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은 태어나서 자아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면 장래의 배우자에 대해 꿈을 꿀것이다.
공주일까 왕자일까부터
키는 클까.. 작을까..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를 알아볼수있을까..
정말 귀에서 종소리가 들릴까..
세상은 소설처럼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극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연두 역시 20대 초반쯤 첫사랑에 실패하면서 아프게 배웠다.
그래도 .. 이건 너무 파격이다.
연두의 돌잔치사진속 코찔찔 흘리며 앉아 사탕물고 있는 그놈
유치원 원복을 입고 양갈래로 바짝 묶은 머리를 잡아당기고 킥킥거리며 장난치는 사진속에 그놈.
사춘기 여드름때문에 우울할때 옆에서 라면냄새풍기며 괴롭히던 그놈.
늘 어른인척.. 잘난척하던 그놈
어려서부터 늘상 오빠와 세트로 연두를 괴롭혀오던 그 웬수가 남편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못했다.
어차피 이놈으로 정해진 운명인줄 알았다면
여드름 흉터 안남기겟다고 속쓰린 피부과 약도 안먹었을테고
비뚤어진 치아 교정하겠다고 그 아픈 치료를 안해도 되는건데...
겨우.. 오빠와 아버지를 합쳐놓은 그놈한테 시집이란걸 가게될줄...
연두는 꿈에도 몰랐다.
지상원.. 연두의 단짝친구 지상진의 형이기도 하고
연두오빠의 친구이기도한 육군 대위. 아... 이제 곧 소령이다.
가끔 나란히 길을 걸으면 여자들이 부러운 눈으로 흘깃보는 정도의 훤칠한 키에 멀쩡한 외모지만
10분만 얘기를 나누면 방금 갓벗어놓고 나온듯한 권위적이고 남성우월적인태도에 질려버린다.
지난 성탄절부터다.
이해할수없는 일들이 정신없이 일어났다.
상원의 대대에서 크리스마스 커플행사.
몇일전부터 아는 여자가 없다며 같이 가자고 상원답지 않게 졸라댔다.
상원이 처음 임관했을때 호기심에 상진이랑 놀러가본적은 있지만 나이들어 그다지 신비로울것도 없는 남자들 땀냄새속으로
들어가기는 참 오래간만의 일이다. .
나름 아기자기 꾸며진 강당에 부대원들과 그들의 가족이나 연인들이 함께 했다.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 노래자랑도...
군인들은 어린애처럼 참 유치하게 잘 놀고.. 또 그 유치한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 연두다.
상원은 역시나 중대장의 품위를 지키며 집에서의 악동같은 모습을 애써 감추고있다.
그모습을 지켜보던 연두는 몇번이나 웃음이 터졌다.
" 뭘,, 그렇게 키득거려? 얼굴에 뭐 묻었어? "
" 오빤.. 그 군복만 입으면 한 10살쯤 늙어지는것 같애.. 꼭 40대 아저씨 같은거 알아? "
" 250명을 눈빛하나로 제어하려면 카리스마가 있어야하거든~~ 조용히 구경하다가 가라. "
1중대 중대장과 그 부인.. 그리고 2중대 중대장과 약혼녀가 무대위에 올랐다.
순간.. 설마 했는데.. 역시나.
사회를 보던 군인이 상원을 불러세우고 기다렸다는듯 일어선다
3중대장의 여인이라며 연두를 지목하고 천둥같은 함성과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
조명에 끌려 .. 이건 무슨 이벤트야 하며 무대중앙에 섰다.
어느틈엔가 부들 떨고 있는 손을 상원이 잡고 있다.
" 이거 뭐야? "
" 잘하면 너 좋아하는 공짜 선물 준데잖냐.. 2중대는 무조건 이길꺼야.. 잘해!! "
" 이손은 좀 놓지? "
부대에서의 상원의 모습은 정말 숨을 쉴수없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살짝 긴장한듯한 사회자가 질문을 한다.
" 중대장님~~ 옆에 계신분은 누구신지 소개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 보면 모르나? 여자다. "
무뚝뚝한 대답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 사귀신지는 언제부터? "
" 너무 오래되서 계산이 안된다. "
" 그럼 결혼은 언제? "
" 김병장 제대하면... "
아무소리도 못하고 남자들의 기에눌려 빼빼로 먹기 게임부터 끌어안고 풍선 터뜨리기 등등 스킨쉽게임을 마쳤다.
