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요소를 품은 따스한 동화
『꽃이 된 아이』
박상재 (지은이), 국은오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6월
올해는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 해방선언을 한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22년 어린이날을 선포하고 이듬해인 1923년 3월에 『어린이』 잡지를 출간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해방선언을 한다.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하고 경제적 압력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에 유,무상의 노동을 폐지하고,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에서 배려하라는 것이다.
이를 어린이 해방 선언문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어린이의 인권해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24년 국제연맹에 의해 채택된 어린이 권리 선언보다 1년 앞서 어린이 해방을 선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100주년 행사에서 작가는 (사)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서 “유익한 책을 만들어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꽃이 된 아이』는 그 약속 이후에 발간된 책이라서 눈길을 끈다. (작가의 말)
이 책에는 고양이, 까치, 동자꽃, 달항아리, 은행나무를 소재로 물활론이 바탕이 되어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어느 작은 도시의 변두리에 고양이 여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스님 새벽이) 나무를 사랑하고 꽃을 사랑하는 까치 한 쌍이 살았습니다.(까치와 부처)는 서사의 시작에 각각 ‘옛날 옛적에’를 넣어도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없다. 이처럼 전래동화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고양이 스님 새벽이」는 길고양이로 살던 고양이 여왕이 참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고양이 여왕은 버만 고양이의 영향으로 자신을 찾아 암자로 간다. 그곳에서 고양이 여왕은 새벽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명명되는 것의 가치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흰 천을 찢어서 하나는 행주, 하나는 걸레라고 명명했을 때 그들의 살이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 분명하다. 도둑고양이, 길고양이로 불리던 고양이 여왕은 이제 새벽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밤길을 내려가는 보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버만 고양이를 만나서 삶에 변화가 온 것이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변화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까치와 부처꽃」은 꽃을 좋아하는 아내 까치를 위해 꽃을 꺾어주는 남편 까치의 이야기이다. 부처님께 자주 바쳐서 부처꽃이라고 부르는 꽃을 아내에게 주었는데, 향기가 나지 않는다. 아내는 꽃이 꺾여서 얼마나 아플까, 라며 부처님께 드리자고 한다. 남편 까치는 시든 꽃을 가지고 암자에 가서 부처님께 드린다. 그제야 향기가 난다. 길고양이에게 날개를 다친 아내 까치를 통해 “미워하지 마라. 미워하는 마음이 자신을 병들게 하고”(54:13) “목숨은 무엇이든 다 소중하다”(54:5)는 걸 깨우치게 된다. 꽃 한 송이도 함부로 꺾지 않아야 한다는 아내 까치의 마음이 부처의 마음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꽃이 된 아이」는 동자꽃 전설을 모티브로 쓴 동화이다. 시주를 하러 마을로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던 아이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는다. 아이를 묻어준 곳에 꽃이 피어난다. 생을 다한 아이는 꽃으로 피어서 스님을 만난다. 삼라만상 인연을 생각하게 한다.
「두타연 달항아리」와 「통일을 부르는 은행나무」는 달항아리와 은행나무를 의인화해서 역사의 한 순간을 보여준다. 전래동화 요소를 지닌 동화는 자칫 익숙한 구성과 서사 전개로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실린 단편동화들은 전래동화 요소 중에서 장점을 취해, 전체적으로 서사가 구수하고 따스하다. 또 친화력이 있다. 그러므로 『꽃이 된 아이』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단편동화 읽는 재미를 한껏 누릴 수 있게 한다. / 함영연(동화작가. 문학박사)
출처 : 생명과문학 #박상재 #꽃이 된 아이
첫댓글 '꽃이 된 아이'를 조목조목 분석적으로 잘 쓰셨네요.
제가 책 소개하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전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를 가지고 책에 접근해서 읽게 할까를 생각하며 쓰는데 또 다른 공부를 하게되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