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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4회 :: 나 없이 행복한가요 】방송일: 2005.03.15.
극본 최 수 영, 박 해 영
씬1/ 원룸침실 (D)
전실 거울 앞. 지영, 밤에 잘 못잔 듯
피곤한 표정으로 화장하고 있다.
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 나더니
윤아, 운동마치고 온 차림으로 뒤에서
왔다갔다 운동가방 정리해 넣고 옷 갈아입을 준비
지영 벌써 운동갔다 온 거야?
윤아 어. 저녁에 할 시간이 없어서~
지영 (느른하게 화장하며) 어..
윤아 아! 나 동직오빠 만났어.
지영 (철렁) 어?
윤아 (별 일이라는 듯) 나보다두 더 일찍 와서 운동하고 있더라?
지영 그 그래?
윤아 (지영을 마음을 읽은 듯 잠시 일 멈추고 지영을 보며) 오빠가 암말 안하길래.. 나두 그냥 인사만 했어.
지영 어..
윤아, 거실쪽으로 나가면
지영, 기계적으로 괜히 움직이던 손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지영 (E) 화이트데이에 나랑 아무 연락도 없이 지나가놓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해?? 그럼! 술도 안먹고
잠도 잘 잤단 거야?? 그랬단 말이야?!
지영, 화가 치밀어올라 화장하는 손에 힘이 가해진다.
씬2/ 방송국 복도 (D/ENG)
지영, 옷차림이나 화장이나 강하고 야하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한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엇..! 저 멀리 동직이 동료 배우들과 얘기하는 모습 보인다.
동직, 얘기 줄줄 늘어놓으며 하하! 웃기도 (호들갑스럽진 않게)
지영 (우뚝 선 채 기가 막힌/E) 허! 뭐가 그렇게 좋니?
지영,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하게 다시 걸어가면
얘기하던 동직, 지영이 코앞에까지 와서야 지영을 발견한다.
두 사람, 눈이 마주치고
지영 (아무렇지 않는 듯) 어.. 안녕?
동직 (잠시 차분해지며) 어.. 안녕.
지영 ... 녹화.. 있어?
동직 응.
지영, 뭔가 다음 말이 있을 듯 해서 잠시 서 있는데
동직, 다시 사람들과 얘기한다.
지영, 허! 기가 막힌 표정으로 쌩 가버리는
(동직, 드라마 찍을 때 액션장면에서 다친 이야기.
여기가 부러져갖구 기브스 한 상태에서 그냥 갑옷입고
한 달을 찍었다! 와~ 아주 죽음이지~ 갑옷 몇 키론 줄 알죠?
칼무게는 또 어떻구요~ 등등)
뒤로 보이는 동직과 지영의 화난 표정에서
<타이틀 - 나 없이 행복한가요>
씬3/ 방송국 화장실 (D)
지영, 너무나 기가 막히고 진정이 안돼
왔다갔다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다.
지영 어.. 안녕! 응! 그게 다야?? 그것도 내가 먼저 안녕했어! 근데 어, 안녕!! 응??
지영, 허! 어이없어하며 계속 왔다갔다 하다가
지영 얜 또 왜 빨리빨리 안 나와~~ (전화걸고) 여보세요? 어, 왜 안와!
씬4/ 미자방 (D)
미자, 거울 앞에 앉아 통화중
미자 오늘하고 내일은 방송국일 없잖아~ 왜.
지영 (F) 아니 그냥..
미자 (은근한 투) 뭐.. 별 일 있는 건 아니지? ... 어~ (잠시 뜸들이다) 저기, 지피디는... 어때?
지영 (F) 뭐가 어때?
미자 (몸 배배 꼬며) 아니, 그... 나 없는 동안 별 일은 없나해서..
지영 (F) 별 일이 뭐가 있어~
미자 어... 그럼, 모레 보든가.. 아님 헬스장에서 보자. 어~
미자, 전화 끊고는 후... 진정하더니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다.
마치 처음 보는 듯한 표정으로 뚫어져라 보며 생각하는데서
화면 하얗고 뽀얗게 변한다.
# 회상컷 / 73화 씬20 현우가 고백하는 장면 컷컷
CUT1/ 현우 (시선 내리깐 채 작게) 좋아..해요.
CUT2/ 현우 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CUT3/ 현우 (에라 크게) 좋아한다니까요? 나 미자씨 좋아해요!
