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병행 / 육아보조 / 노베이스 예체능 전공 / 30후반 늦깎이 수험생의 수험일지 입니다.
1화 : 프롤로그
출근길.
오늘도 노동의 연속이다. 나는 20살에 따놓고 한 번도 운전을 안한 장롱면허 상태이므로..
대중교통으로 3번의 환승을 거쳐 출근길만 2시간, 퇴근도 2시간, 회사 근무시간은 일 10시간 도합 14시간..
덤으로 이놈의 회사는 연차, 월차도 없고, 공휴일에 일해도 대체휴무일이나 추가 수당도 없는 포괄임금제이다.(15년 만에 이런 직장은 처음이었다. 명백히 노동법 위반인데, 계약서 쓰는 날 위 같은 사항들을 전해 들으니 살짝 멘붕이였..)
노무사 공부에 대해 생각 했던건 이때부터였다.
나는 홀로 앉아 생각했다.
“과연 삶에 있어서 노동이란 무엇인가..?”
“주변 지인 노무사에게 물어봐볼까..?”
“이거 말이 되는 근무조건인건가..?”
이직 제의가 3곳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들어오고 있는 터라 고민이 되지만, 직장을 옮긴다는 것에 대해 가족들과 와이프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들어가면서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말은 전혀 체감되지 않고 있다. 체력이 받쳐줘야 그나마 정신력이 무너지지 않음을 느껴 헬스장을 끊었지만, 출근 전 이틀에 한 번씩 1시간이라도 헬스장을 다녀온 날은 그나마 ‘작심삼일’에 성공한 날이다.
오늘 아침은 8:50분에 알람에 눈이 떠졌지만, 피로감을 참지 못하고 헬스장 가는걸 포기한채 한시간만 잠을 더 청해본다.
“뚜뚜뚜뚜~ 뚜뚜”
이어 9:50분에 울린 2차 알람에 후다닥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피곤에 쩌든 몸을 일으켜세워 10분만에 샤워를 끝내고 옷을입고 10:30분에 출근길을 나온다.
이제 8개월차가 된 우리 아기와 와이프를 보며 하루하루 기운을 내지만, 요즘들어 30중반을 넘어 체력이 부쩍 떨어짐을 더 느끼며, 와이프와 가벼운 인사와 레몬즙+찬물 한잔을 마시고 집을 나선다.
버스와 지하철로 서울에 위치한 직장으로 향하는데..총 3번의 환승을 해야되기에 쪽잠을 잘수도 없고, 이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틈틈히 노무사 입문 특강 인강영상을 청취하거나, “인문건축기행” 같이 사놓고 몇주동안 보지 못했던 서적들을 이 시간에 보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쪼개어 보면서 이 2시간을 나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물론 가끔 이런것들때문에 환승지점을 한 정거장 지나치는 ‘덤’이다.
한번의 환승을 한뒤, 9호선 열차를 갈아탈때면,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꽤 지난 시간때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분주히 걷고, 달리고, 인파 사이사이를 헤짚고 다니는 앞쪽의 사람들을 볼때마다 수십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다.
아직 출근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좋아하는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열심히 바쁘게 어딘가로 가서 일을 할텐데 저들은 행복할까?”
“우리같은 월급쟁이들은 결국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살아있는 노예들 아닌가..?”
“그 누구 강요하지 않았는데 우린 왜 직장과 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인가..”
이런 쓰잘데기 없는 잡생각들과 주제들이 머리속에 멤돌며 2번째, 3번째 환승을 마치고 일터로 향한다.
드디어 마지막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에 올라오는데..
쾌쾌하고 습한 더운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여기서 다시 직장까지 걸어서 5분…
아무생각없이 에어팟을 빼지않고 음악을 들으며 걸음 속도를 높인다..
드디어
“회사에 도착!”
서비스업 관련 회사이다보니 앉아있는 시간보다 서서일하는시간이 대략 일 10시간중에 7시간 정도가 된다. 나름 젊었을적부터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며 이 업이 “나의길”이라고 느끼며 10년 넘게 일을 해왔지만, 한살 한살 더 먹을수록 매너리즘과 체력의 한계가 명확하게 느껴짐으로 “내가 과연 언제까지 이 일을 할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일하는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청소를 하고 미팅을 하고 영업사원들과 전화를하고.. 하다보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직종을 바꿔볼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몰려온다.
