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에 첫 발을 내디딘건
작년 1월 말....
승찬성배님께서 청년 산악회에다가 말씨 갈 사람 붙어라~~! 라는 게시판에 적힌 글을 보고나서다
2012년 하이킹을 시작한지 한 3달만에
청년 산악회에서 메모리얼 윅엔드라고해서
아드론닥에 있는 뉴욕주에 있는 젤 높은 산에간단다.
그 산의 이름이 말씨란다.
그땐 정상에서 조차도 내가 올라와있는 곳이 말씨인줄 알았더랜다.
좋다고 했더니....
정상에서 대장 말이....
말씨가 아니랜다.
그리고 몇달이 지나....
레이버 데이 윅앤드라고 해서 또 델꾸 가더이다.
말씨간다고 해서 델꾸 가더니 이번엔
또 다른 산이다.
루스터 콤이라고 닭벼슬 산이랜다.
이렇게 두번이나 청년 산악회 대장한테 속고나서...
내 언젠가는 말씨에 가보리라... 하던참에
2013년 1월 승찬 선배의 글을 읽고선...
무작정 따라 나선거다.
그것도 한 겨울 백패킹 말씨로....
그래서 말씨는 나에게 조금 특별하다.
청년 산악회에서 말씨간다고 델꾸가서 엉뚱한 산을 데려간게 두번이나 되니 말이다.
제대로 된 장비라곤 백패킹 따라가기 전 일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출발일 이틀전에 도착한 스노슈즈 달랑 하나.
지금 생각하면 무식해서 용감한것인지...
그렇게 첨으로 한미에 발을 내딛었다.
그토록 궁금했던 말씨를 간다는거 자체만으로도 설레이는데 경험이 풍부하신 선배님들과 함께 간다니...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뒤쳐져서 민폐를 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걸어올라갔다.
그렇게 백팩을 짊어지고 한 겨울 1월 말에...
15도 짜리 슬리핑백을 들고...
한켤레있는 아솔로 천으로 된 부츠를 신고....
첨 신어보는 스노슈즈를 발에 끼우고
어그적 거리며 산을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작년 초의 일인데도 내가 무지 풋풋했던거 같다. ㅋ
정상과 가까워 지는 그 곳에서...
한국인 그룹이 와잇아웃땜에 앞으로 나아갈수가 없다며 내려온 길을...
우리가 다 함께 올라간다고 했을때...
정상 갈 사람? 손들어! 라고 회장님이 말씀하셨을때 젤 먼저 손을 번쩍 든 난....
어느새 맨 뒤에서 3번째에 서서....
이게 뭔일이래....
정말 올라가는건가? 라며 두리번 두리번....
무림지대의 바위에 스노슈즈의 바닥이 닿아 내는 소리를 들으며... 무서움에 떨때....
내 뒤에 서석범 선배님과 원종일 선배님께서는...
빨리 안올라가고 뭐하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뒤에서 재촉하시던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그 무림지대에서 난 소 한마리가 되어
서선배님과 원선배님의 소몰이에...
힘겹게 스노슈즈를 질질 끌고... 올랐다.
어떻게해서라도 안올라가려고 엉덩이를 쭉빼고...
뒤를 돌아보면
서선배님께서 너무나도 태연하게...
동생 빨리 올라가... 라며 재촉하셨고...
난 이제... 내려가는건 아닌가보구나...
다들 올라가니 올라가냐하나보구나.. 라며 포기하고...
내 앞에 걸어가던 노란 자켓을 입은 혜진언니만을 쫓아 올라 큰 바위 아래로 몸을 숨겼다.
바위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에겐 그때 느낌은 아비규환이었다.
무서운 바람소리.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공간.
전쟁이 중에 폭탄이라도 하늘에서 떨어져내려온듯이
난 바위에 바짝 몸을 밀착시킨뒤...
최대한 내 몸을 작게 만들어 웅크리고 있었다.
회장님께선 일어나서 바위 뒤쪽으로 가라며...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승찬 선배가 바람에 날라가서 잡았다는 소리도 들리고...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쭈그리고 앉은 나에겐...
멘붕이었다.
그 말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바이킹 맨 끝자리에 앉아 젤 높은 곳에 올라갔을때
잡고 있던 바를 놓고
만세를 부르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혜진 언니의 팔을 부여잡고 두 눈 질끈 감고...
누군가가 내려가자는 말을 꺼내기만 기다리며 귀를 쫑끗세우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누군가가 내려간다는 소리가 났고...
그 분을 뒤를 바짝 쫓아... 따라내려갔고...
기차 놀이를 하듯...
내 뒤에도 하나 둘씩 붙어 내려가게 되었다.
내 앞에서 리드를 하시던 분은
뒤를 돌아 몇명인지 세어보는 여유까지 가지셨는데...
그 분은 한미에서 젤 첨으로 멋진 모습으로 내 머릿속에 기억이 되는 한선배님의 모습이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한선배님 코밑에 서있었는지
한선배님의 옆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순간 얼마나 한선배님이 멋져보였는지...
조금 무림지대를 내려와서야...
