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그래도 이젠 날이 많이 서늘해져 제법 가을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나 결혼식들이 많은지..
1033. 가을 소풍
지난 주말만 해도 아는 지인이 아들이 늦 장가를 간다고 특히나 운연궁에서 한식으로 한다며 한식 결혼식 구경을 할 겸 와 달라고 부탁을 해 나름 고심을 하다가 갔었다. 실은 입고 나갈 옷들도 마땅치가 않아서.. 그러나 그 지인이 일에서 은퇴를 한지가 좀 되서 올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해서.. 난 그날 치과 예약도 있었고 꼭 참석해야 하는 의사회 연수교육도 있었는데.. 날이 하도 좋아 마음도 뒹숭 생숭 한 것만 같아 거기다 장소도 운연궁이라는데 인사동 콧바람도 오랜만에 쏘일 겸 "그래 내 가을 소풍이다!" 라고 생각을 하고 내 개인 적인 모든 일정을 취소를 하고서 서둘러 일을 끝내고서 지하철을 타고 운연궁으로 갔었다.
나름 서둘러 갔었지만 식은 이미 끝났었다. 축의금 전달은 뒷풀이 식당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결혼 당사자에게 건내주고 축하 인사도 해주었다. "그래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라고 든 안도감은 잠시였었고 미처 식권을 챙기지 못하고서 들어선 뒷풀이 식당에서 여지 없이 깨져 버렸다. 그 식권이 없어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를 못하고서 나오고 말았으니.. 거기다 옆 자리에 젊은 사람들은 한 잔을 해서 그런지 왜들 그렇게 헛소리들을 하면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지.. 그렇다고 뭐라 한마디 하기도 그렇고.. 점심도 안 먹고 먼길을 가서 그랬었나?! 배는 또 왜 그렇게 고프던지.. 인사동 단골 찻집 귀천으로 서둘러 자리를 옮겨 차도 한 잔 마시고 근처의 우동집에서 우동으로 허기를 때운 후 그래도 날이 훤히 밝어 갈 곳이 딱히 없어 문을 열었는지 물어도 볼겸 예전 단골 대폿집 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벌써 반 년 전에 대폿집 문을 닫았다고 해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 사장의 가야금 산조 실력이 뛰어났었는데.. 거기다 명창인지라 그 사람이 부르는 경기 민요 소리 한 자락을 들으면 모든 시름이 없어 지는 듯 했었는데.. 순간 나름 "인사동 가을 소풍이다!" 하고서 나간 이사동 나들이가 엉망이 된 느낌이 다 들었다. 차라리 "치과 치료나 하고서 일년에 8점을 따야 하는 연수교육 평점이나 딸 걸!" 하는 생각에 인사동 나들이가 후회 마저 들었다. 곡차도 이미 끊었는데 하는 생각으로 인사동 나가면 늘 들리던 유목민 대폿집은 아예 건너 뛰고서 그저 집으로 돌아 왔다. 그러고 보니 모든 일을 그저 서두르기만 했지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후후!
이래 저래 뭔가가 좀 섭섭하던 차에 돌아 오는 길에 늦게나마 와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지인으로 부터 받았었는데 신랑 아버지인 그 지인도 점심을 거르고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고 푸념을..
아무튼 가을 이라고 마음을 한 것 부풀리고서 새삼스레 옷까지 차려 입고서 나간 내 인사동 가을 소풍이 이래 저래 엉망 진창이 되버린 것만 같아 어찌나 마음이 안 좋던지.. 누가 세월에 장사가 없다고 했었는데.. 정말 이젠 뒷방 늙은이로 어디든 나서지 말고 집에서나 있어야 할까 보다. 하하!
글. 고 사리
첫댓글 에고~~~ 제가 다 쓸쓸하네요. 마음이...
이젠 인사동 나가도 딱히 갈 곳도 없고..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요. 정말 그런 가 봅니다. 아! 세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