일평생을 육탄전을 하며 자라온 상원과의 게임이 그다지 어렵거나 불편할리 없다.
마지막 퀴즈게임. 결선이다.
처음엔 이인간이랑 왜 이런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있는건지 화가났지만.
타고난 승부욕으로 복잡한 생각은 금새 잊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도 테스트다.
누워서 식은죽 먹기!!
태어나서 29년을 함께 봐온.. 그야말로 남매같은 두사람이 모를게 뭐냐..
발사이즈.. 생일.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 가고싶은 여행지. 좋아하는 연예인부터 피자에서 토핑을 뭘좋아하는지
최근에 본 영화까지 완벽하게 딩동댕이다. .
백발백중.. 이렇게 잘 맞출수는 없다.
우뢰와 같은 박수을 받으며 결국 상원이 늘 경계하는 2중대와 공동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벽걸이 텔레비젼을 반으로 나누더라도 게임은 여기서 멈췄어야했다.
2중대 뺀질이 오대위가 시비를 걸고 나섰다.
" 아무리 승부근성 자랑하는 지대위지만 커플게임에 동생같은 사람데리고 그러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
" 말씀 그대로 동생같은 사람이지 동생은 아닙니다. "
두중대장의 팽팽한 신경전속에서 사회자가 진땀을 흘리고 있으면
대대장이 명쾌한 승부수를 던진다.
" 마지막 게임을 제안하겠다. 여기 대대원들이 오줌지릴만한 키스를 해내는 커플에게 승리를 주겠다. .
최신벽걸이 텔레비젼에 전중대 삽겹살회식까지 쏜다. "
순간 눈앞의 시선들이 살쾡이들처럼 반짝거리고 머리속이 웽웽 거린다.
설마..아무리 승리가 중요하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폭력까지 쓰진 않을테지....
그런데도 머리한부분.. 이오빠라면 .. 꼭 할거라는 불안한 생각이 스친다.
약혼한지 1년되어가는 2중대 오대위가 먼저 연인의 머리를 잡고 키쓰를 하고 있다.
유치한 남자들이란... 꼭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일에 목숨을 걸지...
오대위를 노려보던 상원이 연두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장난끼 가득.. 뭔가 사고를 칠때마다 보이던 살벌한 느낌이다.
설마.. 하면 죽여버린다.. 하는 눈빛을 보내기가 무섭게
큰손이 허리를 휘어감고 입술을 부비덴다.
아찔..
데체.. 이자식을... 어쩌면 좋아.. 정말 죽여버릴꺼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귓전에 함성소리가 들리고
머리속이 하얗게 멍하다.
말안되는 상황은 잠시.. 이건 뭐지? 구름위에 둥실 떠있는 느낌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된듯.. 이남자가 누구였는지를 깜빡할만큼.. 정말 황홀한 키쓰다.
키쓰를 마치고 눈앞에 서있는 남자를 확인.. 또 재차확인하자. ..
망치로 머리를 맞은듯 아리한 느낌이 들고 다리가 풀려
그자리에서 목각인형처럼 툭 쓰러져버렸다.
의무실에서 눈을 떴을때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한 얼굴이 잡아잡수하는 얼굴로 뻔뻔하게 노려보고 있다.
" 깼어? 그렇게 좋았냐? 기절을 하게? "
" 니얼굴이 기절하게 하잖아? !!! 너.. 죽었어!! "
" 니? 너? 어쭈? 그래.. 내가 텔레비젼때문에 봐준다.. "
" 봐주긴 뭘봐줘? 미친거 아니야? 그렇게 텔레비젼이 좋아? 텔레비젼때문에 아무나하고 키쓰하니? 넌? "
" 텔레비젼때문에 한거 아니다. "
제법 진지한 목소리.. 텔레비젼 때문은 아니라니..
그럼 .. 뭐라는 거야? 좋아한다.. 뭐 그런 말안되는 고백이라도?
" 텔레비젼이 아니라.. 바로.. 승리를 위해 한거지.. 내 생애 패배는 없으니까.. "
이인간한테 무슨 얘길 기대했을까.. 조금은 널 여자로 봤었어. 라든가.. 그런말을 기다렷었나..