내가 쫓아가 팔을 붙잡고 있던 그 혜진언니의 남편이라는걸 알았다. ㅋㅋㅋ
그렇게 난 정상 사진 한장 없이 말씨를 다녀왔다.
이번에... 그 정상 인증 사진에 도전을 하기로...
올초부터 계획을 잡았더랜다.
화요일.
전화를 했다.
트레일 상태가 어떠냐고...
머디하긴하지만 괜찮단다.
어떤 여자가 전화를 받았는데
스노슈즈도 필요없고 마운티니어링 부츠까지도 필요가 없댄다.
행복하다.
아솔로 가죽 부츠를 신고 짚신만 있음 될꺼같다.
무거워서 신기를 꺼려하는 마운티니어링 부츠를 신지 않아도 된다니...
정말로 행복하다.
수요일.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했더니...
스노슈즈는 굳이...필요가 없을꺼 같다.
그치만 말씨를 오를꺼라면 마운티니어링 부츠와 크램폰은 필수란다....
안전을 위해서 말해주는 그 아저씨가 괜시리 맘에 안든다.
내가 신기 싫어라하는 마운티니어링 부츠를 신으라고 했기때문이다.
그냥 그래서 그 아저씨가 맘에 안든다.
난 단순한가보다. ㅋ
많이 내리는 눈 덕에 목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LOJ 파킹장에 도착했다.
터키데이여서 일하는 사람도 없고 파킹장에도 차들이 별루 없다.
막상 파킹장에 도착하니
걱정이 앞선다.
내가 괜시리 한다고 했는건 아닐까...
뭐라도 내가 빼먹고 온건 아닐까라며...
가슴이 콩닥거리기까지 한다.
이것저것 챙기고 라스포티비아 부츠를 신고 리지스터 하는곳에 섰다.
떨림.
기분좋은 떨림이라고 해야하나.
즐거운 산행이 되길 바라며...
꾹꾹 눌러쓴다.
Destination: Mtn. Marcy summit... 이라고 말이다.
트레일 코스는 이러하다.
늦게 출발한 덕에.... (오후 한시)
오늘 저녁은 Feldspar lean to 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말씨 정상을 치고 내려오는...
가는 길에 몇몇 하이커들을 만났다.
다들 간단한 복장을 하고 아침에 하이킹을 갔다가 되돌아 오는 사람들이다.
즐거운 산행이 되라는 격려를 받으며 큰 백팩을 짊어지고 한발 한발 눈을 꾹꾹 누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올 초에 다쳐서 고생한 허리가 백팩킹 무게를 잘 견뎌주기만을...
바위 하다 다친 왼쪽 어깨가 가방 무게가 실려 고생만 하지 않기를 바라며...
겨울 산은 해가 금방지며 어둠이 빨리 온다.
우리가 잘 린투는 대체 얼마나 남은건지...
이정표는 왜이리 보이질 않는건지.
아무도 걷지 않은 눈이 소복히 쌓인 곳을 걷는게 그리 쉽지많은 않다.
왜이리 물길이 많고 나무외다리가 많은건지...
잘못 디디기라도 하면 물가에 발하나 들어갔다오는건 일도 아닌데....
폴대로 꾹꾹 외나무 다리 옆을 눌러보니...
폴대의 반이 들어간다.
그뜻은 잘못해서 발이 빠지기라도 하면...
내 무릎이상까지 물에 빠진다는 뜻이며...
그렇게되면 끝장이라는 뜻이다.
이 한겨울에 신발이 물에라도 젖게되면....
상상조차도 할수 없는 일이다.
몇번 물에 살짝 빠지긴 해도 젖지는 않았다.
고어텍스 마운티니어링 부츠에 감사해하며 겨우겨우 린투에 도착했다.
한 6~7마일 되는 곳을 한 8시가 좀 안되어 도착했다.
물길 외나무 다리있는곳에서부터 시간을 마니 소비했다.
눈이 덮혀. 물인지 외나무다리인지 구분하기가 꽤 어려웠기때문에
한발 한발 발을 디디는데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기때문이었다.
린투에 도착해
곰통에서 먹을걸 꺼내어 따뜻하게 누룽지 미역국을 끓여먹고...
지도를 들여다봤다.
우리가 막판에 걸어온 그 외나무 다리 길이... 물길이었다.
이미 지친 난... 탈출구가 있을까하고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젤 하산하기 쉬운 루트는 말씨 정상을 치고 내려가는 루트다.
아까 온 그 외나무 다리 루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더 짧긴해도 말이다.
-40 슬리핑 백의 따뜻함에 사랑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제발...
내일이 늦게 오길 바라며...
내일은 날씨가 좋다고 했으니....
정상만 오르면 하산은 괜찮을꺼라며...
따뜻한 물을 담은 날진 바를 두개를
하나는 가슴에 품고 한개는 다리에 품고...
내 자신에게 위로를 하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조금 더 컨디션이 좋아지기를 바라며....
첫댓글 Junie의 sense 있고 잘 정리된 Marci 등정기 잘 읽었네.
Junie씨 , 마시 등정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야..쮸니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