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좁은 수로에 1985년 댐이 건설됨에 따라 생겨난 충주호는 '내륙의 바다'로 일컬어질 만큼 규모가 엄청나다.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은 물론 인근에 13억톤의 생활용수, 12억 톤의 관개용수, 8억 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관광자원으로도 한몫해 단양8경에다 유람선이 운행되며, 선착장만해도 총 5개나 된다.
이 충주호를 산자락에 깔고 솟은 산들이 월악산국립공원을 위시하여 모두 명산으로 이름이 났다.
오늘 우리가 가는 고봉과 주봉산, 그리고 부대산 줄기는 천등지맥.
천등지맥은 백운지맥 십자봉에서 재 분기하여 시루봉, 오청산, 천등산, 인등산, 부대산, 고산을 지나 동량면 명오리에서 남한강으로 맥을 다하는 길이 44.4km의 산줄기.
우리는 ‘미라실종점’을 깃점으로 삼아 임도를 통해 수리재에 올랐다.
'미라(美羅)실'이라는 마을 명칭은 열두 곡 강물 줄기가 마치 ‘비단처럼 곱고 아름답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토정비결로 유명한 이지함(1517~1578) 선생이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수리재에서 반대쪽으로 오른 고봉(高峰 458.5m)은 충주호를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그리 높지 않은 봉이지만 이름이 높은(高) 봉(峰)이어서일까, 조망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리재는 수리봉(△518.2)이 있어서 얻은 이름일 것.
대개의 수리봉이 그러하듯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 오르내림이 무척 까탈스럽다.
수리과 날짐승이 사냥을 하기 위해선 봉우리가 우뚝 도드라져야 하는 것.
그래야만 ‘매의 눈’으로 먹이사냥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지형도엔 그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수리봉을 벗어나자 산세는 육산으로 변하고 최고봉인 주봉산은 그저 두루뭉실하다.
주봉산(珠峰山 638.5)을 곧이 곧대로 직역하면 ‘구슬 봉우리‘지만 어디에서도 구슬과의 개연성을 찾을 수 없다.
부대산(富大山 626.9) 또한 내력을 알길 없으나 ‘큰 부자‘와 관련한 전설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맥꾼들은 관모봉 지등산으로 곧장 달려가지만 우리는 충주호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내려서야 한다.
화암사 진여원으로 내려서는 능선 마지막엔 이렇다할 등로가 없어 애를 먹는다.
‘충주나루휴게소’에선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다.
산행궤적
약 11km에 5시간 가까이 걸렸다.
고도표.
미리 준비한 표지기.
미라실 버스종점(충주시 동량면 지동리 398-3)에 버스를 댄다.
좌측 미라실종점 정류소.
그 앞 골목이 들머리.
버스에서 내린 산꾼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산으로 접근한다.
한참이나 아스팔트 임도는 이어지며...
인혜산장을 지나고...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더니...
충주호는 모든 산들의 아랫도리를 구석구석 핥고 있다.
차량통행은 금지한다하고,
이 임도는 <미라실 ↔ 명오리>의 '충주호 서운리 순환임도'.
다시 좌측으로 조망이 열린다.
계속 오름짓하는 임도에서 불끈 솟은 봉우리는 고봉인 듯.
더 진행하다 다시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
당겨 보았다. 오늘 오를 첫 봉인 고봉이 확실하다.
수렵제한 구역을 알리는 푯말.
고갯마루(수리재, 해발 365m)에 닿았다. 좌측(A)으로 올라 고봉을 찍고 되내려와선 (B)로 주봉산을 오르게 된다.
수리재에 배낭을 벗어놓고 오르자 금세 소나무가 자라는 암봉에 이르게 된다.
Wow~ 충주호 조망이 시원히 열린다. 멀리 보이는 산은 대미산인 듯.
당겨보는 충주호.
돌아보니 고봉을 내려와 계속 이어갈 수리봉과 주봉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치솟은 암봉을 지나...
고봉에 올라서니 사방이 트이는 천혜의 조망산이다.뒤로 이어갈 수리봉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충주호반에 솟았으니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듯.
그렇게 이어갈 수리봉과 주봉산 라인(천등지맥)이다.
앙증스런 고봉 빗돌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준비해온 표지기를 걸었다.
정상 뒷쪽으로 조금 나아가면...
여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조망처다. 발품팔은 가성비를 따진다면 더욱 그러하다.충주호 우측으로 천등지맥의 끝자락이 호반에 몸을 푼다. 그렇게 생긴 모습이 흡사 한반도 모형을 닮았다.
건너 보이는 산자락은 갑산지맥의 끝자락. 그 뒤론 관봉(冠峰 529.9)인 듯.
수려한 모습의 충주호 조망은 쉬이 끝날 줄을 모른다.
한꺼번에 다 담을 수 없어 <동영상>을 찍었다.
