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5WPXha2vtw
합천 허굴산 하산길에서 오늘은 어느 산에서 하룻밤을 묵을까 생각합니다. 몇 개의 후보군 중에 최종적으로 경북 청도 남산에 올라야겠다고 결정을 합니다. 아직 여름 더위 속에 머물러 있어 남산계곡을 끼고 오르고 내리며 더위를 식혀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산계곡은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옛 고을 선비들이 자주 찾아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길 만큼 아름다운 소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남산계곡 주차장을 들머리로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직 더워서 그런지 피서객들이 간간이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정상 1.6km 전방부터 계속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 때문에 호흡은 거칠어지고 몸은 힘들어지지만 다리 근육이 짱짱하게 펌핑되는 상황이 오히려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 느낌을 가져다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치환됩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오늘의 비박장소인 정상아래 전망대가 나옵니다. 데크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빈 몸으로 300m를 더 올라 정상에 이릅니다. 정상 직전에 가을의 등장을 예고라도 해 주듯이 은빛 갈대가 햇살을 머금고 산바람에 출렁이고 있습니다.
전망데크 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산그리메와 청도군내의 바둑판 같은 도심, 그리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제대로 즐겨 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낮보다 밤이 더 환상적입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쏟아지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밤입니다. DSLR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에 담기 어렵지만 눈에 담고 아쉬운 대로 휴대폰 카메라에도 담아봅니다.
산중 평소 이 시간이면 텐트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데크 한 켠에 있는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별 자리들을 쫒아가 봅니다.
언젠간 나도 우주의 시간 속 어느 시점에 저 별자리 인근에 속해 있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해봅니다.
그런데 왜 가슴은 벅차 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와아 청도의 멋진 경치 잘 보았습니다.
텐트도 멋집니다~~^^
맞아 그때 나고야에서 즉흥적으로 특템한 텐트야.
바람에 강하더라고.
멋진곳이군요.^^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수도권 거주자 분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인데 계곡이 특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