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미루어졌던 제주올레 걷기를 3코스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양옆에 늘어선 제주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울창한 수목이 운치를 더한다.
제주 올레코스 가운데 가장 느림의 미학에 가깝고 또, 가장 사람이 드문 구간이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어도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면 바로 이 길로 가야 한다.
제주의 속살과 소박한 제주 자연의 빛깔로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이영 바당이영 몬딱 좋은게 마씀.....산이랑 바다랑 모두가 좋습니다
온평포구에서 표선해수욕장까지 20,9km의 올레 3코스는 다소 힘든 구간이다
온평포구
목포에서 새벽 1시에 출항하는 퀸메리호를 타고 새벽 6시에 제주항에 내렸다
제주항에서 마리오 신부님과 만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온평포구로 이동하였다
우리의 체력을 고려하여 오름이 있는 중산간구간은 생략하고 해변으로만 걷기로 하였다
코츠월드 웨이(Cotsworld Way)
온평포구 앞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올레 3코스길과 영국 코츠월드 웨이 사이에 '우정의 길'이라는 협약이 체결되었다는 표지판이다
코츠월드 웨이(Cotsworld Way)는 잉글랜드 중남부의 오래된 마을을 걷는 길이다
용천수공원쉼터
온평포구에는 용천수공원쉼터가 조성되어 있었다
지금도 힘차게 솟구치고 있는 용천수는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의 생명수였을 것이다.
도댓불
도댓불은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제주의 전통 등대를 말한다
등대가 관에서 설치한 관급등대였다면, 도대는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민간등대였다.
도대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상징이다
어부들이 뱃일을 나가면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 도대에 불을 밝히고 기다렸다.
용머리동산
오지였던 신산리 마을청년회가 넉 달간 해안가 돌을 치우고 길을 만들었다.
바다 가까이 걷다가 도로로 다시 나오더니, 용머리동산의 울창한 숲속으로 유도한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용머리동산 숲속은 햇볕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해 어둡기만 하다.
연듸모루숲길
용머리 동산을 지난 올레길은 해변길을 잠시 벗어나 내륙 방향으로 접어들어 연듸모루 숲길을 걷는다.
육지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연듸모루’라는 말은 참 이쁘다.
연듸는 ‘연대(燃臺)’의 방언이고, 모루는 ‘동산‘을 뜻하는 제주어라고 한다
환해장성(環海長城)
바다로부터 침입해 오는 적을 방비하기 위하여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쌓은 것이다.
제주도는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적들이 상륙하기 좋은 곳이 많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방비로 해안선의 접안할 수 있는 곳을 돌아가면서 돌로 성(城)을 쌓아 놓았다.
환해장성에 올라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회장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ㅎㅎ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돌담 구멍 사이로 나드는 바람소리에
상처를 어루만지며
묻고 또 묻는 것
혼자이면 어떠랴
놀멍 쉬멍 걸어간다
길가에 뿌리 내린 들꽃들 눈웃음에
잊었던 고전 말씀이
파릇파릇 돋아난다...................................................................................오영호 <올레길 연가> 부분
바닷가에서는 오징어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적당히 따스하고 맑은 제주의 바람은 오징어 말리기에 제격이었다
막내 해녀의 작품인 듯 한데 갈 길이 바빠서 그냥 지나쳤다
신산리 포구
신산리는 중산간지대 마을 가운데 가장 끝에 있다
예전 이 마을은 신이 사는 숲의 길목인 ‘신술목’으로 불린 중산간 마을이라서 '신산'이라 한다.
여러가지 메뉴를 내건 식당들이 보였지만 올레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앞괴바당
신산리 마을 젊은이들의 연애 장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이름에 '괴'가 들어있는 걸로 봐서 '사랑을 나누던 앞바다'의 뜻인 듯하다.
우리말 고어인 '괴다'는 '특별히 귀여워하고 사랑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돌담을 둘러놓은 모양이 이름처럼 정겹고 소담스럽다.
