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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
대본 주세페 자코사 및 루이지 일리카
초연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 오페라극장(현 토리노 레조 극장)
배경 1830년경 파리
<1982년 1월 16일 뉴욕 메트 / 125분 / 한글자막>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제임스 레바인 지휘 /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로돌포........시인...............호세 카레라스(테너)
마르첼로.....화가...............리차드 스틸웰(바리톤)
쇼나르........음악가............알란 몽크(바리톤)
콜리네........철학자............제임스 모리스(베이스)
미미...........수놓는 여인.....테레사 스트라타스(소프라노)
뮤제타........가수...............레나타 스코토(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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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헤미안(Bohemian) : 보헤미아人 = 보헤미아 지방 출신 사람.
어원은 프랑스어 보엠(Bohême)이며,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 유랑민족인 집시가 많이 살고 있었으므로, 15세기경 프랑스인은 집시를 보헤미안이라고 불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문학가·배우·지식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실리주의와 교양없는 속물근성의 대명사로 되고 있는 필리스틴(Philistine)에 대조되는 말이다. ‘보헤미안’이란 영어를 일반화시킨 작가는 사카레이다. 또한 이 말은 집시처럼 방랑하는 방랑자(vagabond)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네이버사전)
=== 프로덕션 노트 ===
전례가 없을 정도의 커다란 환호를 이끌어낸 무대
관객과 비평가들을 모두 압도하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
제임스 레바인의 민감하고도 섬세한 지휘와 극에 대한 소화능력
뉴욕타임즈로부터 극찬을 받은 미미역의 테레사 스트라타스
우리시대 가장 뛰어난 테너로 손꼽히는 로돌포역의 호세 카레라스
=== 내지 해설 === <Richard Evidon / 정준호 번역>
제피렐리의 꿈, <라 보엠>
1981년 12월 14일 이 프로덕션이 처음 상연되었는데 - 10여년 만에 프랑코 제피렐리가 메트로폴리탄으로 돌아왔다는 것 또한 특징적이다 - 이것은 그가 푸치니의 가장 대중적인 오페라를 연출한 두 번째 무대였다. 가장 먼저 1963년 미미역으로 미렐라 프레니, 로돌포 역으로 지아니 라이몬디, 지휘자로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한 라 스칼라 무대로서, 역사적인 조화로움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손꼽힌다(이 프로덕션은 1965년 밀라노에서 제피렐리의 감독 하에 필름으로 옮겨졌고 도이체 그라모폰 DVD 073 4071 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그가 메트로부터 초청을 수락할 때까지, 이 위대한 감독이자 디자이너는 <라 보엠>을 다시 다루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이유로 줄곧 회피해왔다.
이 무대에 전례가 없을 정도의 커다란 환호를 보낸 메트의 청중들은 분명 매료당한 것이 분명했지만(이 영상물은 그 가운데 아홉 번째 공연 무대를 담고 있다), 제피렐리의 라 스칼라 무대보다 훨씬 더 스펙타클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분분했다. 토르 엑커트 주니어(Thor Eckert Jr.)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집들의 크기와 시야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사실적인" 이라고 평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실제 크기의 무대가 작품과 가수들을 압도한다고 느꼈다.
보헤미안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대규모 구조물로 옮겨오는데 있어서, 제피렐리는 특히 1막과 마지막 막에 자신의 통찰력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 다락방이 청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는 이유 때문에 격렬한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푸치니가 원했던 것이다!" 제피렐리는 주장했다. "그의 꿈은 다락방에서의 최고의 행복이 작게나마 깨져야만 하는 것이다. 이 신선한 생각이야말로 보헤미아인들의 나약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피렐리의 웅장한 미장센은 2막에서 극대화되어 펼쳐지는데, 그는 무려 280명에 달하는 인원을 메트의 넓은 무대 위로 올려보냈다. - 소규모 스크린으로 이 무대의 느낌을 정확하게 살려낸 베테랑 비디오 작가인 커크 브라우닝(Kirk Browning)의 촬영은 놀랍기만 하다. 브라우닝의 카메라는 관찰자로부터 움직이기 시작하여 액션과 극적 현실감을 더하며 재빠른 트럼프 스테이지가 주는 스펙타클함으로 옮겨가며 제피렐리가 의도한 예민한 심리상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연주에서 제피렐리는, 극을 민감하게 소화해내는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과 더불어 보헤미아 젊은이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성악가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원래 미미역으로 유명한 레나타 스코토가 무제타역으로 호사스럽게 캐스팅되었지만, 음악의 앙상블은 오히려 테레사 스트라타스가 완전히 압도해나간다. 제피렐리는 이 주인공을 "겸손하면서도 쁘띠 부르주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이해했다.
스트라타스가 첫 번째로 미미역을 맡은 것은 1962년 메트 무대로서, 1973년 샌 프란시스코에서 센세이셔널한 데뷔 무대를 가진 스페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제피렐리의 <라 보엠> 프로덕션에 참가했다. 이후 1982년에 다시 제피렐리와 호흡을 맞추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폐병에 걸린 히로인역을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제피렐리는 등장인물에 적합한 성격의 다양한 측면들을 정확하게 이끌어냅니다." 스트라타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경우에는 미미의 연약함과 더불어 뜨거운 에너지의 폭발로 맺어진 커플의 쉽게 헤어지는 속성을 보여주고자 했죠."
이러한 특별한 완성도는 넒은 오페라 하우스보다는 작은 화면에서 더 강한 임펙트를 발산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터 G 데이비스(Peter G Davis)는 뉴욕 매거진에서 스트라타스의 "극적 존재감과 감각적으로 다듬어진 성악적 예술성"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며 "그녀는 악보의 뉘앙스를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방법을 통해 제스추어와 몸동작을 정확하게 조절한다. 그녀야말로 진정한 음악가의 모범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오페라 배우로서의 표상이다. 그녀의 연약한 골격과 인상적인 얼굴, 절묘하게 조절된 소프라노로서의 능력 등등, 그녀는 이상적인 미미를 만들어냈다!"
제피렐리의 메트판 <라 보엠>에 대해 스트라타스는 이렇게 말했다. "냉소적인 시대에, 프랑코는 우리를 손짓 하나로 이끌었어요. '봐요, 삶은 아름답지 않소? 희망도 있고 심지어 죽음도 있기에.'" 제피렐리 자신도 다음과 같이 인정했다. "저는 청중과 작곡가에게 봉사하며 진정한 연주를 통한 환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꿈을 꾸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저의 궁극적인 목표죠."
=== 줄거리 === <내지 해설 / 1988 Karl Dietrich Grawe / 영문번역 Mary Whittall>
183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 무대
ACT 1
2. "홍해의 파도는 그리기도 귀찮아" (마르첼로, 로돌포)
파리의 높은 곳에 위치한 추운 다락방에서 화가인 마르첼로가 "홍해를 건너서"라는 제목의 그림에 궂은 날씨를 그리고 있다. 한겨울이라 그의 손은 너무 얼어붙은 나머지 붓을 쥘 수조차 없다. 그의 친구인 시인 로돌포는 집 밑에 펼쳐진 파리 시내의 수 천개의 난방 잘 된 집들의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돈과 연료가 없어서 새 것 같은 자신들의 난로를 비교한다. 더 우울하게 마르첼로가 등장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바람기 많은 연인인 무제타의 냉담한 마음과 비교한다. 이 둘은 사랑의 불꽃에 대한 시니컬한 대화를 즐긴다. 그들은 '아이디어' 보다 더 나은 땔감으로 의자를 부술지에 대해 의논한다. 그러나 로돌포는 미완성작인 '홍해'가 연기로 사라지는 것을 막고 자신이 쓴 희곡 1막을 희생하기로 한다. 모두는 비로소 따뜻한 열기를 반갑게 맞이한다.
