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선 KOTRA 멜버른 무역관
매년 여름 멜버른은 1월 중순부터 진행되는 호주 오픈(Australian Open) 테니스 열기로 뜨겁다. 세계 32개국에서 온 200여 명의 테니스 선수들과 막바지 여름휴가를 즐기는 방문객들로 호주 오픈의 시계는 2주 동안 빠르게 돌아갔다. 한국에 수능 한파가 있다면 멜버른에는 호주 오픈 폭염이 있다. 남자 싱글 준결승전이 있었던 25일은 낮 최고기온이 44도까지 올라갔다. 호주 건국기념일인 Australia Day이기도 했던 26일에는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가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했다. 아시아인 최초이자 최연소 여자프로테니스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작년 우승자인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와 4강 돌풍의 주역 정현이 탈락한 가운데 남자 단식 결승전에도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올해 호주 오픈의 마지막을 장식한 27일 결승전에서는 세르비아의 조코비치가 스페인의 나달을 3-0으로 꺾고 통산 7번째 호주 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 오픈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남반구의 더위를 전 세계에 파는 메가 이벤트가 되고 있다. 1905년에 시작된 호주 오픈은세계 4대 그랜드 슬램 테니스 대회 중 하나로 총 상금만 5500만 호주 달러에 이른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호주 오픈이라는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2억8000만 호주 달러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주요 테니스 경기장 - Rod Laver Arena, Margaret Court Arena
자료원: KOTRA 멜버른 무역관 촬영
숫자로 본 2019 호주 오픈
개최 횟수 | 115회(1905년 창설) |
총 상금 | A$ 5500만(440억 원) |
참가선수 | 여성 102명, 남성 101명(32개국) |
스폰서 참가기업 | 31개사 |
방문자 수 | 78만 명 |
경제 효과 | A$ 2억8000만(2260억 원) |
티켓 판매 그 이상의 수익
한국의 정현 선수가 4강까지 진출했던 2018년에는 무려 74만3667명이 행사에 참가했고, 이 중 11%에 해당하는 8만 명은 해외에서온 방문객이었다. 특히 지난해 열린 챔피언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의 결승전 경기는 전 세계 9억 가구가 지켜봤고 현재까지의 테니스 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호주 오픈의 주최 기관은 호주 테니스(Tennis Australia) 협회인데 행사의 수익은 크게 미디어 중계권, 스폰서십, 티켓판매, 식음료 및 기념품 판매, 관광 등에서 발생한다.
채널9 방송국의 테니스 체험관, 호주 오픈 기념품점 내부
자료원: KOTRA 멜버른 무역관 촬영
호주 공중파 방송국인 채널9은 2018년 3월 2020~2024년까지 호주 오픈 중계권을 3억 호주 달러(2416억 원)에 사인한 후 시기를 1년 더 앞당겨 올해부터 중계했다. 채널9 방송국이 맺은 중계권 딜 중에 최대 금액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는 호주 오픈은 해외에는 미국에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순으로 높다. 미국의 ESPN, 중국의 CCTV를 비롯해 Fox Sports, Sky Sports, TVE Spain, Eurosports 등 24개 방송국이 중계권을 가지고 192개국에 수신한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2002년부터 메이저 스폰서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파트너십을 연장해 호주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스폰서십 딜로 기록됐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지난해 호주 오픈과 10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ANZ 은행을 비롯해 중국 노주노교그룹의 전통술 백주1573이 4대 협력 파트너사이다. 이외에도 멜버른시, 블랙모어즈, 하겐다즈, 도시바, 에미레이트항공, 아코어호텔, 마스터카드, 옵터스, 우버 등 총 31개사가 2019년 호주 오픈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입장권을 비롯해 식음료 및 리테일 매장의 판매액이 지속 상승하고 있으며 미국, 뉴질랜드, 영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로부터 얻은 수익이 매년 41%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토너먼트 경기 티켓은 104~505호주달러이며 일부 경기장과 페스티벌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는 그라운드 패스 티켓은 54호주달러이다. 전체 행사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이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스포츠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토너먼트 그 이상의 이벤트
이제 호주 오픈은 테니스 경기뿐 아니라 라이브 콘서트, 영화상영, 키즈 플레이존까지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됐다. 또한 현지 식당과파트너사에서 프로모션 이벤트와 함께 식품, 제품, 서비스 등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와 홍보관을 다채롭게 운영한다. 요즘 핫한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토너먼트가 올해 최초 호주 오픈에서 열리는데 전 세계 게이머들이 참가해 총 50만 호주 달러의 상금과기부금을 위해 경쟁한다. 이렇게 경기장 밖에서도 모든 연령대를 위한 풍성한 이벤트가 진행돼 방문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루할틈이 없다.
