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구생 제도 폐지는 반대일세.' 지역에서 바둑교육활동을 하는 프로기사들의 소리는 한결 같았다.
6월 30일 오후 3시, 서울 홍익동 (재)한국기원에서 입단제도 개선을 위한 만40세 이상프로기사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40세이상의 프로기사가 참여하는 이날 간담회에는 10여명 정도가 토론에 참여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기사가 대부분이었고, 발언에도 적극적이었다. 바둑발전위원회에서 내놓은 '입단제도 개선안'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지역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기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간담회 토론은 기사회장 최규병 9단과 바둑발전위원회에서 진행했다.
토론은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지역 프로기사들이 주장한 주요한 논지와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발언의 수위는 개별 프로기사마다 달랐지만 정서적인 공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그 발언들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토대가 다른만큼 약간의 절박함도 있었다. 바둑발전위원회가 개선안을 설명하고 40대 이상 프로기사들의 의견을 주로 듣고 토론하는 자리였으므로, 지역프로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 한국기원 연구생제도를 폐지하자는 데, 왜 폐지를 해야 하는지 아무리봐도 이해를 할 수 없다. 몇가지 결점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제도를 폐지 해야할만큼 정말 중요한 단점인가? 연구생제도를 유지한 채 보완해도 되지 않는가?
○●.. 개선안에 지역 연구생제도를 폐지하면 지방바둑이 활성화한다고 아주 간단하게 쓰여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지역바둑의 실상을 모르는 소리다. 지역연구생제도를 폐지하면 지방바둑은 그날로 붕괴된다. (붕괴,와해,초토화,사장된다 등의 표현이 주로 쓰였다.)
◀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 문명근 9단(진주)
○●.. 지역 연구생 제도를 만들 때의 취지를 돌이켜보자. 집안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아이들만 서울로 올라가 프로가 된다. 우리도 심적으로 아깝지만 재능이 뛰어나고 집안에 여유가 있는 제자는 서울로 많이 보낸다. 더 뛰어난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 말이다. 지역연구생제도는 서울에 집중된 바둑여건에서 지역의 바둑을 활성화하고, 지방에서 바둑 공부를 하고자 하는 자원에게 여건을 만들어 주고자 함이었다. 초기에는 지역연구생의 실력이 낮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제도도 정착돼서 많이 나아졌다. 원래 지역연구생 입단을 2명까지 확대하기로 했었는데 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기존에 제시된 개선안 논지에 대한 이견이나 아이디어도 제기됐다.
○●.. 중국의 국가위기대(국가소년대, 프로, 혹은 바둑영재를 대상으로 한 국가조직)처럼 한국기원도 입단하지 못한 연구생이 아니라 입단한 프로를 중심으로 훈련시키고자 하는게 한가지 방법이라 하는데, 이는 중국이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기원이 그런 제도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중국처럼) 시합에 출전하는 프로기사들의 상금에서 50%이상 공제해야 그런 제도를 유지하는게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 연구생제도에서 교육 기능이 상실됐고, 단순히 리그관리 기능만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된다고 말한다. 또 연구생 숫자로 도장이 평가되고 그로 인해 서울 쏠림이 강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에선 지도사범이 교육을 한다. 게다가 그런 이유로 연구생을 폐지하면 그 교육은 사설도장에게 다 맡기겠다는 것인가? 정말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기원에서 아예 '바둑전문학교'를 세워라, 경찰대학이나 사관학교처럼 말이다. 그 학교에 입학한 자원(영재)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리그도 하고 입단도 하면 다른 사설도장도 모두 없어질 것이고 많은 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프로기사들이 학교에 취업도 할 것이니 한국기원의 공적인 역할도 커질 것 아닌가?
○●.. 서울지역의 한국기원연구생제도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지역 연구생제도는 필요하다. 이 제도가 존재해야 지역의 바둑 수요도 존재할 수 있다. 현재도 암암리에 바둑도장간의 경쟁이 있다. 지역연구생제도가 없어지면 지방의 바둑도장은 모두 없어진다.