3. "묵시록의 예언이 벌써 나타나는가" (콜리네, 로돌포, 마르첼로)
또 다른 친구인 철학자 콜리네가 화가 나서 들어온다. 책들을 들고 전당포로 갔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라 전당포가 문을 닫은 것이다. 묵시록에 관련된 어두운 예언으로 난로가의 분위기를 생기있게 만든다. 머지 않아 희곡 전부를 태운다.
4. "작가를 타도하자" (마르첼로, 콜리네, 로돌포, 쇼나르)
짧은 생명을 마친 드라마와 그 작가가 활기찬 공격을 받는다. 이윽고 네 번째 친구인 음악가 쇼나르가 도착한다. 심부름 소년이 들고 온 음식과 와인, 시가, 장작과 함께 등장한 그는 지갑에서 돈을 내놓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예상치 못한 물건들에 넋을 잃고 쇼나르가 어떻게 이를 마련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다. 단념하지 않고 쇼냐르는 계속 이야기를 한다. 앵무새에 싫증이 난 영국 신사를 만나 그 새가 죽을 때까지 연주를 하기로 했고, 결국 독을 묻힌 먹이를 줘서 성공적으로 새를 죽인 뒤 많은 댓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친구들이 한 번에 음식을 다 먹는 것을 막고 와인을 따라주며 라틴 거리로 놀러나가자고 제안한다.
5. "누구 없소" (베노아, 마르첼로, 쇼나르, 로돌포, 콜리네)
파티는 늙은 집주인인 베노아의 등장으로 잠시 중단된다. 그는 무뚝뚝하게 오랜 동안 밀린 방세를 요구한다. 네 명은 집주인을 안심시키고자 마르첼로는 명백한 증거로 현금을 보여준다. 갑자기 와인을 권하자 그는 바람 핀 모험담을 떠벌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 그들은 도덕성을 들이대며 집주인을 협박하고 그의 악행을 향해 정직한 분노를 터뜨린다. 결국 한 푼도 못 받고 베노아는 문밖으로 쫓겨난다. 쇼나르는 관대하게 친구들과 돈을 공유하기로 하고 그들이 자주 가는 카페 모무스로 가기로 한다. 로돌포는 원고를 마저 완성하고 몇 분 뒤에 출발하기로 한다. 친구들은 계단을 내려가 문 앞에서 기다린다.
6. "생각이 나질 않네" (로돌포, 미미)
로돌포는 생각이 나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웃 사람 - 지금까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네 명의 친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 이 촛불을 빌리러 들어오며 작업은 중단된다. 그 이웃은 바로 미미라는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로서 지치고 기침을 많이 하는 바람에 다락방에 머물게 된다. 로돌포는 첫눈에 반한다. 돌아가려고 하는 미미는 집 열쇠를 잃어버린다.
7. "내 정신 좀 봐" (미미, 로돌포)
갑작스럽게 촛불이 모두 꺼지고 그들은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는다. 로돌포는 열쇠를 찾았지만 숨긴 채 손잡을 궁리를 한다.
8. "그대의 찬 손" (로돌포)
로돌포가 자기소개를 한다. 가난한 시인이고 장래도 없지만 공상과 꿈만큼은 백만장자라 말하며, 당신의 아름다운 두 눈을 보는 순간 갑자기 희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9. "네, 제 이름은 미미랍니다" (미미, 로돌포)
미미는 곧이어 자신은 재봉사로서 실제 이름은 루치아라고 소개한다. 꿈과 미래에 대한 겸손한 행복함, 작은 것에 대한 시적 감수성 등등을 말하며 그녀는 점점 고조된다.
10. "어이, 로돌포" (쇼나르, 콜리네, 마르첼로, 로돌포, 미미)
친구들이 아직까지도 아래층에서 로돌포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친구들에게 곧 카페로 간다고 말하며 혼자가 아니라고 밝힌다.
11. "아름다운 아가씨" (로돌포, 마르첼로, 미미)
다락방에서 비현실적인 마법이 일어나는 듯 달빛이 내려앉으며, 로돌포와 미미는 서로 사랑을 고백한다. 미미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로돌포에게 상기시켜주고 서로의 팔짱을 낀 채 라틴가를 향해 밖으로 나간다.
ACT 2
12. "바나나, 대추, 군밤이요!" (합창, 쇼나르, 콜리네, 로돌포, 미미, 마르첼로, 파피뇰)
크리스마스라 모무스 카페 바깥의 상점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네 명의 친구들은 부자처럼 돈을 쓴다. 쇼나르는 하자가 있는 호른의 값을 깎고, 콜리네는 책 한 권을 사며, 로돌포는 미미에게 보닛을 사준다. 마르첼로만이 무제타 때문에 우울하지만 돈을 흥청망청 쓰거나 여자들과 노닥거리는 것을 거부한다. 미미는 장신구들에게 마음을 뺏기지만, 로돌포는 삼촌이 부자라며 돌아가실 때까지만 기다리라고 신중하게 말한다.
13. "미미를 소개하지" (로돌포, 마르첼로, 콜리네, 쇼나르, 파피뇰, 미미, 합창)
결국 친구들은 카페 모무스의 테이블에 모여앉는다. 시인 로돌포는 친구들에게 미미를 소개하고 뜨거운 환영을 받는다. 밖에서는 장난감 장수인 파피뇰의 마차 앞으로 어린이들이 몰려들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막느라 정신이 없다. 카페 안에서 친구들은 웨이터에게 비싼 음식을 시킨다. 로돌포와 미미는 마르첼로가 사랑에 대해 빈정거리며 하는 말을 듣는다.
14. "독약을 마시는 건가!" (마르첼로, 로돌포, 쇼나르, 콜리네, 합창, 알친도르, 무제타, 미미)
마르첼로의 말에 이끌려 라틴 거리의 가장 유명한 여인인 무제타가 돈 많은 보호자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이전 연인의 관심을 사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첼로는 그녀의 모든 애정공세를 잘 막아낸다.
15. "혼자 거리를 걷고 있으면" (무제타, 마르첼로, 알친도르, 미미, 로돌포, 쇼나르, 콜리네)
알친도르가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가득 찬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제타는 마르첼로를 향해 왈츠를 부르며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지쳐버린 알친도르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무제타를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6. "아" - "왜 그러나?" (무제타, 알친도르, 마르첼로, 쇼나르, 콜리네, 미미, 로돌포)
무제타는 알친도르를 치워버리기 위해 발이 아프다는 핑계로 새 구두를 요구한다. 그가 급하게 밖으로 나가자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서로 포옹하며 화해한다.
17. "각자 돈을 내보게" (콜리네, 로돌포, 쇼나르, 마르첼로, 합창, 무제타)
웨이터가 영수증을 내민다. 그러나 무제타는 친구들의 영수증을 알친도르에게 뒤집어 씌운다. 군악대 행렬이 다가옴에 따라 로돌포와 친구들은 모두 함께 밖으로 나간다. 알친도르가 돌아오지만 카페는 비어있고 방금 사온 구두와 영수증들만이 옆에 있게 된다.
ACT 3
18. "어이, 거기 초소병, 문을 열어주시오" (합창, 초소병)
시간이 흘렀다. 마르첼로는 무제타와 함께 도시 근교에 있는 여관에서 함께 일하며 묵고 있다. 추운 겨울 새벽 일찍 거리 청소부들과 시골 아낙네들이 지나가며 초소에서 도시로 들어가게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19. "여기 화가가 사는 곳이" (미미, 하사관, 초소병)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미미의 기침은 심해졌다. 그녀는 하사관에게 화가인 마르첼로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20. "미미!" - "여기 계시길 바랬어요" (마르첼로, 미미)
미미는 마르첼로를 불러내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한다. 그녀는 로돌포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질투에 사로잡혀 괴롭힌다고 말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헤어지기를 시도했는데, 마지막으로 어제 밤에 집을 나갔다고 미미가 말하자, 마르첼로는 어제 밤 로돌포가 여기로 와서 지금 자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한다. 마르첼로는 헤어지는 것이 좋다며 자신과 무제타의 '열려있는' 관계에 대해 조언해준다. 로돌포가 여관에서 나오자 미미는 숨는다.