# FLASH 터지며 현실.
미자, 표정은 굳어있지만 뺨이 발그레(CG)하다.
SE) 쿵쿵쿵쿵! 빠르게 심장뛰는 소리
크게 들리다 점점 잦아들고
미자 (E/혼란스러운) 지피디가 날 좋아한다.. 왜? 왜 좋아해? 내가 어디가 좋아?
미자, 계속 거울보며 살짝 떨리는 표정,
머리 귀 뒤로 넘기고 정리하며 청순한 표정,
살짝 미소지어보이며 예쁜 표정..
좌우로 옆모습도 한 번씩 보고
미자 (E) 나이들면서 더 예뻐진단 소린 좀 듣긴 했는데.. (하다 문득 정신차리고 자기머리 때리며/ON) 야야!
정신차려~~ 지금 큰 일 난 거야, 큰일~~
씬1/ 마당 + 대문 앞 (D)
(세트에서 해질녘이 표현이 될지 모르겠지만)
해질 녘. 할머니 셋과 우현, 마당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앞집을 넘겨다보고 있는데
앞집에선 여자와 남자의 곡소리가 들린다.
모두 심각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보는데 반해.
영옥은 덤덤히 보는 편이다. 모두 낮게 말하는.
영숙 (안타까운) 그렇게 멀쩡하던 양반이... 아우...
우현 갑자기 왜 그러신 거래요?
혜옥 새벽에 약수 뜨러 간다고 나가다가 현관문 잡고 쓰러졌대. 늙은이 새벽 댓바람에 움직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데.
우현 아직 정신 못 차리셨대요?
혜옥 그니까 울고불고 난리겠지.
영숙 (안타까운) 결국은 가나부네. 결국은 가.
영옥 (덤덤) 왔으면 가야지.
그때 잘 차려입은 30대 후반의 여자(딸)와,
인텔리 양복차림의 40대 남자(장남)가
눈물 바람으로 부리나케 앞집으로 뛰어 들어가고,
그 뒤로 따라오던 부록,
이상한 기운에 무슨 일 났나 싶어 앞집을 보는데
영숙 (반가운) 왔네. 큰아들이지?
혜옥 빨간 웃도린 막내딸 아냐?
영숙 다 왔네. 다 왔어. 다행이야. 자식새끼들 다 있는데서 눈감아서 다행이야.
부록 (앞집 기웃거려 보고 영옥 쪽 보고) 무슨 일이에요?
영옥 (고개를 빼고 앞집을 넘겨다보는)
*앞집은 안산댁으로, 2남1녀를 뒀다.
막내가 딸. 자식들 모두 결혼했다.
씬/ 집외경 (저녁)
씬2/ 주방 (저녁)
할머니 셋, 부록, 우현, 저녁 먹는 중이다.
분위기가 침울하다.
영옥 (먹으며 약간 짠해서) 불쌍한 양반. 이북에서 몸뚱아리 하나 달랑 건너와, 안 입고 안 먹고 뼈빠지게 일해서
자식새끼들 키워놓고, 이제 좀 두 내외 슬슬 즐기나 했더니. 에으... 불쌍해.
부록 그래도 호상이죠, 병치레도 없이...
영옥 세상에 호상은 없어. 백수를 채우고 이백수를 채워도, 죽는 건 그저 아쉽고 눈물나는 거야.
영숙 맞는 말이지.
부록, 아무 말 못한다.
씬5/ 녹음실 (N)
현우, 자책하는 표정으로 괴로워하는
현우 아씨, 쯧... 등신같이 어정쩡하게. (벌떡 일어나 서성이다 버럭) 좋아한다고 했으면 사귀자고 하든가! 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든가! (스스로 한심해 한숨) 어후!
현우, 휴대폰 꺼내 폴더 열고는
번호 만지작만지작하다가..
전화를 못걸겠는지 탁 덮고는 다시 털썩 앉아
고민하는 표정에서 FLASH 터지고
# 회상컷 / 씬20에서
CUT1/ 현우 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미자 (헉! 어쩔 줄 몰라 시선 툭 떨구는데)
CUT2/ 현우 나 미자씨 좋아해요!
미자 (헉!) 드.. 들었어요.. 아까..
