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융합 발전 ]
인공지능의 확산과 데이터센터의 증설, 다양한 산업 분야와 수송 부문에서의 전력화(electrification) 등으로 인해 향후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의 공급 확대를 통해 미래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합니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육상이든 해상이든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합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전력 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만 충당하기 위해서는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향후 최소 몇십 배에서 최대 몇백 배로 증가할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궁극적인 에너지 해결책으로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이 제안한 방법은 핵융합 발전입니다. 핵융합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를 영원히 생산할 수 있고 유해한 부산물을 만들어내지 않는 꿈의 에너지원입니다. 45억 년 동안 태양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핵폐기물이라는 부산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게 되면 인체에 무해한 헬륨만이 부산물로 남습니다. 핵융합의 원료인 수소는 지구에 무한정 깔려 있어서 고갈의 우려가 없습니다. 핵융합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아서 중수소 1그램으로 석탄 11톤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원이 왜 아직도 상용화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이론적인 문제는 다 해결되었지만 공학적으로 태양을 병 속에 집어넣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소 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려면 수소 기체를 태양보다 뜨거운 수백만°C까지 가열해야 합니다. 문제는 수소가 태양 내부의 온도로 가열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태양과 같은 모든 별은 중력에 의해 균일하게 압축된 구형(球形)의 수소 기체가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면서 점화된 것입니다. 별에서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이유는 강력한 자체 중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핵융합 장치를 만들려면 수백만°C로 뜨겁게 가열된 수소와 이것을 담아놓을 그릇이 필요합니다.
플라스마 상태의 가열된 수소는 너무나 뜨겁기 때문에 그릇에 닿는 순간 그릇이 녹아버리므로 그릇의 외부에 코일을 감아 엄청난 전류를 흘려보내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가 그릇의 내벽에 닿지 않게 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핵융합 발전 방식인 토카막(tokamak)은 도넛 형태의 장치 안에 플라스마를 만든 뒤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스마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핵융합 발전의 실용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는 수소 기체가 핵융합을 일으킬 때까지 도넛이나 원통 형태의 장치 안에 자기장을 걸어서 모든 곳을 균일한 힘으로 압축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풍선을 불어서 구부린 후 바람이 새나가지 않도록 양 끝을 기술적으로 이어서 도넛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풍선의 모든 곳에 똑같은 힘으로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핵융합로의 자기장에 조금이라도 불규칙한 부분이 생기면 그 즉시 플라스마는 안정성을 상실합니다. 더구나 플라스마에도 자체적으로 생성된 자기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핵융합로에 걸어놓은 자기장에 약간의 불규칙이 발생하면 이것이 플라스마에 전달되어 또 다른 불규칙성을 낳게 됩니다. 바로 이런 요인 때문에 핵융합반응을 장시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기장과 플라스마의 움직임을 서술하는 방정식은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문제는 두 방정식이 서로 결합되면 상호작용이 매우 복잡해지는데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로는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핵융합 발전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두 방정식을 실시간으로 풀어서 자기장을 일정한 값으로 유지하도록 제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1950년대 초 최초의 핵융합로가 건설되고 70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20년 후에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20년 전에도, 그 20년 전에도 그러한 주장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에너지 문제의 해결 없이 인류 문명이 존속할 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20년이 물리학자들의 마지막 약속 기한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좋은정보 잘보았습니다
핵융합기술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