21. "마르첼로, 여기 있군!" (로돌포, 마르첼로, 미미)
로돌포는 친구에게 터놓고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꺼낸다. 마르첼로는 시인의 성격 가운데 어두운 측면에 대해 생각한 바를 숨기지 않고 말해준다.
22. "미미는 바람둥이" (로돌포, 마르첼로, 미미)
로돌포는 미미가 계속 다른 사람에게 추파를 던진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한다. 마르첼로는 믿기 힘들어하며 그녀를 떠나려고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를 추궁한다. 로돌포는 미미의 불치의 병이 자신의 북향의 추운 집 때문에 더욱 빠르게 악화된다고 그녀와 헤어지려는 진짜 이유를 말한다. 마르첼로는 위에서 엿듣고 있는 미미를 힘없이 변호하며 그녀의 건강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로돌포는 기침소리 때문에 미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그녀를 꼭 안아준다. 반면 마르첼로는 무제타가 교태롭게 웃는 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 따위는 순간 잊어버린 채 여관으로 뛰어들어간다.
23. "안녕히" - "뭐라고?" (미미, 로돌포)
이제 미미는 로돌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물건들을 가져가겠다고 부탁한다. 함께 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멜랑콜리에 젖어든 두 사람은 결국 당장 헤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4. "정말로 이별인가" (로돌포, 미미, 무제타, 마르첼로)
반면 여관 안에서 질투에 휩싸인 마르첼로는 다시금 무제타와 헤어지기로 한다. 로돌포와 미미는 봄이 올 때까지는 함께 있기로 한다.
ACT 4
25. "마차에서?" - "화려하게 차려입은" (마르첼로, 로돌포)
몇 달 뒤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그들의 다락방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을 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격식 없는 분위기에서 그들은 각자의 옛 연인들이 호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야기를 서로 해준다.
26. "오, 미미는 돌아오지 않고" (로돌포, 마르첼로)
두 명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절망을 작업에 빗대며 노래부른다. 서로 옛 사랑에 대한 일말의 기억을 남몰래 떠올리는데, 마르첼로는 무제타의 실크 리본을, 로돌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미에게 사준 보닛을 회상한다. 이제 그들은 현재 사랑을 잃은 상태이고, 그것은 한때의 추억일 뿐임을 인정한다.
27. "지금 몇시지?" (로돌포, 마르첼로, 쇼나르, 콜리네)
로돌포는 감정을 숨기고 천연덕스럽게 시간을 묻는다. 쇼나르와 콜리네가 신선하지 않은 빵과 싸구려 청어를 들고와서 네 명 분으로 나눈다. 갤로웨이 유머 분위기에서 군주다운 연회의 제식을 연기한다. 즉흥적인 무도회와 장난스러운 결투 등이 벌어진다.
28. "무제타!" - "미미가!" (마르첼로, 무제타, 로돌포, 쇼나르, 미미)
유쾌함이 클라이맥스에 달하자 무제타가 등장한다. 미미는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고 로돌포를 마지막으로 보고자 가까스로 다락방으로 올라온다. 헝클어진 침대 위로 로돌포는 완전히 지쳐 쓰러진 미미를 부축하여 눕힌다. 정신이 들어온 뒤 미미는 친구들을 하나 둘씩 알아본다. 비록 그녀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지만, 각자는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한다. 마르첼로는 약을 사기 위해 무제타의 귀고리를 팔고자 가지고 나간다. 무제타는 미미의 차가운 손을 위해 머프를 사러 나간다.
29. "낡은 코트여, 듣거라!" (콜리네)
콜리네는 자신의 충실하고 낡은 코트에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전당포에 맡기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30. "쇼나르, 각자 다른 방법으로" (콜리네, 쇼나르)
쇼나르는 저당 잡힐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로돌포와 미미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다.
31. "다들 갔나요? 자는 척하고 있었어요" (미미, 로돌포, 쇼나르)
로돌포와 미미는 다시 한 번 행복함을 만끽한다. 미미는 보닛을 보자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해내며 로돌포가 자신이 잃어버린 열쇠를 약삭빠르게 숨겼던 것을 밝혀낸다. 그리곤 격한 기침을 쏟아내며 대화를 멈춘다.
32. " 어때요?" - "쉬고 있어요" (무제타, 로돌포, 마르첼로, 미미, 쇼나르, 콜리네)
마르첼로는 의사와 함께 올라오고 무제타는 자신이 사온 머프를 로돌포가 선물해주는 것처럼 말해준다. 행복함을 느끼며 미미는 쓰러지고 마르첼로는 의사를 재촉한다. 무제타는 약을 제조한 뒤 미미를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한다. 미미가 죽은 것을 쇼나르가 처음 알게 된다. 콜리네가 돌아와 전당포에 코트를 맡기고 받은 돈을 무제타에게 건네준다. 마르첼로와 쇼나르를 로돌포에게 미미의 죽음을 알려준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최진영 글>
라 보엠
지아코모 푸치니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이라고 꼽힌다.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앙리 뮈르제(Hneru Murger)의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을 소재로 하였으며 작품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브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흔히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
이 작품의 대본은 주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 1847~1906)와 루이지 일리카(Luigi lllica, 1857~1919)가 썼는데, 대본을 중요시 여긴 푸치니의 계속되는 수정 요구로 완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푸치니는 1894년에 먼저 작곡에 돌입하였다. 이듬해 12월에 완성된 이 곡의 초연은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 극장에서 이루어졌고, 당시 29세였던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했다. 푸치니는 로돌포 역으로 당시 최고의 테너였던 페르난도 데 루치아를 염두에 두었으나 토스카니니의 주장으로 초연의 주역은 이반 고르고(Evan Gorgo, 1865~1957)에게 돌아갔고 이후 이 역할은 모든 테너들이 꿈꾸는 역할이 되었다. 초연 당시에는 직전의 작품 〈마농 레스코〉만큼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듬해 1897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공연에서는 루치아가 로돌포를 맡아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푸치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크게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모두 누렸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작곡가 자신의 자유롭지만 가난했던 생활의 경험은 이 작품이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했다. 영웅적인 인물도 정치적인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오페라는 그래서 더욱 관객들의 마음에 와 닿는다.
오랜 클리셰의 역사
183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과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이 주로 살고 있는 파리 라탱. 그 지역 아파트 꼭대기 층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다.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추위에 떨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땔감이 떨어지자 로돌포는 자신이 쓰던 원고뭉치를 집어넣어 불을 태우지만 금세 타버리고 만다. 콜리네가 들어오고 조금 후 쇼나르가 일을 해 번 돈으로 장작과 음식, 포도주를 들고 들어온다. 모두 신이 나서 식탁을 차렸는데, 집 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들어온다. 이들은 베누아에게 술과 음식을 권하면서 화제를 돌리고, 베누아가 외도를 한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 다음 그의 부도덕성을 탓하며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모두 근처 모뮈스라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로돌포는 쓰던 원고를 마저 써야 한다며 우선 아파트에 남는다.
