찰가가 나왔어.
좌중 : ..
강모 : 우리가 인수할 가격은 백 이십 칠억이야.
소태 : ...! (본다)
영출 : 백 이십 칠억이면.. 기술 이전비까지 포함한다구 해두 꽤 비싸네?
시덕 : 만약 만보건설이 그 이상을 적으면 어떡하지?
강모 : 보통, 백 이십억 내외라고 생각할 거야. 크게 불안해 할 건 없을 거 같아.
영출 : 그럼, 이번 인수는 태양 무역인가, 그 회사 명의로 하는 거여?
강모 : 삼자 인수니까, 명의는 별로 안 중요해요.
소태 : ...
강모 : 우리 네 사람 외엔, 아무도 입찰가를 아는 사람 없어. 입찰 당일까지, 절대 기밀을 지켜야 돼.
시덕 : 걱정 마세요, 사장님. 여기 그런 거 떠벌릴 사람이 누가 있다구..
강모 : ... 다들 나가서 일 보세요.
시덕, 영출 : .. (나가고)
강모 : 소태야...
소태 : (보면)
강모 : (안주머니에서 봉투하나를 꺼내준다)
소태 : 뭐야? (열어보면, 만원 짜리 지폐 한장)
강모 : 필요할 거 같아서...
소태 : ...
씬34. 만보건설 회장실
(부철이 와 있다. 민우, 성중이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고..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급히 수화기를 드는 민우..)
민우 : 네..
소태 : (F) 나에요. 돈은 준비 됐죠?
민우 : 지금 어디냐? (듣고) 사람을 보낼 거니까, 거기서 기다려.
(수화기 놓는다, 부철에게) 지금 남산 호텔로 가서 박소태 데리고 와.
부철 : 남들 이목도 있으니, 제 사무실로 데려가겠습니다. (간다)
민우 : ... (기대에 찬 눈빛)
씬35. 사채 사무실 안
(부철의 그 사무실이다. 소태가 와 있고.. 부철과 부하 1, 사내 두 명이 있다.
이때, 돈 가방을 들고 들어서는 민우...)
민우 : 인수 가격은?
소태 : 가방부터 주시죠.
(민우, 가방을 건네면, 소태가 탁자 위에 놓고 열어본다. 돈이 빼곡하게 차 있고... 소태, 가방을 닫으면...)
민우 : 말해. 이강모쪽 인수가가 얼마야?
소태 : 백... 백 이십 칠억...
민우 : ... (빙긋 웃는다) 백 이십 칠억이라..
부철 : 그럼, 이 돈은 우리가.. (가방을 가지려는데)
소태 : ..! (끌어안는다) 돈 갚았다는 영수증부터 써.
민우 : 영수증은,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써주는 게 순서야.
소태 : 뭐?
민우 : 대신, 그때까지 그 돈은 니 돈이다. 내가 보장하지.
소태 : (부철을 노려본다)
부철 : 회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설마 빼앗기라도 할까봐?
민우 : 입찰이 끝날 때까지만 여기 있어. 니가 말한 백 이십 칠억이 거짓이면, 넌 여기서 살아서 못나가.
소태 : ... 틀림없을 테니, 걱정 마쇼.
부철 : 백 이십 칠억이면 꽤 큰돈이군요. 얼마를 쓰실 생각이십니까?
민우 : 나머지 회사들 인수 가격이 많아야 백 이십 오억을 못 넘길 거야.
부철 : 그럼 만보건설은..?
민우 : 우리 목표는 이위야.. 이강모보다 오천 정도만 적게 쓰면 이위는 무난 할 거다.
소태 : ..
민우 : 우리가 보떼를 인수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
(민우, 나가는데.. 부철과 사내들이 인사를 하고.. 민우를 보는 소태의 눈빛..)
씬36. 한적한 호수가
(백파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생각에 잠겨 있다. 낚시 장비를 들고 다가오는 태섭과 영국...)
태섭 : 고기를 잡으시려면 미끼를 좀 자주 갈아주셔야죠.
백파 : ..? (본다)
태섭 :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백파 : 황회장이 아니시오? 미국에선 언제 왔소?
태섭 : 며칠 됐습니다. 괜찮으시면, 옆에서 낚시 좀 해도 되겠습니까?
백파 : 좋도록 하세요.
태섭 : 고맙습니다.
- 시간 경과
(태섭과 백파가 나란히 낚시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영국은 보이지 않고..)