뒤이어 올라온 일행들도 충주호 조망에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가만~ 멀리 보이는 산이...
월악산이 맞능감?
당겨보니 맞넹.
수리재에 되내려 와서 저쪽 화살표의...
수리재 표석 뒤로
오르다 뒤돌아보니 고봉이 이름처럼 높이 솟아있다..
바위구간을 만나면서 뚜렷한 등로는 사라져 버린다.우회로를 찾다 시간을 허비하였는데, 이 바위구간에선 바위틈새를 통해 직등하여야 한다.
그렇게 오른 능선에서 뒤돌아보는 고봉.
삼각점이 있는 518.2m봉을 사람들은 수리봉이라 부른다.
그렇게 수리봉 표지기를 걸었다.
수리봉에서 내려선 안부(서운고개)엔 이정표가 있고, 좌측으로 서운리 방향 푯말이 바닥에 놓여있다.이 고개를 이정표엔 '새목이'라 적혀있다.
한마음 새식구가 된 '정원석·강기남' 두 분과 함께 후미에서 걸음을 맞춘다.
능선은 두루뭉실하여 등로가 선명하지 않아...
누군가 푯말을 달아 길을 안내하고 있다.
주봉산은 좌측으로 약간 비켜서 있어...
두 분은 배낭을 벗어놓고 올랐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표지기를 매단 뒤 구슬과 관련한 개연성을 생각해 보았다.
정상 100m 아래의 이정표.
더 나아가다 만난 이정표.
더 진행하다 내려선 안부(흑목고개). 가을산에서 무엇을 채취하는지 아주머니 두 분이 올라와 계신다.이정표엔 우측이 양아리이고, 좌측은 서운리.
크게 보는 이정표.
흑목고개에서 부대산까지는...
30분이 걸렸다.
부대산 정상엔 삼각점이 세 개나 된다.
표지기를 걸고...
기념사진을 남긴다.새식구 강기남 씨는 '산악회 가입은 한마음이 처음'이라며 초보산꾼으로서 이젠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는 함께 가입한 정원석 씨가 보조를 맞추며 동행하는 덕분으로,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538.5m봉을 넘자 쓰러진 전봇대를 만나고, 다시 철인 님의 시그널이 걸린 521m봉을 넘는다.
뒤따라 오는 일행들을 부르며 한걸음 앞서가던 나는 어느 순간 일행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다.
고함을 질러보니 벌써 다른 능선에서 화암사로 내려서고 있었다.
어느 길인 들 반듯하랴 싶어 '조심해서 내려가시라' 하였다.
이제 주의를 기울여 화암사 갈림길을 찾아야 한다. 등로에 화암사갈림길'이라는 표지기를 즉석으로 매달았다.
그런 뒤 좌측으로 무작정 내려서면 좌측 어깨 위로 작은 능선이 있어 비스듬히 올라붙으니...
반듯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분명한 능선길.
처음엔 좌측으로 철조망이 이어지더니...
다음에는 우측으로 철조망이 나란히 따라간다.
철조망이 길안내를 하고 있는 셈.
제법 한참이나 우측으로 철조망이 나란하더니...
잘 관리된 무덤을 만난다. 이제 고생끝 행복시작인 줄 알았다.
룰루랄라~ 그도 잠시 막판에 길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선답자들의 자취도 찾을 수 없다.
이리저리 잡목을 비집고 고도를 낮추니 포장임도.
줄기식물이 산길을 덮고 있는 곳으로 내려서며...
우측으로 기와지붕이 보이고...
돌아보니 전봇대가 있는 내려온 지점.
아동복지시설 진여원이다.
2층 망루에 글이 쓰여져 있어...
당겨보니 옛글로 쓰여져 해독이 되지 않는 글귀다. 이태백이를 불러야할 판이다.
주차장을 지나고...
차량 통제구역을 지나자...
잘 조성된 시설이 있어 올라 보았더니 물이 없는 연못.
기업은행 연수원 정문을 지나고...
자비실천도량 진여원 표석과...
꽃바위마을인 화암리(花岩里) 표석이 있다. 충주호관광선착장과 꽃바위마을로 가야하는데...
나는 자꾸 더 내려가다 정박해 있는 충주호유람선을 내려다 본다.
총무한테 전화를 한 뒤 되돌아간 충주나루휴게소의 우리 버스.
산중에서 헤어진 두 분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걸로 보아 그 길은 더 험했던 듯.
이종묵이 쓴 '조선의 문화공간'을 읽다 '空山無人 水流花開'라는글귀를 접한다.
택당 이식(澤堂 李植)이 썼다는 이 글은 송나라 시인 황산곡(黃山谷)의 시란다.
萬里靑天(만리청천) 구만리 푸른 하늘
雲起來雨(운기래우) 구름 일고 비 내리네
空山無人(공산무인) 사람 없는 빈 산
水流花開(수류화개) 물 흐르고 꽃이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