그 때 촛불이 꺼져 불을 빌려 붙이기 위해 미미가 들어온다. 불을 붙여 나가다가 로돌포 방에 떨어뜨린 자기 방 열쇠를 찾으러 다시 돌아온 미미의 초는 바람 때문에 다시 꺼지게 되고, 로돌포는 일부러 자신의 촛불을 꺼버리고 바람 탓을 한다. 둘은 함께 바닥을 더듬으며 열쇠를 찾는데, 로돌포는 열쇠를 찾지만 몰래 주머니에 넣고는 계속 찾는 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둘의 손은 겹치게 되고, 서로 자기의 소개를 하고 금세 사랑에 빠져버린다. 로돌포는 방 안에서 단둘이 머물고 싶어 하지만 미미는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내려가자고 하며 첫 막이 내린다.
2막에서는 다른 커플이 조명되는데, 카페 앞 광장에서 네 친구와 미미가 크리스마스이브의 흥겨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마르첼로의 얼굴이 굳는다. 마르첼로를 버린 여인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미녀 무제타가 알친도르라는 부유한 노인의 팔짱을 끼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애써 그녀를 외면하려고 하는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이런 저런 행동을 하던 무제타는 급기야 노래를 불러 마르첼로를 동요시키고, 알친도르에게 발이 아프니 구두를 바꿔다달라고 내보내고는 마르첼로와 포옹을 한다. 이들은 계산서까지 알친도르 앞으로 달아놓고는 모두 함께 카페를 떠나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2월 초, 3막이 시작된다. 파리의 앙페르 문 근처의 술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마르첼로에게 병색이 완연한 미미가 찾아온다. 마르첼로를 밖으로 불러낸 그녀는 로돌포의 질투가 너무 심해져 같이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하고, 마르첼로는 술집 안에서 잠든 로돌포를 깨워 나온다. 미미는 로돌포를 보고 몸을 숨기고, 로돌포는 마르첼로에게 미미가 바람기가 있다는 이유로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마르첼로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채고, 로돌포는 곧 진실을 이야기한다. 미미의 폐결핵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그게 자기와 함께 있기 위하여 추운 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침소리 때문에 로돌포는 숨어있던 미미를 발견하고, 둘은 겨울만 함께 보내고 봄에 헤어지기로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술집 안에서는 무제타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에 질투심을 느낀 마르첼로가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1막과 같은 장소에서 4막이 시작된다. 각각 이별을 겪은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글과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둘은 각자의 옛 연인에 대해 떠보다가, 결국 그리움을 토로한다. 쇼나르와 콜리네가 음식을 들고 들어와 다시 경쾌한 분위기가 되지만, 곧 무제타가 병색이 매우 깊은 미미를 데려왔다고 말한다. 미미는 너무 추워 토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마르첼로에게 무제타가 좋은 여자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제타는 왕진비로 자신의 반지를 빼어 내주며 마르첼로에게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고, 자신은 미미의 토시를 구하겠다며 마르첼로와 함께 나간다. 콜리네 역시 자신의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겠다고 쇼나르와 함께 나가고, 방에는 로돌포와 미미 둘만 남는다.
둘은 1막에 등장했던 선율이 다시 흐르는 중에 처음 만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무제타가 토시를 구해 들어와 미미에게 로돌포가 산 것이라고 말하고, 마르첼로는 의사가 곧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잠이 드는 듯 했던 미미는 그만 숨을 거두고, 먼저 눈치 챈 친구들은 로돌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다.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알아챈 로돌포는 미미를 부둥켜안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1막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1막, 촛불이 모두 꺼진 로돌포의 방 안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바닥을 더듬어 열쇠를 찾다가, 우연히 둘이 손을 맞잡게 되면서 부르는 로돌포의 아리아이다. 자신은 가난한 시인이지만 마음만은 부자라고 소개를 하며, 미미에게 반했음을 고백하는 이 아리아에서는 하이C음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사실 이 때 로돌포는 이미 열쇠를 찾았지만 주머니에 숨긴 상황으로 ‘선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리아의 선율만큼은 둘도 없이 낭만적이다.
1막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로돌포가 자신을 소개하고 미미에게 소개를 부탁하자 미미가 대답하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내 이름은 미미’라고 흔히 번역되지만 그보다는 ‘나는 미미라고 불린다.’라는 뜻이 정확하다. 이어 자신의 본명은 루치아인데, 왜 미미로 불리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아리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미는 그녀가 화류계에 몸담았을 때의 이름일 것이다. 당시에 폐결핵이란 술과 쾌락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매춘부들이 자주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혼자 살고 있다고 반복하여 말하는 부분에서, 자신은 수를 놓으며 지내는데 자신이 수놓은 꽃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며 사랑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1막 미미와 로돌포의 2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
역시 1막에서, 아래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이 로돌포에게 내려오라고 재촉할 때 미미와 로돌포가 함께 부르는 2중창이다. 로돌포는 달빛에 비친 미미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미미는 그와 함께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을 끝맺는 사랑이라는 가사에서 원래 소프라노는 C음으로, 테너는 E음으로 끝맺도록 되어있지만, 대체로 둘이 함께 하이C로 끝맺는 경우가 많다.
2막 무제타의 왈츠, ‘내가 거리를 걸으면’(Quando me’n vo)
2막의 카페 모뮈스에서 자신을 버린 무제타를 마르첼로가 애써 외면할 때, 그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제타가 부르는 노래로 일명 ‘무제타의 왈츠’라고도 한다. 자신이 거리를 걸을 때 남자들은 욕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지만 오히려 자신은 그런 시선을 즐긴다는 노래로,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마르첼로와 로돌포, 콜리네, 쇼나르 등은 각각 그녀에 대해서 평가하고, 미미는 로돌포에게 무제타가 마르첼로를 좋아한다고 전하며 화려한 6중창으로 전개된다.
4막 콜리네 아리아, ‘친애하는 나의 오랜 외투여!’(Vecchia Zimarra)
4막에서 병색이 깊은 미미를 위하여 모두가 돈이 될 만한 것을 팔려고 할 때, 콜리네는 자신의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러 가며 이 노래를 부른다. ‘외투의 노래’로 잘 알려진, 베이스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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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12월 23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푸치니, 라 보엠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각색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1896년 초연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단골로 공연되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푸치니의 [라 보엠]이죠.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로 각색되기도 한 이 작품은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파리 뒷골목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묘사한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Henry Murger, 1822-1861)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토대로 한 오페라죠.
‘이탈리아 최후의 벨칸토 작곡가’이자 ‘베르디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4대째 오르가니스트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 오르간 연주를 배웠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부터 산 마리노 성당 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했는데요, 교육열이 남다른 어머니의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학금을 얻어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폰키엘리에게 작곡을 배우며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보헤미안처럼 가난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알게 된 이때의 체험 덕분에 오페라 [라 보엠]을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푸치니는 작곡경연대회에 첫 오페라 [레 빌리]를 제출해 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고, [마농 레스코]가 대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요. 본능적인 무대 감각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던 작곡가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오페라, ‘기쁜 우리 젊은 날’
1막이 시작되는 곳은 가난한 예술가와 날품 파는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1830년대 파리의 라탱(Latin) 지구. 낡은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서 시인 로돌포는 화가 마르첼로와 함께 추위에 떨며 농담을 나누다가, 자기가 쓴 드라마 원고를 난로에 넣고 불을 피웁니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이들의 친구인 철학자 콜리네가 들어오고, 뒤이어 음악가 쇼나르가 아르바이트 해 번 돈으로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오지요. 네 친구가 신나게 먹고 마시는 중에 집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옵니다. 이들은 베누아를 추켜세워 바람피운 경험을 털어놓게 만든 뒤 ‘부도덕한 인간’이라며 쫓아내 버리고는, 다 함께 카페 ‘모뮈스 Momus’로 갑니다.
