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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합’ 세력 내에서도 ‘경기동부연합+광주연합’ vs. ‘인천연합과 울산연합'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비례대표 1번 윤금순의 자진사퇴는 연합 내의 이견을 상징한다. 그나마 비당권파가 총사퇴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도 연합 세력의 일부가 비당권파에 동조한 덕분이다. 이렇듯 소위 ‘자주파’(NL) 세력들 사이에도 온도나 색깔의 차이는 있는 모양이다. 그 차이는 결국 ‘현실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충격적으로 확인했듯이, 경기동부연합+광주연합은 완전히 현실감을 상실했다.
충격의 근원
대중의 충격은 이들의 행태가 도대체 상식을 초월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사회상식이라는 이해의 지형을 초월한 이들의 행태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연상케 할 정도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대중을 ‘멘붕’시킨 그들의 독특한 멘탈리티를 알아야 한다. 비당권파에서 파국을 경고함에도 불구하고, 당권파는 ‘분당’도 불사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버티는 것은, 이번 사태가 그들로서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어떤 부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들이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들이 파국을 무릅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갈려나가던 상황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분당을 불사하고 ‘간첩’ 활동을 한 당직자를 징계하자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한 마디로 문제를 일으킨 ‘한’ 명의 당원을 보호하느라 공당을 파괴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정신세계 속에서는 그 자를 내치는 것이 곧 북한과 자신들을 연결하는 정신적 탯줄을 끊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게다가 NL 계열은 독특한 지도자 중심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가령 전대협 시절 의장‘님’을 ‘옹립’하고, 결사 ‘옹위’하던 문화를 생각해 보라. 오래 전 강철 김영환이 전향을 했을 때, 그를 따르던 수천 명의 조직원이 집단으로 전향한 바 있다. 개인숭배 문화의 희극적 절정이랄까? 이 독특한 조직문화의 사상적 기원을 언급하는 것은 남세스러운 일이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세’를 보호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리라. 심지어 이정희마저도 자신을 초개처럼 내던지며 스스로 버린 카드를 자처했다.
경기동부연합의 딜레마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저 독특한 이념과 조직의 문화가 그들에게는 운동을 하는 ‘이유’ 자체다. 여기서 어떤 ‘딜레마’가 발생한다. 경기동부연합이 저런 이념성향과 조직문화로 공개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 적어도 정당정치의 영역에 들어올 때에는 이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모든 결정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연히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경우 자신들의 이념성향과 조직문화를 포기해야 한다. 한 마디로 그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딜레마를 피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특유의 이념성향과 조직문화를 희석시켜 현대의 민주적 정당정치에 적응하는 길이다. 이것이 수많은 유권자들이 이정희에게 기대했다가 보기 좋게 배반당한 바로 그 길이다. 다른 하나는 합리적인 개혁/진보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후 그 지지를 나눠 먹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대중적 신뢰를 받는 정치적 ‘명망가’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세력의 ‘조직세’를 맞바꾸는 거래인 셈인데, 항상 그렇듯이 모든 거래에는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 거래에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거래가 공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른 연합세력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조직으로 늘 파이를 독식하려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둘째, 자기들 몫으로 내놓은 후보가 공적인 무대에서 대중적 검증을 통과할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 점에 관한 한 이제까지 큰 무리는 없었다고 본다. 문제는 이들이 이번엔 그 자리에 ‘실세’를 밀어 넣으려 했다는 데에 있다. 이석기 후보는 실체도 불분명한 조직(?)의 수장일 뿐, 주사파 활동하다가 구속된 것 외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종파의 문제
결국 그들의 딜레마는 ‘이념’을 고수하면 지지를 못 얻고, ‘조직’을 보위하면 대중을 못 얻는다는 데에 있다. 지지를 얻으려면 이념성향을 희석하고, NL의 조직문화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정희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이었다. 그 성공에 그들은 고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희가 노골적으로 조직, 즉 경기동부연합의 이해를 옹호하고 나서자 대중의 지지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말았다. 김재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들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 한때의 호감은 더 큰 혐오감으로 전환하고 만다.
김진숙씨는 이를 ‘종파’라 불렀다. 사실 종파를 의미하는 ‘sect'는 정치와 종교에 두루 쓰이는 말이다. 가령 사이비종교의 문제는, 그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행하는 언행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가치와 동떨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한 마디로, 그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사회적으로는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종교와 달리 사이비종교는 신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지하고, 그 간극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 결과 내적 광신의 상태에서 현실감을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같은 세력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노총마저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경기동부연합의 행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감을 상실하다 보니, 백일하에 드러난 부정선거의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자신들이 받는 사회적 비난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하던 언론의 질타’(이정희)와 같다고 버젓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버젓이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운영위 회의장에 몰려가 회의를 봉쇄하고 반대자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광기도 방송국으로 몰려간 사이비종교의 신도들을 빼닮았다.
첫댓글 이번 사태에 대해서 NL이 진짜 무슨 사이비종교 같이 느껴졌었는데 느꼈던 바가 그대로 있네요..
진중권 교수님 몇가지 병맛이 있긴 했지만 정말 날카롭네요..
NL의 조직력이 그 병맛같은 이념을 가지고도 이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나마 다행인게 당권파가 분열하고 있다는 것.... 인천,울산 화이팅~!!
당권파가 분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기동부연합이 너무 해먹은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닌가 합니다.
인천, 울산이 나을것 같죠? 에어리언과 에어리언끼리의 싸움인데 한쪽 에어리언이 이긴다고 괜찮아질거라 보는 게 에러죠.
솔직히 경기동부 하는 말 중에 딱 하나만은 사실입니다. 자기네들만 욕 먹는다는 거(...) 인천연합이나 울산연합도 똑같은 짓 하거든요(...) 이번 총선 울산-창원의 대패의 0등 공신은 울산연합의 지역구에서의 폭주였고, 인천연합은 지금 보여지는 밑장빼기의 원조(...) 다만, 얘내 셋이 분열되어 있다는 건 각개격파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거죠.
최악의 경우 유시민씨가 동귀어진 하는한이 있더라도 저새끼들은 말라죽여야 합니다.
우리보다도 훨씬 심한 독재정권을 숭배하는 놈들이 진보정치를 운운한다는게 넌센스죠.
극과 극은 통한다고 싱크로율 대단하네. 단어 몇개만 바꿔주면 참 씁슬한 결과가 나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