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천하장군 회원들은 노란 유채꽃과 돌담길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청산도에 다녀왔다. 《서편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청산도는 많은 이들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섬이다. 모두들 부푼 기대를 안고 서울을 출발, 1박2일의 청산도 여행을 시작한다. 섬여행은 기상상태에 따라 수시로 배편이 결항될 수 있어 늘 아슬아슬한데 날씨도 우리의 여행을 축복하는 것일까 여행 내내 맑고 쾌청해 즐겁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청산도에 가기위해서는 먼저 국토의 최남단 땅 끝에 위치한 완도까지 가야한다. 거기서 배를 타고 1시간여를 가야 청산도다. 우린 첫날은 완도까지 이동해, 완도답사를 한 뒤 이튿날 새벽에 청산도에 들어갈 일정을 세웠다. 서울에서 버스로 완도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은 먼 길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는 오전 내내 달려 점심 무렵 전라남도 강진에 도착한다. 전통이 오래된 허름하지만 소문난 맛집에서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는 다시 완도까지 내쳐 달린다.
완도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해상왕 장보고의 청해진 유적지이다. 청해진 유적은 완도 본 섬에서 180미터 가량 떨어져있는 장도라는 섬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는 썰물로 물이 빠질 때만 들어갈 수 있던 장도에 지금은 나무다리를 놓아 아무 때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됐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장군이 이곳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하여 삼해의 해상권을 장악했으며, 신라, 일본, 당나라 3국의 해상교역에서 신라가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큰 공헌을 한 역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적발굴과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단계로, 현재 장도에서 당시의 영화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저 몇 개의 망루만이 세워져 있는 고즈넉한 섬일 뿐. 한바퀴 산책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구계등. 정도리에 위치한 구계등은 길이 800m, 폭 200m의 갯돌해변이다. 구계등은 태고 이래 거센 파도에 닳고 닳아 만들어진 둥근 갯돌이 바다 밑으로부터 해안까지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룡알 만한 큰 갯돌부터 공기돌 만한 작은 돌들이 모여 있는 구계등 해안가는 울창한 상록활엽수 방풍림이 있어 싱그러움을 더하는 곳이다. 오후에 도착한 구계등은 바다가 너무 잔잔해 큰 갯돌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흔히 보기 힘든 큰 갯돌과 그 돌들에 머리카락마냥 귀엽게 붙어있는 푸른 해초들의 모습에서 싱그러움을 한껏 느껴본다.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에 도착해, 나이 많으신 회원들은 호텔에 있는 해수사우나를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저녁식사 후에는 모두 내일 있을 청산도 답사를 위해 일찍 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6시 반, 청산도로 출항하는 배에 오른다. 바람은 꽤 차고 구름 낀 하늘이 뿌옇다. 날이 흐릴려나 살짝 걱정이 되는데, 저멀리 보이기 시작한 청산도의 노란유채꽃이 선명하다. 환한 노란빛이 마치 우릴 향해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다시 마음이 밝아진다.
청산도에 도착해 아침식사로 전복죽 한 그릇을 비우니 기운이 솟는다. 청산도와 완도 일대는 예전부터 전복이 유명하다. 근처 바다가 전복양식이 잘돼 질 좋은 전복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드디어 청산도 답사가 시작된다. 배가 도착하는 도청항을 출발해 지리청송해변부터 섬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기로 한다. 지리청송해변은 고운 모래가 단단한 넓은 모래해변이다. 해변가에는 굵은 소나무가 울창하게 방풍림을 이루고 있다. 회원들은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단단해진 해변을 거닐었다. 해변 끝까지 걸어갔다가는 방풍숲길로 되돌아 온다. 해송이 얼마나 싱그럽고 건강한지 마음까지 다 시원해진다.