백파 : 낚시를 하는 모습이, 고기 욕심이 영 없으시구만.
태섭 : 그렇게 욕심 부리고 살았으면 됐지, 뭘 탐내겠습니까?
백파 : .. (허허 웃는다)
태섭 : 그동안, 남들 평생 못 버는 돈, 다 벌어봤습니다. 그 돈을 한꺼번에 다 잃어두 봤구요.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또.. 나, 살자고 남한테 몹쓸 짓도 해봤습니다.
백파 : .. 인생무상입니다. 다 부질없는 짓이지요.
태섭 : 백파께서도 그렇게 느끼십니까?
백파 : 언제부턴가, 꿈을 잃었소.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어요. 죽을 때가 다 된 게 아니겠소?
태섭 : 제가 백파께, 제안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백파 : 힘 다 빠진 늙은이한테 무슨 제안을 하시겠단 말이오?
태섭 : 저,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습니다. 수중에 아무것도 없어요. (무릎을 꿇는다) 어르신.. 저.. 저 딱 한번만..
단 한번만 세상에 대고 포효하게 해주십시오. 저한텐 이제.. 평생 모래판에 쏟아 부었던 그 열정과 광기밖에는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그거.. 그 뜨거운 기운.. 한번만 내뿜게 해주십시오, 어르신...
백파 : 대체 누굴 향해서.. 무엇을 위해서 마지막 포효를 하겠다는 거요?
태섭 : 조필연입니다.
백파 : ..!! 조필연?
태섭 : 그 놈, 인간 아닙니다. 인두껍을 쓴 악마에요. 그 놈만큼은.. 꼭 내 손으로 처단하고 싶습니다, 어르신.
백파 : 그만 일어나세요.
태섭 : 어르신..!!
백파 : 황회장께서, 갑자기 내게 화두를 하나 던져주셨소.
태섭 : 화, 화두라니요?
백파 : ..
태섭 : 그 화두라는 게 대체 뭡니까?
백파 :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겼소. 의욕이 생겼단 말이오. 그 정도만 해 둡시다. (허허 웃는다)
태섭 : .. (보는데)
씬37. 로열클럽 밀실 안
(조필연과 오병탁, 민홍기, 한명석이 앉아 있다. 경옥이 술시중을 들고 있고)
필연 : 일해재단 문제도 그렇고, 평화의 댐 문제도 그렇고, 각하의 임기내에 해결해야 될 일이 산더미 같아요.
명석 : 대체 조의원께선, 어디까지 관여를 하고 계신 겁니까?
필연 : (본다, 눈빛) 궁금하시오?
병탁 :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명석 : 궁금합니다. 우리끼리 굳이 숨길 이유가 있나 해서요.
필연 :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거... 원하시는 모든 것이.. 이 조필연의 임무요.
명석, 병탁 : ..!! (놀란다)
필연 : (차갑게 웃으며) 대충 이해가 가시오?
홍기 : 자랑은 아닌 것 같은데.
필연 : 뭐?
홍기 : 국민들이 자네를 뽑은 거, 누구를 위해서 일하라고 뽑은 것 같나?
필연 : 이봐, 민의원.
홍기 : 길거리에 나가 봐. 지금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까지 데모대에 합류하고 있어.
병탁 : 그만 해, 민의원.
홍기 : 자네 같은 사람들이 각하 옆에서 눈코입을 막으니까 나라가 점점 이 모양 이 꼴이 되어가는 거 아냐.
필연 : 야, 민홍기..!!
병탁 : ..!! (탁자를 내리치며) 그만 좀 하라니까..!!
좌중 : ..
병탁 : 내 생일이라고 불러 놓고 무슨 짓들이야..!
홍기 : 죄송합니다, 위원장님.
필연 : .. (홍기를 노려보며)
병탁 : 근데, 백파께선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다더니 왜 아직 안 오시나?
경옥 : 곧 오실 때가 됐습니다.
백파 : (들어선다) 미안합니다, 늦었습니다.
(백파와 함께 들어서는 황태섭.. 필연이 태섭을 보고는 놀란다. 경옥도 놀라는데..)
명석 : 황회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홍기 : 몸은 괜찮습니까?
태섭 : 뭐, 다 나았습니다. 오랜만에들 뵙는군요.
필연 : 두 분, 어쩐 일로 함께 오셨소?
태섭 : 형님께서 날 좀 보자고 해서요.
필연 : 형님?
