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이었을까.
집 근처 저수지 산책로 잔디밭에서 만난
남방노랑나비 한 마리.
추위에 힘없이 늘어진 모습이 측은해
손을 내밀었더니 온기가 그리웠던 걸까.
주저없이 내 손으로 기어올랐다.
양지쪽에 아직 몇 송이 피어있는 개망초꽃 위로
살포시 내려주고 돌아섰다.
얼마남지 않은 나비의 시간이 안쓰러워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도시의 대로변 화단벽에 내려앉은
뿔나비를 만난 건 사흘 전 오후였다.
뿔나비는 성체 모습 그대로 겨울을 난다지만
꽃도 없는 계절에 홀로인 모습이 측은해 보였다.
배는 또 얼마나 고플까?
노루 꼬리 같은 겨울 해는 금방 넘어가 버릴 텐데...
무슨 겨울비가 봄비처럼 내리던 어제
집앞으로 비마중을 나갔다가 만난 각시메뚜기
운 좋게 아직도 푸른 망초 포기를 찾아
몸을 숨기고 있다.
튼실한 두 다리는 언제 잃어버렸을까.
풀쩍 뛰어 달아나지도 못하고 그저 풀포기를
남은 다리로 부여잡고 뱅뱅 돌기만 한다.
성치 않은 몸으로 흠뻑 젖은 모습이 가여워
가만 손을 내미니 바로 손으로 기어오른다.
비가 들지 않는 컨테이너 아래 뜬 공간으로
조심스레 옮겨주었다.
보드라운 초록 풀들이 며칠간의 밥은
되어줄 것 같아서...
첫댓글 메뚜기도 성체로 겨울을 나나요?
안 추운 것 같아도 겨울은 겨울인데요.
각시메뚜기는 성체 그대로
겨울을 나지만 다른 메뚜기류는
알로 겨울을 납니다.
나비들은 알과 애벌레 성체로
겨울을 나는 모습들이 나비마다 다르답니다.
@권현숙 거참 겨울에 영식도 없을 텐 데 뭘 먹고 어디서 나는지. 곰처럼 겨울잠을 자나요?
@정호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선생님
땅속이나 낙엽더미 속에서요.
곤충과 친한 선생님^^
저만 보면 나비들이 날아가던데요~~.
사진도 글도 예뻐요♡
올해는 나비들에게 하도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서 그런가
아주 가끔 제 손으로 날아와 주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 애가 남방 노랑나비군요. 어쩜 선생님 손바닥에서 저리 평화로울까요. 신기방기 ㅎ
네, 선생님
청화쑥부쟁이에 앉은
남방노랑나비를 만나셨군요.^^
@권현숙 저런 색 옷을
저렇게 상하복으로 입으면
얼마나 촌스러울까요
저들은 렇게 이쁜데요
@오정순 선생님 댓글 보며 웃음이 터졌어요.ㅎㅎ
분홍 상의에 노랑 하의라
정말이지 촌스러움의 극치겠네요.ㅎㅎ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이 읽힙니다.
천성 그대로 詩人이십니다.
아하!
고성에서 수상하신 그 디카시 작품도 그랬었죠.
산골 태생이라 그런지
유독 작은 생명들에게 더 정이 가네요 선생님.ㅎ
네, 수상작 '어떤 조문'도 꿀벌을
담은 것이었어요.^^
참으로 곤충의 어머니 같으신...사진과 설명입니다^^
곤충의 어머니 같다고요.
아이고ㅋㅋㅋ
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아직도 나비와 메뚜기를 보다니
놀랍고도 안쓰러웠어요.
메뚜기 한철이라 하던데요
요즘 메뚜기는 사시사철인가요 ㅎ
쌤 덕분에 남방 노랑나비 떼로 보았던
지난 추석이 생각이 나요
관심이 있으면 사랑하게 되고
다른 메뚜기들은
한철만 누리고 다 떠나버렸는데
저 각시메뚜기는 겨울을 저리 견딘다니 안쓰럽기도 하고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
곤충들을 겨우내 볼 수 없으니
큰 즐거움을 접어두고
새봄을 기다려 봅니다.ㅎ
物我一體
문득 떠오른 단어.
저 순간만큼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