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밥'은 양고기 살코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숯불에 굽는 것
서울 이태원의 터키 케밥 식당 ⓒ김동문
서울 이태원의 터키 케밥 식당 ⓒ김동문
(미디어인뉴스=김동문 객원기자) 서울 이태원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케밥으로 불리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것을 두고 케밥(Kebab)이 터키 음식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밥과 고기를 같이 먹는 음식이라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 지중해 문명권을 여행한 이들에게 익숙한 Gyros라는 요리를 떠올리면서, 케밥을 그냥 '지로스'라고 부르는 경우조차 있다.
그런데 본래 케밥은 양고기 살코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숯불에 굽는 음식을 뜻하는 것이다. 위의 사진 속에 꼬챙이에 가득 채워져 있는 고기는 닭고기이다. 오늘은 케밥의 세계로 떠난다.
숯불로 굽는 양고기 꼬치구이, 먹어본 이는 그 맛을 다시 찾게 된다. ⓒ김동문
시대와 환경, 집단에 따라 같은 기원이 있는 음식에 대해 다르게 부르거나 달라진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케밥도 마찬가지이다. 케밥은 아랍 세계에서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양고기 숯불구이이다.
'케밥'이라는 단어 자체에 "(숯)불로 구운 고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아랍 음식에서 쉬쉬 케밥(Shish Kebab)이라 부르는 음식도 있는데, '쉬쉬'라는 단어는 터키어로, 칼, 꼬치, 꼬챙이 등을 뜻하는 'şiş'이다. 즉 양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숯불로 구운 양고기 꼬치 요리를 쉬시 케밥으로 부르고 있다. 오스만 터키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케밥에 '쉬시'라는 어휘가 덧붙여진 이름으로 본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가늘고 긴 쇠꼬챙이에 양고기 살코기가 꽂혀 있다. 이것을 숯불에 굽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아랍 음식의 (쉬시) 케밥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돈네르 케밥 ⓒ김동문
한국인에게 다소 익숙한 터키 음식 이스켄데르 케밥(İskender kebab)은 아랍 음식에서는 케밥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터키 음식 이름으로 döner kebab으로 부르는 양고기나 닭고기 구운 것을 잘게 자른 것에, 요구르트, 버터, 토마토 소스 등을 같이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döner kebab은 양고기나 소고기, 닭고기 등을 잘게 잘라서 그것을 수직 꼬챙이에 꽂아서 돌려가면서 불로 구운 고기 요리를 뜻한다. 수직 꼬챙이를 뜻하기도 한다. 이같은 굽는 도구는 19세기 터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아랍 세계에서는 이것을 '샤와르마'(Shawarma)라고 부른다.
이집트 카이로의 샤와르마 ⓒ김동문
이집트 카이로는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샤와르마 전문점. ⓒ김동문
양꼬치구이 '케밥'은 아랍이, 돈네르 케밥은 '터키'가 원조이다.
이것이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레바논 이민자를 통해 멕시코에 전달되면서는 주로 돼지고기 재료가 사용되는, 동일한 형식의 불판 구이인 Al Pastor 또는 Tacos Al Pastor로 자리 잡는다.
양고기 살코기 꼬치 요리인 케밥이 터키를 통해 여러가지로 변신한다. 둥근 원형 고기불판으로 구운 고기를 잘게 자른 고기가 들어있는 요리로 자리잡는다.
ⓒE4024 위키백과 CC BY-SA 4.0
고기를 갈아서 쓴나물과 섞어서 만든 쿱타 케밥(Kofta kebab) ⓒ김동문
그러나 여전히 아랍 세계에서는 고기를 갈아서 만든 요리는 '쿱타'(Kofta 또는 Kufta)로 부르고, 살코기 요리를 케밥 또는 '쉬시 케밥'으로 부른다. 터키나 아랍 세계에서는 불판에 구운 고기를 빵에 싸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냥 접시에 담아 먹기도 하지만, 샌드위치 모양으로 만들어 먹는다. 아랍 세계에서는 '샤와르마 케밥'으로 부른다.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양꼬치구이 '케밥'은 아랍이, 돈네르 케밥은 '터키'가 원조이다. 이렇듯이 음식은 돌고 돌면서, 시간이 흘러가면서 새로운 이름과 음식을 낯거나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음식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양 넓적다리 고기 찜 ⓒ김동문
음식에 담긴 이야기도 알아 가면서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토착 맛집을 찾아 누리는 맛과 향은 소중하다. 그것은 나와 우리, 그리고 또다른 이웃을 잇는 중요한 '이음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