어의없어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기가막혀서 눈물도 나지않는다.
" 정신차렸으면 일어나.. 우리 중대 장교들하고 한잔씩 하기로 했으니까.. 가자. "
" 텔레비젼은? 그거 어딨어? 망치로 다 부셔버릴꺼야.. "
" 니 승질에 그런다고 할까봐.. 중대 휴게실에 기증했다. "
정말 어의없다.
평생 벽걸이 텔레비젼은 안살테다..
" 지대위님! 뭡니까? 부부보다 더 잘맞추시고.. "
" 우린 최강 3중대 아닌가? "
상원의 어깨가 3인치는 올라간것 같다.
중사. 소위 중위 그의 아내. 그의 연인들.
그사이에 상원과 연두는 . 연인도 아니고 동생도 아니고 참 어색한 모습으로 섞여있다.
2중대장과 육사때부터 라이벌이었던 상원은 그를 이긴게 너무 기쁜나머지 평소답지 않게 엄청 마신다.
연두는 어의없는 벽걸이 텔레비젼과 꿈속의 키쓰를 생각하며 호프잔을 들이켰다.
" 아니~~ 두분 정말 .. 동거라도 하십니까? 너무 속속들이 모르는게 없읍니다. "
" 부부싸움 할때마다 내아파트에 와서 술마시는 사람이 동거하냐고 물으면 어떻하나? "
" 지대위님은 연두씨가 좋아하는 책이 아멜리 누구 라는건 어떻게 아셨고.. 연두씨는 여자들이 잘 모르는
지대위님 군번을 어떻게 외우십니까? 우리 마누라도 모르는데? "
아멜리 노통부는 연두가 한참 불문학 전공하는 민철이와 사귈때 열공했던 작가였구.
군번은.. 연두네 진도개가 군번줄을 씹어버려서 .. 그날이후 진숙이 이름이 군번으로 바뀐 사건때문에 외울수 밖에 없다.
" 한때 우리 연두가 아멜리 노통브 책을 섬렵했었지.. 프랑스에 푹 빠져있었거든. "
" 진숙이 기억나 오빠? 오빠한테 엄청 맞았었는데.. 결국 폭력에 지쳐서 가출해버렸잖아.. "
두사람의 대화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그져 놀라고 있는 주변사람들을 완전히 케이오 시키는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 어.. 집에서 전화왔다. 어떻게 너무 늦었잖아. 나.. 죽었다. "
" 이리내.. "
" 금방 간다고 해.. 오빠가 책임져.. 진짜 죽었다. 이제. "
" 여보세요? 접니다. .. 네.. 행사 끝나고 부대원들이랑 한잔하러 왔습니다. .. 연두.. 옆에 있는데 혼날까봐
전화못받겠답니다. . 네.. 네.. 택시 태워서 곧 보내겠습니다. 아.. 예.. 예 그럼. . 안녕히 주무십시요. "
이미 엉덩이가 반쯤 일어나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연두다.
팔목을 잡아 앉히며
" 앉아. "
" 아빠 뭐라셔? 화나셨어? 콜 불러줘.. "
" 택시 위험하다고 재우고 내일 같이 오라신다. "
" 재워? "
옆에서 휫바람을 불고 난리가 났다.
" 그정도 신임이십니까? "
" 자!! 돈걱정.. 시간걱정 없이 마신다. 실시!! "
우리집에선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닌데.. 사람들이 보기엔.. 참 이상한 상황이다.
어려서 부터 상원은 연두네 집에서 살다시피하고 연두도 상원의 동생.. 상진이랑 시험공부하다가 자고 가고 했었다. .
물론 오늘 처럼 단둘은 아니었겠지만.
방학때는 서로 뒤엉켜 잔적도 많았던것 같다.
키쓰의 불편한 기억을 씻어내고자 시간걱정없이 맘놓고 퍼마셨다.
집에서 혼날 염려도 없고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술몇잔에 완전히 취했버렸다 .
상원은 지위에 걸맞게 적당히 취하고 부대원들의 귀가까지 확인하고 연두를 들쳐업고 군인아파트로 향한다.