미자의 표정에서 FLASH 터지고
# 현실 / 현우, 진지한 표정.
미자의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
씬3/ 할머니방 (N)
깊은 밤. 영숙과 혜옥, 자는데,
영옥, 일어나 앉아 한숨을 쉰다.
영옥, 잠이 안 온다.
씬4/ 거실 + 대문 앞 (N)
#영옥, 베란다 창으로 앞집을 본다.
#앞집 자식들은 조금 진정된 듯
대문 앞에서 두런두런 얘기하고 있다.
장남, 딸, 그리고 개인택시기사복을 입은 차남,
그리고 맏며느리와 둘째 며느리가 있다.
장남 (아내에게) 당신은 집에 가 있어. 애들만 있잖아.
맏며 그래도...
장남 돌아가실 것 같으면 바로 전화 주께.
그 말에 딸, 설움이 북받치는 듯 흐흑!
울음이 터진다. 또 다시 다들 숙연해진다.
#영옥, 짠하게 바라보는.
씬/ 집 외경 (D)
씬5/ 거실 (D)
할머니 셋과 부록, 베란다 창으로 조심스레 밖을 살핀다.
일어나자마자 앞집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영옥, 제일 마음 쓰이는 표정인데
영숙 조용~하네...
혜옥 등도 안 달렸고...
우현 (앞치마 한 채로 주방에서 나와, 끼어서 앞집 보며) 아직이세요?
영숙 아직인 거 같애.
부록 사람 목숨 그렇게 쉽게 안 끊어지죠.
우현 (들어가며) 씻으세요. 국 다 끓었어요.
그 말에 영숙 혜옥 부록은 흩어지는데,
영옥은 그 집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씬6/ 식당 (D/ENG)
지영, 식판에 밥 받아서 자리를 잡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동료들과 밥먹는 동직모습 보인다.
편한 차림에 수염만 조금 붙인 동직은
수염 때문에 밥먹기가 힘든 게 재밌다는 듯
수염을 닦아가며 잡아가며 밥을 먹고 있다.
지영, 흥... 잠깐 냉소적인 미소 보이더니
조금 떨어진 빈 자리에 앉는데.. 계속 동직이 신경쓰이는
지영 (E) 그래~ 밥이 목구멍으로 아주 잘~ 넘어가지?
지영, 얄밉다는 듯 노려보고 있는데
문득 돌아보던 동직, 지영을 본다.
순간 놀란 지영, 헉! 얼른 밥먹는 척.
괜히 맛있게 먹는 척하다..
슬쩍 다시 동직쪽을 보는데
동직, 계속 밥 잘 먹고 있는
지영 (화가 나 전화를 탁 끊고/E) 나 없이도 그렇게 잘 먹고 잘 사네! 근데! 그러면서 그땐 왜 죽을 것같이
그랬어?! ...나쁜 놈. (씩씩거리다) 내가 왜 이래야돼? 난 원래 너 없으면 더 잘 살았어!
지영, 와구와구 억지로 밥 맛있게 먹는데
밥 다 먹은 동직, 식판들고 지나가며 인사한다.
동직 (엷은 미소) 안녕..
지영 (아무렇지도 않게) 어... 오늘도 녹환가봐?
동직 (수염 만지며) 어..
지영 으응.. (하다 문득) 화이트데이는 잘 보냈어?
동직 뭐.. 그냥 그렇게 보냈지.. 맛있게 먹어.
지영 (아뿔사! 낭패다!) 어.
동직, 지나가고 지영, 바로 회막급인 듯 인상 팍 쓰는
지영 (이 악물며) 등신! 화이트데이 얘긴 뭐하러! 아후...
지영, 홱 돌아 동직을 노려보는데
나가는 동직의 뒷모습은 왠지 여유있고 편안해 보인다.
지영 (E) 그냥 그렇게 보내?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어? (홱 다시 고개 돌리며) 그래~ 그렇게 편하다면 어디 잘~
살아봐~ 완전 끝내줄테니까!
지영, 밥맛 다 떨어졌는데 억지로 꾸역꾸역 먹는
씬6/ 마당 + 대문 앞 (D)
낮이다. 서성이며 핸드폰을 하는 장남.
쪼그려 앉아 고개 푹 숙이고 있는 차남.
슬프기 보다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들.
딸은 안산댁을 위로하고 있다.