친구들을 먼저 내보내고 잠시 혼자 방에 남아 원고를 마치려던 로돌포에게 이웃에 사는 미미라는 처녀가 찾아옵니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러 온 것이었지요.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던 미미는 열쇠를 잃어버렸고, 바람 때문에 촛불까지 다시 꺼져버립니다. 로돌포는 어둠 속에서 미미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찬 손’을 노래합니다. 미미도 이에 답하며 ‘내 이름은 미미’라는 노래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아래층에서 친구들이 재촉하자 두 사람은 사랑의 이중창 ‘오, 사랑스런 그대’를 함께 부르며 거리로 내려가죠. 운명적인 상대방을 만나 마법처럼 한 순간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장면 같지만, 사실은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고 바로 사랑을 시작하는 사회 계층을 그려낸 장면입니다.
2막은 카페 앞 광장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려는 인파로 광장이 가득합니다. 네 친구와 미미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바람둥이로 유명한 미녀 무제타가 알친도로라는 돈 많은 노인을 애인으로 거느리고 카페에 들어섭니다. 무제타의 예전 애인이었던 마르첼로는 애써 그녀를 외면하려 하지만, 무제타는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요염한 태도로 ‘내가 혼자 거리를 걸어가면'을 부릅니다.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여기서 서로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임을 확인하지요. 발이 아프다며 구두를 고쳐오라고 알친도로를 내보낸 뒤 무제타는 네 친구들의 계산서를 모두 알친도로 테이블에 떠넘기고는, 이들과 함께 카페를 떠납니다.
3막은 두 달 후 이른 새벽에 시작됩니다. 파리 시의 관문인 앙페르 문으로 시외에서 온 날품팔이꾼들이 몰려들어옵니다. 무제타와 마르첼로는 이곳 술집에 방을 얻어 함께 살고 있는데, 병색이 짙은 미미가 마르첼로를 만나러 옵니다. 미미는 로돌포의 질투와 변심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합니다. 마르첼로는 술집에 찾아와 잠들어있는 로돌포를 깨우겠다며 안으로 들어가고 미미는 바깥 구석에 몸을 숨기지요. 로돌포는 미미가 바람기가 있어 헤어져야겠다고 말하지만, 마르첼로는 ‘맘에 없는 소리’라고 일축합니다. 그러자 로돌포는 진실을 밝힙니다. 사실은 자기와 함께 살아서 미미의 폐결핵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자신은 난방비도 벌지 못하고 있어 너무나 괴롭다는 얘기였습니다.
가난이 결국 미미를 죽일 것이라는 로돌포의 회한에 찬 말을 듣고, 미미는 흐느끼다가 기침발작을 일으킵니다. 로돌포와 미미는 조용히 이별의 노래를 부르는데, 무제타가 다른 남자와 장난치는 것을 본 마르첼로는 질투심에 타올라 무제타와 욕설을 주고 받으며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헤어집니다.
4막은 다시 처음처럼 로돌포의 다락방입니다. 미미와 헤어진 로돌포는 글을 쓰고 있고, 역시 무제타와 헤어진 마르첼로는 그림을 그립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애인을 거리에서 보았다고 말하며 그리움에 잠겨 이중창을 부르지요(‘미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아’). 쇼나르와 콜리네가 들어와 네 친구가 함께 소란을 피우며 놀고 있을 때 무제타가 달려 들어와 병이 위중해진 미미를 데려왔다고 말합니다. 로돌포가 미미를 부축해 침대에 뉘이지요. 무제타는 장신구를 팔아 의사의 왕진비와 약값을 마련하려고, 그리고 미미가 늘 갖고 싶어하던 토시를 사다 주려고 마르첼로와 함께 나갑니다. 콜리네도 낡은 외투에게 작별인사를 건넨 뒤(‘외투의 노래’) 외투를 팔러 쇼나르와 함께 방을 떠나지요. 둘만 남게 되자 미미는 로돌포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쁘게 회상합니다. 이때 다시 듣게 되는 1막의 멜로디는 관객에게 눈시울을 적시게 하죠. 무제타가 들어와 토시를 건네주고, 마르첼로는 의사를 불렀으니 곧 올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잠이 드는 듯했던 미미는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맙니다. 친구들보다 늦게 미미의 죽음을 알아차린 로돌포는 미미를 부르며 서럽게 웁니다.
시대를 역행한 센티멘털리즘의 인기
푸치니의 [라 보엠]은 베리스모 시대의 낭만주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오페라가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1896년은 이탈리아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의 시대(1890-1910년까지 대략 20년 간)였죠. 실제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적나라한 현실을 오페라 무대 위에 펼쳐 보이려 했던 베리스모 오페라의 음악은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격정, 절망, 분노 등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나 레온카발로 [팔리아치]가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이죠. 그러나 푸치니는 동시대 작곡가이면서도 구시대의 유려하고 센티멘털한 낭만주의적 멜로디로 청중을 매혹했습니다.
원작 [보헤미안 삶의 정경]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작품입니다. 원작의 에필로그에서 남자들은 헤어진 또는 세상을 떠난 여자들을 잊고 사회적 성공을 거둔 뒤 자신들의 가난했던 젊은 날을 추억하죠. 레온카발로가 이 소재로 먼저 [라 보엠]의 작곡을 시작했으나, 작곡이 1년 늦어지는 바람에 푸치니에게 뒤지고 말았습니다. 1897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한 레온카발로의 작품은 푸치니보다 원작에 충실했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더 현대적이고 드라마틱하다며 평론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지만, 푸치니 같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부족해 관객들에게 차츰 인기를 잃어 갔습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테너 라몬 바르가스가 열연을 펼친 200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은 19세기 파리의 다락방을 사실주의적으로 재현한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연장입니다. 제피렐리의 이 낡은 [라 보엠] 무대는 수십 년간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다른 많은 오페라 작품에서는 획기적인 신연출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라 보엠] 만큼은 이 구식 연출이 여전히 대세입니다. 오페라 속 미미는 사랑하다가 병들어 죽기 때문에 그저 순진무구한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으로 인식 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이상형에 여주인공을 맞춘 푸치니의 시도였습니다. 사실 뮈르제의 원작 캐릭터를 참고한다면 미미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도발적이며 세상 경험이 있는 여주인공으로 창조되어야 합니다. 로돌포와 헤어진 뒤 추운 스튜디오에서 누드모델로 일하는 등 생계를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돈 있는 남자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기도 하니까요. 최근의 연출은 이런 점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미미-로돌포 순)
[음반] 카티아 리차렐리, 호세 카레라스 등, 콜린 데이비스 지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79년 녹음
[음반]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 안토니노 보토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8년 녹음
[DVD] 테레사 스트라타스, 호세 카레라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82년 공연 실황
[DVD] 안젤라 게오르규, 라몬 바르가스 등, 니콜라 루이조티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2008년 공연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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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09년 12월 2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
푸치니 <라 보엠>
[라 보엠]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찌니(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의 작품이다. 대본은 지아코지와 일리카가 썼으며 전체 4막으로 된 오페라이다. 1830년 경 빠리가 배경이며, 4명의 가난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인 시인 로돌포(Rodolfo)와 아래층에 사는 역시 가난하고 병약한 여인 미미(Mimì)의 덧없고 간절한 사랑 이야기이다.
로돌포와 미미의 덧없고 간절한 사랑 이야기
크리스머스 이브에 만난 두 사람은 한 동안 사랑으로 충만한 나날을 보내지만 미미의 폐병이 도져도 병원에 보낼 처지가 못 되는 로돌포를 도리어 그녀는 안타까워한다. 드디어 미미는 헤어지자고 애달프게 호소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러나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 깨달은 그녀는 로돌포 곁에서 죽겠다고 친구 무제타의 도움을 얻어 만나러 온다. 죽기 30분 전이었다.