다시 버스를 타고 섬의 북쪽 해안을 돌아 도착한 곳은 작은 갯돌로 이뤄진 진산리갯돌밭이다. 아담한 해변가는 작은 갯돌과 어우러진 갯무꽃과 유채가 피어있어 더 정겹다. 살짝 바람이 불어설까 사르르 사르르 갯돌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지만 해변에 앉아 듣는 갯돌구르는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티비 프로그램 《1박2일》촬영지인 신흥해수욕장을 지나 마을길로 들어서니 상서마을이 나온다. 상서마을은 돌담장이 아름다운 곳으로 마을전체가 구불구불한 돌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곳 돌담은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마을을 한바퀴 도는데 곳곳에서 쑥을 다듬는 동네할머니를 만난다. 제철을 맞아 한참인 쑥을 다듬는 분들을 우리 회원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다들 한보따리씩 청산도 쑥을 구해 들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마을산책을 이어간다. 돌담이 정겹기만 한 마을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넓은 밀밭이 나온다. 바람에 살랑이는 푸른 밀밭이 마을과 어울려 평화롭다. 하늘은 점점 파래지고 마음도 점점 가벼워진다.
청산도답사의 하이라이트인 당리마을로 향한다. 가는 길에 구들장논이 있던 양지마을을 지나고, 청동기시대 무덤인 고인돌이 있는 읍리마을도 지난다. 시간여건상 차에 앉은 채로 보며 지나친다. 드디어 당리마을이다.
당리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가 더해진 곳이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돌담길이 바로 청산도 당리마을인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바로 지금, 4월은 유채꽃이 노랗게 피는 계절로 청산도가 가장 아름다운 때이다. 그래서 슬로시티걷기 축제 기간이기도 하다.
돌담길 옆으로 노란유채가 흐드러지고 저 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다. 다른 편 아래로는 알록달록한 마을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 길을 걸으며 모두들 아이들 같은 마음이 되어 카메라로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마도 아름다운 정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돌담길을 따라 더 걸어 들어가면 이국적인 모습의 건물이 하나 나온다. 드라마 《봄의 왈츠》의 세트장이다. 건물 안과 밖에 예쁘게 꾸며져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하지만 왠지 청산도의 경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북스런 느낌이다. 세트장을 지나 산허리를 끼고도는 길은 청산도 슬로길은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완도로 돌아가는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 정도에서 당리마을을 마무리하고 도청항으로 이동했다.
보리밭길을 지나고 유채밭을 지나, 아름다운 청산도 경치를 담은 사진이 걸린 마을길도 지난다. 슬로시티 축제를 한다고 이곳저곳 신경을 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도청항 복지센터가 있는 광장에는 느림의 종, 달팽이문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있고 청산도 특산품을 파는 천막과 싱싱한 횟거리를 파는 천막도 방문자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우린 점심식사를 마지막으로 청산도와 작별을 한다. 완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싣고 바라다보는 한낮의 청산도는 푸르기만 하다. 아쉽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이 남을 청산도 여행이다. 완도에 도착해 선착장 근처에서 간단히 해산물쇼핑을 한 뒤 귀경을 서둔다. 5시간 넘는 긴 버스여행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정체되는 구간이나 특별한 문제없이 너무 늦지 않게 잘 돌아올 수 있었다.
청산도는 푸르고 느린 섬이다. 그래서 우리 마음을 한없이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청산도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오래도록 푸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언젠가 또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그래서 우리의 마음에 그리움으로 남는 섬이 될 것이다.
첫댓글 먼길 다녀오시느라 모두들 고생하셨어요.^^
여독이 남지 않게 푹 쉬시고 5월 내변산 산벚꽃 트레킹에서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천하장군 문화유적답사회 정지인 드림
후기 읽고 사진보면서 동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행은 꼭 맑은 날씨가 아니라도 좋지만
이번 청산도 여행은 맑은 날씨라 더욱 즐거움을 배가하였던것 같습니다.
여행기를 읽어가면서 즐거웠던 여행길을 더듬어 봅니다.
감사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