안방침대위에 털썩 내려놓자..
" 아~~ 씨.. 아퍼..어디야? 아.. 나 클린징하고 자야하는데.. 얼굴에 뾰루지 나는데.. "
" 그냥 자.. 뾰루지 나나 안나나 별다르지 않어. "
포기도 빠르게 이미 잠에 취해버렸다.
이불을 똘똘말고 새우처럼 움크린 모습이 10살짜리 연두같다.
자다가 귀신에게 발목잡히는 꿈을 꿨다.
발버둥을 치며 흐느껴 울면
상원이 놀란 연두에게 다가와 안아주며 토닥거리고 또다시 잠이드는 두사람이다.
새벽 6시 .. 알람소리에 눈을뜨면 눈앞에 단단한 남자 가슴이 보인다.
이건 뭐지?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면
상원의 팔베게를 하고 있다.
" 뭐야? "
" 아!! 팔아퍼.. 우씨. "
" 왜? 오빠.. 어제 쇼파에서 잤잖아? 왜 침대로 왓어? 언제 왔어? 대체 뭐야? 정말 뭐하자는 시추에이션이야? "
" 이~~씨.. 너. 새벽에 울고 불고.. 난리쳤잖아.. "
" 내가? "
" 꿈꿨다고 .. 어른인척 하면서.. 애기다 애기. 아직도 자다가 꿈꾸고 울게? "
상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두의 발이 상원의 가슴을 을 걷어찼다.
" 이 기지배가.. 아침부터 발길질이야? "
" 어제..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 그럼 악몽을 안꾸냐? "
" 끔찍하긴 뭘.. 로또당첨이지.. 내 키스가 그게 .. 보통 귀한게 아니거든.. 바야흐로 5년묵은 .. 청정해역이다 이거지..
그린벨트.. ? "
" 웃겨.. 희기한거겠지.. 근친상간이야.. 이거. "
" 해장이나 하고 정신차려!! 어제 뭐가 어쨓다고? 무슨일 있었어? .. "
" 그래.. 차라리 아무일도 없었던듯 지내는게 서로 편하겠다.. 으~~윽.. 그래도 열받잖아. 나쁜새끼 "
" 기지배.. 말따구.. 그따위로 할래? "
" 그런 너!! 아니.. 오빤.. 자꾸 기지배 기지배 할래? "
" 기지배를 기지배라고 하지.. 빨리 해장이나 하고 나가자!!! "
상원이 끓인 김치콩나물국을 후르륵 마시고
여기저기 집안을 살폈다.
진짜 남자냄새가 솔솔나는.. 그래도 무슨 관공서처럼 서랍마다 라벨을 붙여두고 정리가 되어있다.
" 참.. 피곤하게 산다.. 이런거 할 시간이 어딨어? "
" 밤마다 할일없고 뭐하냐? 정리 정돈이 어느때부터 취미가 되버렸다. 계급장이 높아지니까 애들이 술먹자고 찾지도 않고
완전히 고립된 생활이란다. "
" 아구... 불땅해라.. "
이제야.. 집에만 오면 이사람 저사람 괴롭히고 치근덕거렸는지 알것같다. .
군인 아파트를 빠져나오는데..
보초서는 군인부터 시작해서 모두들 두사람을 보고 웃는다.
그 뻣뻣하고 표정변화 없는 상원도 얼굴이 시뻘게 졌다.
" 왜.. 들. 저렇게 우리 보고 웃어? "
" 처녀가 총각집에서 자고 나오는데.. .. 한참 혈기에 군대에 묶여있는 저들의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나겠냐? "
" 뭐? "
한참 눈동자를 굴려보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 뭐야.. 대체.. 남자들은 생각들이 왜 이렇게 저질이야? "
" 군대안에서 2년동안 생각까지 차압당해버리면.. 단순해지고 바보가 되버리는거다. 이해해라.. 딱한 녀석들이니까. "
상원의 차를 타고 강원도주변을 다닐때면 늘 기분이 좋았었다.
강원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최소 5번정도 검문소를 통과해야했고
그때마다 깍듯한 거수경례를 받으며 덩달아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
오늘은 조금 다르다.
어쩌다가 옷깃이 스치기라도 하면 흠짓 놀라고 .. 그놀람에 상원도 같이 놀라며 ..
