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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부부 사이를 멍들게 하는 부모--
- 조성숙신문윤리위원-
인기절정의 탤런트 채시라와 록가수 신성우의 약혼파혼의
배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연예인들의 손쉬운 만남과 헤어짐으로 간단히 보아넘길 수
없는 한국인의 결혼관과 가족주의,결혼한 여자의 독립 등
한국 가정에 흔히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파경은 양가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자존심 대결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간섭이 자녀부부 사이를 멍들게 하는 것은 비단
채시라신성우의 경우만이 아니다.
서울가정법원의 가사사건 조정창구에는 이런 이유로 이혼하는
부부가 제법 많다.
파경까지는 안가도 부모의 조정과 보호 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부.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워온 신성우의
어머니는 연예인 며느리감이 결혼하면 연예활동을 중지하고
시집에 들어와 살림을 배워 착실한 내집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신성우 또한 이러한 어머니의 소망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자선활동에 채시라도 보조를 맞춰 골프 등 사치한
활동을 삼가줄 것을 바랐다.
채시라의 부모는 이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을 뿐 아니라
결혼 후에도 딸의 재산을 관리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졌고 제3자의 중재를
통해 채시라는 신성우의 사과를,신성우는 사과의 전제조건으로
채시라의 굴복을 요구했으나 두사람 다 이를 거부함으로써
끝내 헤어지게 되었다.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두 당사자와 부모들의
전 근대적인 결혼관이다.결혼이란 두 남녀가 독립된 개체로서
만나 새로운 가정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남녀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함으로써 둘만의
보금자리를 가꾸겠다는 의지와 사랑이 부족했고 부모들은
각각 결혼하려는 아들 딸을 자신들의 품안에서 놓아주지않고
계속 소유물처럼 간섭하려 한 것이 이들의 결합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간섭이 자녀부부 사이를 멍들게 하는 것은 비단
채시라신성우의 경우만이 아니다.
서울가정법원의 가사사건 조정창구에는 이런 이유로 이혼하는
부부가 제법 많다.
파경까지는 안가도 부모의 조정과 보호 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부,본인들 또한 경제적 정신적인 부모 의존을 예사로
여기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된다.
결혼제도가 가족주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적인
관행이 젊은이들을 퇴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채시라와 신성우의 부모가 자녀 결혼에 보인 태도는 이해할만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와 가치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자녀의 행복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서양처럼 18세만 되면 일단 부모 품을 떠나 독립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자녀를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시키도록 하는것이 바람직하다.결혼을 앞둔
젊은이 또한 부모에게 의존할 생각을 버리고 심리적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아직 우리사회에 강하게남아있는 가족주의에 대한
적절한 배려와 자신들의 독립을 어떻게 지혜롭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결혼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문화일보 970920
-송남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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