장남 김대리가 내 대신 좀 처리해줘. 뒤처리는 내가 들어가서 할테니까. (약간 짜증) 잘못 되면 내가 다 뒤집어
쓸테니까 걱정말고 일단 해.
안산 (눈치 보인다)
장남 알았어. (핸드폰 접으며) 에잇!
안산 왜애? 회사에 뭔 일 있어?
장남 (뚱) 아녜요.
장남과 차남, 한숨 쉬다가
장남 아버지 저번에도 쓰러지셨다가 괜찮지 않았어요?
안산 ... 응?
딸 아버지 언제 쓰러지셨었어?
장남 넌 도대체...
딸 내가 뭘... (차남에게) 작은 오빤 알았어?
차남 (쳐다도 안 보고) 내가 병원 모시고 갔었다.
장남 (무시하고) 접때처럼 금방 일어나시지 않겠어요?
안산 (그 말뜻을 다 알고) 아냐. 아무래도 이번엔 느이 아부지, 가실 꺼 같애. 금방 가실 꺼 같애. (그니까 그냥
있어달라는 얘기다. 약간 비굴하게) 내 감이 안 좋아. (약간 눈물) 이번엔... 이번엔... 가셔...
발만 끄적이고 먼 하늘만 보는 자식들...
왠지 미안해하는 어머니...
씬7/ 정민사무실 (D/ENG)
정민, 일하면서 연신 휴대폰을 보고 또 보고..
화가 잔뜩 난 표정이다.
그러다 확 휴대폰 집어서 다시 통화내역 확인하더니
후! 전화 던지듯 놓고 씩씩거리는
정민 바람맞혀놓고 이틀째 전화도 안해?? (씩씩거리다 철렁) 지현우랑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정민, 책상을 쾅! 내려치는데 빠직..찌이익..
유리 깨져 갈라지는 소리.
헉.. 놀라 그대로 책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자기 주먹을 들어 이렇게 셌나.. 쳐다보다가..
아씨... 다시 주먹을 꽉 쥐며 답답하고 괴로운 듯
정민 아씨.. 최미자..
씬8/ 거리일각 + 방송국 화장실 (D/ENG + ST)
미자, 바쁜 걸음으로 가고 있다.
미자 (중얼중얼) 안될 일이야! 직장에선 절대 안돼!
하다 문득 뭔가 생각난 듯 걸음 아주 천천히..
FLASH CUT
# 방송국 화장실 - 회상
미자, 민지, 여자성우, 모여서 수군수군
민지 (흉보는) 박성균피디랑 정은씨랑 썸씽이 있었대~
미자 (놀라) 진짜진짜??
민지 사람들 얘기론, 정은씨가 그렇게 꼬릴 쳤대~ 박피디 술먹는 자리엔 꼭 껴 다니구.
미/여 어머! / 웬일이니!
FLASH CUT
# 거리일각 - 현실
미자, 철렁.. 두려운 표정
미자 (NA) 직장에서 만난 남녀는 반드시 결혼까지 골인해야한다. 그렇지 못하고 깨지는 날이면.. 단물 다 빠지고
나서도 영원히 질겅질겅 씹히는 껌이 되고 만다. (ON/다시 걸으며) 암! 직장에선 절대 사고치면 안되지!
미자, 바쁜 걸음으로 걷다가
문득 쇼윈도에 비친 자기모습 보더니 멈춰선다.
미자 (자기모습 보며/NA) 하지만 얼마만에 받아보는 고백인가..
미자, 자신의 전신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살짝 공주가 된 듯 설레는 표정.
거울에 지나가는 행인이 미자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가자
흠칫.. 자중하고 다시 갈 길을 가는 미자.
괜히 한 번 돌아보며 그 행인을 째려봐주는
미자 뭘 봐?
씬7/ 마당 + 대문 앞 (D)
딸, 핸드폰하고 있고,
차남,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는데,
딸 아르바이트생 아직도 안 왔어? (짜증) 못 나온대? 에으 진짜. 뭐 어뜩해? 일당 주고 사람 써야지. (빽) 내가
어떻게 가 지금? 끊어! (접고) 에이...
장남, 핸드폰 하며 나오고,
뒤이어 안산댁 나오는 와중에
장남 어, 알았어. (핸드폰 접고) 아무래도 회사에 들어가봐야겠다. 니들이 있다가 뭔일 생기면 연락 줘.
