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분명한 문제제기... 구체적인 사실들을 통해 님의 가치관을 보다 명료하게 개념화시키는 님의 능력을 높이 삽니다.
하지만, 그냥 간과하고 지나치기에, 몇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어 몇자 적고자 합니다. 지난 논쟁에 너무 뒤늦은 또다른 피드백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고의 폭을 조금더 확대시키보면 어떨까요?
처음 님의 글을 읽고 느낀 감정은 지나친 쇼비니스트가 아닌가 란 것이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장고와 숙고의 노력의 흔적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들이 너무나 많이 개입되어 님의 논리의 객관성이나 님의 논리의 타당성 설득력들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입니다. 이건 님을 비하하는 발언도 아니고 폄하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솔직한 저의 첫 감정을 노출시키는 것뿐입니다.
구조와 개인의 문제는 엄밀히말해 너무나 밀접하게 얽혀있으면서도 사고의 범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싫어하고 배제하는 감정만을 가진채 그 어느것도 구체적으로 현실화낼수 없는 수많은 개인들을 양성해내는 한국이라는 나라, 반대로, 힘의 논리에서 강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저 자들이 취하는 태도를 비교해본다면, 그 밑바탕은 단순히 양국의 개인들을 비교하는 문제나 양국의 개인앞에서 취해야하는 태도의 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아낼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바로 그 밑바탕에 존재하는 무서운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보지 못한채, 바로 그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되는 양자들만이 티격태격 욱신각신 싸워대며 서로 미워하고 서로 시기하고 서로 질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그걸 즐겨하고 있을 체제나 시스템을 보십시오. 열불나지 않습니까?
택시를 탄적이 있습니다. 기사아저씨와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죠. 살던동네가 좀 가난하고 지저분한 동네인지라 골목 골목 좁고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전 무거운 짐이 있어 간곡히 부탁했지요. 요금을 더 지불할 생각까지 하면서요. 하지만 기사아저씨의 화는 누그러들지 않더군요. 저 역시 속으로 너무나 화가 났지만, 짐을 어찌됐건 집앞까지 가지고가야하겠기에 꾹 참았습니다. 집에 다 왔을 즈음, 아저씨께 살며시 이야기를 꺼냈죠... 왜 우리가 서로 이렇게 기분나빠야먄 할까요? 왜 전 정당한 댓가에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기분상해야하고, 아저씨 역시 되돌아가는 먼길 빈차로 간다는 생각에 마음 상해야하는지..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대 개인으로 대하는 자연스러운 그 관계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요?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를 보는 시각에 있어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겁니다. 저를 지나친 구조주의적 시각에 사로 잡혀 있는 자라 비난한다면 기꺼이 수용하겠습니다. 하지만, 개인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순수한 의미의 관계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 그렇다면, 그로부터 이끌어내야 하는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이지만 분명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어떤 시스템이라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순간순간 나의 감정이 지나치게 앞서다보면, 앞서 말한 그러한 왜곡된 관계를 계속적으로 재생산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말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왜 우리가 거대한 구조나 체제 또는 체계 혹은 이데올로기라고 하는것들, 혹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가의 정책이나 입장들과 싸우고 투쟁해야하는지에 대해 저는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슴은 늘 뜨겁고 늘 열정에 사로잡혀 있으되, 머리만큼은 객관성을 유지하고 사물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관찰할수 있는 눈을 가져야하는 것이겠지요.
즉, 몇몇 개인의 행동이나 몇몇 개인의 발언, 신문지상이나 티비화면에 언급될 가치조차 없는 아주 일상적인 발언,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몇몇 개인들의 행위를 통해, 어떤 한 나라에 대한 가혹한 비판은 지나친 오류로 매도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들의 행위를 통해 그들이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대충 판단할수 있겠지만, 큰 의미부여가 되지 않는 일상의 행위들로부터, 다시 말해 그 일상으로부터 그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고 그들이 왜 그러한 발언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정립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그들의 행위만을 보고 쉽사리 그들에 대한 나의 판단을 정립하고 그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나의 감정을 노출시키는 일은 어떤 한국가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게 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될 것입니다. 국가관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물에 대한 나의 인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구요.
님의 생각, 님의 가치관 충분히 존중하고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리고 역시 님의 그 가치관대로 님의 삶을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완성시켜나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님의 시각이 확대되지 못한채, 일상처럼 대하는 개인들에게 노출되어 진다면, 결코 님의 가치관이 온전히 완성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쩌면 님의 논리가 설득되기에 앞서 님의 그 순수한 감정이 지나친 쇼비니스트의 국수적 감정으로 매도되어버리고 왜곡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저 역시 님의 논리에 완전히 설득되지 못한채, 많은 구체적인 반박거리들을 제기하고 싶지만, 그 역시 치졸한 반론이 되어버리고, 경험론의 오류같은 것을 지적하자면, 끝도 나지 않을 기본적인 인식론에 관한 논쟁을 지저분하게 또 덧붙여야 할 것이고, 결국은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에, 이정도로 마무리하렵니다.
마지막 한가지 사족을 더 달자면, 토론을 즐기고, 상대방과의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보다 설득력있게 밀어붙이기 위해서, 상대방의 어조에 감정 상해할 필요도 없고, 또 역시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감정 상했노라고 떠들필요도 없을 것이구요. 참 힘든 일이긴 합니다만, 논쟁을 보다 즐기고 상호의견 교환을 통해 내 자신의 생각들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첫댓글 당연한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