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山
황상순
벌초 가는 길,
선산중턱 참나무 썩은 그루터기 위에
애기더덕 작은 순 하나 솟아나 있다
실잠자리 같이 가는 몸을 뻗어
열심히 햇빛을 빨고 있는 중이다
울컥 코끝으로 밀려드는 향기,
저 젖내음 배후 어딘가에
주름으로 겹겹 굵어진 어미더덕이 있을테지
그루터기 곁 숲 속으로 향내를 따라 들어간다
나무들과 새, 물소리가 일제히 숨을 죽이고
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어미더덕이 혹시 산처럼 커진 것은 아닐까
끝내 산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온몸 구석구석 스며드는 어머니 저고리 섶 냄새
어머니는 항상 머리맡에 있었으나
잠에서 막 깬 아이처럼 난 줄곧 어머니를 찾았지
더덕 대신 낙엽 밑에서 주운 다래
한 알 젖꼭지처럼 입에 물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등성 굽은 소나무 아래
둥근 젖무덤 하나 母船처럼 닻을 내리고
햇빛 물결 속에 조용히 출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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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머니의 산이 우리 누님의 산이기도 합니다.
그 어머니의 산이자 내 누님의 산은 봉평면 평촌(坪村) 뒤‘창말’골짜기에 있습니다.
시인은 ‘젖 내음’과 ‘더덕 내음’을 좇아, ‘다래 한 알 젖꼭지처럼’입에 물고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저고리 섶’ 냄새를 맡으며 ‘코끝으로 밀려드는 향기’에 울컥하고,
‘닻을 내리고 있는 모선’, ‘둥근 젖무덤’을 보지만 나는 넉넉하고 환한 누님의 미소를 봅니다.
누님은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화장품 가방을 메고 아픈 다리를 끌며 골목을 누비셨습니다.
자식들이 저처럼 훌륭하게 자리매김 하는 것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뜨셨습니다.
누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오고,
누님을 생각하면 8남매를 낳아 기르시느라 고생하신 내 어머님이 겹쳐 떠오릅니다.
첫댓글 올봄 한식날, 어머니산소 성묘생각에 막내아들 충기는-
몇일전부터 고생하신 엄마생각에 얼마나 마음을
조아렸을가....쬐금 상상해봤음니다. 근데 요즘더덕은 진한 더덕향기의 질긴더덕은 보이질 않습디다.
창말 골짜기산 쑤~욱 올라가야 진한냄새나는 더덕을 맞날수 있으려나?.......오늘은 황산순글이였네.
올 봄 한식이고... 작년 한식이고.... 한식성묘를 못했다니까욧!!!!!!
그 사정을 몰라 미안해요-
막내로서 애틋한 어머님정을 듬북 받았을 충기님,
금년이 아직 반도 더 남았쟎소,올가을 사정이 되면 택일하여 가시면 될터인즉.
벌초 와 추석성묘가는날 웬만하연 아들 손자 며느리 다함께........
불초, 나두 1년에 2번 성묘는 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삼남매는 일요일만 되면 어머니 산소에 갔다.
그 일요일에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감주를 만들어서 주전자에 담아서 들고
산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귀밑으로 "피웅" 하고 총알이 날아갔다.
가까운 사격훈련장에서 잘못 쏜 총알이 날아온 것 같았다. 우리는 깜짝 늘랐다.
"정을 떼라고 보내는 신호탄 인것 같다" 생각한 우리는
그 다음부터는 산소에 자주 가지 않고 특별한 날에 만 갔다.
어이쿠.... 얘기만 들어도 아찔.... '정을 떼라는 신호'가 틀림없습니다.
구구절절 마음아픈 글 입니다
애지중지 기르신 어머님의 마음 인 들 오죽 했으리오..
좋은 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