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나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요즘들어 부쩍 사춘기가 일찍 찾아왔는지, 까칠까칠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변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에 쏙 드는 제목 때문이었을까?
알고보니 이 연극은 고정욱 소설의 청소년 성장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었다. 언젠가 느낌표에도 선정된적이 있는 소설이니, 그 내용은 안읽어봤어도 걱정이 들지 않았다.
고정욱소설책은 한번 접해본적이 있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언젠가 아이의 권장도서목록에 있어 사서 읽었던 책이다.
한번 접해본 소설가의 책이고 그 내용이 참 마음에 들었었기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연극을 보기전에 원작소설은 아직 구입해서 보지는 못했다. 일단 컨셉이 마음에 들고,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을것같아 온 가족이 종로로 출동^^
급 매서워진 바람에 차를 몰고 갔다. 더굿씨어터는 대학로에도 있고 종로에도 있어 헷갈리기 쉬우니 주소 검색을 하고 출발을 하는것이 좋다.
종로5가 더 굿 씨어터는 작은 소극장으로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하는데, 공연시간이 길어서 주차비가 12000원 정도~~ 꽁꽁 싸입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공연을 다 보고 나왔을때는 이까짓 주차비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들만큼 공연은 기대했던것보다 훨씬...더~~ 정말 정말 좋았다.
공연이 무척 좋아, 공연장 매표소에서 판매하고 있던 고정욱작가의 원작소설도 당장 몇권씩 사게 될 정도로 공연은 참으로 깊은 여운이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근사한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집에 와서 바로 소설을 읽으니 소설의 내용을 매우 충실히 살린 공연에 더욱 신뢰가 느껴졌다.
보통 재미나 흥미를 위해 내용을 많이 각색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원작소설을 그대로 살리고, 그러면서도 한정된 시간안에 표현해내는 그 멋진 연출력이란~~
최근에 보아온 소극장의 그 어떤 공연보다도 더 내 마음을 짧은 시간에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공연이었다.
까칠했던 재석이가 어떻게 변해갈까.. 참으로 궁금했는데, 재석이는 사회봉사를 하면서 한눈에 반해버린 노인복지회관의 부라퀴할아버지의 손녀 보담이를 보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춘기시절 운명적인 이끌림은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가보다. 재석이의 모습을 보며 바람직한 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부라퀴할아버지의 조언과 보담이의 할아버지라는 점은 까칠했던 재석이를 데미안에서 그러하였듯, 알에서 깨어나오게 만들고 있다.
아버지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가정형편...반지하방...나이키 운동화하나 없는 재석이.. 마음 편히 몸담을 수 있었던 불량서클조직 스톤~~ 그곳에서는 반지하에서 사는것도 아버지가 없는것도 나이키 운동화가 없는것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재석의 독백을 들을때...
나는 그동안 불량 아이들을 그저 색안경을 끼고만 보았던 것이 아닌지... 그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울타리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려한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생각에, 나는 소설가의 마음에 공감하며... 불행한..아니 불행한 아이들에겐 불행한 가정이 있다는 말을 떠오르게 되었다.
스톤에서는 그런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무 꿈없이 아무런 희망없이 엄마의 바람대로 그저 고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하고, 깡패조직에 흘러들어가겠거니 하는 재석에게 이번 노인복지회관에서 사회복지 시간은 재석의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재석은 결자해지라는 말을 되새기며, 맺은자가 풀어야한다하며, 스톤을 스스로 나오려고 마음먹는데.
폭력서클 스톤은 들어갈때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나올때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곳.... 얼차례를 한후 폭력서클의 짱 병규는 커다란 막대기로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는데 무려 삼백오십대~~~~(물론 연극에서는 떼어 세긴 하였지만, 한 삼십대는 사정없이 맞은듯 ㅠ.ㅠ)
이 연극은 그저 웃음거리를 안겨주는 연극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느껴지는 리얼한 액션씬과, 얼차례의 정말 심하게 때리는 장면은...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그 역을 맡은 배우 재석이 너무나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세게 때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
그만큼 모든 배우들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배우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연기를 참으로 잘 하여, 소설속의 모습에 고대로 녹아내린 모습이었다.
완벽한 연기력과 연출력...중간 중간 적절히 흘러나온 음악과 배우들의 노랫소리~~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설레임~~ 4시에 시작된 연극은 기존에 90분이라고 하였지만, 5시 45분쯤이 되어서야 끝나, 거의 두시간을 채웠지만, 시간이 가는게 참으로 아까울 정도로 연극은 정말 정말 좋았다.
진심으로 또 보고싶은 연극.... 그리고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연극~~~
부라퀴할아버지의 주옥같은 교훈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어떠어떠하게 살아야한다는 메세지를 안겨주고, 달라져가는 재석의 모습은 누구나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맞이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안겨준다.
엄마의 마음이라 그럴까? 알을 깨고 나오려고 노력하는 재석의 모습에, 스스로 풀으려 애쓰는 재석의 모습이 참으로 이쁘고 멋졌다.
공연이 끝나고 뜨거운 박수가 오래되어 나오게 되는 연극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추웠던 일요일...따뜻한 집에서 쉬고싶은 남편과 아이들을 일깨워 박차고 나와서 종로까지 달려온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고,
오히려 몸과 마음이 참으로 따뜻해짐을 가득 가득 느끼고 온 시간들이었다.
초등생이상을 둔 가족이라면 온 가족이 꼭 함께 봐야할 연극~~
추천..또 추천하고싶다.♥
P.S 줌마의 마음이라 그럴까? 이번 연극의 특징은 배우들이 모두들 하나같이 훈남이라는 점이다. ㅋㅋ 재석을 맡은 배우는 개그맨 유재석의 모습이 절대 아닌 요즘 별에서 온 그대로 또 한번 인기몰이중인 배우 김수현을 연상케하는 훈훈한 마스크였고,
스톤의 짱을 맡은 병규는 최근 상속자에서 무서운 인기를 얻은 배우 김우빈이 떠오르는 개성있게 멋진 마스크였다.
음..그래서 공연이 더욱 재밋었던것인가? 하하 농담이고, 아무리 멋진 훈남 훈녀가 눈앞에 있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면 이렇게 와닿지는 않았을것이다. ^^
공연장앞문에 붙어있는 포스터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벽에 붙어있는 공연포스터들
따뜻한 대기실과 아기자기 꾸며있는 공간
대기실에서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던 스탭분.. 참으로 다정하고 인상적이었다.
핸드폰은 꺼두어야했기에 마지막 인사할때 얼른 찍은 배우들의 모습 끝나기가 참으로 아까웠던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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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별을 따다줘 원문보기 글쓴이: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