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과목 빠진다는 소리 듣고 처음에는 윤리 교과에 타격 심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탐 4과목이 다 빠지는 거라면 딱히 윤리만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됨
평가원 윤리 시험 문제들이 오개념으로 떡칠할 때는 참 갈등이 많았는데, 왜냐하면 이런 식이라면 수능 과목에서 빠지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 때문. 그런데 실제로 윤리만 수능에서 빠지면 그 즉시 학교 현장에서 퇴출되는 거라 그걸 바랄 수는 없었고, 어떻게든 더 이상 오개념 안 나오게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러려면 내가 교재를 써서 출판하면 그거 보고 공부할 거고, 그럼 더 이상 오개념 안 생기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음. 물론 오버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지만, 솔직한 심정이 그렇기는 했습니다.
일단 지난 6평은 정말 이상했고, 9평은 선전했다고 보며, 이번 수능은 넘 쉬워서 원성이 자자하지만, 적어도 생윤에서는 오류는 안 보임(다만, 15번 ㄹ 선지는 문제인데, 이건 그냥 평가원이 그동안 계속 일관되게 저질러 온 오류라서...제 교재에서도 이게 평가원 입장이니 무조건 암기하라고 1차 교재, 2차 교재, 3차 교재에서 다 강조함).
평가원 기출은 물론이고, 연계교재들 해설하면서 너무나 오개념이 많아서 아주 힘들었음. 이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내가 예전에 평가원 관리자하고 나름 사이가 괜찮았을 때도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었고, 당시에는 연계교재 퀄이 떨어지건 말건, 오개념 남발하건 말건 수능 선지만 깔끔하게 내주면 된다는 생각이었고.
그랬지만 이렇게 연계교재 쓰는 사람들, 검토하는 사람들 수십 명이 덤벼들어도 오개념으로 떡칠하고 있다면, 이런 교과는 수능 과목에서 제외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게 됨. 과목이 문제인 게 아니라, 그 과목을 담당하는 사람들 역량이 안 된다면 수능 과목에서 제외해야지, 하는 생각
그래서 이번에 선택과목들 다 수능 과목에서 제외한다는 소리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라리 잘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됨. 차라리 홀가분함(그냥 우리 윤리교과의 부끄러운 민낯을 다 덮어버릴 수 있으니). 오개념 때문에 학생들 앞에서 주저리 주저리 변명하지 않아도 되고...남은 3년간은 여전히 괴롭겠지만
그리고 통합사회는 문이과 다 응시한다니, 이 통합사회 교재를 한번 잘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그 어디에서도 한 적 없지만, 경제학, 법학, 역사 같은 학문의 지적 기반도 꽤 갖추고 있습니다. 통합사회 안에서 윤리 쪽이 오류를 범하는 경우에, '자기들끼리만' 오류 아닌 것으로 하자는 담합행위도 더 이상 안 통할 거고...
첫댓글 현실적으로 한 과목도 제대로 하는 사람 찾기 힘들 텐데, 통합으로 가버리면 윤리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특출난 극소수 외로는 다들 헤매게 될 것 같군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전공 이외의 부분을 엉망으로 가르칠(/집필할/출제할) 가능성이 높을 텐데, 그럼 한동안 각종 오류 문제로 사탐 전체가 삐그덕거릴지도..
여러 영역을 수준 높게 아우를 수 있는 소수 인재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쪽으로 흘러가면 좋겠네요.
통합사회 문항이 몇 개인지는 모르겠는데, 사탐 4과목(역사도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음)이 독자적으로 내는 거 몇 문항, '통합'으로 내는 거 몇 문항, 하는 식으로 할 텐데...문제는 이 '통합 문항'입니다. 저는 여기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걸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냥 한 문항 내에서 선지를 각자 내다가 오류 발생하는 일이 빈번할 듯.
제가 없었으면 또 모를까, 지켜보고 있으니까 더더욱 오류 보이면 바로 지적 들어가게 되겠죠.
2028 통합사회 대비겸(?) 추천해주실만한 법학이나 사회문화, 역사 서적 있을까요?
저도 이제 시작입니다. 법학은 특정 책 한 권 읽는다고 되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건 뭐 역사서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냥 일단 전반적으로 알고 있다는 게 저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역사학이라는 게...우리 수험 역사는 그냥 무식하게 예전에는 무슨 '한국사 신론', '한국사 개론' 같은 것으로 했습니다. 이거 달달 외우고 있으면 한국사 교사들보다 잘 가르칠 수 있을걸요?
여기 아래 글에서 한삶 님이 저보고 실제 수능에 응시하는 방법도 강구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셨는데, 그것에 대해 제가 실은 이전에 응시한 적 있다고 했죠. 그때 제가 한국사도 쳤는데, 당연히 다 맞았습니다.
요즘 한국사는 정말 쉽거든요. 그런데 같은 학교에 있던 역사 교사가 그걸 믿기 힘들어 하더라고요. 수능 성적표를 보여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보여줬어요(저는 정말 이런 짓 하는 거 안 좋아합니다). 이 선생님이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근데 제 입장에서는, 이거 그냥 주는 문제들인데 이게 뭐 그리 특별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codeone 여러가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 늘 선생님의 학구적인 면모에 자극받습니다.
@한랑 제가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만, 예전에 법학 공부할 때 법대 다니던 선배들이 '리걸(legal) 마인드'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마인드가 생겨야 법적 관점에서 사물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인드는 법학책 한두 권 읽는다고 해서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아까 통합사회 목차만 훑어봤는데, 깊은 리걸 마인드를 요구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기는 합니다. 최소한 정치와법 과목 수준 정도는 돼줘야 리걸 마인드가 유용하게 쓰일 텐데...
이에 비해 한국사 같은 건...동아시아사도 그렇고 세계사도 그렇고 이쪽은 그냥 연표 외우는 게 수능 대비인 것 같던데...통합사회에 역사 내용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목차만 봤을 땐 그렇습니다. 아무튼 연표 외우는 게 이쪽 수능 대비라면, 그냥 "한국사 신론" 같은 책 한 권 사서 죽어라 암기하면 충분하죠. 이 정도가 되면 역사 교사 못지 않을 겁니다.
제가 특별히 학구적인 건 아닙니다. 그냥 기왕 애들 가르쳐야 한다면 쪽팔리기 싫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