딸 (발끈) 장남이면 아버지 임종은 지켜야 되는 거 아냐?
장남 (날선) 장남만 지키라는 법 있어? 니들은 자식 아냐?
언성이 높아지자 안절부절하는 안산댁.
선뜻 껴들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데
딸 (다다다) 다 같이 지켜야 될 꺼 아냐! 돌아가신다는데! 누군 시간이 남아서 여?는 줄 알어? 오빤 하루 이틀 안
나가도 따박따박 월급 나오지만, 우린 하루 장사 망치면 한달 장사 적자로 돌아서는 판이야. 하루라도 악착같이 벌어야 간신히
적자 면한다고!
장남 그래서? 니가 가고 내가 여기 있어야 된다는 거야?
딸 (꽥) 그게 제대로 된 경우 아냐?
그때까지 고개 숙이고 있던 차남,
벌떡 일어나며
차남 (꽥) 그만 해! 뭐하는 짓들이야? 아버지 죽는다는데!
장남/딸 (씩씩대며 노려보는)
안산 (전혀 노여움 없이, 되려 눈치보며 달래듯) 그냥 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께. 가. (장남 잡고) 바쁜데
걱정들 말고 가서들 일봐. (하는데)
장남 에잇!
안산 괜찮아. 느이 아버지 쉽게 안 돌아가셔. 가...
담벼락 아래 쪼그려 일하면서 영옥과 영숙,
여태 다 들었다. 영옥, ‘괘씸한 놈들’하는 표정.
씬8/ 주방 (D)
영숙과 영옥, 심난하다.
영옥 (한숨 쉬는데)
영숙 (그 마음 알고) 에으... 뭘 탓하겠수. 자식새끼들 맘이 거기까진 걸. 마음이 거기까진 걸 어떻게 탓하누...
영옥 (덤덤하나 씁쓸해 보이는)
씬9/ 대문 앞 (D)
#차남은 먼산 보며 서 있는데,
장남과 딸, 가방 챙겨들고 집에서 나오며
장남 바로... 연락 주세요.
안산 그래. 걱정 말고 가.
장남이 핸드폰하며 계단을 돌아사라지면,
차남이 따라서 계단을 오르는데,
딸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
안산 걱정마.
딸 꼭 연락 줘.
안산 알았어. 어여 가.
자식들이 다 사라진 걸 본 후에야
천천히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는 쓸쓸한 안산댁.
#베란다 창으로 이를 짠하게 보는 영옥.
씬/ 도시전경 (N)
씬9/ 헬스장 (N/ENG)
지영, 들어오는데
정민은 싸이클 타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동직, 무거운 덤벨 열심히 들어올리는 모습
지영, 동직을 노려보며 냉소적인 미소
지영 (E) 차... 아주 힘이 뻗치는구나?
지영, 흥!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정민 옆으로 가 운동 시작
지영 (정민에게 인사) 오빠 안녕?
정민 (힘없는 미소) 어.. 왔어? (미자가 같이 안왔나 둘러보고) 혼자 왔어?
지영 어.
지영, 슬쩍 동직쪽을 보는데
동직은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는
BG) 클론의 ‘초련’ 나오고 있다.
지영 (정민에게 큰 소리로) 오빠 어제 재밌게 놀았어?
정민 어제??
지영 미자랑 뭐 했어?
정민 ... 안 만났어.
지영 (???) 진짜?? 왜??
정민 그냥.. 미자씨가 얘기 안해?
지영 아니? (슬쩍 동직쪽 보고/E) 내 목소리가 안들려? 허! 이젠 모른척 하니?
지영, 팽 고개 돌리고 갑자기 신나게 운동하는데
괜히 서러워 이가 악물리는
지영 (E) 나 없이도 잘 살면서! 나 없이도 행복하믄서! 그래! 이젠 진짜 나도 오빠 너 없이 행복해질거야!
(들리는 노래 따라부르는/ON)
지영이 흥얼흥얼 따라부르는 소리가 줄어들며
노래 원곡(클론의 초련)이 점점 커지며 가사가 명확하게 들린다.
정민, 점점 가사에 귀 기울이며
운동하는 동작 점점 둔해지더니 멈춘다.
작은 글씨의 가사 스크롤이 흐르고
정민, 마음에 쏙쏙 와 닿는 표정
정민 (어이없는 듯 웃으며 중얼) 이게.. 이런 얘기였어..? 완전 내 얘기네..
