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날이 났다. 토요일엔 이승철 콘서트, 일요일엔 박혜경 콘서트.
이틀 연짱으로 공연장 가서 난리굿을 벌였더니
팔뚝을 움직일 수가 없고 걷기도 좀 힘이 든다.
토요일 이승철 콘서트는 아침부터 비가 와서 걱정이 좀 됐지만
다행이도 공연시간을 앞두고는 비가 그치고 있었다.
힐튼호텔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입장시간을 기다리면서 공연장에 온 사람들의 나이대를 가만 살펴보니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이었다. 서너살 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열살쯤 되는 아이와 함께 온 어떤 아줌마...
크크.. 그렇다. 이승철이 데뷔한 지가 16년인데..
처음 데뷔하던 시절에 오빠~~ 꺄~~ 하던 팬들이
시간이 흐른 지금의 모습이 그런 것이었다..
하긴.. 이승철이 희야~~♬, 소리내지마~♬ 로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을 때가 이 몸이 초딩이었으니..그럴만도 하지.
입장하면서는 가슴이 어찌나 떨리던지..
내가 정말 이승철을 실제로 보러 왔단 말인가..
T자형 무대를 보며 아..진정 몇 분 후면 이승철이 저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5시 조금 넘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프닝으로 난타를 했는데..
처음에 한 명이 나오더니 그 다음에 또 한 명이 나오고
차례대로 네 명이 작은 북을 치면서 나왔다.
네 명이 북을 치는 동작이 똑같았다.
어둠 속에서 야광스틱이 똑같이 움직이는데 참 잘하더구만.
그러다가 옆에 있는 퍼커션으로 옮기더니
퍼커션 쳤다가 작은 북 쳤다가 네 명이서 재밌는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그게 끝나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승철의 이번 공연은 가수 데뷔한 후 처음 가지는
신보 발매 기념 콘서트였다.
이번 6.5집(7집으로 아는 인간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정확히 알아두시어요. 6.5집이랍니다.)의 타이틀곡인
'고백'으로 시작했다. 고백 뮤직비디오를 보면 고양이 분장을 하고
나오는 캣우먼이 있는데 그 여자와 서너명의 댄서들이 나와
이승철과 함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첫곡의 압권은 마지막 동작이었다.
그 장면을 설명하자면 우선 이승철과 캣우먼이 마주보고
이승철은 반무릎으로 앉은 상태. 캣우먼을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캣우먼은 다리를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서 있었다.
그 앞에 반무릎으로 앉은 이승철이 캣우먼의. 다리 사이로 팔을 통과시켜
캣우먼의 엉덩이 부분에서 손을 쫙 펴서 마치 쓰다듬는 듯한
야릇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었다.
이 장면에서 공연장 안에 있는 수많은 여성팬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ㄲ ㅑ ~~~~ 고백뮤직비디오보기
그 다음 역시 6.5집 수록곡인 우리 영원토록, 니가 흘러내려를 불렀다.
그 다음은 뭐 불렀는지 순서가 기억나질 않음.
이승철 노래 중에 모르고 있던 노랜데 내 가슴을 때리는 노래가 하나 있었다.
유명한 작사가 박주연씨가 가사를 썼다고 하는데 가사가 참 이뻤다. 작은평화라는 노래였다.
햇살이 내려앉았네 어느새 끓여다 놓은 따스한 차 한잔
날 안은 너의 여린 손 창가에 함께 서서 아침을 보는 우리
내게는 영원한 작은 평화야
넌 내 무릎 위에 앉아 손가락 장난을 하며 가끔씩 웃어댔지
나는 너에게 주려고 좋아하는 것 모아서 저녁을 준비해놨어
어떤 노래가 좋다며 나에게 해달라 온종일 졸라대던 너
별을 얘기하다가 안긴 채 잠들었네
내게는 영원한 작은 평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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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지만 사랑하는 남녀간의 한없이 평화로운 시간이
눈앞에 저절로 그려지는 가사였다.
누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는지.. 아니면 내가 봤던 5시 공연은 말고 8시 공연에 나올 예정이었는지
김건모가 게스트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국 김건모는 보질 못했다.
이승철은 역시 라이브의 황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았다.
누가 그랬다. 씨디를 듣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듣기 위해 듣는 것이고,
라이브 공연장을 찾는 것은 보기 위함이라고.
씨디로 듣는 것보다 훨씬 감동적인 노래와, 볼거리를 선사한
토요일의 공연은 오만원이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았다.
공연 막판에는 '소녀시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등
신나는 곡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는데 결국 사람들은
의자위로 올라가 방방 뛰고 환호성을 질러대며 하나가 되었다.
같이 간 친구는 의자 위에서 광분하다가 결국 의자 밑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꼬꾸라진 것이다. 다행이도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ㅋㅋㅋ
사람들이 무대 위에 이승철 보느라 별로 쪽팔리진 않았을 거다.
다음 공연이 있어서 앵콜도 그리 많이도 못했지만
한시간 반 남짓했던 공연은 끝이 났다.
난 아직도 믿겨지질 않는다.
내가 이승철을 실제로 보았다는 사실이.
그 생생한 라이브 무대를 만끽했다는 사실이...
이승철 만쉐!!!! 쉐쉐쉐~!!!!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관객들과의 시간이 좀 적었다는 것이다.
얘기도 많이 안했고 노래만 계속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