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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맺은 동맹...우주까지 함께 간다
입력 2023. 09. 15 16:07
업데이트 2023. 09. 15 17:05
군사편찬연구소와 함께하는 한미동맹 70년 여정
16. 국방협력의 확대·심화 통한 한미동맹 공고화
1966년 3월 7일 이동원 당시 외무부 장관과 W. G. 브라운 주한미국대사가 체결한 일명 ‘브라운각서’ 국문(왼쪽) 및 영문. 출처=외교사료관
한미는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안보환경의 변화와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히 협의해 왔다.
2009년 6월 16일 발표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이 대표적인 예다. 한미는 이를 통해 공동의 가치와 상호신뢰에 기반해 양자·지역·범세계적 범주의 포괄적인 전략동맹을 구축해 나간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국방협력 방향과 관련된 조치들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공동비전을 이행·발전시킴으로써 21세기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2010년 10월 8일 제4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을 국방 분야에서 구현하기 위한 문서인 ‘한미국방협력지침’을 체결했다. 한미는 이 지침의 이행을 통해 포괄적 전략동맹 구현을 위한 중·장기적 국방협력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한반도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21세기 지역 및 범세계적 안보를 위한 국방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심화해 나갔다. 오늘은 한미동맹이 어떻게 국방협력을 키워 왔는지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지난 2022년 미국·영국 등 25개국이 참가한 국제 우주 상황조치 연합연습인 글로벌 센티널에 참가한 한국 민·군 합동팀이 뉴질랜드·호주 팀원들에게 우주 위험 훈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합참 제공
베트남전 파병…한미 수평적 관계 발전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 6개월에 걸친 국군의 베트남전쟁 파병은 한미동맹 관계를 수평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베트남전이 격화되자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2개 사단을 베트남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을 결행, 그 대가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보장하고 일명 ‘브라운각서’(한국군 월남 증파에 따른 미국의 대한 협조에 관한 주한미대사 공한)로 미국의 군사원조와 경제원조를 약속받는 등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상당 수준의 대미협상 능력을 발휘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했던 한미 관계’가 ‘상호의존도가 높은 협력관계’로 변화하도록 했다. 한국 정부가 주월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미군에 넘기지 않은 게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지휘 통일의 원칙을 내세우며 주월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요구했으나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 이를 넘겨주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베트남전 파병을 계기로 미국의 두터운 신뢰를 얻어 한국의 대미발언권이 강화됐기에 가능했다.
1968년 여러 이유로 한미 사이에 이견이 생기자 미국은 사이러스 밴스 대통령특사를 서울에 보냈다. 밴스 특사는 1억 달러의 추가 군사원조와 M-16 소총 생산공장의 건설, 한미 국방각료급 연례회의(현 SCM) 개최 등을 약속했다. 그 뒤에도 1973년 3월 국군이 베트남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한미 간 정상급 회담은 3차례나 더 열렸다. 1968년 5월에는 한미 간 안보 현안을 해결하는 협의체인 제1차 국방각료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1971년 제4차 회의부터는 협력 범위를 확대하면서 SCM으로 개칭하고 양국의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참석해 한미 안보 현안을 상호협의했다. 이처럼 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은 한미 관계를 상호협의 관계로 발전시키고 안보협의체를 제도화하는 계기가 됐다.
국제 평화유지 활동으로 영역 확대
한국은 베트남전 파병 이후 다국적군 평화활동(MNFPO),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국방협력활동(DCA) 등의 해외파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해외파병은 PKO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1991년 유엔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1993년 7월 소말리아에 상록수부대를 파견함으로써 PKO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국군은 유엔결의안에 근거한 파병 요청에 부응해 분쟁지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국제안보환경과 분쟁양상이 다원화되면서 유엔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지역기구나 특정 국가가 선도하는 MNFPO가 활성화됐다. 해외파병이 PKO를 넘어 MNFPO 영역으로 다원화되고 진화된 것이다.