캄캄한 방에서 잡은 그대의 찬 손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나오는 장면은 1막이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려고 미미가 로돌포를 찾아 온다. 불을 얻고 그녀가 문을 나가려는 순간 촛불이 꺼진다. 아울러 방 열쇠를 떨어트려 캄캄한 바닥을 더듬는 미미의 손을 잡은 로돌포가 "이 조그만 손이"하고 말을 걸고 미미는 "제 이름은 미미"하고 받으며 갑자기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무대화한 명장면이 펼쳐진다.
'그대의 찬 손'
이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
내가 따듯하게 녹여 주리다.
(열쇠를) 찾아보지만 어쩌시겠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선 찾을 수 없어요.
다행히도 달밤이어서,
여기 달빛이
곧 비쳐 드니까.
기다려 주세요, 네, 아가씨,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가 무엇 하는 사람이고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말해도 되겠지요?
내가 누구냐? 누구냐고요?
나는 시인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면
그래도 살아갑니다
거칠 것 없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시와 사랑의 노래라면
임금님처럼 사치스럽습니다.
꿈과 환상으로
하늘에 그린 궁성에서
마음만은 백만장자입니다.
이따금 내 금고에서
보석을 도둑맞습니다.
2인조에게, 아름다운 두 눈이라는 도둑이.
지금도 또 당신과 함께 들어와
내 늘 꾸던 꿈은
아름다운 꿈 모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허나 도둑맞은 것은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대신 두고 갔으니까
희망을!
이제 나에 대한 것은 알았을 겁니다.
자,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겠지요!
듣는 이를 압도하는 높고 아름다운 테너
이 아리아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처음 그녀 손을 만지며 너무 차니까 녹여 주겠다고 시작한다. 그리고는 "내가 누구며 무엇하는 사람인가?"를 힘주어 말한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마지막 부분에서는 깊은 애정이 담긴 "두 눈이라는 도둑이 지금도 당신과 함께 들어와" 보석을 미미의 아름다운 두 눈에 빼앗기지만 소중한 희망(Speranza)을 남겨 주었다고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른다. 이 부분은 테너의 최고 음역이며 팽팽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듣는 이를 압도한다. 그리고는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주세요!"하는 간절한 호소에 드디어 유명한 미미의 아리아가 이어진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로마 성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1959) 베르곤찌(T) DECCA
이 곡은 테너 가수라면 누구나 한번 쯤 부르지 않은 이가 없는 아리아이다. 그 중 잊을 수 없는 것은 세라휜 지휘반이다. 테발디(Renata Tebaldi), 카를로 베르곤찌(베르곤치, Carlo Bergonzi), 바스티아니니 그리고 시에피 등 당시 중량급 가수가 총집합한 역사적 명반이다. 무대 음악을 속속들이 꿰뚫어 알고 있는 세라휜의 지휘 아래 청춘의 애환을 절묘하게 노래한 명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되어 좀더 싱싱한 녹음을 원하는 애호가에게는 다음 음반을 권한다.
[CD]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1972년) 파바로티(T) DECCA
1935년 이탈리아의 모데나에서 태어난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는 그 고향 근처에 있는 레쬬 에밀리아 가극장에서 1961년 4월 [라 보엠]으로 데뷔했고 그 후 후레니(프레나, Mirella Freni)와 함께 오랜 동안 갖가지 명연을 남겼다. 데뷔 초기 파바로티의 안정된 테크닉, 칸타빌레와 후레이징의 아름다움은 비할 사람이 없었다.
[DVD] 니콜라 루이소띠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2008) 바르가스(T) EMI
메트로폴리탄에서의 공연 실황을 녹화한 것으로 제2막의 크리스마스 이브로 북적대는 라틴 구역의 거리와 카훼「모뮈스」로 구성된 2층 무대가 명연출가 제휘렐리(Franco Zeffirelli)의 솜씨로 재현된 사실적인 장면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요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앙겔라 게오르규와 라몬 바르가스(Ramon Vargas)가 감동적으로 주역을 노래하고 있다.
[DVD] 카라얀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5) 라이몬디(T) DG
메트로폴리탄 만큼 호화로운 무대는 아니며 제훼릴리가 제2막을 2단 구조로 만들기 전이지만 중간색을 아름답게 살린 알맞게 양식화된 카라얀 판은 보다 풍성한 생활감각과 꿈이 있다. 특히 재3막의 싸락눈이 조용히 내리는 앙훼르의 문 앞 광경은 매우 인상적이며 아름답다. 무대와 영화의 중간적인 카메라 기법은 절충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연출에 호감이 간다. 영상은 조금 평범하나 색채는 잘 갖추어졌으며 음향은 오래되어 음폭(音幅)은 좁으나 중후한 밸런스로 연주의 매력을 충분히 전하고 있다. 출연진은 후레니, 파네라이,라이몬디(Raimondi)등이고 오케스트라는 보다 밝은 광채를 지닌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선명한 음향과 유려한 아름다움, 정확한 극적 표현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대의 찬 손 - 푸치니. [라 보엠]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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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09년 12월 31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
푸치니 <라 보엠>
[라 보엠]은 오페라 [팔리아찌(팔리아치, Pagliacci)]의 작곡가인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7-1919)가푸찌니(푸치니, Puccini)이전에 작곡했다. 그는 푸찌니가 자기 작품을 훔쳤다고 비난했으나, 푸찌니의 [라 보엠]이 감동적인 이야기와 멜로디의 풍부한 아름다움이 월등히 뛰어났다. 특히 오페라 첫 부분에서 로돌포와 미미의 아리아는 압도적으로 청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따라서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잊혀지고 말았다. 푸찌니는 미미가 죽는 마지막 장면을 작곡하고 나서 “나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사랑과 봄, 꿈과 환상을 갈망하는 미미
지난 글에서 오페라 [라 보엠]의 남자 주인공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소개하였다. 미미는 로돌포의 아래층에서 산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러 와서 불을 얻어가는데 순간 촛불이 꺼지고 열쇠를 떨어뜨린다. 두 손을 맞잡는 순간 로돌포가 말을 건다. '그대의 찬 손'이 그 아리아이다. 로돌포는 자신이 시인이라고 말하고, 미미의 두 눈에 마음을 도둑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는 미미가 답해줄 때가 온 것이다.
로돌포의 질문에 "네"하고 낮게 대답하고 아가씨는 곧 이어 "사람들은 저를 미미라고 부릅니다"(Mi chiamano Mlmi)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단순한 생활이어서 주단이나 명주에 수를 놓는 일 뿐이며 그 일에 지치면 장미와 백합화의 조화(造花)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좋아하는 것은 사랑과 봄, 꿈과 환상을 그리는 “시”라고 한다. “시”라는 공통점에서 로돌포와 뜨거운 일체감을 나타낸다.
'내 이름은 미미'
네.
제 이름은 미미라고들 부릅니다.
허나 사실은 루치아입니다.
제가 이야기할 거란
조금 밖에 안 됩니다, 수를 놓는 일뿐이에요,
주단이나 명주에, 집안에서나 밖에서요.
아무 스스럼없이 즐겁게.
그 일에 지치면
장미나 백합화를 만들지요.
좋아하는 것이란
마음을 빼앗는 듯한 힘이 있고
사랑이나 봄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과 환상을 그려내는 등,
소위 시라고 하는 것이에요.
아시겠어요?
(네)
사람들이 미미라고 부릅니다만
그 까닭은 모릅니다.
홀로 내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리려 교회에 가진 않으나
기도는 자주 합니다.
혼자 살아갑니다,
저쪽의 희고 조그만 방에서.
지붕 위로는 하늘 밖에 보이지 않지만
봄이 올 때면
해 빛은 맨 먼저 나를 비칩니다.
이른 봄이 맨 먼저 내게 입맞춤합니다.
제일 먼저 해 빛은 나를 비춥니다.
