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낮에도 저주받고 밤에도 저주받을 것이다. 잠잘 때도 저주받고 일어날 때도 저주받을 것이다. 주님께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인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주님께서 항상 그의 죄에 노여워하실 것이다. 율법서에 기록된 모든 저주가 그를 덮쳐 그의 이름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_1656년 7월 27일, 스피노자가 유대교회의 종교의식에 따라 파문되었을 때, 파문 문서 내용 중에서...
율법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저주를 퍼부었던 그 유명한 파문은 유대인 사회를 통틀어 살펴봐도 가장 가혹한 파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러한 파문과 함께 유대인 사회는 그와 교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였다. 당시 유대인은 관리가 될 수 없었으므로 유대인 사회에서 파문당해 쫓겨난다는 것은 곧 생계 수단을 잃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도 파문당한 사람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려는 한 광신자의 공격을 받기도 했으나 살아남았다.
이후 그는 잠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렌즈 깎는 기술을 배운 뒤부터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은거하면서 렌즈갈이를 직업 삼아 극히 단순한 생활을 반복했다. 가끔 피우는 담배가 유일한 취미였다. 렌즈 가공을 하고 남는 시간엔 책상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거나 철학을 연구했고 때때로 친구들이나 다른 질문자들과 서신을 주고 받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다락방의 합리론자'라는 그의 별명은 여기에서 나왔다. 또한 하숙집 주인 가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고 온화한 철학자로서 주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유대인 사회와는 단절이 되었고 가족도 그와 연을 끊었지만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삶은 아니라서, 여러 친한 친구들이 있었고 스피노자 연구 모임이 있을 정도로 사상적인 팬들도 있었다. 생계도 렌즈 가공만으로 유지된 건 아니고 친구와 지지자들이 연금 형식으로 보낸 돈도 많은 보탬이 되었기에, 풍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난에 시달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딱히 사치를 부리지도 않았다. 수중의 돈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전부 서적을 구매하는데 사용했고, 옷차림 또한 검소해서 외출용 옷과 평상시 입는 옷 두벌만 가지고 있었다.
그의 철학은 상대적으로 관용적이었던 네덜란드에서조차 위험했기 때문에 그의 책이 떳떳하게 출판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신학정치론』은 익명으로 출간되었으나 큰 논란을 일으켰고 그의 대표 저서인 『에티카』는 출간을 시도하다 포기하여 사후에 출판된다. 생전에 그의 이름으로 출간한 책은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가 유일하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데카르트 철학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책을 저술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그는 이 책을 통해 데카르트 전문가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고, 독일 팔츠 선제후국의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교수로 초빙을 받기도 하였으나, 한달 정도 고민하다가 거절한다. 이 때 쓴 사양하는 편지도 유명하다.
그는 44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사망했다. 이를 두고 렌즈를 가공하면서 생기는 유리가루를 많이 마셨던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하고, 아버지와 형도 폐질환으로 사망한 것을 토대로 가족력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말년에 그는 자주 아팠기에 스스로의 죽음을 예상했는지, 재산을 정리해 놓았다. '죽음 앞에서의 공포는 필연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다'는 그의 철학을 스스로 증명하기라도 하듯, 죽는 날 당일에도 평소처럼 닭고기 수프를 맛있게 먹고 친구인 의사와 하숙집 주인과 잡담을 나누기도 하다가, 저녁 때 보니 죽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가 과거와 다르기를 바란다면 과거를 공부하라. - 바뤼흐 스피노자
1. 자유의 목적은 자유 그 자체다.
2. 행복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
3.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실체에서 비롯된다.
4. 사람들이 신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신이 사람을 만들어냈다.
5. 오류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무지가 진리를 알지 못하므로.
6. 정의는 힘의 자녀이며, 불공평함은 무능력의 산물이다.
7. 욕망이 움직이는 원동력이며, 이는 우리의 본성과 일치한다.
8. 사람들은 신의 마음을 알 수 없다.
9. 정의란,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10. 고요한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