한국의 MNFPO는 1991년 1월 시작된 걸프전쟁에 의료지원단을 파병한 것이 최초였다. 이후 2001년 ‘항구적 자유작전(OEF)’으로 명명된 아프가니스탄전쟁, 2003년 ‘이라크 자유작전(OIF)’으로 명명된 이라크전쟁 등 미국 주도의 전쟁에 국군을 파견했다. 이러한 MNFPO는 미국의 직접적 참여 요청에 의해 이뤄진 파병으로 한미동맹을 공고화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은 올해 6월 기준 2만6726명이 MNFPO에 참여했다. 이 중 부대 단위 평화활동은 11개 부대 2만6411명이다. 주요 파병지로는 걸프 지역에 2개 부대,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5개 부대, 이라크 지역에 4개 부대를 파병했다. 이 가운데 의료지원 부대가 3개 부대(걸프전쟁 의료지원단, 아프가니스탄 동의부대, 이라크 제마부대), 공병지원 부대가 2개 부대(아프가니스탄 다산부대, 이라크 서희부대), 보병지원 부대가 2개 부대(이라크 자이툰부대,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 수송지원 부대가 4개 부대(비마부대, 청마부대, 다이만부대, 해성부대)였다. 또 부대 단위 MNFPO를 지원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참모 및 협조장교를 주요 지역에 파견해 운영했다.
개인 단위로 파병된 MNFPO에는 315명이 참여했으며 올해 6월 현재에도 미국 중부사령부에 3명, 미 아프리카사령부에 1명, 지부티 연합합동기동부대-아프리카 뿔(CJTF-HOA)에 1명, 쿠웨이트·이라크 다국적군 지원사령부(CJTF-OIR)에 4명 등 총 9명의 장교가 참모·협조장교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남수단공화국에서 재건 임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 16진이 장병들이 사회기반시설 재건작전의 일환인 보르공항 보수작전을 끝내고 10주년 기념 및 앞으로도 변함없는 완벽한 임무수행을 다짐하며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남수단=조종원 기자
재해·재난부터 사이버·우주 분야까지
기후변화, 사이버, 우주, 신기술 등 새로운 안보 위협의 대두로 포괄적 안보협력이 강화되면서 한미 간 협력은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심화하고 있다.
한미는 기후·환경의 변화와 신종 감염병 유행을 계기로 재해·재난 대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감염병으로 사망률이 증가하게 되면 해당 국가는 전투력 유지는 물론 작전 수행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확보가 곤란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그러한 예다.
이에 한미는 2021년 5월 21일 정상회담에서 ‘기후 및 청정에너지 공동목표 진전을 위한 한미 파트너십’을 맺었다. 국방 분야에서는 주로 북한의 생물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을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 국방부는 화생방무기 확산을 차단하고 공동대응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1997년부터 국장급 연례협의체인 ‘대확산회의(CPWG)’를 운영해 왔다. 2017년부터는 명칭을 ‘대량살상무기대응위원회(CWMDC)’로 변경해 정책적 협의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22년 11월에 개최된 제54차 SCM에서는 북한의 화생방 위협 제거 및 확산 차단, 한미 공동대응 능력 발전 등에 관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한미는 2011년부터 생물학 위협에 대한 연합대응 능력을 향상하고자 ‘한미 생물방어연습’을 실시해 왔으며, 2017년부터는 화생방 전 분야로 확대한 ‘한미 화생방대응연습’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2022·2023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기간 한미는 북핵 위협과 더불어 화생방무기의 심각성을 인식해 예전보다 강화된 화생방대응연습을 실시했다.
한미는 사이버·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페콥스(SPECOPS)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협의체(쿼드) 혹은 호주·영국·미국으로 구성된 오커스 회원국이다. 사이버 위협에 많이 노출된 국가의 순위는 미국의 뒤를 이어 영국, 인도, 독일, 한국, 호주, 우크라이나로 미국의 동맹과 우방이 대부분이다.
