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걱정거리 ‘새만금 잼버리’ 안전에 총력 다해야[사설]
문화일보 2023-08-04 12:08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폭염 속에 지난 1일 개막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 젊은이들의 야영 축제’ 본연의 역할은커녕 난민촌을 방불케 하며 세계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개영식이 열린 2일 하루만 해도 온열 질환 315명 등 113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조직위원회 공식 SNS에는 3일에도 각국 청소년과 부모 등이 참담한 현장 사진과 함께 비판·분노·우려의 글을 쏟아냈다. 158개국 청소년과 지도자 4만3000여 명이 참가한 새만금 잼버리의 주제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를 들먹이기조차 민망한 현실로, 국가 망신이다.
2017년 유치 확정 후 6년간의 준비 부실 탓이다. 벨기에의 어느 부모는 “아이들이 그림자도 없이 불타오르는 더위와 끓는 천막에서 모기 1억 마리와 싸우고 있다. 음식과 물도 부족하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너무 더러워서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한다. 이 지옥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항의했다. 늪으로 변한 야영장에 위험하게 세워진 텐트 사진을 전한 포르투갈 인솔자는 “여기가 (절박한 생존 경쟁을 다룬 한국 영화) ‘오징어 게임’ 촬영장입니까!” 하고 성토했다. 참가자 전체의 심정이다. 오죽하면 미국·영국·독일 등은 외교관을 현지에 보내 대책을 마련하거나, 한국 정부에 우려를 공식 제기하겠는가. 그런데도 여성가족부 출신의 조직위 사무총장은 “개영식의 K-팝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느라 체력을 소진해서 그렇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책임을 청소년에게 덮어씌우기까지 했다.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 이후 32년 만에 다시 개최하고도 끝까지 망치진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안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가부 장관에게 잼버리 종료일인 12일까지 현장에서 직접 챙기게 하고, 그늘막 증설을 위한 공병부대 파견도 긴급 지시했으나, 그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여가부 장관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인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은 물론 집행위원장 전북도지사도 책임이 무겁다.
[사설]폭염 속 아수라장 세계 잼버리…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길래
동아일보 2023-08-04 08:43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야영장 일대 도로에 3일 오후 119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날 잼버리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후 8시에 시작된 개영식에서만 139명의 참가자가 쓰러져 108명이 온열질환자로 판명됐다. 2일 하루에만 폭염 환자 300여 명이 속출해 온열질환자가 총 1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안=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시작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해 어제 영내 활동이 전격 중단됐다. 행사장 전체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데 더위를 피할 곳도 없고 화장실을 포함한 부대시설까지 열악해 준비 부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터져 나온다. 역대 최다인 158개국 청소년 대원과 지도자 등 4만3000여 명이 모여 야영생활과 문화체험으로 우의를 다지고 호연지기를 기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혼란의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잼버리조직위에 따르면 2일 개영식에서만 139명이 쓰러져 이 중 108명이 온열질환자로 판명됐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어제까지 3일간 누적 환자는 최소 13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야영지 내에 마련된 병원은 환자들로 포화상태이고 의약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폭염 피해는 새만금이 허허벌판 땡볕인 데다 매립지로 습도까지 높아 처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그런데 야영장에 텐트 2만5000여 동을 그늘막도 없이 설치했다. 더위를 피할 곳도, 식수도 부족해 참가자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 시설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물이라도 실컷 마시게 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국적의 참가 대원들이 “난민촌 같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는 배수가 되지 않아 진창이 된 행사장,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샤워장, 저녁엔 불도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본 해외 학부모들의 불만 여론이 들끓자 독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안전사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 왔다고 한다. 새만금이 행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 6년 전이고 대회 공사비로 2000억 원이 투입됐다. 참가비가 1인당 100만 원, 총 430억 원이다. 그 많은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나라 망신을 자초한 건가.
원래 여성가족부 장관 주도로 준비해온 새만금 잼버리는 올 2월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합류해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해왔다. 안전과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한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복수 위원장 체제가 결과적으로 행사의 책임을 분산시켜 서로에게 미루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 돼버렸다. 잼버리 행사는 12일까지다. 예정된 모든 행사를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 폭염과 감염병, 안전사고 등 모든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남은 기간 참가자 전원이 안전하게 지내다가 귀가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