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달개비
김윤희
식당 달개비 아침이면 보랏빛 대문
두 쪽 조금 열어두고 골목길 청소하고
손님 기다리고 있다
내가 더러 가는 그 식당에 들어가기
위하여는 먼저
노란 색실 주렴 몇 가닥 눈썹 스치는
모욕쯤은 참아내야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또 다시 나타나는
아무나 볼 수 없는 하얀 입 다문, 숨은
쪽문도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 밝은 단골에게만
들이는 그 집 뒷방 문갑 위에 놓인
작은 목인(木人) 누가 그려 넣었는지
안 가르쳐주는 그 가슴의
닳고 닳은 달개비 문양을
알아보아야 한다.
- 『시문학』(2008년 9월호)
* “식당 달개비”에 들러 음식을 먹고 나온다 해도 그 집 뒷방에 들러 보지 못한 손님들은 왜 그런 간판이 붙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골목길을 지나, 열린 보랏빛 대문을 들어서서, 노란 색실 주렴 몇 가닥을 스치고, 다시 쪽문을 열고 뒷방에 들러 보아야 한다. 그곳 문갑 위에 놓인 목인의 가슴에 새겨진 “닳고 닳은 달개비 문양” 때문에 식당의 이름에 ‘달개비’가 첨가된 것이다. 허명으로 빈약한 자신의 내면을 포장한 채 앞뒤가 다르게 살아가기 쉬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본래 진실은 간판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보랏빛 달개비꽃을 닮은 식당 달개비처럼 기표 너머 비밀스런 곳에 숨어 있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