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휘감는 안개 사이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아침. 베드로가 뿌루퉁한 얼굴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한다.
“신부님, 사지 멀쩡해 보이는 연예인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병으로 군대 면제받는 것 보면 화가 납니다. 오늘 신문에도 잘생긴 연예인이 발목 거골의 골연골병변… 뭐라는 병으로 면제를 받았다는데, 이게 뭔 병인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병이지만 그 당사자에게는 큰 아픔이겠지요. 그건 그렇고 오늘은 외국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볼까요? 징병제가 있으나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나라가 25개국이나 된다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남과 북의 휴전 중 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있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진행 중인 ‘6·25전쟁’이라는 고통스런 역사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이 대치 상황이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중에서도 군대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쳤죠. 그러니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는 힘듭니다. 하지만 대만이라면 어떨까요? 공산당에게 밀려 본토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여 생긴 나라가 대만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양국의 군사적 긴장 관계는 상당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전쟁 위험보다 대만 사람들이 느끼는 전쟁 위험이 더 크다고도 합니다. 2100만 인구 중에 40만 명이 군인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대만 군사력이 대단하죠. 이렇게 대만이라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인데요. 이런 대만도 2000년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습니다. 대만이 군 현대화를 시행하면서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입대자가 많아졌습니다.
군인 수가 많은 군대보다는 뛰어난 성능의 무기로 현대화된 군대가 유지비용이나 전투 실효성 면에서 낫기 때문입니다(우리나라도 한시바삐 군 현대화를 해야 하겠습니다). 어쨌든 그 결과 대만의 징집 대상자들이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자 긴 연구 끝에 대체복무가 도입됩니다. 기간은 일반 군 복무기간인 1년10개월보다 4개월이 더 깁니다. 주로 사회봉사분야에서 일하는데, 교통정리나 소방 등 치안과 행정 분야에서도 일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징집을 거부하면 신앙생활을 한 지 2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거나, 심리 상태가 군으로 복무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때라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 외 몇 가지가 있지만 모두 절차나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기수에 2000여 명 정도가 신청을 한다고 합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독일의 경우 1년에 1만 명 정도가 대체복무를 통해서 응급구조 훈련을 받는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응급구조 훈련을 받고 우리 이웃으로 살아간다면 참 든든하지 않겠습니까? 군인이 국민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면 우리 이웃에서 응급구조를 하는 대체복무 젊은이 또한 국민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