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교과 내용에 인문학적 요소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학년도부터 적용될 개편안에 따르면 국어에 고전 읽기를 추가하거나 사회에 고전·윤리 과목을 신설하는 등 여러 형태로 인문학 콘텐츠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취업 과정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다수의 인문학서를 저술한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과, 고전을 통한 영어 학습법을 제시해온 송오현 DYB교육 대표, 대학에서 인문학을 강의하는 김정권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를 만나 인문학 학습법에 대해 들었다.
◇좋은 글 읽기, 인문학적 소양의 기본
인간에 관한 학문인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사람의 인생을 살펴야 한다. 타인의 성취나 갈등을 보면서 자신을 돌이켜보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복잡다단한 삶을 일일이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고전을 포함한 좋은 글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병호 소장은 “고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많은 이에게 검증받은 글”이라며 “긴 세월 시행착오를 거치며 갈고 닦은 지혜가 압축된 고전을 읽는 것이 인문학적 역량을 기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고전을 비판적 시각으로 읽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 보면 합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권 교수는 “고전의 주제와 구조, 표현력 등을 분석하면 인문학적 소양을 체득(體得)하게 된다”며 “이는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인문학을 익히는 학습법”이라고 했다. 송오현 대표는 “꼭 고전이 아니더라도 좋은 글이라면 모두 인문학적 역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두꺼운 고전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인문학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논어’나 ‘맹자’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나 현대적 고민을 한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더 유용할 때도 있어요. 아인슈타인이 쓴 에세이나 미국 주간지 타임 기사를 읽는 것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효율적입니다. ‘샬롯의 거미줄’이라는 명작 동화를 30번 넘게 읽은 아이들이 탁월한 논리력과 문장력을 갖추는 사례도 여러 번 봤습니다.” 김정권 교수도 “타임에 게재된 좋은 기사는 새 시대의 고전”이라며 “공부 기술은 뛰어나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요즘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자료”라고 했다.
◇어휘력과 사고력에 도움되는 영어 고전
그러나 남들보다 깊고 넓은 인문학적 역량을 쌓으려면 단순히 좋은 글을 읽는 단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송 대표는 한 사람의 인문학적 지식은 말과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했다. 책을 통해 습득한 직·간접적 경험을 언어로써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야 인문학적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깨닫는 ‘사전활동’ ▲낭독·정독·발췌독 등을 통해 실제 책을 읽는 ‘독서활동’ ▲글을 읽은 뒤 토론하거나 자신의 글로 다시 쓰는(paraphrasing) ‘사후활동’으로 구성된 세 단계 학습법을 추천했다. 특히 이 같은 방식으로 영어 고전을 공부할 경우 남다른 글쓰기 실력과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지난 5년 여간 학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세 단계식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 아이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사고력이 눈에 띄게 발달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영어 소설이나 영어 고전을 반복해서 읽은 학생의 어휘력과 논리력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더군요.” 실제로 송 대표는 서울 대치동에서 고전과 기사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으로 내신과 수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 소장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영어 고전을 읽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된 작업을 거쳐 영어로 된 고전을 읽고 나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한 단계 깊어집니다.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쁨도 얻고요. 그 과정은 곧 자녀가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자산이 되죠.” 그는 “‘고전을 읽지 않으면 가난해진다’고 단정할 수 있다”며 “천천히 조금씩 영어 고전을 읽으며 원문의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레벨별 영어 고전 △초등 고학년: ‘샬롯의 거미줄’ ‘영어 글쓰기의 기본’(E.B. 화이트) ―송오현 대표 △고교생: ‘역사란 무엇인가’(E.H.카) ‘문화의 수수께끼’(마빈 해리스) ―김정권 교수 △대학생: ‘일리아드’ ‘오딧세이’(호메로스) ―공병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