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2.0에서 퍼와뜸.... 아직 원더풀 데이즈 안봤는데...
뮝기적 거리다가 못보고 내려버리는 건 아닐까...-_-
'터미네이터3'개봉도 했는데... 무수한 원데이 상영관이 터3로 바
꿔 달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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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더풀 데이즈] -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원더풀 데이즈
조회: 476 김상하 / 2003.07.19 오후 6:21:57
어떤 분야이건 간에 ‘골고루’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 과수원 주인이 최고의 사과를 만들기 위해 오로지 한 그루의 나무에만 정성을 쏟고 비료를 정성껏 주었습니다. 수확철이 오자 그 한그루에는 세상에서 가장 탐스럽고 달콤한 맛을 내는 사과가 열렸습니다. 주인은 매우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그 나무에만 정성을 쏟는 바람에 과수원은 다른 나무들은 모두 떫은 맛을 내는 형편 없는 사과가 열리거나 영양분이 부족해서 아예 사과를 맺지 못하고 말라 죽은 나무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과수원 주인은 경제적인 파탄을 맞고 더이상 사과를 기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단 한 그루의 나무를 최고로 키우기 보다는 과수원의 모든 나무에서 적당한 품질의 사과가 열리게 하는 것이 과수원 주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골고루’가 매우 중요합니다.
<원더풀데이즈>에 들어간 제작비는 126억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즘 로또 때문에 126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지금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자한 작품은 지브리의 <もののけ姫(모노노케히메 : 원령공주)>입니다. <모노노케히메>의 총 제작비는 19억엔(한화 190억)입니다. 이것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임금이 비싼 일본 스탭들을 총 동원에 47만장에 이르는 셀화를 전부 손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들어간 비용입니다. 물론 CG 작업도 많았지만 47만장의 셀화를 전부 일러스트 수준으로 그렸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렇게 만들어진 <모노노케히메>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렇게해서 <모노노케히메>가 벌어들인 돈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제작비를 건지고 순이익으로 남은 게 18억엔(한화 180억) 정도였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들을 꼽으면 <아키라>가 8억엔(80억), <공각기동대>가 7억5,000만엔(75억), <왕립우주군>이 7억엔(70억, 실 제작비는 3억5,000만엔), <수병위인풍첩>이 1억엔(10억) 정도입니다.
결국 <원더풀데이즈>에 투입된 126억은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모노노케히메>에 투입된 190억보다 더 많은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에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제작비입니다. 간혹 원더풀 데이즈에 대한 언론 기사만을 보고 해외 애니메이션은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이 많지만 실제로는 해외에서도 이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손에 꼽을만합니다. 얼마 전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마리이야기>가 제작비와 홍보비, 국제 영화제 참가에 따른 모든 부대비용을 합쳐서 40억원 정도를, 올해 개봉했던 <오세암>이 15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작품입니다. 126억원이면 <수병위인풍첩> 수준의 작품을 13편이나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돈인데 무엇을 믿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 김문생 감독을 믿고 투자가 된 것일까요?
김문생 감독은 국내에서는 ‘치토스’의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CF 감독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CF를 제작했고 그 가운데 애니메이션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런 김문생 감독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하니 이목이 집중될 수 있었고, 1997~1998년 당시 벤치 붐과 애니메이션 붐에 힘입어 <원더풀데이즈>는 언론의 집중적인 푸시를 받게 됩니다. 덕분에 더 많은 투자자가 몰렸고 제작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국산 애니메이션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게 애니메이션 시장의 특성과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126억에 이르는 제작비는 <원더풀데이즈> 이외의 다른 작품에도 분산적으로 투자되었어야 했을 돈입니다. 앞서 과수원 이야기를 했지만 1997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1,000여 개의 극장용, OVA, TV용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제작비 등의 여건이 부족해서 중도 포기하고 말았는데 여기에는 <원더풀데이즈>에 지나치게 투자가 집중된 것도 큰 이유였습니다. 가장 좋은 예로 얼마 전 개봉한 <오세암>은 제작 도중 투자자가 도산한 뒤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해 1년 정도 작업을 중단하고 중도 포기할 뻔 한 것을 뒤늦게 나타난 새로운 투자자의 도움과 감독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제작비는 모두 15억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불과 16개의 개봉관을 확보하고 그나마도 2개관을 제외하고는 중복 상영이었고(다른 영화와 상영회수를 나눠서 상영), 그것도 7일만에 간판을 내렸습니다. 아마 <원더풀데이즈>에 투자된 제작비의 1%만 <오세암>에 투자되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죠?