화분의 장미가 눈을 뜨면
잎사귀 하나하나를 지켜보죠.
얼마나 우아한
꽃의 향기인가.
그러나 내가 만드는 꽃에는
내가 만드는 꽃에는
없어요, 향기가.
그저 이 정도입니다,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이웃이면서,
이런 시간에 폐만 끼쳐 드렸군요.
'조화(造花)에는 향기가 없다'는 절실한 고독의 표현
이 아리아는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가사에서 괄호 표시한 (네)를 경계로 앞 단락이 루돌포의 질문에대한 형식적인 응답이었다면 이후의 단락은 미미가 진실을 말하는 고백이다. 시골에서 나와 미사(교회)에도 안가고 혼자 곧잘 기도를 드린다는 고독한 상태를 호소한다. 또 그녀가 "즐겨 만드는 꽃(造花)에는 향기가 없다"고 뇌까린다. 고독한 처지가 더욱 뚜렷이 고조된다. 그 고독한 처지와 일체감은 로돌포를 눈물이 날만큼 감동 어린 사랑에 휩싸이게 한다. 절묘한 심리 묘사이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59) 테발디(Renata Tebaldi, S) Decca
이탈리아 오페라의 신화적인 존재였던 세라휜의 지휘는 베르디의 노래 및 드라마와 감정을 샅샅이 포착하여 치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테발디의 안정된 레가토, 중음역의 아름다운 목소리, 서정적인 피아니씨모 등은 잊을 수 없다,
[CD] 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 관현악단/도이췌 오페라 합창단(1972) 후레니(프레니, Mirella Freni, S) DG
이탈리아의 모데나 출생이며 파바로티와 같은 고향이고 유모까지 같았다. 그 유모가 걸핏하면 '파바로티가 젖을 다 먹어 치웠지'하고 농담을 했다 한다. 그녀가 노래하는 푸찌니 아리아는 하나도 버릴 데가 없는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평생 미미 역을 무대에서 노래한 후레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중음역이 충실해졌고 녹음도 CD 3가지, DVD 2가지를 남겼다.
[DVD] 니콜라 루이소띠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2008) 게오르규(S) EMI
뛰어난 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게오르규(Angela Gheorghiu 1965-)가 전성기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 명연 명창이다. 널찍한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무대를 충분히 활용한 제휘렐리의 웅장한 무대가 돋보인다.
[DVD] 카라얀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5) 후레니(프레나, S) DG
밝은 광채를 지닌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선명한 음향과 유려한 아름다움, 정확한 극적 표현을 펼치는 카라얀의 지휘는 후레니의 맑고 유려한 목소리와 청순한 모습을 북돋우고 아울러 미미의 가련한 인상을 더욱 부각시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 이름은 미미 - 푸치니. [라 보엠]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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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5년 9월 9일 네이버캐스트 /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김성현 글>
문학과 클래식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과 오페라 <라 보엠>
누군들 빛나는 청춘이 없었으랴
서울이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듯이, 파리도 센 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서 좌안(左岸)과 우안(右岸)으로 나뉜다. 센 강의 오른편이 파리의 강북이면, 왼편은 강남에 해당한다. 강변을 따라 들어선 파리의 식당과 카페에서도 좌안(rive gauche)이나 우안(rive droite)이라는 입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지리적 경계를 넘어 때로는 계층적·문화적 차이를 상징하는 것처럼, 파리의 좌안과 우안에도 분위기의 차이는 적지 않다. 루브르 박물관과 샹젤리제 거리 등이 늘어선 우안이 값비싸고 화려한 이미지라면,소르본 대학과 판테온이 들어선 좌안은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정취를 보존하고 있다.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 섬에서 남쪽으로 센 강을 건너면 생 미셸 광장과, 소르본 대학, 판테온과 뤽상부르 공원이 차례로 나온다. 이 파리 좌안의 5~6구 일대를 일컫는 말이 ‘라탱 지구(Quartier Latin)’다.
‘라틴어를 구사하는 지역’이라는 어원처럼 라탱 지구에는 프랑스 지성의 산실로 꼽히는 고등사범학교와 파리 국립광업학교, 소르본 대학 등 대학과 연구시설이 일찍부터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와 선술집, 책방도 발달했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였던 ‘라탱 지구’는 1968년 5월 혁명 당시에는 학생들의 단골 시위 장소가 됐다.
오페라 [라 보엠]의 원작인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de bohème)』도 라탱 지구를 배경으로 태어난 작품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리 뮈르제(Henry Murger, 1822~61)가 가난한 청년 예술가들의 삶과 낭만을 소재로 자전적 소설을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한 건 1845년이었다. 뮈르제는 이 단편을 4년간 잡지에 연재한 뒤, 극작가 테오도르 바리에르와 함께 [보헤미안의 일생]이라는 희곡으로 각색했다. 이 연극이 성공을 거두자, 1851년 뮈르제가 다시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이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이다.
현실에서 가져온 소설 속 인물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작가와 주변 동료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닮아 있다. 작곡가 쇼나르는 작가의 친구이자 작곡가였던 알렉상드르 샨느(Alexandre Schanne)의 이름을 보헤미안 풍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화가 마르셀의 모습에는 레오폴드 타바르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소설 속에서 마르셀이 그림을 끊임없이 손질하는 장면도 타바르의 작업 습관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작품에서 이들의 단골 회합 장소인 모뮈스 카페도 실제 뮈르제가 작가 샤토브리앙, 화가 쿠르베, 시인 보들레르 등과 어울렸던 장소다. 카페 모뮈스는 오페라 [라 보엠]에서도 크리스마스이브 즈음의 화려하고 떠들썩한 파리 분위기를 나타내는 2막 무대의 배경이 된다.
소설에서 주인공 로돌포 일당이 자리를 잡으면 “그 순간부터 다른 손님들은 다른 단골집을 알아보아야 했고”, 카페의 물만 축내던 이들이 모처럼 요리라도 시키면 또다시 외상을 들이밀까 두려워 주인이 먼저 안절부절못했다. 작가 뮈르제는 이렇게 묘사했다.
“이들은 서로를 ‘위대한 철학가 귀스타브 콜린느’, ‘그림의 거장 마르셀’, ‘음악의 대가 쇼나르’, ‘거룩한 시인 로돌포’라고 불렀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카페 모뮈스에서 뭉쳤고, 사람들은 언제나 붙어 다니는 이들에게 ‘4총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말 그대로 네 명은 올 때도, 갈 때도, 놀 때도, 음식을 먹고 계산하지 못할 때조차도 함께였다.”
- 뮈르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에서
지인들에게 돈이 생기는 날짜를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고, “5프랑만 빌려달라”라는 말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외우고 다니는 쇼나르에 대한 묘사에는 저자와 동료들의 가난한 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실제 뮈르제와 동료 예술가들의 모임은 “물 마시는 사람들(Les Buveurs d'eau)”로 불렸다. 와인 한 병조차 주문하기 여의치 않은 처지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특히 유행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를 쓰는 소설의 주인공 로돌포는 작가 뮈르제의 분신이라고 해도 좋았다. 재단사이자 건물 문지기의 아들로 태어난 뮈르제는 만 13세에 학업을 마친 뒤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환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주인공 로돌포처럼 유행잡지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저자는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며, 제목이 일러주는 것 이외의 다른 목적은 없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은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계층에 속한 주인공들의 삶과 풍습에 대한 일종의 연구”라고 말했다.
보헤미안, 자유의 이름
본래 ‘보헤미안’은 유럽 일대를 떠도는 집시에서 비롯한 말이다. 하지만 낭만주의 사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세기 무렵에는 젊은 예술가들을 일컫는 일반 명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방랑이 공간적 의미를 넘어서 사회적 규범에 대한 거부와 자유를 뜻하는 정신적 차원으로 확장된 것이다. 학생과 떠돌이 화가, 여공과 창부는 사회 질서 바깥의 주변인이자 자유인이라는 의미에서 한편이었다.