침 삼키는 소리까지 어색해서 죽을것 같다.
" 대체.. 왜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거야? 정말 화가 나서 죽겠어. 오빠랑 내가 .. 왜 이렇게 불편한관계가 되어야해? "
"........................."
" 뭐라고 말좀해라!~ 열받아 죽겠으니까.. 어? "
" 미안하다. 됐지? "
남은 열받아 죽을것 같은데.. 한마디로 미안하다고 끝내버리면
화낸사람입장에선.. 참 맥빠지는 일이다.
조잘조잘 참새처럼 떠들어데는 연두가 조용해 지자.. 상원도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듯 입을 다문다.
상원과 연두아버지는 안방에서 밀담을 주고 받는다.
어제일로 아버지에게 혼날까 가슴이 두근거리는 연두는.. 상원이 변명을 해주는가하고
방문밖에서 오금을 조리고 있다.
잠시후 의미심장한 표정의 상원이 나오며 들어가보라는 눈짓을 하며 사라진다.
무릎을 끓고앉아 시선을 방바닥에 쑤셔밖고 드라마속 남주인공을 떠올리며 지루한 강론말씀을 귓전에서 흘려보내려고 준비중이다.
연두를 따라들어온 동생 종범이가 큰구경거리라도 생긴듯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앉았다.
" 상원이한테 시집가라. "
" 누구요? "
" 상원이 지대위!! "
" 저요? 무슨 결혼을 오빠랑 해요? "
" 상원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직업좋고 성격좋고 남자답고 또.. "
" 에이.. 아부지.. 그건 아니죠? 뭐.. 신비감 이런게 하나도 없는데.. 누나 궁뎅이 내놓고 걸음마 할때부터
선보러 다니는 지금까지 다~~ 보고 같이 자랐는데.. 어떻게 결혼을해요? "
" 그렇지 ? 말이 안돼지? 그지? "
어쩔려구 동생놈이 거들고 나선다.. 동생아 누나가 이따가 용돈줄께..
" 뭐.. 그렇다고 전혀 안되는건.. 아니고.. 상원형아니면 우리 누나 휘어잡고 살만한 사람.. 찾기 힘들겠지.."
어쩐지 했다. 이자식.. !! 사내자식이 일관성이 없어!!
" 야!! 너,.. 빨리 군대나 가버려!! "
" 상원형이 매형되면 그때가야지.. 곧 소령되면 끝발좋은데.. 매형덕분에 편한부대로 빠져야지.. "
" 내가 상원오빠랑 결혼하면 넌 비무장지대로 보내버릴꺼야!! "
" 하긴 할거네? "
" 안나가? !!!
어제일때문에 그러세요? 오빠랑 같이 잤다구요? "
" 잤어? "
" 같이? "
엉겁결에 내무덤을 내가 팠다.
" 아니. 그게 아니라.. 아휴~~~ 그러니까.. 같이 자도.. 아무일도 안생기는 그런사이라니까.. 우린 남녀가 아니라
남매라구요~~~!!! "
" 흠흠.. 그거야.. 상원이가 인격이 훌륭하니까.. 역시.. 그녀석!! "
" 아빤.. 상원이 형이 하는일은 뭐든 옳다시니까..뭐.. "
" 아부지 .. 그런 태도에.. 큰오빠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는데요.. 그거 모르시죠? "
" 어른들끼리는 얘기 끝냈다. 상원이 곧 소령진급하면 서울에서 근무할테니.. 바로 결혼식 올리고.. "
엄마는 어차피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으신 분!
큰오빠는 무조건 찬성이고 게다가 동생놈까지. ..
그래도 설마설마 했다.