<원더풀데이즈>에 그렇게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우선 배경을 수작업이나 3D가 아닌 미니어처로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정교한 미니어처로 배경과 소품을 모두 만들어 놓고 이것을 촬영해 셀 애니메이션과 다시 합성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물론 제작비를 많이 들인 만큼 배경의 완성도는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해외에서 쓰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픽사나 드림웍스도 CG로는 배경의 명암 표현에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부 장면은 실사로 촬영해 합성하고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가 그런 기법으로 제작된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그런 애니메이션에서 조차 일부 장면에만 쓰이는 기법입니다. 일본은 60년대부터 특촬영화(특수촬영 영화, 고지라나 가메라, 울트라맨 같은 영화들)가 한 장르로 자리 잡아 발전해왔습니다. 일본의 특촬 기술은 헐리웃의 미니어처 제작 기술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이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턱없이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를 CG로 만들면 상당한 위화감을 주지만 배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배경을 CG로 만들어도 실사와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은 수많은 헐리웃 영화를 통해 실감하셨을겁니다. 손으로 그리는 것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요즘 일본에서는 배경을 CG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캐릭터의 채색도 셀 없이 디지털로 작업한지가 꽤 오래 지났습니다. 결국 미니어처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봤자 3D CG로 작업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조금 더 사실적으로 보일 뿐입니다. 차라리 실사 영화에서 미니어처 작업을 했다면 폭발이나 파괴 신을 CG보다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으니 높이 평가해 줄 수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낭비일 뿐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또 하나의 이유는 노하우의 부족 때문에 너무 많은 부분을 재작업 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아마게돈>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이유도 실제 극장에서 개봉한 본편에 쓰인 장면보다 그렸다가 버린 장면과 홍보용으로 따로 제작한 장면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더풀데이즈>는 이런 오류를 또 한번 반복했습니다. 막대한 제작비를 스탭들의 실험비로 사용한 셈이죠. 물론 노하우를 쌓는데 도움이 될 수야 있었겠죠. 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사정상 기술의 공유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패쇄적이고 교류가 없던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 끼리 발전적인 기술 공유는 매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원더풀 데이즈의 기술은 실질적인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라기 보다는 미니어처와 CG를 합성해 편집하는 기술로 세계적인 저예산 고효율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쌓은 기술마저도 불과 2~3년도 지속될 수 없는 순간의 기술일 뿐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려면 이렇게 하나의 작품에 많은 제작비를 투자해서 대작을 만들기 보다는 중소 프로젝트에 최소의 자금을 투자해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 평작(TV판으로)을 수십개 만들어 내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일본의 TV 애니메이션 1편의 평균 제작비는 일본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평균이 1000만엔~1,200만엔 정도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작업이 보편화된 2003년 현재는 셀과 물감을 전혀 쓰지 않는데다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최소 스탭의 수가 대폭 감소해 800만엔~1,000만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126억이면 최소한 1쿨짜리 TV 애니메이션을 10편은 만들고도 남을 돈인 셈이죠.
<원더풀데이즈>는 해외 수출과 머천다이징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떠벌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닙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가 판돈을 크게 걸고 한 판에 쓸어가는 싹쓸이 도박이라면 애니메이션은 고스톱에서 3점 나기를 수백번 해서 판돈을 불리는 게임이죠.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DVD를 만들면 과연 몇 장이나 팔릴까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카드캡터 사쿠라>, <카우보이 비밥> 같은 작품들은 한 100만장씩 팔렸을까요? 천만에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DVD의 평균 판매량은 3,000~4,000장을 수준입니다. 히트작이라고 해도 1만장 수준이고, 아주 잘 팔린 작품이라야 3~4만장 정도를 판매합니다. 애니메이션 OST는 보통 2,000~3,000장 정도를 팔면 남는 장사라고 말합니다. 일본이 불황을 이기는 방법은 끊임 없이 평범한 수준의 작품을 양산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원더플데이즈>는 몇 장의 OST를 팔고, DVD를 몇 장이나 팔 수 있을까요? 가챠폰이나 프라모델은 과연 몇 개나 팔릴까요? 감독 스스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작품 특성상 캐릭터 상품은 잘 안팔릴 거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결코 많이 팔릴리 없겠죠?
<원더풀데이즈>는 100% 적자를 볼 게 뻔한 장사이며, 앞으로 10년 동안은 더 이상 한국 애니메이션에 자금 투자가 불가능할 만큼의 선입견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설령 국내의 애니메이션 동호회의 회원들이 전부 1번씩 본다고 해도 관객 100만명을 넘기기는 힘들겠죠. 관객 100만명이 들어와도 126억은 회수가 안됩니다. 관객이 500만명이 들어와도 126억은 회수가 안되고요. 결국 저 같은 사람들은 또 한 번 한국 애니메이션에 실망하게 되겠죠. 한국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는데 <원더풀데이즈>는 해답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간단합니다.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 하루 2시간씩 의무적으로 국산 신작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게 하고(구작과 재방송은 절대 금지) 위반시에는 애니메이션 방영 할당 시간에 방영한 다른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인 광고 수익과 부가 수익을 모두 차압하고, 고액의 벌금을 내도록 강제성을 주면 됩니다. 그리고 <원더풀데이즈>에 투자했던 돈의 1/10씩만 중소 제작사에 조건 없이 투자해주면 한 5년만 지나면 국내에서도 괜찮은 TV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올겁니다. 그래야 시장도 만들어질 것 아닙니까?
첫댓글 맞아, 한국은 한 방에 싹쓸이 해보려는 욕심 땜에...늘어가는 건 냉소와 회의... 꼬마한테 성인 10명이 먹어도 소화시키지 못할 양을 먹이면 금방 크는 줄 아남, 과식에 소화불량에 설사, 구토...오히려 병이 생기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그마한것에는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사람들.... 뭔가 세계최초,최고가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
현재 국내용 TV애니메이션은 초건전 아동용밖에 만들수 없는 시스템. 사각시간대라는 악조건. 투자자의 강력한 입김에 휘둘릴수 밖에 없는 영세제작사들.... 이것 역시 정답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해. 과연 무얼 믿고 성공할꺼라 확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