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킹스데일CC-법고개-일곱실고개-삼봉-탄금대
- 산행거리 : 전체 14km (실제 지맥거리 12.3km, 접속 0.7km/우회 1km)
- 산행일시 : 2025년 3월 7일(금) 08:20~14:05 (5시간 45분)
- 소요비용 : 13,900원 / (기차) 9,500원, (시내버스) 4,400원
★ 흔적들
출발부터 순탄하게 교통편이 이어졌다. 주덕역에 도착하자 서충주행 77번 시내버스가 바로 들어왔다. 킹스데일CC 인근에서 하차한 후 송수산 들머리에서 스패츠를 착용하고 스틱을 폈다. 생태이동통로 위로는 전기가 흐른다는 철선이 설치 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고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다시 한번 생태이동통로를 건너 오르막에 일반등산로와 만나며 길은 편해진다. 간혹 산책 나온 주민들을 만날 때면 인사를 건넨다.
삼각점(염정466, 2009재설)이 있는 276.9봉에 도착했다(08:49). 송수산이 꽤 높게 보인다. 편하게 이어지던 마루금이 배수장에서 펜스를 만나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트랙은 왼쪽으로 우회한 것으로 되어 있다. 변침 지점에는 여전히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한참을 내려갔고 결국 중앙탑고등학교 절개지를 따라 정문으로 나와야 했다. 트랙상으로 공장을 가로질러 가게 한다든지 철조망을 뛰어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공장 짓기 전이나 철조망이 없을 때 트랙을 완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 정문 옆 도로로 나와 배수장 진입로를 따라 올라갔다. 크게 우회한 후에야 마루금으로 복귀할 수 있었고 이내 마루금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264.4봉에 도착했다(09:29).
일반 등산로와 이별하고 시그널을 따라 희미한 사면을 내려서자 충주산업단지가 펼쳐진다. 공터를 가로질러 직진으로 가다가 왼쪽 첨단산업단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산길로 들어갔지만 이내 중앙탑면과 주덕읍면의 경계인 법고개를 건너야 했다. 예전에는 이 도로가 599번 지방도였다. 녹색펜스를 따라 148.4봉을 우회하여 빼곡한 잡목을 헤치며 올라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599번 지방도를 만난다. 서충주신도를 연결하면서 만들어진 도로지만 국도처럼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다. 차량이 뜸한 틈을 이용하여 도로를 건너 절개지에 올라섰다.
가금터널을 통과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차량 소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고로쇠나무가 식재된 넓은 길을 따라갔다. 여전히 경계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이번 구간 내내 여러 형태의 철조망이 따라붙었다. 산마루에서 철조망은 급하게 오른쪽으로 틀어 내려가고 산길 방향엔 철문을 열어 올라가야 했다(10:59).
철문을 열고 편한 길을 따라가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발목을 꽊 붙잡은 느낌이 들더니 곧바로 된통 넘어졌다. 굵은 와이어가 발목을 단단히 조였다(11:02). 덫이었다. 지맥 답사하면서 두어 번 덫에 걸린 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봐온 올가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멀쩡한 등산로(더 정확하게 말하면 동물이동통로와 겸하는 공유공간)에다 트랩을 설치한 누군가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아무도 없는 산중이라 듣는 사람도 없지만... 만약 스패치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발목이나 아킬레스건에 큰 손상이 생길 뻔했다. 10여분 동안 발목을 옥죄는 와이어를 빼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허사였다. 점점 발목이 조여와서 등산화는 나중 문제고 일단 등산화에서 발을 빼는 게 급선무였다. 스패츠와 신발 끈을 풀고 최대한 발을 앞으로 밀자 양말이 벗겨지며 발은 빼낼 수 있었다. 와이어는 당길 때마다 조여들었다. 결코 당겨서 느슨해지는 장치가 아니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장비를 검색해 보니 멧돼지 트랩이었다. 고라니 흔적은 있지만 멧돼지가 지나는 길목도 아닌 것 같았다. 멧돼지든 고라니든 야생동물 한 마리를 구제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등산화를 온전하게 빼내려면 와이어 커트기가 있어야 가능하겠다는 판단에 따라가는 길에 부디 민가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했다. 등산화를 벗은 한쪽 발엔 양말 두 개에 비닐을 씌웠고 등산화 밑창을 꺼낸 다음 발바닥에 붙여 스패츠 두 개로 꽁꽁 싸맸다. 끈이 없어 휴대폰 보조배터리 케이블을 활용했다. 테스트해 보니 발이 시리긴 해도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11:34). 조심스럽게 오르막을 따라갔다. 295.9봉을 넘어서자 발은 완전하게 젖어들었다.
283.1봉을 넘어서서 내리막길에는 멀리 민가가 보였다(12:26). 2km를 등산화 없이 걸어 한터마을 안부에 이르자 개 여러 마리가 자지러지게 짖어댔다. 외딴 민가로 들어가자 초로의 여주인장이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집에서 나왔다. 사정얘기를 했더니 와이어 커트기를 갖고 나와 내게 건넸다. 커트기에 힘을 주자 다행스럽게도 와이어를 한 번에 자를 수 있었다. 젖은 양말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등산화를 신었다.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자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왔다. 몸한쪽이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소 몇 마리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분의 건강을 기원하며 자리를 떴다.
계속하여 따라다니던 철조망은 왼쪽으로 꺾이며 290.7봉에 이른다(12:58), 고도를 높여가자 삼각점이 있는 삼봉(276.5m)으로 이어진다(13:09). 한현우 형님의 시그널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조금 더 지나면 글자 판독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사그러져 없어질 것이다. 내려서는 길에는 달천이 남한강에 합수하고 계명지맥의 계명산과 남산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내려서자 창동교차로가 보이고 그 앞에는 마지막 봉우리인 157.9봉이 자리하고 있다.
도로에 내려서서 육교를 건너 절개지 수로를 따라 올라가자 157.9봉에 이르렀다(13:57). 커다한 확성기 시설이 있는 지점에서는 남한강과 달천이 합수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충주댐에서 방류할 때마다 강가에 있는 분은 조심하라고 방송하고 있다. 날머리에는 쇠꽂이 폐광도 보인다. 2006년 이곳에서 황금박쥐 네 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앞에는 황금박쥐상을 설치했다.
탄금대교 앞에서 세 번에 걸친 부용지맥을 마무리한다. 충주역에서 기차 출발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남은 터라 탄금대교를 건너 탄금대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첫댓글 돌쇠님 오랜만입니다.
세번에 걸친 부용지맥 마무리를 축하드립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잔설도 밟으며 노상의 트랩에 포획되는 고초도 겪으셨네요.
잘 치유되어 다행입니다.
종착지 탄금대교 모습도 반갑고 멋진 산행 이어가시길 기대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특이한 경험을 했지요. 방장님 나눈 구간따라 가봤습니다. 1~2구간 진행 때는 눈이 있어서 길게 갈 수도 없었습니다.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격려의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