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비오는 날의 그림자 제전이다. 지하에 매설한 각종 시설의 쇠뚜껑에 빗물이 고이고 거기에 반영된 가로수 그림자를 슈퍼문으로 읽는 시인의 눈은 독자를 계수나무로 이끈다.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에는 상상이 아무렇지 않게 작동되고 시인과 낯선 상상 여행을 시작한다.
두 사람이 슈퍼문을 찍기 위해 어깨를 모은 그림자는 산 정상을 연상시키고 핸드폰 그림자는 마치 정상에 세운 표지석처럼 착각을 돕는다. 시인의 상상에 독자의 상상이 더해져 현실적인 보름날로 안내 한다. 착각의 시학이라는 잡지의 제호도 생각난다.
곧 3대 명절,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온다. 겨울을 밀어내고 설날에 땅속 기운이 지표로 올라왔으니 이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대보름에는 신년농사를 짓기 위해 씨앗을 보관한 광을 털어 씨앗 외의 곡식과 먹을 것만 남겨두고 오곡밥을 지어 삼이웃이 나누어 먹는다. ‘새 곡식은 새 광에’ 외치며 광 청소를 하여 짚이나 부스러기를 모아 달집을 태우고, 고단함을 풀기 위해 노동요를 부르며 강강수월래를 하는 날이다. 모든 걸 새롭게 맞이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크게 품어 둥글게 닮아가라고 듣는 시인과 함께 창고가 없는 도시인은 대대적으로 냉장고 청소를 하는게 바람직한 절기 맞이이다.
시인의 상상에 힘 입어 마음 풍성해지고, 집안 깨끗해지고, 대지는 생명 키우기에 부지런해지리라. 도시인은 있는 제 자리에서 생명력 있게 살면 되는 것, 아 좋다. 슈퍼문의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