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자신의 약점을 몰라서 고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대면할 힘이 없다. 그런데 부모는 자녀의 약점에 눈이 가고 그 약점을 고쳐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녀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부모가 내 약점만 언급하니까 자신을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자녀의 자존감은 한없이 무너지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부모로부터 긍정적인 힘을 받아도 자신의 약점을 고칠까 말까인데, 무슨 힘으로 약점을 고칠 수 있겠는가.
물론 부모가 자녀의 약점을 보면서 그 약점 뒤에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구라도 단점이나 약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장점이 될 때가 많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약점 뒤에 장점을, 장점 뒤에 약점을 비밀스레 숨겨놓으셨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약점만 보지 말고 그 약점이 어떤 장점을 동반하고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엎어치기 한판’이라고 부른다. 내 자녀의 약점을 엎어보면 그 뒤에 장점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고, 자녀의 약점만을 걱정하게 하는 사탄의 궤계를 엎어치기 한판으로 날려버리자는 뜻도 있다. 자녀의 약점 뒤에 숨은 장점을 보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믿음이요, 하나님의 관점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큰딸은 중학생 때부터 학교 숙제를 잘 안 해갔다. 어른 말씀을 잘 듣고 겁까지 많은 나는, 살면서 숙제를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낳은 아이는 숙제를 미루고 또 미루다 밤에 꾸벅꾸벅 졸면서 하기 일쑤였고, 아침에 밥을 먹으며 대강할 때도 많았다. 아예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 해온 것을 베끼거나 숙제를 했어도 벌서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숙제해간 것을 숨기기도 했다. 엄마인 나는 그런 딸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매일 내 목덜미를 잡으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저 아이는 분명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물이니 아이의 장점을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일단 딸에게서 나에게 없는 배짱이 보였다. 딸아이는 웬만해서는 놀라거나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뜨였다. 아울러 순간 집중력도 대단했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친구를 잘 사귀는 아이였다.
엄마인 나와 다를 뿐 그것은 분명 탁월한 장점이었다! 엄마인 내가 아이의 약점이라고만 생각했던 부분에서 장점을 발견하자 아이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원래 당당한 아이였지만 더 당당해졌고, 밝아졌고, 행복해 보였다. 아이의 자존감과 책임감이 같이 올라갔다.
건축가가 땅을 골라서 집을 지으려 할 때도 건축가의 마음에 꼭 드는 땅은 없다고 한다. 흠이 없는 땅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건축가가 그 땅의 흠을 품고 집을 짓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땅이 가진 약점이 그 집만의 개성이 되고 매력이 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약점 또한 부모가 고쳐서 없애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약점 뒤에 숨어 있는 자녀의 장점을 발견하고 표현해주는 부모를 보면서 자녀는 ‘내가 괜찮구나’, ‘내가 꽤 멋진 데가 있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장점을 알게 되고, 당당해지고, 약점을 고쳐보고도 싶은 건강한 자아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부모 면허, 박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