○●.. 개선안의 목적은 첫째 프로기사의 경쟁력을 향상해 향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균형내지 우위를 점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바둑이 침체된 것 같으니 제도개선을 통해 활성화자를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서울 본원의 연구생도 유지하는게 좋다고 본다. 실력과 인성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자원들이 모여 리그를 할 수 있는 환경자체가 연구생 제도 최대의 장점이다. 유지하는게 좋다. 교육요소가 없다면 그것을 보완해야지 왜 폐지하는가? 연구생 제도를 없애고 나면 10년도 안돼 후회하게 될 것이다.
▶ 발언하고 있는 김준영 5단(부산)
○●.. 한국기원 연구생 폐지는 향후 입단을 '바둑도장'끼리의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다. 왜 도장에 입단을 위임하나. 이런 것은 한국기원이 폐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더 강하게 행사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30일 공청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소리는 '현행 연구생제도의 폐지 혹은 유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밖에 입단인원을 동시에 뽑는게 과연 장점인지 단점인지, 입단인원을 어느정도 확대할 수 있는지, 현행 연구생 입단연령의 점진적인 제한이 가능할지 등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다.
7월 2일에는 40세 이하 프로기사들과의 입단제도 개선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바둑발전위원회 위원들, 좌로부터 김진환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김수장 9단, 프로기사회장 최규병 9단
○● 개선안에 관한 자세한 사항과 주장들은 다음의 기사 참조 - 박덕수 위원, 최후의 1인방식 바꿔야 (동영상) - 프로기사 입단자 수 더 늘리자!(박치문) - 참석자들 “입단제도는 바꾸고 연구생 제도는 유지하자”(김수광 취재) - 입단제 개혁안 '패러다임 바꾸자는 것'(김수광 취재) - 뜨거운 감자? 입단제도 개선! (바둑TV 동영상) - 연구생제도 없어진다(김수광 취재)
○●..입단제도 개혁안 초안 전문(다운로드 hwp화일)
참고 : 5월 25일 기자간담회 사전 보도 자료 (최근) 한국 바둑계에서는 바둑인구의 감소와 세계 최강국 위상 약화, 입단 병목현상 등 총체적인 위기국면으로 인한 제도정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에 (재)한국기원 산하 바둑발전위원회에서 제도개선 활동을 시작했고, 가장 시급한 문제로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한국기원은 올 3월부터 입단제도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로 입단제도개선소위원회를 구성했고 10차례의 회의와 연구를 통해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이번 간담회에서 처음 내용을 공개했다.
입단제도 개선안을 살펴보면 2011년은 과도기적 운영을 하며 본격적인 개선안은 2012년부터 시행해 매년 11명을 선발한다. 세부 선발내용을 살펴보면 1∼2월 열리는 정기입단대회에서 7명, 7∼8월 열리는 영재입단대회 2명, 여자입단대회 2명씩 매년 11명을 선발한다. 입단대회가 모두 방학 동안에 치러져 학기 중 정상적인 학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단 오픈기전 포인트 적립자 중 해당 인원을 뽑는 특별입단은 선발인원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매년 11명 + α(특별입단)를 선발해 현재보다 입단자가 1명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재)한국기원은 매년 봄, 가을에 치러지는 일반인 입단대회에서 각각 2명씩 4명, 연구생 입단대회 1명, 여자 입단대회 2명, 지역연구생 입단대회 1명, 그리고 연구생 리그전을 통해 2명 등 모두 10명의 프로기사를 선발해왔다.
현행 연구생제도는 영재 선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입단인원 적체로 인해 15세 이전의 입단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에 따라 바둑영재들의 입단동기 저하현상이 발생해 입단 지망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입단제도가 원안대로 실행되면 입단 유망주들의 수요 증가로 인한 바둑산업의 발전과 바둑인구의 저변확대로 바둑계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기자간담회에 이어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6월 3일 오후 3시부터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입단제도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한국기원 이사장 직속 상설기구로 신설되는 입단제도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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