개인적으로는 It쪽을 선망하여 작년에는 부트캠프에 지원해보고 싶었지만, 가정도 있기에 6개월간 일을 멈추고 공부를 할수는 없을것 같아 최근 3개월간 주말(토,일)에 일 6시간씩 학원을 다니며 자바와 유니티, C언어 공부에 매진을 하며 배우러 다녔지만, 이 마저도 학원에서 단기간이 배운 짧은 지식임으로 수박 겉 핥기처럼 it분야에 살짝 손만 담궈본 느낌일뿐. 지금 다른직종에 연봉을 낮춰가며 새롭게 시작하려는 자신감은 없음으로.. 그냥 조금 공부해본것에 만족을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업에 매진할 뿐이다.
서비스업은 육체노동과 + 감정노동의 집약체같은 업이다. 오늘도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하며 만나가며 웃으면서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때로 속은 무의미함과 허무함, 냉소적인 마음이 교차해가는걸 숨기며 일하기에 급급하다.
10년차가 넘어가면 무언가 득도하거나 해탈한듯 진상들을 만나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수준의 레벨이 되었달까..육체가 힘든것 빼고는 이제는 크게 사람들때문에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다.
여담으로 역사덕후인 본인의 취미로 인해 내심 홀로 비유를 많이 하는데, 매사에 삼국지의 법정의 현명함과 로마황제이자 철학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냉철함을 닮으려고 노력하는중이다.
오늘 저녁은 모 중견기업 회장이 친구들과 애인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왔다. 등장부터 거만함과 요란함을 동반한 너스레를 떨며 매장으로 들어오는데, 그 풍체와 행동거지가 마치 동탁과 비슷하다고 볼수 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오늘은 와이프 대신 옆에 앉은 애인의 생일이라면서 본인 핸드폰에 저장된 비싼술 사진을 보여주며, 이정도급 술이 있는지 건방을 떨며.. 어제 먹은술과 밥값이 500만원정도 되는데 알아서 비슷한걸로 가져와보라고 말을 건넨다. 아. 물론 비속어와 말투와 문장 사이사이에 상스러운 낱말선택과 욕은 기본이다.
내심 속으로 마음을 다 잡아본다.
“오케이. 당신이 누구던 무엇이던 상관없이 오늘 매출은 여기서(너에게로부터) 발생시키겠다”
나름의 다짐을 하고
100만원짜리 술을 3병을 들고가서 프로페셔널하게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한다. 중견기업 회장이 건넨 농담들은 모두 탁문군과 황제의 마음을 훔친 사마상여의 현란한 임기응변과 말솜씨처럼 너스레를 떨며 받아주며, 오늘 여기서 400만원정도 매출은 일으켜야겠다 다짐을 하며 테이블을 나온다.
“농담도 잘 받아주니 중견기업 회장은 기분이 업 되었나보다”
“나에게 좋다고 팁 10만원을 건네주지만”
아이쿠.. 이 회사 정책이 받은 팁은 모두 회식비로 쓰여질 예정임으로 씁쓸함이 몰려온다.
옆에 앉은 애인이라는 여자는 앉자마자 핸드폰으로 셀카어플을 키며, 약 10분간 본인 셀카와 매장 오브제 사진 기물사진 꽃을 들고 생일케이크 사진을 찍느라 홀로 요란스럽다.
남자는 권력과 재물이 있을때 그 사람 본성이 나온다고 하였나. 라는 문장이 머리속에 떠오르며, 중견기업 회장의 이름을 포털에 검색해보지만 나오는건 “차세대 리더,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미래지향적인 리더쉽의 xxx회장”이라는 뉴스기사들이 보일뿐.
보고 있자니 그냥 씁쓸한 웃음과 조용한 한숨만이 몰려올뿐. 내 지인이 아님에 다시 서비스에 집중한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 목표하던 일 매출 400만원을 넘기고 슬슬 퇴근준비를 한다. 6시간넘게 구두를 신고 있던터라 슬슬 발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2화에서 계속..
https://m.cafe.daum.net/keedong/SG8/9777?svc=cafeapp
투자하는 수험생
https://youtu.be/Q8kmROnAMXA?si=SlfK-7VTbpBOB1Av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14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