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은 듣지도 퍼뜨리지도 말아야 한다
김승월 프란치스코(2022 시그니스 세계총회 집행위원장)
“타인에 대한 험담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나쁜 전염병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이다. 험담은 평화를 해친다. 입에 올리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의 영혼을 상하게 한다. 이를 알면서도 험담의 유혹에 빠지기 쉬우니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라는 책도 있다. 그만큼 험담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새해 결심 10가지’에서도 “험담하지 마라(Don’t gossip)”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유난스럽다. 듣기 민망한 험담이 쏟아지고 상상을 벗어난 사건이 꼬리를 문다. 글자로 옮길 수 없는 욕설이 인터넷에 널려있다. 몰래 녹음 한 거친 이야기가 지상파 방송을 탔다. 걸러지지 않은 내용도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서로 뒤지고 털어내니, 가려져야 할 이야기마저 쏟아져 나온다. 구경꾼도 가세하여 퍼 나른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온 눈길이 쏠리니, 후보자 공약이 제대로 주목받을 수 있을까.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디지털과 인터넷이 아닐까. 인류의 삶을 환상적으로 뒤바꿔 놓은 기술도 잘못 쓰면 흉기다. 수많은 카메라와 녹음기가 가리지 않고 기록해대니, 더러는 악용된다. 녹음물이나 영상물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부분을 편집하는 ‘악마의 편집’으로 사실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deep fake)도 우려된다. 간단한 컴퓨터 기술로 조작하는 ‘치프페이크’(cheap fake)는 손쉽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험담이 우스개로도 우리 주변에 이미 널리 퍼졌다.
디지털의 속성은 끝없는 복사, 재생, 그리고 빠른 확산이다. 한번 찍힌 장면이 인터넷에 영원히 남는다. 이 매체 저 매체에서 같은 화질로 끝없이 되풀이된다. 일부는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부풀려져 떠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년 언론수용자조사에 따르면, 주요 현안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의존하는 매체로 인터넷을 69%가 꼽았다. 특히 19세 ~29세는 인터넷이 94.9%다. 정보의 고속도로인 인터넷이 험담의 고속도로가 될까 두렵다.
선거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 죽기 살기로 다투니 험담과 거짓말이 넘쳐나기 쉽다.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와 그 가족의 허물이 작지 않아 보인다. 잘못을 샅샅이 털어냈거나, 부풀려지고 덧칠했을 수 있다. 말재주로 눈 가리는 솜씨는 놀랍지만, 빤한 거짓말도 해댄다. 험담 거리가 너무 많다. 선거판에서 터무니없는 험담은 대부분 흘려듣는다. 문제없어 보이지만 지지율 차이가 아슬아슬하면 달라진다. 소수의 유권자라도 험담에 넘어가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다. 소중한 선거가 험담 따위에 흔들려서야 할 말인가.
거짓말이나 험담을 되풀이하는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 국민 여론이 그렇게 모인다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날 것이고 후보도 삼갈 것이다. 미디어 수용자인 국민은 미디어 수용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길러 가짜뉴스를 가려야 한다. 지나치게 치우친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는 접속을 삼갈 필요가 있다.
선거를 재판에 비유한다면, 유권자인 국민은 재판관이다. 재판관에게 험담하는 것은 거짓증언 하는 셈이다.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주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선거철에는 험담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쉽다. 거짓 험담은 듣지도 퍼뜨리지도 말아야 한다.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