풍채가 좋은 해녀가 물질하러 나왔다
자동차 키를 돌담 사이에 숨기고 있는데 짖굳게 지켜보았더니 해녀분이 웃었다
'터닝 포인트' 라는 펜션에 예쁜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후미를 지키는 대부님과 함께 포즈를 취해 보았다
금방 지나간 해녀분의 숨비소리가 들려오는듯 하였다
테우
테우는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제주의 전통 배를 말한다
이 배는 해녀를 태워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운반하는데 이용하였다
혹은 자리돔을 뜨고 고기를 낚을 때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삼달리
삼달리는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마을이다
동네 이름을 딴 '삼달삼달'이란 카페 이름이 정겨웠다
마을 앞에 늘어진 야자수와 붉은 꽃이 핀 선인장이 남국의 느낌을 주었다
주어동포구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소규모 어항이다.
주어동(住魚洞)은 물고기가 많이 모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어느 단체에서 나와서 해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아름다운 산하를 지켜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신풍 신천 바다목장(1)
신풍리와 신천리 바닷가 약 10만평 규모의 잔디밭인데 사유지다.
예전에는 '신천마장'이라 불리는 마을 공동 말 방목장이었고, 지금은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곳이다.
물빛 바다와 풀빛 초장이 어우러진 목장의 풍경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어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신풍 신천 바다목장(2)
바다 목장길은 푸른 바다와 푸른 초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길이다
이 독특한 풍경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당 올레길이다.
따뜻한 계절엔 소를 방목하고,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귤피 건조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바다목장 아래 해안가에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나는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이라 말하였다
등반대장은 음혈을 바라보는 남근석이라 하였다 ㅋㅋ
바닷가의 나무들은 거센 바람에 시달리며 자란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모두 바다에서 뭍으로 휘어져 자랐다
제주가 '바람의 섬'이란 말이 실감되었다.
길가에는 소담스럽고 예쁜 카페들이 많이 있었다
'오빠 커피 사줘' 카페는 오빠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빠들은 그냥 지나쳤다.
산토리니의 느낌이 나는 <jeju 이서>란 카페가 눈에 띄었다
그리스풍의 파랑과 지중해풍의 흰색이 멋지게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배고픈다리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와 바다로 이어지는 천미천의 꼬리 부분에 놓여 있는 다리.
다리 중간 부분이 배고픈 배처럼 푹 꺼졌다고 해서 ‘배고픈다리’라고 한단다.
만조시에는 바닷물이 들어와서 물에 잠기고, 썰물시 다리가 드러나서 건널 수 있다.
천궁해신탕(?)
올레길 3코스엔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배가 많이 고팠다
멀리서 보이는 '천궁해신당'을 '천궁해신탕'으로 보고 바삐 걸었다
그런데....가까이 가서 보니 식당이 아니고 무당들의 신당이었다 ㅠㅠ
바닷가에 해신당의 기도 장소가 있었다
여기에 놓여있는 제물들이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배가 많이 고프다
산물통
농사일과 더위에 생긴 땀띠를 없애기 위해 몸을 담그던 곳이라고 한다
백중절을 시작으로 시원한 물에 담궈 여름을 났다고 한다
옛 풍속이 어려있는 이런 시설물들이 사라지고 있음이 매우 안타깝다
표선 해비치해변(1)
어마어마하게 넓은 모래사장이 나타났다
흰물떼새가 3~6월 알을 낳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흰물떼새는 이미 떠나갔고, 길게 이어진 발자욱과 연인들의 웃음소리만 남아 있었다.
표선 해비치해변(2)
8만평에 이르는 너른 백사장인데 밀물때는 호수처럼 보인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게 보이는 표선백사장은 4·3항쟁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들은 왜 이렇게 짙은 슬픔을 품고 있는지?....가슴이 아프다
표선 해비치해변(3)
표선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표선 해비치해변으로 변경되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상태지만 여인들은 힘이 넘친다
이곳 해변에서 김치찌게로 점심 식사를 하고 오래오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