백파 : 이 사람, 내 아우 삼았소. 호형호제하기로 했습니다.
필연 : ..!!
경옥 : ..! (놀라는데)
필연 : (노려본다) 재주가 좋으시군, 황회장... 두분.. 아주 보기 좋습니다.. (핫, 하하하 비웃으며 밖으로 나간다)
병탁 : 조필연이, 왜 저래?
(백파, 차갑게 웃는다. 태섭, 눈빛이 번뜩이며.. 경옥, 내심 놀란 채..)
씬38. 달리는 차 안 (밤)
(고재춘이 운전중이다. 필연이 차에 타 있고...)
필연 : 백파가 나한테 도발을 하고 있어.
재춘 : 무슨 말씀이십니까?
필연 : 나와 어떤 관계지 뻔히 알면서 황태섭을 거두었단 말이다.
재춘 : ..
필연 : (감정 죽이고) 내일, 보떼 인수 입찰은 어떻게 됐어?
재춘 : 민우한테서, 만반의 준비가 다 끝났다는 소식입니다.
필연 : 그래.. 내일 입찰만 끝나면.. 백파와 황태섭.. 손좀 봐야겠어. (눈빛)
씬39. 한강건설, 사장실 안 (그 밤)
(강모가 인수 계획서를 살펴보고 있다. 시덕이 들어서고..)
강모 : 소태는?
시덕 : 아직도 놈들한테 감금당해 있어.
강모 : .. (초조하다)
시덕 : 내일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강모 : 소태를 믿어봐야지. (생각하는 눈빛)
씬40. 금융사무실 안 (그 밤)
(정연이 인수계획서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서랍에서 팩스용지 한 장을 꺼내서 보는 정연... 그 위로)
- 인써트 (전회에서)
(정연이 부철 앞에서 팩스를 받아보는 모습 짧게...)
- 다시 현실
(정연, 팩스내용을 보는데.. 내용 : 한소진.. 본명, 차부철.. 사채 사냥꾼...)
강모 : (E) 정연아, 그 놈이 원하는 대로 해줘. 자세한 사항은 만나서 얘기해 줄게.
(정연,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씬41. 요정집 방안 (그 밤)
(민우와 부철이 있다. 성모가 와 있고..)
부철 : (인사한다) 차부철이라고 합니다.
성모 : 얘기 많이 들었소. 이번에 우리 조회장을 도와주고 있다고?
부철 : 오히려, 제가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민우 : 이분, 알아두면 좋을 거야. 자네 같은 사람들한텐, 쥐약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도 될 수 있거든.
성모 : 난, 죄를 짓는 놈은 용서 안 해요. 차사장은 그런 류가 아니겠지?
부철 : (찔끔하고) 물론입니다.
성모 : 자, 한자 받아요. (술 따르며) 내일 입찰, 문제 없는 거죠?
부철 : (두 손으로, 황송하게 받으며) 이미, 게임은 끝났습니다.
민우 : 두고 봐... 저번에 수서지구 공사판에서 이강모한테 당한 거, 몇 배로 되갚아 줄 테니까.
성모 : . (차갑게, 웃는데)
씬42. 사채 사무실 안 (다음날 아침)
(창 밖으로 날이 훤하다. 소태와 부하 1, 사내 1,2가 화투로 고스톱을 치고 있고... 소태, 잔뜩 돈을 따는 중이다)
소태 : (신나서) 잘 봐. 홍단에, 고도리에.. 니들 광박 피박이지? 똥 흔들었으니까... 이게 대체 얼마냐?
계산 좀 해봐. 따따블에 양 박이면...
부하 1 : (판을 확 뒤엎는다) 에이, 안해..!
소태 : 근데, 이런 드런 매너를 봤나?
부하 1 : (사내에게) 야, 배고프다, 밥이나 시켜.
소태 : 야, 우리 그러지 말고, 요 앞에 해장구집 있던데 밥이나 먹고 올래?
부하 1 : 너,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나간다?
소태 : 아침밥 시킬 데가 어딨어? 어제두 하루 종일 자장면만 먹었는데..
사내들 : ..
소태 : 야, 설마 내 돈 일억을 놔두고 내가 도망치겠냐? 그럴 거라면 내 발로 오지두 않았지. 내가 밥 살게..
