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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관련된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하여 알아보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등산과 관련된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된 책자나 논문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사실이 등산 때문에 생기는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등산이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면 관련 논문이 벌써 출판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산악인, 특히 고산지대를 다니는 산악인에게는 이비인후과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글에서는 편의상 국내에서 주로 산행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주의사항과 고산지대를 다니시는 분들을 위한 주의사항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요즘 산행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들에 의하면 국내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산행을 다녀온 후 코막힘이나 콧물 등의 증상을 호소하시는 환자분을 진료하게 된다. 특히 4~5월 사이에 더 많은 환자들을 접하게 되는데, 등산과 관련하여 증상이 나타났던 환자 2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환자 A(45세)씨는 내원 3일 전인 4월 말경 토요일, 동료들과 북한산 산행을 다녀온 후 콧물이 심해지고 재채기를 하여 내원했다. 과거에도 봄철 산행 시에 주로 콧물이 나왔으며, 겨울 산행에서는 별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콧속을 살펴보니 코 안의 점막이 부어 있고 맑은 콧물이 많았으며 알레르기 검사 결과 참나무와 서양물푸레나무, 개안나무, 복합나무 화분(花粉, 꽃가루) 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다. 이 분의 경우는 전형적인 알레르기 비염 환자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봄철 산행에서 나무 화분에 노출되어 그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또 다른 환자 B(27세)씨는 직업 군인으로 입대 후에 지속되는 콧물과 재채기를 주 증상으로 내원했다. 이 분도 코 안의 모습은 윗분과 비슷했으며 알레르기 검사에서 쑥화분과 호그위드 및 복합나무화분에 대한 알레르기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이 환자의 경우 처음에는 군대 시설에 많은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를 의심했으나 검사결과는 엉뚱하게도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였고, 자세한 병력 청취를 통해서 공수부대 군인으로서 군 작전 훈련을 위해 산악 행군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증상이 심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봄철에만 꽃가루가 날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봄철에는 주로 나무 계열의 화분이, 여름에는 풀(목초) 계열의 화분이, 가을에는 잡초 계열의 화분이 날린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 산행을 다녀와서도 콧물이나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실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이미 화분에 의한 알레르기를 진단받은 분이라면 자신의 증상이 심해지는 시기에는 산행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하게 산행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산행 전에 약물 복용이나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환자라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이 약제는 하루아침에 즉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때 알레르기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 약은 이비인후과에서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으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비충혈 제거제라는 스프레이 약들이 있는데, 이런 약제는 코막힘을 즉시 해결해 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것을 무분별하게 남용하게 되면 오히려 약물성 비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충혈 제거제의 경우에는 사용을 보통 1주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높은 산 오를 때 생기는 귀막힘은 기압 낮아지면서 나타나
알레르기 비염 외에 혈관운동성 비염이라는 질환도 있는데 이것은 비특이적인 자극들(예를 들면 찬 공기, 온도나 습도의 변화, 피로나 스트레스, 담배연기나 먼지 등)에 노출될 경우 심한 재채기와 콧물 등의 비염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산행 시에 콧물이나 재채기, 코막힘 등을 경험했던 분이라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자세하게 진찰 받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 흔하게 접하는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은 귀막힘(이충만감) 증상이다. 주로 높은 산을 오르는 경우 대부분 귀와 코를 연결하는 귀인두관(유스타키안 관 혹은 이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난다. 평상시에 인간의 귀(이 중에서도 특히 중이, 中耳)는 대기압과 평형을 이루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귀 인두관인데, 산을 오르면서 대기압은 낮아지는 데 비해 귀안의 압력은 변화가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은 질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증상인 경우가 많고 압력 조절이 되면 별 문제가 아니다.