한미는 사이버·우주 분야에서의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2013년 9월 5일 ‘사이버정책실무협의회(CCWG)’ 구성을 위한 관련 약정을 체결하고, 2014년부터 ‘사이버정책실무협의회(CCWG)’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 위협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사이버 훈련과 연습 및 사이버 군사교육 등을 협력함으로써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동맹의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간의 우주협력과 관련해서는 양국 국방부 간, 그리고 한국 공군과 미 우주군과의 협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방부 차원에서는 2012년 제44차 SCM에서 ‘한미 국방우주협력회의 약정’을 체결한 후 2013년부터 국방우주정책 실무협의체인 ‘한미 국방우주협력회의(SCWG)’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한미는 또 2014년 9월 ‘우주상황인식 서비스와 정보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해 이를 근거로 우리 군은 미국 우주사령부로부터 우주상황인식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우리 군의 자체적 노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015년 7월 공군은 우주정보상황실을 설치해 미국이 제공하는 우주상황인식 정보를 기반으로 우주 위협을 분석하고 위성 충돌에 대비한 우주상황 조치 연습 등을 하고 있다. 앞서 우주정보상황실은 2020년 2월 천리안2B호 발사과정에서 미 연합우주작전센터와 위성 궤도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관계기관과 공조로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하도록 협력한 바 있다. 또 2017년 9월 미 워싱턴에서 최초로 우주협력운용연습(TTX)을 하기도 했다.
한미는 2020년 제15차 한미 SCWG에서 한국 측이 처음 제안한 ‘한미 우주정책 공동연구’를 2년간의 논의 끝에 2022년 18차 회의에서 최종 합의해 서명함으로써 양국의 국방우주협력에 대한 본격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한미 우주정책 공동연구’는 양국 국방부 간 최초로 우주정책 발전 방향을 제시한 공식 문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문서에는 점증하는 우주안보 위협에 대비, 동맹 차원의 우주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추진과제도 포함하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미국이 발표한 ‘파괴적 직접상승 요격미사일(DA-ASAT) 실험금지’ 공약에 우리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참을 선언하면서 한미 국방우주협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한미는 국방우주협력을 통해 우주 영역에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동맹의 포괄적 우주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방산·과학기술 분야서도 활발히 협력
방산·과학기술은 최근 가장 활발히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안보환경이 변화되면서 한미는 국가경쟁력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첨단 과학기술의 역량 제고를 위해 방산·과학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미는 방산·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위해 국방장관급 협의체인 SCM 산하에 ‘방산기술협력위원회(DTICC)’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제48차 SCM에서는 한미 방산기술협력위원회를 통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로봇·자율기술 등 과학기술 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방부는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을 추진함으로써 미국 글로벌 공급망에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공동개발을 활성화해 나가고 있다.
최근 한미는 전 세계적 공급망 재편과 국제 기술패권 경쟁 심화에 대응해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상호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동맹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5G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한국을 안정적인 최우선적 협력 파트너로 인정했다. 2021년 12월 제53차 SCM에서는 국방 연구개발, 획득, 군수, 기술보호 분야 등을 다루는 한미 협의체 간 교류활동의 지속적인 추진에 합의했다. 이어 2022년 11월 제54차 SCM에서는 신기술 분야에서 과학기술 협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이를 지원하고자 정례회의체 개편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 4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확장억제 외에도 핵심·신흥 기술에 대한 협력 확대를 강조하는 등 한미동맹을 기술동맹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방부는 올 5월 ‘2023~2037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안보 유지, 미래 전쟁 선도, 국가과학기술 융합 등을 위해 전략적 투자 및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10대 분야 30개 기술을 국방전략기술로 규정하고, 이와 연계해 과학기술 강군을 추진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양국은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역량 제고와 미국 동맹국과의 기술협력 기조 강화 차원에서 상호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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