상원네 집으로 바로 뛰어가 아주머니께 인사도 빼먹고 바로 상원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 오빠!! 얘기 들었지? 말돼? 무슨 돼지 짝짓기해? "
" 뭘.. 또 그렇게 길길이 뛰냐? 키쓰하고 같이 자고!! 그럼 얘기 끝난건데.. "
" 조용히좀 해!! 누가 들을까 무섭다. .. 오빠랑 내가.. 말이돼? "
" 왜.. 말이 안돼? "
" 오빤.. 내가 여자로 보여? 난.. 오빠가 오빠지.. 남자는 아니거든? 그런데 어떻게 결혼을 해? "
" 결혼하고 나면 남자로 보일거다.. 남자라는거 매일 발가벗고 확인시켜주마! "
" 오빠!!! 지금 장난해? "
" 결혼하라고 해서 .. 나도 처음엔 황당했는데... 생각해보면 안될것도 없겠다 싶어.. 여자로 보려고 하니까.. 여자로 보이네"
" 뭐? "
" 나한테 넌.. 늘 까불고 말안듣고 땍땍거리는 꼬맹이였는데..어제 보니까 여자더라. "
" 무... 슨.. 아무튼.. 결혼은.. 아니잖아. 서로 과거사도 다~~ 알고.. 감출거 보일거 다 아는 처지에.. 어떻게해?
오빠가 민소위하고 사귄것도 알고 피아노선생하고 만났던것도 알고 간호사랑 선본것도 아는데.. 은행원. 우리학교 조선생님...
영어강사. 기타등등 "
" 거봐.. 너 나한테 관심있네.. 나도 잊은걸 넌 기억하냐? 민소위는 오래 근무해서 서로 편한거구.. 피아노? 그런 여자가 있었나
기억도 안나고.. 간호사는 기억난다.. 명품,된장녀. "
" 진짜.. 할거야? 이대로 .. 진짜? "
" 군에서 우리끼리 하는말이있어.. 요즘 시대에 진짜 깨끗한 여자는 없다. 순결한 여자랑 결혼하려면
10살때부터 데리고 살아라!! 난.. 너에 대해 다.. 알아.. 몇살에 누구랑 만났구. 누가 쫒아다녔구
첫뽀뽀가 누구며.. 첫키스는 누군지... 너랑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그런것도 남한테 넘기진 않았을테지만
어쨓든.. 여잘 만나면서.. 속는 기분은 안들테니까.. "
아~~ 여자한테 좀 데였구나 싶다.
결정적으로 결혼직전까지 갔었던 민영언니 때문이지 싶다.
남자는 몰라요 하는 혀짧은 소리를 할것 같은 청순한 여인네가.. 알고봤더니 유산을 두번이나 했었단다.
사실.. 연두에게도 다소 충격이긴했다.
정말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쁜 언니였는데.. 오빠몰래 담배테우다가 나한테 들키고서는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웃으며 협박까지 했었다.
" 오빠가 이상한 사람들을 봐서 그래.. 군대에서 하는 얘기들이 다 그렇게 유치하지뭐..
괜찮은 사람들도 많아.. "
" 내가 너랑 결혼못할 이유가 뭐야? 서로 너무 잘 알지.. 그래.. 그래서 . 속고 속일것도 없어.
예쁜여자도 사귀어봤구. 애교있는 여자.. 여자다운여자.. 너랑 반대되는 여자들.. 한번쯤은 다 만나봤으니까..
이제 딱 너같은 스타일만 안만났으니까.. 괜찮을것 같어. .. "
" 사랑하지는 않잖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거야.. "
" 사랑은 결혼하고 해도 돼.. 어차피 이미 시작했는지도 몰라. 해!! 난 한다면 해.."
목소리가 무서워졌다.
한다면 해... !!! 스스로 결속을 다지는듯 단호하다.
멋있는척 자기할말만 하더니...휭하니 돌아서서 가버린다.
언제나 잘난척 어른인척.. 게다가 군대에서 아랫사람들 지휘만 해버릇해서.. 지할말만 하고 가버리는게 특기다.
어제부터 엄청난 일을 당하고 너무 엄청난 이야기들을 들은 연두는.
머리속이 터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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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시작 ]
천하웬수
꿈꾸는 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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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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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재미있어요, 담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우앙...신선해요..^^
이야~ ㅋ 재밌쪄요.ㅋㅋ
와..재밌어요..첫편부터..결혼이야기~ㅋㅋ
좀...황당한 시츄에이션...ㅎㅎㅎㅎ웃겨요~재미있네요~ㅎㅎㅎㅎ
군인이라...남주의 독특한 직업 맘에드네요....
육사...제가 좋아하는 학교데요ㅋㅋ스토리도 짱짱 맘에 들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