부하 1 : .. (구미가 당기고)
씬43. 시장 안
(소태와 부하 1, 사내 1, 2가 국밥집에서 나온다. 소태, 이쑤시개를 물고.. 소태, 과일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소태 : 야, 우리 맥주하고 과일 좀 사가자. 아줌마, 과일 좀 주세요.
아줌마 : 뭘두 드릴까?
소태 : 잠깐 만요. 돈이 좀 있나 봐야지...
(소태, 지갑을 꺼내,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서 보는데 지폐 여백에
- 수박 (백), 사과(십) 자두(일), 억, 복숭아 (천) 살구(백) 참외 (십)’ 이라고 깨알같이 적혀 있다.)
소태 : 수박 한 개하구.. 사과 두개.. 그리구.. 자두 여섯 개랑..
부하 1 : 야, 과일가게 차리냐?
소태 : 가만있어 봐... 복숭아, 그거 좋아 보이네. 복숭아 다섯 개 주세요.
(그 맞은편 쯤의 식당 안... 성모와 찬성이 밥을 먹으면서 소태를 보고 있다)
씬44. 보떼 본사 로비
(부철과 정연이 들어선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민우와 성중이 있고... 마주치는 정연와 민우...)
민우 : 어제 좋은 꿈 꿨냐?
정연 : ... (미소 지으며) 해몽 좀 해줄래? 맛있는 과일 먹는 꿈 꿨는데.
민우 : .. (픽 웃고) 근데, 이강모는 왜 안보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정연이 대꾸없이 들어서고.. 민우, 부철과 시선 마주치며 웃으면서...)
씬45. 재래 시장, 과일가게 앞
(소태와 부하 1이 저만치 가고 있다. 사내 1, 2가 과일이 든 봉지를 들고 따라가고 있고..
성모와 찬성이 나와서 소태 쪽을 확인하고는...)
성모 : 과일 좀 주세요.
아줌마 : 얼마나 드릴까?
성모 : 방금 저 사람들이 사간 거 있죠? 그거하고 똑같이 주세요.
아줌마 : 네?
성모 : 어서요, 시간 없습니다.
아줌마 : 예.. (수박부터 집어 들며)
성모 : .. (보는데)
씬46. 보테 본사, 회의장 안
(정연과 부철, 민우와 성중, 다른 기업 사장들 몇 명이 앉아 있다.
투표함이 단상 바로 아래에 있고... 서로 탐색하는 듯한 분위기... 민우, 슬쩍 정연을 보는데..)
부철 : 곧 시작될 텐데... 대체 이강모 사장은 어딜 가서 안 오는 거죠?
정연 : ...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씬47. 동, 지하주차장
(강모가 승용차 안에 혼자 앉아 있다.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카폰을 들여다보는데... 긴장한 분위기...
이때, 카폰이 울린다. 강모, 얼른 집어 들고..)
강모 : 나야, 형. 얼른 말해. (메모지를 꺼낸다)
성모 : (F) 받아 적어. 수박 한 개...
강모 : (적으며) 수박 한 개... 사과 둘... 자두 여섯 개.. 복숭아 다섯 개.. 그게 다야? (사이) 어, 그래 형.. 고마워.
(강모, 카폰을 끊고 급히 다른 종이를 꺼내서 펼쳐드는데...
‘수박 (백), 사과(십) 자두(일), 억, 복숭아 (천) 살구(백) 참외 (십)’ 이라고 적혀 있는...
강모, 시덕이 불러준 메모지를 살피며...)
강모 : 백... 이십.. 육억.. 오천..! 백 이십육억 오천만원..!!
씬48. 동, 회의장 안
(이때, 프랑스 사람과 통역관이 나온다. 정연, 긴장하는데... 민우, 비웃듯 여유로운..)
통역관 : 지금부터 보떼, 인수 입찰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사장님들은 한분씩 나와서 입찰가를 적은 용지를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장들, 일어서서 한 사람씩 종이를 투표함에 넣는데... 민우, 준비한 용지를 투표함에 넣는다. 의기양양하게 정연을 보는데..)
부철 : (정연에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한텐 가격도 안 알려주고..
정연 : 기다려요. 이강모 사장, 절대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부철 : 나라도 적어서 내야겠어요. (펜을 빼드는데)
(이때, 강모가 급히 들어선다. 정연, 강모를 보더니 반갑게..! 부철, 강모를 보고...
강모, 투표함 쪽으로 간다. 민우, 투표를 하고 나오다가 마주치고..)
민우 : 니가 안보여서 포기 한 줄 알았다.