씬10/ 골목일각 (N/ENG)
미자, 오다가.. 현우와 똑같은 차 발견하고 헉!!
놀라 걸음을 멈춘다.
미자 지피디다..
미자, 어쩌지.. 어쩌지..
괜히 아무데나 숨어서 지켜보다가..
완전히 몸을 숨기고는 호흡 거칠어지는
미자 (두근두근/E) 침착해.. 침착해야 돼.. 가로막고 안보내주면.. 잘 타일러서 보내는 거야.. (하다 헉!)
혹시 손목이라도 잡고 안놔주면? (도리도리) 아냐 그럴 리는 없어... 그럴 사람은 아니야..
미자, 더 이상 숨어있을 수만은 없어
빼꼼 내다보다가 에라~ 차쪽을 외면하며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린다.
미자 (놀라 눈 꼭 감고) 엄마야!!
미자, 눈 뜨고 보는데..
아줌마, 차에 타려다가
황당한 표정으로 미자를 보고 있다.
미자 (E) 지피디가.. 아니다.. (괜히 땅바닥을 쿡쿡 밟으며/ON) 이게 뭐야.. 깜짝 놀랐네.
미자, 뻘쭘한 표정으로 바삐 간다.
미자가 사라지면 아까와 똑같은 현우차, 스르륵 서고
현우, 혹시 미자가 지나가자 창밖을 본다.
현우, 휴대폰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결심한 듯 전화를 거는..
씬11/ 집 앞 (N)
미자, 오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보는데.. 헉!! 너무 놀라 그대로 굳는
미자 어떡하지.. 어뜨케.. 받어? ... 말어?
미자, 후... 후... 숨을 고르며
큰 맘 먹고 조심스럽게 받는데
미자 여보세요?
끊겼다.
미자 (엥?) 여보세요?
미자, 어후... 감당이 안되는 표정으로 끊는
씬12/ 골목일각 (N/ENG)
차 안의 현우, 휴대폰을 움켜쥐고 충격받은 표정
현우 (E) 내 전화를.. 안 받는다..
현우, 에이! 출발하는
씬10/ 대문 앞 (N)
안산댁과 죽그릇을 들고 있는 영옥이
마주 서 있다. 안산댁, 눈이 퉁퉁 부었다.
영옥 녹두가 있어서 죽 좀 쒀봤어. 좀 입에 떠 넣어드려봐.
안산 고마워요.
영옥 (어렵게) 어떻게... 진짜 가실 것 같으우?
안산 (울컥해 눈물 찍고) 그럴 꺼 같애요. (나름 꾹 눈물을 참는데)
영옥 건강하게 잘 사셨지 뭐.
안산 (눈물 터지며) 아우 난 못 보내요. 불쌍해서, 불쌍해서 못 보내.
영옥, 짠해서 마음이 아프다.
씬/ 집 외경 (N)
밤 열두시경. 안산댁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안산댁 목소리만 서럽게 들린다.
씬11/ 거실 (N)
안산댁의 곡소리 이어지고
그 소리에 다들 자던 차림으로 뛰어나오는데,
이미 영옥은 베란다에서 밖을 보고 있다.
모두 철렁하는 표정들이다.
괜히 눈물이 난다.
부록 (나오며) 돌아가신 거에요?
혜옥 (울상 지으며 호들갑) 어떡해 어떡해. 돌아가셨나봐.
영숙 (허둥지둥 웃도리 입으며) 아까 자식들 다 간 거 같던데, 누가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응? 자식들 올
때까지라도 누가 가 있어야지.
우현 제가 가 보까요?
영숙 아범이 가봐, 아범이.
영옥의 허망하고 슬픈 표정 뒤로
술렁이는 식구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얹힌다.
12 마당 + 대문 앞 (N)
부록은 앞집의 대문에 등을 달고,
우현은 둘둘 말은 돗자리며 상들이며
상 치르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앞집으로 나르는데,
영옥과 안산댁, 계단에 앉아있다.
안산 (울컥) 그러게 진작 가시지... (눈물을 쏟기 시작)
영옥 ... (덩달아 눈물이 난다)
안산 자식들 있을 때 진작 가시지...