하지만 예술가를 보헤미안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 세상의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무명 예술가라는 뜻이며, 그럼에도 세속적 가치에 연연해하지 않는 예술적 긍지로 가득하다는 의미다. “비가 오든 먼지가 일든, 해가 뜨든 그늘이 지든, 이 완고한 모험가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예술은 직업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였다. 소설 서문에서 뮈르제는 보헤미안을 이렇게 정의했다.
“예술에서 가장 빛나는 찬사를 받았던 대부분의 근대 예술가는 보헤미안들이었다. 이 예술가들은 푸르른 언덕을 오르던 젊은 시절,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기라는 자산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그 용기는 젊은이들의 덕목이었고, 희망은 가난한 이들의 재산이었다. 보헤미안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수련의 과정과도 같다. 인고와 용기의 삶, 바보들이나 질투에 눈먼 자들의 욕설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야 하며 자존심을 버려서는 안 되는 인생, 매혹적인 동시에 끔찍하고, 승리자가 있지만 순교자도 있는 삶, 그것이 진정한 보헤미안의 삶이다.”
- 뮈르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에서
소설은 곤궁한 현실에도 예술과 사랑을 꿈꾸는 보헤미안의 낭만적인 운치로 가득했다. 주인공 로돌포는 차디찬 북풍이 허름한 벽을 관통하는 하숙집에 산다. 하지만 그는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이며, 전망대를 연상케 할 만큼 경관이 좋았다”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옥탑방’을 ‘펜트하우스’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다락방은 로돌포와 미미가 만나는 오페라 [라 보엠]의 1막과 미미가 폐병으로 숨을 거두는 4막의 배경이 된다.
화가 마르셀과 뮈제트도 첫눈에 사랑에 빠진 뒤, 마르셀이 선물한 꽃다발이 시들 때까지만 동거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뮈제트는 행여 꽃송이가 시들까 한밤중에 일어나 몰래 화분에 물을 준다.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연인 마르셀은 다시 행복감에 잠긴다.
“가장 아름다운 건 언제나 가장 짧은 법”이라는 로돌포의 시구(詩句)는 보헤미안들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경구(警句)였다. 이들 보헤미안은 떠나는 사랑을 애써 붙잡지 않고, 다가오는 사랑을 굳이 막지도 않는다. 보헤미안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성품과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들으면 쉽게 감동해서 마음에 빈 구석을 남기지 않는 젊음의 미덕”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던 것이다.
소설과 오페라, 결정적 차이
하지만 오페라와 원작 소설에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여주인공 미미에 대한 묘사였다. 당초 원작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과장이나 미화 없이, 일일 연속극처럼 덤덤하면서도 세밀하게 보헤미안의 일상 풍경을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 원작 소설 속의 미미는 사치와 향락에 흔들리거나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오페라 [라 보엠]의 청순가련 여주인공에 친숙한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모습이다. 미미가 로돌포에게 바가지를 긁어대고, 집에서 뛰쳐나가 이틀이나 외박을 하고 돌아오는 대목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할지도 모른다.
대본 작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와 주세페 자코사(Giuseppe Giacosa)는 뮈르제의 원작에서 이야기의 뼈대만을 추려낸 채 당시 오페라의 관습에 맞게 한층 대담하고 낭만적으로 작품을 재해석했다. 이들 작가는 [마농 레스코]와 [라 보엠] [토스카]와 [나비 부인]의 대본 작업으로 푸치니와 계속 호흡을 맞췄던 단짝이었다. 오페라 1막에서 로돌포와 미미의 첫 만남 장면도 실은 원작 소설에서 로돌포의 친구로 등장하는 자크와 그의 연인 프랑신의 일화를 슬쩍 빌려온 것이다. 불 꺼진 촛불을 들고 남자의 다락방을 찾아와 잃어버린 열쇠를 찾다가 손을 잡는 주인공도 원작 소설에서는 로돌포와 미미가 아니라 자크와 프랑신이다. 구름 사이에 가린 달이 뜨기를 기다리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작가의 과감한 각색 덕분에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상 가장 낭만적이고 운치 있는 남녀 주인공의 만남이 탄생했다. 작곡가 푸치니는 오페라 1막의 불 꺼진 다락방 장면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열쇠를 찾다가 손을 붙잡고 서로 소개하는 장면까지 노래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이 아리아들이 로돌포의 [그대의 찬 손]과 미미의 노래 [내 이름은 미미]다.
“이 작은 손이 이다지도 차가운지요. 내가 따뜻하게 녹여주리다. 어둠 속에선 열쇠를 찾을 수 없는 걸. 다행히도 오늘 밤은 달이 떴으니 이 방에도 곧 달빛이 들 거요. 기다려요 아가씨, 내가 누군지, 무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말씀드릴게요.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시인입니다. 무엇을 하느냐고요? 글을 쓰지요. 어떻게 사느냐고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요. 임금님처럼 시와 연가를 쓰고, 희망과 꿈의 누각에 살면서 마음만은 백만장자이지요.”
-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
“사람들은 절 미미라고 불러요. 하지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지요. 제 이야기는 간단해요. 아마포나 비단에 수를 놓지요. 즐겁고 행복한 삶이죠. 짬이 나면 백합이나 장미를 만들어요. 사랑이나 봄에 대해 이야기하고, 꿈이나 시(詩)에 대해 말하는 걸 좋아해요. 미사에 늘 가지는 않지만, 혼자서 기도를 자주 드려요. 눈이 녹으면 첫 햇살은 제 것이에요, 4월의 첫 키스도 제 것이에요. 장미가 피면 그 꽃잎을 바라보아요. 부드러운 꽃향기도. 제가 만드는 꽃은 향기가 없어요. 달리 드릴 말씀은 없네요.”
-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에
청춘의 찬가, 그 뒤
누군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던 시절이 없었으랴. 원작 소설과 오페라는 결국 가진 것 없기에 도리어 눈부신 젊음의 초상화이자 청춘 찬가다. 오페라는 미미의 죽음에서 끝나지만, 뮈르제의 소설은 미미의 타계 1주기에 모였던 등장인물의 후일담을 덧붙였다. 어느덧 성공을 거두고 보헤미안 생활을 청산한 로돌포는 소설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작가의 분신인 로돌포의 대사는 사실상 뮈르제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이제는 시들어버린 옛사랑, 이제는 시들어버린 우리의 젊음은, 낡은 달력 속에 파묻혔다네. 달력 속 아름다운 날들은 재로 변하고, 우리는 헛되이 그 재를 뒤적인다네. 실낙원으로 가는 열쇠를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 뮈르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에서
이 작품으로 성공을 거둔 작가는 1859년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지만, 혈관염 악화로 투병 끝에 3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은 “음악도 그만! 소음도 그만! 보헤미안도 이제 그만!”이었다고 한다. 한평생 보헤미안으로 살다가 보헤미안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의 유언 치고는 너무나 쓰디쓴 것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과 오페라 [라 보엠] - 누군들 빛나는 청춘이 없었으랴 (문학과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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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1 / 박종호> ★★★
프랑코 제피렐리가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새롭게 연출한 무대로서, 이전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와는 조금 달라졌다. 1막에는 아예 집을 지었고, 2막의 거리는 2층으로 된 거대한 스펙터클이 되어버렸다. 호세 카레라스의 외모는 로돌포에 잘 어울리지만, 노래는 그의 CD에 못 미친다. 이 공연의 승리자는 테레사 스트라타스(미미 역)다. 결핵으로 죽어가는 듯한 외모와 영화배우 같은 연기는 보는 이들의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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