강모 : 그럴 리가 있겠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민우, 너와의 대결인데..
민우 : (피식 웃으며) 나도.. 상대가 너라면, 절대 지고 싶지 않아.
(민우, 간다. 강모, 준비한 용지를 투표함에 넣는데..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 지는 봉투... 두 장이다. ‘태양 무역’ 과 ‘한강건설’..
강모, 돌아서서 정연을 보는데.. 정연, 의미심장하게 눈빛으로 미소 지으며..)
씬49. 동, 복도
(결과를 기다리며 사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강모와 정연, 부철이 있고..)
부철 : 이제 결과 발표만 남았는데.. 얼마 적었는지 말씀 해 주시죠.
강모 : .. (미소 지으며) 백 이십 칠억을 적었습니다.
부철 : ..!! (회심의 미소)
정연 : 좀 많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강모 : 그런 생각이 들어야 확실하게 인수 할 수 있을 거예요.
부철 : 잘하셨습니다. 백 이십 칠억 정도면... 충분히 승산 있을 것 같군요.
(일각에서 민우가 성중과 함께 다가오다가 부철을 본다,
부철, 민우와 시선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민우, 됐구나..! 하는 표정으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씬50. 회의실 안
(사장들이 긴장해 있다. 프랑스 지사장이 뒤쪽에 앉아있고.. 통역관이 앞에 나와 있다. 강모와 정연, 부철과 민우의 표정들..)
통역관 : 이번 보떼 보일러, 한국지사를 인수할 회사는... 백 이십 칠억의 인수가격을 적어낸, 태양무역입니다.
(강모와 정연, 부철이 벌떡 일어서서 환호하며 좋아한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장들이 박수를 쳐 주고...
민우, 차갑게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문성중이 따라 나가고...
민우의 굳은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민우 : 박소태.. 풀어주라고 하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모와 정연, 좋아하다가 민우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에서...)
씬51. 동, 사장실 안
(강모와 정연, 부철이 있다. 프랑스인 지사장과 통역관이 있고...)
통역관 : (계약서를 내밀며) 계약섭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고, 다섯 시까지 계약금 입금이 확인 되면 서명 하실 수 있습니다.
강모 : .. (계약서를 보는데)
씬52. 동, 복도
(강모와 정연, 부철이 걸어 나온다. 멈추고..)
부철 : 계약금은 우리 둘이 준비하기로 했으니까, 제가 가서 찾아오죠. (정연에게) 내 통장으로 삼억 입금해 놓았죠?
정연 : 네.
강모 : 다녀오세요. 우린 여기서 기다리고 있죠.
(부철, 간다. 강모와 정연이 잠시 부철 쪽을 보다가...)
정연 : 다섯 시까지 입금을 안 되면 계약 파기야. 그 순간, 사기죄가 성립되는 거고... 경찰엔 미리 연락 해놨지?
강모 : (미소) 물론이지. 다섯 시가 되는 순간, 형사들이 덮칠 거야.
정연 : 혹시, 경찰들이 놓치기라도 하면..
강모 : 걱정 마. 절대 안 놓칠 사람이 붙었으니까.
정연 : ..? (본다)
강모 : 수고했다, 정연아.
정연 : (미소) 니 덕분에 사기 당할 뻔 한 거 면했어.
강모 : 덕분에 난, 보일러 회사를 인수하게 됐고.
정연 : 거기다가 조필연 부자의 계획도 막았네?
강모 : (웃는다)
정연 : .. (미소)
씬53. 은행 안
(들어서는 부철과 부하 1... 창구로 간다. 부철, 통장을 내놓으며..)
부철 : 삼억을 인출할 겁니다.
여직원 : 삼억을 다요?
부철 : 예, 만원권 현금으로 주세요.
(그 일각, 사복형사 두 명이 부철 쪽을 주시하고 있다. 그 옆의 성모와 찬성..
성모, 잡지를 보며 고개를 드는데 날카로운 눈빛에서)
씬54. 어느 거리
(승용차가 서 있다. 부철과 부하 1이 앉아 있고.. 부철, 돈가방을 안은 채 손목시계를 본다.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고...
그 뒤쪽의 다른 승용차 안... 성모와 찬성, 형사 두명이 부철쪽을 응시하며.. 시계를 보는 형사의 모습에서..)
씬55. 거리, 전화 부스
(승용차에서 내리는 부철... 공중전화로 어디론가 전화한다. 잠시의 통화음...)