안산, 그 말끝에 엉엉 울기 시작하고,
부록과 우현, 일하다가 그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다시 조용히 움직인다.
안산 ... 진작에 가시지...
영옥 ... 마누라랑 단둘이 있을 때 가고 싶어서 그랬나부지.
안산 ... 평생 고생만 하다가... 너무 불쌍해...
영옥 ... 한스럽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나...
안산 ... 너무 불쌍해요. 자식들 땜에 그 고생하다가... 자식들도 없이 쓸쓸하게... 너무 불쌍해...
안산댁은 영옥에게 기대어 엉엉 울고,
영옥은 말없이 등을 토닥여준다.
우현과 부록은 조용히 일하는 모습에서.
씬13/ 까페 (N)
BGM) 서영은의 ‘내 안의 그대’
정민과 동직, 술마신다.
동직 (진지한) 나 꼭 성공할거다.. 꼭 성공해서.. 갈거다. 지영이한테..
정민 (술만 마시는)
동직 근데.. 그때까지 지영이가 혼자 있어줄까.. 하... (술마시는)
정민, 동직의 얘기는 하나도 안들리고
노래가사에만 신경이 쓰인다.
작은 글씨로 노래가사 스크롤 흐르고..
정민 왜 다 내 얘기야.. (참다못해) 저기요! 노래좀 딴 걸로 틀어줄 수 없어요?
동직 왜? 뭐가 어떤데?
정민 그냥~ 너무 처지잖아..
노래, 다른 곡으로 바뀐다.
동직 (까다롭다는 듯) 차.. (하며 일어난다)
정민 어디가.
동직 물 버리러.
동직, 화장실 가고
정민, 문득 못참겠다는 듯
화난 표정으로 전화를 건다.
씬14/ 미자방 (N)
미자, 옷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는데
휴대폰벨 울린다.
미자, 깜짝! 놀라며 설마 또?? 조심스럽게
발신자를 보는데.. 후.. 현우가 아니다.
미자 (차분하게 받고) 여보세요. ... 아직도 밖인가부네?
씬15/ 까페 (N)
정민, 불편한 심기로 통화하는
정민 아니, 사람을 그렇게 바람맞혀놓고, 전화도 안해?
미자 (F/아무렇지 않게) 미안미안~~ 진짜 미안해~~ 응?
정민 (뭐라 할 말이 없다)
미자 (F) 화났어?
정민 (화났지만) 아.. 아니.. ... 근데.. 지피디랑.. 무슨 일 있었어?
미자 (F/주춤) 아 아니? 무슨 일은..
정민 (그나마 안심) 그래? ... 어 그래.. 잘 자...
정민, 전화 끊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전화기를 보다가 갑자기 또 화가 나는
정민 차! 미안?? (허! 답답한) 그래~ 미안하다는데 어쩌겠어~ 미안하다면 그만이지!
이때 흘러나오는 팝송
'UNCHAINED MELODY' 첫부분
‘OH~ MY LOVE~ MY DARLING'
정민 (거슬리는) 뭐가 마이 달링이야.. (버럭) 거 사랑노래말고 딴 거좀 틀 수 없어요?
이때 동직, 돌아온다.
동직 이 자식 이거 술버릇 괴상해졌네? 왜 자꾸 저기다 시비야~ (팔 잡으며) 그만 마셔!
정민 놔.
동직 뭐?
정민 (험악) 노라구.
동직 허.. 이 자식 이거.. (하다 약해져 슬쩍 놓으며) 조금씩 마시라구..
동직은 웨이터에게 이해하라는 듯
정민 가리키며 맛 갔다 돌았다는 제스츄어 몰래 하는데서
정민, 후-- 답답하고 열받은 표정이고
F.O.
씬16/ 미자방 (N) - 에필로그 (스크롤)
F.I. 미자, 잠이 안와 뒤척이고 있다.
미자 (약한) 아씨.. 아프다 그러고 출근하지 마까... (강한)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책임감있고 성실히
일해왔는데! 오점을 남길 순 없어. (멍-하다 반짝) 선글라슬 끼고 가까? 눈만 서로 안마주치믄 되잖아. (갸웃) 실내에서
새까만 거 쓰면.. 이상하나..? (하다 울상) 이상하지~~ 새까만 거 쓰구 있으면 이상하구 말구!
미자, 아씨! 괴로워 계속 뒤척이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