이런 증상은 앞에서 이야기한 알레르기 비염 등이 있어서 코막힘 증상이 있는 분들이 더욱 잘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는 물을 마시거나 껌을 씹어서 스스로 귀인두관 주위의 근육을 운동시켜서 압력 조절을 할 수 있으며 코를 막고 힘을 주어 숨을 내쉬는 발살바 치료법(Valsalva maneuver)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산행 후에도 지속적으로 귀가 멍한 느낌이 생기고 잘 안 들리는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적인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한다.
이제 좀 더 전문적인 산악인을 위한 고산병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이전 호에서 고산병에 대한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세한 언급보다는 이비인후과 관련 증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비인후과와 관련 있는 증상들은 두통, 난청, 어지러움, 코피, 수면 무호흡증, 기침과 상기도 감염, 코막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의학 논문에 의하면 이런 증상들이 2,500m 이상의 고산을 등반할 때 약 25%의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난청 발생의 경우, 평지에서는 청력이 정상인 사람들도 고산지대에서는 저산소증에 의해 난청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산에서 4일 정도가 지나면 이런 난청은 적응 과정을 거쳐 자연스레 회복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귀로 향하는 혈류학적인 측면에서 설명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난청이 있는 환자도 천천히 등산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면 고산 등반이 위험하지는 않다.
고산지대에서 생기는 어지러움은 몇 개의 논문에서 말초적인 원인에 의해 생긴 경우가 보고되었지만 그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주로 뇌부종 등의 중추적인 문제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어떤 실험에서 급속하게 기압의 변화를 주었을 때 자세 유지에 어려움이 생겨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고산 등반 때 두통·코피 등은 뇌부종 등 중추계 이상으로 발생
가장 흔한 것 중 하나로 코피가 있다. 이것은 고산지대에서 외부의 찬 공기에 노출되어 생기는데 코 안의 점막이 마르면서 작은 혈관들이 터져서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출혈성 질환(예를 들면 혈우병) 등이 있는 분들은 고산 등반 시에 주의를 요한다. 이런 경우 연고를 면봉에 얇게 묻혀서 코 안에 발라 주면 도움이 된다. 면봉을 사용할 때 너무 심하게 깊이 찌르거나 강하게 점막을 자극하면 역효과로 점막에 상처가 생겨 오히려 코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산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어 생기는 증상으로 코막힘도 있다. 이것은 주로 코 안의 점막에서 분비물이 증가하면서 생기는데, 만약에 해부학적인 이상이(예를 들어 비중격 만곡증 등의 코 안의 뼈와 연골이 삐뚤어진 경우) 있어서 이미 코막힘 증상이 있던 사람이 고산 등반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증상이 악화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코 안의 생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반갑지 않은 상기도 감염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고산에 오르면 코 점막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내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기도 감염에 걸릴 위험이 많아지기도 한다.
고산지대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을 많이 하는 경우, 이것은 차고 건조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수면 무호흡에 대해 살펴보면 고산지대에서는 저산소증에 의해서 과도한 호흡을 유발하게 되고 그에 따라 혈액 내의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낮아지게 되며, 결국 이것에 의해 무호흡증이 나타나게 된다. 혈액 내의 이산화탄소 분압이 수면 시에 호흡을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분압이 낮아지므로 인해 불규칙적인 호흡을 유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면 무호흡의 원인을 중추적인 경우와 말초적인 경우와 혼합적인 경우로 구분하는데 고산지대에서 생기는 무호흡은 거의 전부 중추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다만 평상 시 편도 비대 등의 말초적인 원인에 의한 수면 무호흡이 있는 사람이 고산지대에서 수면을 취하게 된다면 중추적인 원인이 추가되어 더욱 심한 수면 무호흡으로 고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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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간략하게 고산과 관련한 이비인후과 증상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과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산행 전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진찰을 받아 볼 것을 권유한다. 각자 산행을 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안전한 산행일 것이다. 안전 산행을 위해 언제나 조심하고 미리 자신의 몸에 대해 알고 산행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승훈
현) 강서구 화곡동 보아스이비인후과의원 원장
현) 서울시의사산악회 등반기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