씬56. 한옥집 안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드는 경옥... 네, 하는데..)
부철 : (F) 접니다, 유사장님.. 어르신과 통화 좀 할 수 있습니까?
경옥 : 지금 주무세요.
부철 : (F) 그럼, 유사장님께서 전해 주십시오. 황정연의 돈, 제가 다 가로챘습니다.
경옥 : ..!! (놀란다)
씬57. 거리, 전화 부스
부철 : (수화기를 들고) 이번 테스트는, 제가 이겼습니다. 아쉽게도 황정연은 더 이상 어르신의 신임을...
형사 : (다가온다) 차부철씨?
부철 : 누구시죠?
형사 : (신분증을 내보인다) 당신을 사기죄로 체포합니다.
(부철, 그대로 도망치려는데 다른 형사가 팔을 꺾는다. 수갑이 채워지고..)
씬58. 한옥집 안
경옥 :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이봐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들..)
부철 : (F) 놔..! 노란 말야,..!
형사 : 가만 있어..! 이 놈 어서 끌고 가..!!
경옥 : ..!! (뭔가 감지 한 듯)
씬59. 전화 부스 앞 그 거리
(부철과 부하 1이 형사들에게 체포되어 수갑을 찬 채 차에 실린다. 승용차가 출발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성모... 늘어져 있는 전화 부스의 수화기를 들고는 제자리에 딸칵 놓는다.
찬성이 다가와 웃어보이면.. 성모의 여유 있게 웃는 미소에서)
씬60. 조필연 사무실
(민우가 와 있다. 필연과 재춘, 성모가 있고... 초조한 듯한 필연의 모습..)
필연 : 차부철이, 그 놈한텐 왜 아직 소식이 없는 거야?
민우 : 보떼 본사에 문이사가 나가 있어요. 이강모가 계약에 실패하면 이쪽으로 소식이 올 겁니다.
(성모, 느긋하게... 이때, 전화가 온다)
민우 : (급히 수화기 들며) 네.
성중 : (F) 접니다, 회장님.
민우 : 어떻게 됐어요?
성중 : (F) 이강모쪽이 계약금을 시간 내에 지급 못했습니다. 입찰 무횹니다, 회장님..!
민우 : (듣는다) 예.. 알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얼굴에 미소 번지며) 성공했습니다.
필연 : ..! (놀란다)
성모 : .. (보는데)
씬61. 보떼 본사, 회의실 앞
(사장들이 모여들고 있다. 강모와 정연이 들어서다가 민우와 마주치고..)
민우 : 계약금을 못 넣었다면서?
강모 : .. (미소)
민우 : 근데, 넌 왜 또 여길 왔냐? 이미 물 건너갔는데...
강모 : (피식) 너, 축하해 주려고... 너도 저번에 나 축하해 줬는데... 빚은 확실하게 갚아야지.
정연 : ... (보는데)
씬62. 동, 회의장
(민우와 강모가 사장들이 앉아 있고... 프랑스 지사장이 뒤쪽에 앉아 있고 통역관이 앞에 나서서..)
통역관 : 태양 무역이 계약 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이순위로 적어낸 곳이 이번 인수입찰의 주인이 됐습니다.
좌중 : ..
통역관 : 이번 보테 보일러 한국지사 새 주인은.. 백이십육억... 육천...
민우 : .. (기분 좋게 일어서려는데)
통역관 : ... 백만원을 써 내신... 한강건설에서 인수를 하겠습니다.
(민우, 크게 놀란다.
강모, 씩 웃으며 일어선다, 주변의 박수에 답례하고.. 정연,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진다)
민우 : (놀라서, 노려보며) 너... 태양 무역으로 입찰 한 거 아니었어?
강모 : .. (보는데 그 위로)
- 인서트
(강모, 입찰함에 봉투를 넣는다. 태양무역과 한강건설.. 두 개의 봉투.)
- 현실
민우 : .. (강모를 노려보는데)
정연 : 축하해요, 이강모 사장님.
강모 : 고맙습니다.
(이때, 소태와 영출, 시덕, 경자가 들어선다. 돈가방을 손에 들고..)
소태 : 사장님, 계약금 찾아 왔습니다. 그만 계약하러 가시죠.
민우 : 박소태...!!
소태 : (씩 웃으며) 고맙습니다, 입찰가 알려줘서.
(정연, 활짝 웃고... 민우, 강모를 노려본다. 강모, 보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