사실 호주 오픈이 스포츠 페스티벌로 변화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토너먼트 경기에서 더 나아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행사로나아가기 위해 2017년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 기존의 글자와 이미지로 조합된 긴 로고 대신에 Australian Open의 이니셜 ‘A’와‘O’를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형상화했다. 해당 로고는 2017년부터 텔레비전, 외부 전광판, 배너광고, 디지털 플랫폼 등 행사의캠페인에 사용됐고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호주 테니스협회 CEO 크랙 틸리(Craig Tiley)는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예고하면서 “행사를 대표하는 로고도 디지털 세계에 맞는 디자인과 느낌으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ustralian Open 과거와 현재 로고 비교
자료원: Tennis Australia
보는 즐거움 더하기 먹는 즐거움
호주 오픈 행사장 내에는 무려 10개의 스크린이 배치돼 있다. 토너먼트 경기 티켓을 구매하지 못했더라도 실시간으로 주변 사람들과어우러져 응원을 할 수 있다. 잔디밭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히 놓여 있어 피크닉을 온 것처럼 경기를 관람할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심지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AO Ball Park에도 가족들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스크린과 의자가따로 준비돼 있다.
스크린을 통한 실시간 경기 중계
자료원: Australian Open 인스타그램
14일간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푸드트럭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30여 개의 유명 식당과 식음료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현지 기업보다는 해외 브랜드가 눈에 띄었으며 팝업 스토어를 멋있게 지어 관련 메뉴를 판매했다. 이탈리아 브랜드이자 호주 오픈 파트너사인Lavazza(커피), Barilla(파스타소스), Aperol(주류)를 비롯해 미국의 Haagen-Dazs(아이스크림), 호주의 Coopers(맥주) 매장은 줄을길게 설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가격대는 조금 더 높았지만 대부분 맛이 보장된 식당과 브랜드인 점에서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푸드 트럭과 디저트 매장
자료원: KOTRA 멜버른 무역관 촬영
노는 즐거움 더하기 체험하는 즐거움
호주는 1월 말까지 여름방학이라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 호주 오픈에서는 어린이와 학생들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가족 친화적(family friendly)인 행사임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 특정 토너먼트 경기 티켓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호주 오픈 페스티벌 장소및 일부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는 그라운드 패스로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점이 테마파크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 테니스 체험관, 선수 훈련장 관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또한 저녁 시간에는 국내외 가수들의 라이브 콘서트가 열려 밤늦게까지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테니스장 및 라이브 콘서트 포스터
자료원: KOTRA 멜버른 무역관 촬영, Australian Open
호주 오픈 주최 측을 비롯해 파트너 기업들이 홍보 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의 마케팅 파워를 다시한 번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호주 오픈의 배너 광고에는 ‘Rethink your day at the Australian Open’이 #AusOpen와 같이 적혀있다. 호주 오픈에서 찍은 사진을 해시태그해서 올리면 경기를 중계하는 스크린에 보여준다. 기아자동차, 가니에, 에미레이트 항공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셀피를 해시태그해서 올리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니에 화장품은 자연주의 컨셉으로팝업 스토어를 짓고 입구부터 출구까지 4개의 포토존을 만들었는데 매장에서 나가기 전 무료로 샘플백을 나눠줘 방문객들에게 제일 인기가 많았다.
포토존 행사를 진행하는 Garnier와 Kia
자료원: KOTRA 멜버른 무역관 촬영, Australian Open 인스타그램
스포츠 그 이상의 효과
호주인들의 일상에 스포츠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호주 대도시부터 지방의 소규모 마을까지 여행하다 보면 현지 스포츠 클럽을 쉽게찾아 볼 수 있다. 멜버른이 수도인 빅토리아주만 해도 30개의 프로페셔널 스포츠팀을 비롯한 100개의 빅토리아주 스포츠 협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44개의 주정부 운동시설, 9500개의 커뮤니티 스포츠 시설, 레크레이션 센터가 운영된다. 특히 멜버른은 1월 호주 오픈을시작으로 국내외 스포츠 행사를 개최해 18억 호주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심지어 빅토리아주는 세계적인 경마 레이스가 열리는 11월 둘째주 화요일이 멜버른컵 공휴일이며 여기에 호주식풋볼리그인 AFL의 결승전 전날을 2015년부터 공휴일로 지정했다. 호주 산업협회인 Australian Industry Group에 따르면, 공휴일로 인해 소요되는 경제적인 비용이 약 10억 호주달러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서포터와 빅토리아주민 모두가 가족, 친구들과 국가적인행사를 즐길 수 있게 3년 전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최초로 ‘Sports 2030’라는 국가 스포츠 계획을 발표한다. 호주 GDP의 3%를 책임지는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고 향후 12년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매년 1400만 명의 호주인들이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으며 22만 명의 직원이 관련 산업에서 근무한다. 호주에서 스포츠는 거대한 비즈니스이자 유망한 투자 분야로 경제, 건강, 교육, 복지 차원에서 매년 약 830억 호주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호주 오픈에서 보여준 것처럼 스포츠 산업도 서비스, 테크놀로지,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온라인 게임, 관광, 유통 등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이 이루어지면서 범위가 지속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큰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닌 전국민과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이자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과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자료원: Tennis Australia, Trade Victoria, Department of Health, KOTRA 멜버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